타력
이츠키 히로유키 지음, 채숙향 옮김 / 지식여행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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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타력

 

 

 

 

 

 

우리 사회가 많은 상처를 받았고 그만큼 지쳤다는 것을 나는 요즘 ‘힐링’ 과 ‘긍정’ 이란 말의 범람에서 느끼고 있다. 치유와 명상, 긍정의 메신저들이 방송가와 출판계에서 대세로 불리고 있고 트위터나 페이스북으로 대표되는 SNS 상에서 그런 분들의 말씀에 영향을 받고 멘티가 되는 경우가 점점 늘어나고 있으니 말이다. 나 또한 한동안 그런 물결에 휩쓸려 힘든 짐을 내려놓고 잠시 쉬기도 하였다.

 


그러나 그런 대책없는 긍정의 말들이 간혹 답답하게 느껴질 때가 있었다. 실재로 난 10년도 넘는 시간동안 '잘 될거야' 란 말을 들으며 살아왔다. 아주 가까운 분으로 부터. 그러나 그 시간이 5년이 되고 10년이 되자 이제 그 말이 너무나 갑갑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다 잘 된다. 다 괜찮다 이런 말은 언뜻 듣기엔 힘이 되었지만 다 잘될거란 말을 들으면서도 나는 몇번이나 넘어졌고, 몇번이나 배신을 당하고 또 사기를 당하며 그전이나 지금이나 별로 나아진 것도 없이 그냥그냥 버텨오고 있는 것이다.

 


한 술 더떠 요즘은 아예 강요를 하는 분위기다. '긍정'하지 않으면 이상한 사람이 되는 것 같기도, 우울의 어두움을 퍼뜨리는 사람이 되기도 한 것같다. 다 이루어지니 의심 말고 기도하라는 책에서도,무작정 도전하라는 책도, 또 그런 말들도 곰곰히 생각해보면 다들 대책이 없는 격려였다. 또한 그것은 '네가 지금 잘 안되는 것은 믿음을 갖지 못하는 너의 책임' 이란 말인 것 같아, 오히려 나를 더 자책하는 결과로 이어지기도 한 것이다.

 


그럼 정말 그런 긍정은 나의 삶을 다르게 해 줄까? 10년 넘는 시간 노력하고 노력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 일 앞에서, 그래도 믿고 기도하라는 그 지인분의 말씀에서 난 부족해서 원하는 것을 이루지 못하는 것일까? 나의 이 무기력함과 우울함은 바로 나 자신에게 문제가 있어서 일까? 이런 의문으로 난 이 책을 읽었다.

 


'타력' 은 바로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이다. 저자는 이 의문의 답으로 바로 '타력'이란 말을 건네준다. 타력이란 자력에 대칭이 되는 말이다. 어원은 '타력본원(他力本願)'즉  하는 대로 내맡김, 내 소관이 아니다 란 말로 일본 정토교의 시조 호넨, 진종의 확립자 신란과 렌뇨 신앙의 가장 중요한 핵심이기도 한 말이다. 쉽게 말하면 내가, 내 의지대로 할 수 있는 부분이있고, 내 소관에 벗어난 그런 부분이 있다는 그런 정도가 되겠다.

 


우리는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이 세상에 '던져졌'다. 그리고 곰곰히 생각해 보면 내가 스스로 선택하고 할 수있는 것은 거의 없다.우리는 태어나면서 부터 늙고, 병들고, 죽어간다. 내 노력 여하에 따라 좀더 건강하게 살아 갈 수 있을 지언정 병과 늙음은 내 의지대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런 당연한 것을 받아 들이는 것 만으로도 우리의 삶이 얼마나 달라질 수 있는지 저자는 조용하게 말 해준다.

 


또한 이 책은 철저하게 '일본인에 의해','일본인을 위해' 씌여진 책이다. 과거 일본의 식민지 한국에서 태어난 저자는 일본이 패전하면서 졸지에 난민이 되어 겨우겨우 일본으로 돌아간다. 그 와중에 그의 어머니는 돌아가셨고, 일본은 지지 않을 거라는 무모한 믿음이 산산히 부서진 아버지를 보며 삶의 아이러니를 느낀듯 하다.

