꺽다리 기사와 땅딸보 기사는 서로 상반되게 생겼지만, 그들은 서로 이웃에 살면서 돈독한 우정을 쌓고 있다. 그들 사이에 문제가 생긴 것은 바로 표지를 넘기자 마자 나오는 그림에 있다.
이야기가 시작되기 전에, 표지를 넘기자마자 나오는 이 그림은 앞으로 일어날 싸움의 원인이 나타나 있다.
한솔이는, 표지를 넘기자마자 "엄마, 새가 똥을 쌌어요." 라고 말했다. 응? 무슨 그림책이 첫장부터 새똥이냐 싶어 보았더니 새 한마리가 꺽다리 기사와 땅딸보 기사의 성 사이에 똥(씨앗이 담긴)을 싸며 날아간다.
새똥 속에 섞여 떨어진 씨앗 하나가 싹을 틔우고 커다란 꽃이 되었다.
두 쪽에 걸쳐 꽃이 자라는 과정이 집약되어 있다. 물론, 그 꽃을 피우기 위해 두 기사의 아내들은 정성을 들였다. 이 꽃은 두 기사 집안 사이의 분쟁의 원인이 된다.
그동안 모든 것을 나누어 가졌고, 서로에게 다정한 이웃이었던 그들이 이 꽃 한송이로 인해 싸움을 벌이는 것이다. 우리가 아는 세상의 모든 싸움은 이렇게 시작된다. 정말 별 것 아닌 것으로. 그들은 서로에게 상처가 주는 말을 내뱉기도 하고, 폭력을 행사하기도 한다.
언어폭력은 이렇게 그림으로 표현되었다.
그리고 그들은 내가 가질 수 없다면 남도 가질 수 없다는 듯, 꽃을 꺾어버리게 된다.
그런데, 이 그림 속에서도 또 하나의 단서를 포착할 수 있다. 꽃이 꺾이면서 씨앗들이 흩어지는 것이다. 이 씨앗은 다시 땅속에서 추운 겨울을 나고, 새로운 생명이 되어 돌아올 것이다.
그리고 꽃은, 당연히 그 다음해 봄에 한 송이가 아니라 수많은 꽃을 피웠다.
한 송이의 꽃을 서로 차지하고자 싸우던 그들 앞에 더 많은 꽃으로 다시 피어난 것이다.
물론, 그들 사이의 오해와 싸움도 끝이 났고.
그리고 마지막 장을 덮기 전에 또 하나의 그림을 만날 수 있다.
바로, 새 한마리가 씨앗을 물고 어디론가로 날아가는 그림이다.
이 이야기는 크게 두 가지 이야기를 전달해준다.
욕심이 불러 온 불화가 하나이고,
씨앗이 꽃을 피우는 과정을 집약적으로 보여준다는 것이 또 다른 하나이다.
도덕적인 교훈과 자연관찰이 동시에 이루어지는데,
이것이 억지스럽지 않고 자연스럽다.
이야기는 이야기대로, 그림은 그림대로, 각자의 역할을 충분히 해내면서, 동시에 두가지를 알려주는 것이다.
참 오랜만에 즐거운 그림책을 만났다는 생각이 든다.
한솔이에게 이 책을 읽어주면서 꺽다리와 땅딸보라는 것이 무엇인지부터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림만 봐도 알 수 있는 것이지만, 한솔이는 자기 친구들 중에서 꺽다리와 땅딸보를 찾아내었다.
물론, 그 친구들에게 그렇게 부르지는 말라고 당부를 해두어야했다.
한솔이는 요즘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에 대해 하나씩 알아가고 있는 중이다.
이 책에서도 그런 것을 배웠다.
"친구랑 사이좋게 지내야 해요."
"내꺼야, 내꺼야 싸우면 안돼요."
"예쁘고 좋은 것이 있으면 다같이 갖고 놀아야해요."
라고 답한다.
책을 읽은 후, 무엇을 해볼까? 물으니, 꽃을 만들자고 했다.
그래서 꽃을 만들기로 했고, 이 꽃은 크니까, 크게 만들고 싶다고 해서,
플라스틱 접시와 셀로판지, 색종이, 스티커로 꽃을 만들었다.
셀로판지를 눈에 대고 보더니,
"엄마도 노랗고, 방도 노랗고, 다 노래요." 라고 말한다.
플라스틱 접시에 셀로판지를 손으로 찢어 풀로 붙였다.
그리고 색종이를 손으로 찢어 꽃잎을 만들어 붙이고,
네임펜으로 꽃씨가 들어갈 곳을 그리고,
눈알 스티커로 꽃씨를 만들어붙였다.
내가 "꽃이 아니라 해님같네" 라고 말했더니,
뒤집어 놓고 꽃잎을 반으로 붙여주이자고 해서 그렇게 했더니, 제법 꽃모양이 나왔다.
다 만들고 나니, 한솔이도 만족스러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