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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이 만난 링컨
노무현 지음 / 학고재 / 2001년 11월
평점 :
품절


노무현은 우리 정치계에서 항상 아웃사이더였다. 아웃사이더란 소위 쪽수에서 많이 몰려있는 쪽에 가담되어 있지 않고 소수자 그룹에 속해 있는 사람을 가리키거나 또는 아예 그룹에서 배제되어 있는 이를 일컫는다. 그러면 아웃사이더는 어떻게 되는가. 누구나 다수에 편입되어 다수가 형성하는 기득권을 지키고 공유하기를 원하는데 왜 아웃사이더는 발생하는가. 인사이더가 너무 많으면 파이가 작아지기 때문에? 물론 그러한 이유도 있다. 그래서 기득권자는 항상 자신들의 쪽수를 관리하고 적절하게 제어하기 때문에 되고 싶어도 되지 못하는 것이 기득권자다.


노무현은 왜 아웃사이더가 되었는가. 노무현에게도 반짝하는 시절이 있었다. 인권변호사 출신에서 초선 국회의원으로 그 유명한 5공 청문회를 통하여 노무현은 그야말로 스타가 되었다. 그해 어느 언론사가 선정하는 올해의 인물에 당당히 선정되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화려하고 빛나던 시절도 그걸로 끝이 났다. 그가 몸을 섞고 있는 정치계는 그가 생각하는 상식과 원칙에는 도무지 부합되지 않는 세계였기 때문이다. 그 세계와 어울리지 못하는 존재는 당연히 따돌림을 받기 마련이고 또한 그 세계를 고쳐야 할 대상으로 규정한 노무현은 스스로가 기득권 세계에 편입되기를 거부하였다. 자신이 거부하고 상대도 거부하니 노무현이 아웃사이더가 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귀결이었다


링컨도 언제나 아웃사이더였다. 노무현과 마찬가지로 출마하는 선거마다 낙선한다. 인물도 학벌도 배경도 없는 촌놈 링컨이 미국 정치판에서 성공하기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링컨은 스스로 입증하고 있는 셈이었다. 하지만 링컨은 결국 대통령에 당선됐고 남북전쟁을 승리로 이끌면서 미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대통령 중의 한명으로 역사에 이름을 남긴다. 노무현은 링컨을 벤치마킹한다. 걸어온 인생역정이 그와 유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다 결정적인 이유는 성공한 링컨을 모델로 삼아 그도 승리하기 싶다는 욕망때문이란다. 김구는 오늘날 우리 민족의 지도자로 불리며 대대손손 역사에 이름을 남기겠지만 그가 살던 시대에서는 실패한 인물이다. 김구가 원하는 세상을 당대에 이루지 못하였다는 점에서 그렇다는 얘기다. 노무현은 노무현 자신이 살아가는 지금 시대에서 자신이 원하는 세상을 펼쳐보기를 원한다. 링컨이 대통령이 되어 미국사회를 진일보시킨 것처럼 노무현도 그렇게 링컨처럼 살고 싶은 것이다.


책은 그렇게 자극적이지도 않고 격정적이지도 않다. 정치인이 저자가 된 서적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차분하고 담담하게 링컨의 일생과 노무현의 뜻을 그려나간다. 읽는 동안 내내 웅변은 소음이고 담소는 감동으로 몰려오는 경험을 하였다. 노무현은 대통령이 되었다. 링컨처럼 성공하는 그를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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