 


대 지진으로 수 많은 국민들이 죽고, 사이비 종교 교주가 무고한 시민을 학살하는 모습을 본 일본인, 전후에 오로지 성장만을 최고의 미덕으로 삼아 최대한 자신의 마음과 표정을 숨기고 살아왔던 일본인, 성장에 걸맞지 않은 인간은 쓸모없는 인간 취급을 해왔던 일본인, 가난함을 성실하지 못함의 상징으로 생각하는 일본인, 무언가 부족함이 느껴지면 집단으로 따돌림을 행하는 일본인, 그런 세월을 살아오다 보니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정립하지 못해 투명인간이 되는 두려움을 살인으로 푸는 일본인.

 


그런 지치고 상처받은 일본인에게 과거의 웃음과 모습을 되 찾자고 하며 손을 내미는 것이다. 너의 탓이 아니다. 우리는 한계를 가진 인간이다. 쓰러진 자에게 자꾸 일어나라고 격려하는 것이 아니라 차라리 함께 손을 잡고 울어주자. 무조건 잘 될거다, 무조건 괜찮다고 하는 것도 일어날 힘이 있는 사람에게 가능성이 있는 말이지 더이상 힘이 없는 사람에겐 그저 손을 잡고 함께 울어 주는 것이 오히려 더 힘이 된다. 스스로 애쓰지 말고 한계를 인정하고, 우리를 감싸고 있는 거대한 힘에 맞겨보자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얼마전 '철학을 권하다' 라는 책에서 이와 비슷한 말을 읽은 적이있다. 포로로 잡힌 군인이 모진 고문과 고통 속에서 견딜 수 있었던 것은 무조건 적인 희망, 긍정이 아니라 현실을 받아들임에 있었다고 한다. '이런 고통이 오래될 수 있다. 그러나 그들은 나를 괴롭힐 수는 있겠으나 나의 정신까지는 어찌할 수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나의 정신을 지키는 것 밖에 없다.' 이런 가르침은 고대 그리스 철학 스토아학파의 가르침이고 그의 영향을 받은 심리학의 인지행동치료의 기본 가정이다. 이런 자세는 오히려 자신를 강하게 한다. 나의 한계를 받아들이고,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에 대한 인정, 오히려 그런 것에서 에너지가 솟아날 수 있다는 것이 이 책이 주는 교훈이 아닐까 한다.

 

 

 


일본인을 위해 쓴 글이라 하더라도 자본주의의 단점이 드러나고 무한한 경쟁에 휘말려 인간성의 상실이라는 위기에 몰린 우리를 위해서도 참으로 의미있는 주장이 아닌가 한다. 총 100가지의 작은 이야기로 이루어진 이 책에서는 일본이 처한 문제점들과 위기가 잔잔한 필체로 적혀있으며, 그것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타력의 힘을 주장하고 있는데, 이를 위해 이제껏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 진종의 확립자 '렌뇨'를 재조명하고 있다. 책의 후반기는 거의 렌뇨가 현대인에게 주는 교훈으로 할애하고 있다.

 


저자의 잔잔한 글을 읽어가다보면 진짜 일본인, 일본과도 만날 수 있고, 불가의 가르침, 앞서 말한 그리스의 고대철학, 현대의 심리학 인지행동치료와도 만날 수 있다. 이제까지 우리는 눈에 보이는 것, 앞으로 나아가는 것, 경쟁에서 이기는 것등이 지배하는 세계에서 살아왔다. 그러나 우리가 꿈꾸던 그런 꿈의 세계는 오지 않을 지 모른다. 내가 내 존재를 인정받으려면 나 아닌 다른사람이 있어야 하고, 우리가 우리를 감싸는 거대한 빛의 존재를 알기 위해선 짙은 그림자가 필요하듯이 내가 놓친 것, 내가 하찮게 느낀 것들, 웃음 뒤에 감춰진 깊은 슬픔과 우울의 강을 이제 인정을 해야 할 때가 아닌가 한다.

 


타력은 내가 가졌던 의문에 답을 주었다. 그가 느꼈던 패전의 경험 그 전에 우리 선조들이 느꼈을 고통을 생각하면 너무나 '일본' 스러운 이 책이 아주 조금 불편하기는 했지만, 무한한 '대책없는 긍정'의 파도 속에서 진정한 '체념' 의 개념을 일깨워준 이 책에 감사함을 느낀다. 아직도 희망과 긍정에 힘을 얻는 사람이 많을 것이지만 나 같은 의문을 가진 사람이 있다면 분명 이 책이 큰 도움이 되어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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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풍 - 축제의 밤
문홍주 지음 / 선앤문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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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풍 축제의 밤

 

 

 

 

이 책의 책장을 넘기기 전까지 또 까맣게 잊고 있었다. 학창시절 TV속에서 남 일처럼 보았던 무너진 삼풍 백화점. 몇 년 전, 삼풍 백화점이 무너지게 된 이유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보며 한번 상기했던 어린 시절의 기억을 또 잊어버린 지 몇 년. 세상은 아무일 없다는 듯이 굴러왔고 나의 기억력도 사람들의 그것과 다를 바 없었다.

