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요석이 그리는 한복 이야기
우나영 지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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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서 책들을 고르다 서가 선반에서 툭 튀어나온 길쭉하고 판판한 책이 눈에 띄었다. 제목은 『흑요석이 그리는 한복 이야기』. 아름다운 한복 일러스트를 그리는 것으로 유명한 일러스트레이터 '흑요석(닉네임, 본명은 우나영)'이 몇 년 전 한복을 설명하는 일러스트집을 낸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게 생각났다. 홍보 글을 보고 참 예쁜 책일 것 같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사보지는 않았었는데, 그 책이 눈앞에 있었다. 표지와 몇 페이지만 들여다봐도 예쁘고 흥미로워 보여서 끝까지 정독하고 싶어졌다. 읽어야 할 책이 여러 권 있었지만 이 책을 제자리에 다시 놓지 못하고 빌려왔다.

한복에 대한 책들 중에는 너무 학술적이고 전문적이어서 일반 독자가 바로바로 이해하기 어려운 책이 많다. 책 속의 설명을 읽다 보면 한자로 된 어려운 용어가 툭툭 튀어나와 무슨 이야기를 하는 것인지 알 수 없다. 일반 독자들을 위해 『흑요석이 그리는 한복 이야기』의 작가는 처음부터 용어를 하나하나 설명한다. '아청색', '청현색', '홍람색', '담자색' 같은 색깔 이름은 직접 그 색깔들을 보여주고, 앞으로 계속 언급될 한복의 각 구조의 명칭을 미리 설명한다. 한복의 배색과 기본 구조, 기본 의상을 미리 설명함으로써 독자들에게 한복이 어떤 옷인지 큰 줄기를 파악하게 하고, 각각의 한복이 어떤 옷인지 구체적으로 이야기해 나간다. 이렇게 체계적이고 친절한 설명 덕분에 한복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었던 독자라도 책을 읽고 나면 한복이 어떤 옷인지 대강을 파악할 수 있게 된다.


간결한 선화로 그려 더 알아보기 쉬운 한복 저고리의 구조와 각 부분

각 시대의 여성 한복을 비교한 일러스트. 왼쪽은 19세기의 여성 한복, 오른쪽은 20세기의 여성 한복이다.


일러스트는 설명하고 싶은 부분만 더 눈에 띄게 표현하는 데 사진보다 유리하다. 『흑요석이 그리는 한복 이야기』는 이런 일러스트의 장점을 활용해서 한복의 구조와 각 부분의 명칭, 종류, 입는 법 등을 더 알기 쉽고 명쾌하게 설명한다. 간결한 선화 안에 설명하는 부분만 색채를 넣어 강조하는 방식 덕분에 사진을 볼 때보다 더 명쾌하게 설명을 이해할 수 있다. 각 시기에 따라 옷깃, 고름, 소매, 치마의 모양과 사이즈가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 나란히 배치해 두어서 시대가 지남에 따라 한복이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시대뿐만 아니라 어느 붕당이냐에 따라서 여인들의 쪽머리와 깃 모양도 달랐다는 것이 흥미롭다.


화려하고 섬세한 한복 일러스트

이미지 출처: 우나영 그라폴리오


화려하고 섬세하고 유려한 일러스트는 알아가는 재미에 보는 재미를 더한다. 작가의 화려하고 섬세한 화풍의 장점은 한복 중에서도 가장 화려한 궁중 의상에서 특히 빛난다. 궁중 의복의 복잡한 구조를 정확하게 그려 기초를 단단하게 다진 뒤 선명하고 다채로운 색채와 화려한 무늬를 입혀 궁중 의상의 장엄한 아름다움을 표현한다. 곁에 두고 보고 싶을 때마다 펼쳐보고 싶게 만들 정도로 이 책은 아름답다.

