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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하시는 하나님 - 12년간 제주도에서 무인카페 <산책>을 운영하며 하나님과 산책한 이야기, 2022 세종도서 교양부문
김기철 지음 / 한사람 / 2022년 4월
평점 :
서울에서 야채장사를 하다가 모든 것을 내려놓고 제주로 이주한 뒤 무인카페를 운영하면서 느끼고 경험한 이야기를 소개한다. 삶에 정답은 없지만 누구나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이 틀리거나 잘못된 것은 아닌지 고민하며 지쳐한다. 이 책은 부유함을 말하지 않는다. 책 곳곳에 평범한 일상 속에서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사람들에게 저자가 전하는 메시지가 담겨있다.
어릴 적부터 시작했던 신앙도 그리고 삶도 어느 순간에 무너져 버렸다. 그리고 2009년 11월에 가족과 함께 제주도로 내려갔다. 한적한 마을 바닷가 앞 밤이 되면 아무도 없는 깜깜한 공간에서 두려움에 매일같이 울며 지냈다. 그러다 울음을 멈추고 바닷가 바로 앞에 "산책"이라는 무인카페를 시작했다. 무인카페를 운영하면서 처음에 힘들게 하는 것은 도난이었다. 토끼 인형, 맥심커피, 커피포트, 심지어 돈까지 사람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훔쳐 갔다.
아무도 없는 공간에 사람들은 자유롭게 오가며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눈다. 사람이 없으면 작은 카페 안은 무인의 세계가 짙게 드리워진다. 무인의 세계는 사람들을 더욱 솔직하게 만들어준다. 무인카페에 주인이 있으면 반칙이기에 사람들을 의식하지 않고 조용히 할 일만 하고 나간다. 오픈 시간과 마감시간이 유일하게 주인을 위한 시간이 된다.
눈에 보인다고 다 보이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보고 싶은 것만을 볼 때가 많다. 그래서 같은 곳을 보아도 서로 다른 것을 보게 된다. 전에는 보이지 않은 것들이 보이게 되고, 보이던 것들이 나중에 보이지 않는다. 같은 영화도 나이가 들어서 다시 보면 감동이 다르다. 영화는 그대로인데 사람이 변하여 관점이 달라지는 것이다.
주변에서는 무인카페를 그만하는 것이 어떠냐고 했지만 벌써 12년이 지났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나니 단골도 제법 생겼다. 포스트잇을 두고 가시는 분도 있고 귤, 한라봉, 초콜릿을 두고 가시기도 하고 어떤 분은 화장실 청소를 해주고 가시기도 한다. 삶에서 일어나는 작은 일들로 따뜻한 정도 느끼고 감정도 교류된다. 이 험한 세상에 혼자 외롭게 살고 있지는 않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출판사에서 도서 협찬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개인의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
자신이 아끼는 가장 소중한 것이 제일 먼저 없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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