 

 

어쩌면 모르겠다. 나 스스로 감당하기 버거운 일인 것 같으면 의식적으로 마음을 두지 않는 나의버릇인 것일 수도. 그렇게 합리화 하고 픈 마음인 것일 수도. 그 기막힌 일이 내 가족에게, 소중한 사람에게 일어난다면 하는 상상 혹은 감정이입이라도 되는 날엔 난 겁이 나서 이 세상을 살아갈 힘도 잃어버릴 지 모르겠다.

 

 

저자 문홍주는 그 아픈 기억을 끄집어 내어 이 소설을 완성하기 까지 얼마나 힘든 시간을 겪어야 했을까. 이 소설 속에서 마치 내 곁에 살아있는 듯한 이웃과, 친구와, 가족들을 만들어 내고 그들의 삶에 옷을 입히면서 얼마나 많은 눈물을 삼켜야 했을까. 그런 엄청난 일을 들추어내고 그 일보다 더 비극이었던 사태수습의 과정을 상기하고, 조사하며 얼마나 높고도 두꺼운 세상의 벽과 마주해야 했을까. 난 그 사실에 마주할 용기 조차 없는데... 그렇다. 용기다 그것은. 저자가 이 세상에 내어놓은 이 어여쁜 소설은 용기. 세상에 마주할 용기, 불의에 마주할 용기, 죽어간 수많은 사람과 그 엄청난 사실들 앞에 마주설 용기’.

 

 

내가 사는 대구에서 지하철 참사가 일어났을 때 안동의 부모님께서 내 핸드폰으로 얼마나 전화를 하셨던지, 난 그것도 모른 체 한 나절이 넘도록 전화를 받지 않았는데 그때 부모님이 느끼셨을 두려움을 난 얼마나 알 수 있을까. 마침내 통화가 되자 영문도 모르는 나에게 냅다 큰 소리부터 질러 대셨던 그 마음을 난 얼마나 알 수 있을까 

 

 

이 소설 속에는 각자의 사연을 가진 희생자들과, 그것을 취재했던 기자들, 대책도 없고 안전도 확보되지 않은 곳에 목숨을 내놓고 구조작업을 하셨던 소방공무원, 일이 터지자 도망가기 급급했던 백화점과 건설업체 관계자, 한나절도 안되 대충 준공허가를 해준 공무원들, 뒷돈 받은 관계자들, 일 터지자 다른 부서로 책임 떠넘기기에 분주했던 고위 권력자들, 제대로 된 처벌 대신 덮기에 급급했던 법조계인사들, 그 와중에 생색내기 바쁜 정치인들, 자원봉사자 흉내로 물건 훔치려는 사람들별별 인간들이 만들어내는 지옥이었다. 그때 그곳은.

 

 

사람보다는 이 중한 사람들이 있었고, 그 욕망의 콩고물을 빨아먹으며 기생하는 사람들도 있었고, 알면서 침묵해야 했던, 그러길 강요당했던 사람들도 있었고, 남의 아픔은 먼 산 불구경하듯 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 모두가 사람이었고, 그 모두가 욕망이었고, 그 모두가 한바탕 꿈이었다. 인간들이 만들어내는 죽음의 축제.

 

 

살아남은 사람들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나는 안다. 그저 세월은 흐르고 또 다른 일로 지워지고, 아픔과 절규는 사라져 버리고, 함께 죽지 못한 사람들은 그저 숨을 쉬고 있을 뿐임을 

 

 

비 상식적이고 돌이킬 수 없는 수순을 상식적으로 밟아가는 것을 가리켜 사람들은 비극이라고 불렀다하지만 비극이란 건 그것을 해결하는 과정 자체가 더 비극이기 마련이었다. P115

 

추모비 건립은 권장사항이지 의무사항은 아닙니다. P351

올라와서 절차 밟아가지고 하세요. P353

 

그와 함께 야심 차게 준비했던 삼풍 관련 기사들도 날아가 버렸다. 날아간 그 빈자리를 IMF가 메꿨다. 그 다음은 먹고 사는 문제로 그리고는서서히 잊혀져 갔다. P354

 

 

한 번 손에 들고 거의 한숨에 읽어버릴 정도로 소설은 흡입력이 대단했다. 저자의 문장력은 너무나 뛰어났고, 등장인물들은 모두가 다 살아있는 듯 했으며, 글의 구조 또한 훌륭했다.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감정선, 치밀하지만 지겹지 않은 묘사, 한 순간도 긴장을 놓치지 않는 집중력. 무엇 하나 흠 잡을 데 없는 아주 훌륭한 소설이었다.