한복을 알고 싶어도 관련 서적들이 너무 대략적이거나 너무 학술적이어서 만족스럽지 못했던 사람들이 한복을 알아가기에 이 책은 좋은 길잡이가 될 것이다. 다만 아쉬운 것은 여성 한복만 다루고 있다는 것과 책의 분량이 좀 더 많았으면 하는 것이다. 작가가 남자 한복을 다루는 후속편도 다루겠다고 했으니 후속편을 기다리고 있다. 도포, 중치막, 두루마기가 어떻게 다른 건지 구별할 수 없는 나이니. 여자 한복을 다룬 이 책과 남자 한복을 다루는 후속편을 합본으로 만들어서 한복 전반을 한눈에 볼 수 있게 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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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요석이 그리는 한복 이야기
우나영 지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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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일러스트가 한복을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텍스트 설명도 이해하기 쉽다. 다른 전통 복식 관련 책들의 설명 군데군데 섞여 있는 한자 용어들까지 하나하나 쉽게 풀어주어 한복을 더 명쾌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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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처한 클래식 수업 2 - 베토벤, 불멸의 환희 난생 처음 한번 들어보는 클래식 수업 2
민은기 지음 / 사회평론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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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적인 설명과 배경 지식의 균형이 잘 잡혀 있어, 베토벤의 삶과 음악 세계 모두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다. 분량이 더 많았으면 하는 것이 유일하게 아쉬운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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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의 달리기 푸른숲 역사 동화 7
김해원 지음, 홍정선 그림, 전국초등사회교과 모임 감수 / 푸른숲주니어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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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열심히 챙겨보고 있는 드라마 <오월의 청춘>의 원작이라고 해서 관심을 갖게 된 책이다. 드라마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가 원작 소설의 두 주인공 캐릭터를 바탕으로 해서 가족, 친구, 지인 등 조연 캐릭터들을 새로 만들어낸 반면, <오월의 청춘>은 원작의 주인공 캐릭터들을 조연으로 삼고 그들을 바탕으로 주인공 캐릭터들을 만들어냈다. 원작의 주인공 명수의 두 여동생 명옥과 명신을 지우고 그 자리에 광주에서 간호사로 일하는 누나 명희를 여주인공으로 만들어 넣었다. 명수의 라이벌이자 친구인 정태에게는 사이가 껄끄러운 형이 있는데, 이 인물은 희태라는 남주인공 캐릭터로 재탄생했다. 드라마는 명희와 희태를 중심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원작의 주인공인 명수와 친구들의 이야기가 많은 비중을 차지하지 않지만, 원작을 읽으면서 드라마가 원작에서 이런 부분을 가져왔다는 것이 조금씩 보여 흥미롭게 읽었다.


드라마 <오월의 청춘> 속 정태(최승훈)과 명수(조이현)의 모습


  드라마가 1980년 5월을 살아갔던 광주의 청춘들을 다루고 있는 반면, 소설은 소년체전을 준비하기 위해 그때 광주에 모였던 아이들을 다루고 있다. 소설의 주인공은 전남 대표 1000미터 달리기 선수로 뽑힌 명수와 정태, 둘과 합숙소에서 같은 방을 쓰게 된 친구 진규와 성일, 네 명의 소년들이다. 명수와 정태, 진규는 열세 살이고 성일은 열두 살. 고된 훈련에 지치고 좀처럼 넘기 힘든 자신의 한계 때문에 힘들어하면서도, 아이들은 같이 울고 웃으면서 우정을 쌓아간다. 1980년 5월 18일, 코치와 감독 몰래 광주 시내로 놀러나간 아이들은 뜻밖의 참혹한 광경과 마주치게 된다. 5 18 민주화운동의 현장을 목격하게 된 것이다.



소설 속 주요 장소들. 광주천을 중심으로 가까이 모여 있다.


  소설에 나오는 지명들을 지도 앱에서 찾아가며 주인공들의 행적을 따라가 보았다. 소설의 배경이 되는 장소들은 지도 속 하늘색 띠, 광주천을 중심으로 모여 있다. 명수의 아버지는 명수를 합숙소에 데려다주는 길에 양동시장에 들러 새 운동화를 사준다. 아이들의 합숙소로 쓰인 여인숙은 사직공원 담장 앞에 있다. 아이들이 휴일을 제외하면 매일 가서 훈련했던 무등경기장은 사직공원에서 걸어서 한 시간쯤 되는 거리. 아이들은 매일 아침 뛰어서 무등경기장까지 갔으니 그보다는 시간이 약간 덜 걸렸을 거다. 아이들은 18일 오후 광주공원으로 놀러갔다 시위하는 사람들과 그들을 진압하는 공수부대와 마주친다. 광주천 건너편, 지금은 철거된 옛 적십자병원에서는 시위 중 부상당한 사람들을 치료했고, 옛 전남도청에는 사망한 시민들의 시신을 모셔두었다. 전남도청과 지금의 광주 지하철 금남로4가역, 금남로5가역을 가로지르는 금남로는 5 18 민주화운동의 중심지였다. 이렇게 주인공들이 훈련하고 먹고 자고 노는 공간 중 대부분은 실제 광주 시내에 있는 장소들이다. 작가가 장소에 대해 고증과 설정을 꼼꼼히 한 덕분에, 주인공들과 함께 광주 곳곳을 오가는 느낌이 들었다.


