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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죽음을 곁에 두고 씁니다
로버트 판타노 지음, 노지양 옮김 / 자음과모음 / 2021년 8월
평점 :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죽음 앞에 저자는 삶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악성 종양이라 생존할 확률이 50%도 안된다. 길어야 1년이나 2년 정도의 시간이 남았다. 젊은 나이에 삶에 대한 마지막을 생각하며 글을 써간다. 언제 죽게 될지를 알게 되니 오리려 마음에 평화가 생겨났다. 죽음을 마주하게 되니 드디어 가식 없이 하고 싶은 진솔한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생명을 잉태하고 이 세상에 태어난다. 그 순간부터 시간의 흐름 속에 각자의 삶을 살아간다. 사람이 삶을 어떻게 살았는지 무엇으로 기준을 삼느냐에 따라 상대적이다. 오래 살았다고 더 풍요롭거나 충만하게 살았다고 할 수 없다. 오히려 남보다 적게 살아도 찬란하고 아름다운 삶을 살 수 있다.
길지 않은 시간을 살아가면서 많은 것을 배우고 다양한 것을 경험한다. 나라와 국적이 다르고 처한 환경이 다르다. 하지만 모두가 비슷한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다. 이미 이 땅에 살았던 사람이나 지구 반대편에 위치한 사람들도 모두 유사한 주제를 생각해 보았고 유사한 철학적인 사고를 하였을 것이다. 어떤 면에서는 우리 모두가 남이 한 이야기를 다시 반복하고 있으며 다만, 단어와 문장의 배열 정도만 달리하는지도 모른다.
매년 365일이라는 시간을 선물로 받는다. 사람에 따라 운이 좋으면 80년에서 100년의 인생을 살게 된다. 시간은 금보다 귀하다고 하는데 젊을 때는 그 시간을 귀하게 여기지 못해 대부분 낭비한다. 시간은 중요하게 여기는 무언가에 소비를 했을 때 가치를 발한다. 하지만 누구나 귀중한 시간을 그냥 흘려보내는 것만 같고 제대로 살고 있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확실한 목적이나 방향성이 없는 세상에서 삶의 의미와 이유가 무엇인지 확실히 알 수 없을 때 인간에게 시간의 가치란 무엇일까? 시간은 자신이 어떻게 여기고 있는지가 중요하다. 생각 없이 일상을 살아가게 되면 인생의 시간들을 알지 못하는 무언가로 열심히 채운다. 바쁘게 사는 것처럼 보이지만 중요하지 않은 것에 시간을 보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우리는 하루를 낭비하지 않았다고 말하기 위해 무언가를 한다.
삶을 사는 동안 주기적으로 불안과 허무가 찾아온다. 아무런 이유 없이 가슴이 잠시 메이는 슬픔마저 경험한다. 이 세상에 수많은 사람들과 동시대에 살고 있으면서도 혼자라는 외로움은 떠나가지 않는다. 모호한 좌절과 슬픔을 삶에 가까이에서 깊이 경험한다. 깊이 숨어있는 자아를 찾기 위해 '나'라는 단어를 말할 때, 때로는 '나'의 일부가 아닌 척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고 자신과 마주하는 것을 피하려고 한다.
작가의 삶에서 고민하였던 생각들이 죽음 앞에서 진솔하게 표현해서 그런지 모든 부분에서 공감이 갔다. 또 다른 내가 다른 삶에서 경험하고 있는 것을 이야기하는 것 같았고, 우리의 삶을 대변해 주기 위해 먼저 말을 꺼낸 화자와 같았다.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을 하면서 읽어나갔다. 그렇게 크게 감동되는 부분이나 새롭게 다가오는 내용 같은 것은 없었다. 하지만 가식이 없는 삶을 표현하고 있어서 곁에 두고 틈틈이 읽고 싶은 책이다.
출판사에서 도서 협찬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개인의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
나를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솔직한 글을 쓰기 위해 뇌종양이라는 병까지 필요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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