 

 

눈물이 쏙 빠질 신파도 아니었고, 이 사회를 원망하고 책망하는 저주 어린 글도 아니었으며, 각자의 사람들의 입장을 이해해야 한다는 설득의 글도 아니었다. 그저 많은 사람들이 등장했고, 그들 모두 사연이 있는 사람들이었고, 그 때도 지금도 달라질 것 없는 사람들이었고, 그때나 지금이나 달라진 것이 없는 대한민국일 뿐.

 

 

우리는 알고 싶어하지도, 애써 관심 두지도 않은 채 그저 나만 아니면 된다는 마음으로 살아간다. 그러나 꼭 나의 일로 닥치면 그땐 누가 나를 위해 눈물을 흘려줄 것인가. 누가 나를 위해 손을 잡아줄 것인가.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너무도 쉽게 잊으며 살아간다. 저자는 그런 나에게 경종을 울려주었다.

 

 

삼풍 이후 17그 후 무엇이 달라졌는가. 아니, 나는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가나는 내가 살아가는 이 자리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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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의 숲, 길을 열다 네이버 캐스트 철학의 숲
박일호 외 지음 / 풀빛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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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의 숲 길을 열다- 아주 훌륭한 철학 입문서

 

 

 


나에게 철학은 그저 어렵고 어려운 말 장난이었다. 그리고 학창시절 그저 외우기 바빴던 단편적인 헤겔의 변증법,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 같은 단편적인 지식들이 철학의 모든 것이었다. 난 외우는 것은 서툴렀기에 늘 윤리나 도덕시간에 만난 철학자들과 그들의 이론을 공부하는 것은 고역이 아닐 수 없었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그런 것들을 도대체 '왜' 배우느냔 것이었다. 도대체 왜!


그러나 이 책을 읽기 전에 읽었던 두 권의 철학 책 '아포리즘철학- 조중걸(한권의 책)' 과 '철학을 권하다-줄스 에반스(더 퀘스트)' 에서 그런 편견은 깰 수 있었다. 그리고나서 접한 이 책은 나의 그런 고민들을 훌쩍 뛰어넘어 관심을 가지게 된 많은 철학자들의 주장과 그들의 삶을 짧게 나마 들여다 볼 수있는 좋은 경험이 되었다.

 

 


철학을 공부하고 이해해야 하는 이유는 참으로 많은 것 같다. 철학은 '내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 가' 에 대한 고민의 도구가 되어주고, 그런 고민을 먼저한 철학자들의 삶과 생각을 들여다 보며 내 삶을 돌아 볼 수도 있고, 순수한 지적유희를 즐길 수도 있으며, 사고의 틀을 제공하거나 사고의 폭을 넓혀 주기도 한다. 즉 독단에 빠지는 것을 경계할 수 있게 해 준다는 것이다.

 


철학이 발전해온 양상을 크게 보면 늘 앞서 있었던 철학자들과 그들의 이론을 더 넓히고 발전시키거나, 혹은 그에 반하는 것으로 전개되어 온 것 같다. 인간의 본성을 어떻게 보는가, 인간이 이 세상에서 무엇을 위해 살아가야 하는가, 신과 종교를 어떻게 볼 것인가, 삶과 죽음은 무엇인지 어떻게 보는지에 따라 많은 이론들과 주장들이 나왔다 사라지거나 더 발전되거나 해 온 것이다.

 


이 책에는 총 21명의 철학자들이 등장한다. 근대 후기부터 현대까지의 철학자들을 시대순으로, 인물 중심으로, 그들이 제기한 질문과 답변의 핵심을 간결하게 정리 하고 있다. 참으로 신기한 것은 현재는 경재학의 창립자로 불리는 애덤 스미스도, 대표적인 과학자인 다윈과 아인슈타인도 모두 철학자라는 사실이다. 지금은 모든 학문이 따로이 분리가 되었지만 이 책 1부에 나오는 철학자들이 살아갈 때는 모두가 그저 '철학' 이었던 것이다.

 

 

그들은 순수한 철학자의 눈으로 시간과, 생물과, 공간과, 국가와, 사회와 개인들을 보고 생각했던 것이며, 인간은 어떤 존재인지, 어떻게 살아가고 왜 살아가야 하는지 그들은 그들 나름대로의 전제를 두고 거기에서 자신이 원하는 대로 논리를 전개해 나갔던 것이다.

 


이 책은 나처럼 철학을 어렵게만 생각했던 사람들에게 철학의 벽을 허물게 해 줄 것이고, 지금도 자주 이름이 회자되는 철학자들의 인간적인 면을 볼 수 있게 해줄 것이며, 그들이 주장한 이론들의 개념을 알기쉽게 정리해 놓은 노트를 얻을 수가 있을 것이다. 그들이 살았던 시대상이나 그 들의 사상이 왜 그 시대를 풍미했는지도 알게 될 것이다. 나아가 이 책을 기반으로 삼아 좀더 깊은 철학의 세계와도 만날 수 있는 키를 쥐게 될 지도 모르겠다.

 

 

나처럼 철학에 입문하는 일반인이나 학생들에게 아주 좋은 길잡이가 되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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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물지 마라 그 아픈 상처에
허허당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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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물지 마라 그 아픈 상처에

 

 

 

책을 손에 드는 것 만으로 마음이 가라앉고, 내가 있는 곳이 마치 구도자가 거하는 산중의 작은 암자가 된 듯한 느낌이 드는 그런 책이 있다. 내겐 법정 스님의 책이 그러했고, 이외수님과 류시화님의 책이 그러했다. 그리고 거기에 허허당 스님의 책이 추가되었다.

 

 

깨달은 자의 글은 늘 간결하고 향기가 나는 듯 하다. 같은 스님의 책이라 해도 다 깨달음의 글을 담고 있지는 않다는 것이 몇몇 스님들의 책을 읽으며 내가 느낀 점이다. 책에는 어떤 기운이 담겨있는 듯하다. 읽기도 전에 그 기운에 매료되기도 하고 겉으로는 깨달음을 말하면서도 그 이면에는 관심이나 돈이나 권력에 대한 강한 욕망을 감추고 있는 글들은 나도 모르게 기분이 나빠진다.

 

 

이 책은 전자의 경우였다. 누구나 읽어도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있는 동화에서도 그런 느낌을 받은 적이 있고, 왠만한 지식이나 이해력이 없다면 한번에 이해하기도 힘든 어려운 문장으로 가득찬 책이라고 느낄 수 없는 그런 고결한 느낌은 표현의 현란함과는 관계가 없는 것 같다. 진정한 마음은 어떻게는 전해지기 마련이니까. 누구라도 쉽게 읽을 수있는 쉬운 글에서 오히려 더 큰 가르침을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허허당스님의 그림은 또 어떤가. 일관되게 나오는 사람과 새와 자연의 모습은 모두 보살님의 모습을 하고 있다. 화면을 가득채운 작은 보살님들이 더큰 생명체와 자연과 연결되어 있고 그 자체로 또 전체의 모습을 하고 있다.

 

 

이 책에는 억지로 가르치려는 글 귀도 없고, 저자의 깨달음을 과시하려는 모습도 없고, 삶에 지친 현대인들을 위한 충고도, 위로도, 해결책도 없다. 요즘 유행인 '힐링' 이라는 흔한 모습과도 거리가 멀다. 그러나 잔잔히, 때로는 격정적으로, 때로는 편안하고 아름답게 있는 그대로의 그저 써내려간 글귀들과 그림들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준다. 누구는 거기에서 치유를 받을 것이고 누구는 고민거리를 얻을 수도, 누구는 삶의 고단함을 내려놓을 수도 있을 것이다. 어떻게 이 책을 읽느냐에 따라 많은 것들을, 원하는 것을 얻을 수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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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을 권하다 - 삶을 사랑하는 기술
줄스 에반스 지음, 서영조 옮김 / 더퀘스트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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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을 권하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과연 '철학' 이란 어떤 의미일까. 우리가 학창시절에 어떤 의미 인지도 모르게 외우고 공부했던 철학. 뭔가 공부를 많이 한 것만 같은, 조금은 지적으로 보이는 사람들만 볼 것 같은 두꺼운 책들. 좀 배운 사람들만이 은밀히 즐긴다는 지적인 언어 유희. 뭔가 똑똑한 사람이라고 내세우고 싶을 때 써먹는 어려운 구절들. 이제까지 내게 철학은 그저 그런 존재였다. 이 책을 만나기 전 까지는.

 

이 책에 나오는 철학은 그런 나의 편견을 산산히 깨 부숴주었다. 이 책에서 철학은 위에 언급한 배운 사람들만의 전유물인 지적인 유희가 아니라, 현실 속에서 누구나 숨쉬 듯이 함께하고 철저히 '실천하는', '실천해야만 하는' 그런 것이었다.

 

 

지독한 신경증과 불안, 외상후 스트레스, 공황장애를 앓았던 저자는 심리학의 '인지행동치료' 의 도움을 받은 경험을 토대로 이 책을 집필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그 심리학의 한 분야인 '인지행동치료' 는 먼 고대의 그리스 철학에 영향을 받아 탄생한 분야이다. '인간은 현상이 아니라 현상에 대한 자신의 생각 때문에 불안해 지며 (에픽테토스)' , '인간은 사건 자체보다는 사건의 의미에 영향을 받는다.' 는 스토아학파 철학자들의 기본 가정에서 나타나듯이 인간은 자기자신을 알 수 있고, 변화 시킬수 있으며, 의식적으로 새롭게 사고하고, 느끼고 행동하는 습관을 만들 수 있다고 하는  사상과 기법을 서양 심리치료의 핵심에다 집어넣은 것이다.

 

 

나는 심리학을 전공했기 때문에 임상심리학 수업에서 인지행동치료에 대해 공부할 기회가 있었다. 부끄럽게도 난 이 책에서 언급된 인지행동치료의 선구자인 앨버트 엘리스나 아론 벡이 먼 고대의 스토아 학파의 철학자들에게서 영감을 받았다는 것도 처음 알았고, 감사하게도 지금까지도 그 이론의 도움을 받고 있다. 그 이론의 핵심은 인간이 불안한 이유는 적절하지 않는 '믿음' 때문인데, 인간은 스스로 자신을 알고, 변화 시킬수 있으므로 잘못된 믿음과 생각하는 습관을 바꾸고, 새로운 습관을 만듦으로써 불안과 신경증에서 벗어날 수 있고 행복해 질 수 있다고 하는 것이다.

 

 

이렇듯 '철학'은 내가 알게 모르게 이미 밀접하게 나와 함께 숨쉬고 살아있었던 것이다. 이 책에서는 저자가 직접 만나고 인터뷰한 한 사람들, 고대 철학에 기반을 두고 새로운 주장을 펼치고 있는 사람들, 직접적으로 철학의 도움을 받은 사람들이 등장한다. 그들을 통해 저자는

 

1. 이 철학에서 어떤 자기계발 기법을 취해 실생활에 이용할 수 있는가?
2. 이 철학을 개인의 삶의 방식을 기꺼이 받아 들일 수 있는가?
3. 이 철학을 하나의 공동체나 사회전체의 기초형성에 받아들일 수 있는가?

 

를 알아보려고 한다. 그를 위해 저자는 오전, 오후, 점심시간, 졸업의  '수업' 을 하는 방식으로 여러 철학자와, 그 철학자들이 속한 학파의 철학을 우리에게 소개하고 앞서 말한 1~3번까지의 방식으로 살펴본다. 저자가 원한 것은 철학을 '지적유희' 에서 '철저하게 행동하고 반복하는 연습과, 습관, 훈련의 철학' 으로 되돌려 놓는 것이고, 많은 학자들의 주장에서 각자가 원한는 철학적인 삶의 모습을 살펴보고,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 이 두가지다.

 

물론 저자는 다른 철학자들보다 1장에서 4장까지에서 나오는 인생의 문제점을 받아들이고 거기에 적응하는 '스토아학파'의 미덕과 철학자들의 주장에 무게를 싣고 있다. 그러나 그 뒷장에서 나오는 다양한 철학자들의 주장도 결코 가볍게 다루지는 않는다. 어찌보면 장점과 단점 같기도 한 많은 철학자들의 주장에서 개인의 행복을 찾고, 우주와 신의 존재를 대하는 관점, 대선을 앞둔 우리에게 필요한 영웅과 정치에 관한 여러 시각, 마지막으로 죽음을 대하는 자세까지 다양한 시각과 어디에도 편협하지 않은 객관적인 정보들과 의문점들을 던져준다.

 

이 책을 읽어가다보면 과연 내가 이 험한 세상에서 살아 가면서 어떻게 하면 행복해 질 수있는지, 맞닥들이는 인생의 크고 작은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하고 헤쳐나갈 것인지, 어떠한 자세로 살아가야 하는지 나에게 맞는 방법들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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