  5 18의 진행 상황도 사건 전개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있다. 5 18이 일어나기 전부터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시위가 일어나니 돌아다니지 말고 몸 조심 하라고 주의를 준다. 휴일인 일요일이라 광주 시내로 놀러나왔던 아이들은 광주 시내에서 시위하던 사람들과 진압하러 온 공수부대와 맞닥뜨린다. 아이들은 온갖 험한 일들을 목격한 뒤 간신히 합숙소로 돌아오고, 감독과 코치는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합숙소에서만 지내게 한다. 그러나 합숙소 밖의 끔찍한 소식은 계속해서 들려온다. 이튿날인 19일, 비 내리는 밤에 아이들은 방에서 조잘조잘 속마음을 털어놓고, 21일에는 시외 전화가 끊겨 광주 밖이 집인 아이들은 가족들과 연락하지 못하게 된다. 그날 오후 라디오에서 들려오는 계엄사령관의 담화문을 듣고 코치는 분개한다. 자료를 찾아보면서 5 18 민주화운동의 진행 상황과 그때 날씨까지 정확히 고증되어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공수부대원들의 잔혹한 폭력과 욕설, 전남도청에 줄을 지어 누워 있는 시신들과 그 시신들 앞에서 통곡하는 가족들까지 이 소설은 숨김 없이 아이들에게 보여준다. 주인공 아이들에게나 책을 읽는 아이들에게나. 참혹해도 우리가 기억해야 할 역사이기 때문이다. 멋있게만 보였던 군인 아저씨들이 사람들을 해칠 리 없다고, 김일성이 보낸 북한군일 거라고 생각했던 아이들은 그들이 정말 우리 군인이라는 진실에 당혹스러워한다. 게다가 생각지 못한 비극과 위험이 아이들에게 닥쳐온다. 그래도 아이들은 성일의 말대로 "어두운 밤을 밝히는" 우정을 나누면서 함께 씩씩하게 이 비극을 헤쳐나간다.


  평범한 사람들이 거대한 폭력을 힘으로 이기기는 힘들다. 하지만 살아남고 연대하고 기억할 수는 있다. 그것이 평범한 사람들의 무기이다. 5 18이 무엇인지 모르는 아이, 5 18을 학교에서 배웠지만 실감하지는 못하는 아이, 또는 어른에게 이 책은 살아남고 연대하고 기억하는 것의 소중함을 알려준다. 드라마를 보지 않아도 이 책 자체로 5 18에 대해 배우고 느낄 수 있고, 드라마를 본다면 드라마에서 덧붙인 서사와 드라마에서는 나오지 않는 원작만의 서사를 모두 돌아보며 더 풍성하게 이야기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


  드라마에서는 5 18 당시의 상황이 다음 주부터 나온다. 주인공들 위주로 사건이 전개되니 이 책 속 아이들의 애틋한 이야기가 모두 나오지는 않겠지만, 비극적인 역사 속에서 더욱 빛나는 평범한 사람들의 용기와 사랑, 우정이라는 메시지가 잘 드러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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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성지 2021-05-30 09: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요즘 챙겨보는 드라마인데 원작이 따로 있었다는 것을 오늘에서야 알았네요. 시대적 현실을 외면하지 않은 청춘들의 용기와 열망, 벗들 사이의 우정과 그 속에 피어나는 사랑 등이 애잔하게 그려지는 드라마 다음 주가 기다려지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바스티안 2021-05-30 15:10   좋아요 0 | URL
원작이긴 하지만 드라마는 남녀 주인공 위주로 이야기가 진행돼서 원작을 아주 많이 가져오지는 않았어요. 그래도 깨알같이 원작 속 내용과 설정들을 조금씩 가져왔고 ‘평범한 사람이 겪은 5 18‘이라는 주제와 정서는 그대로 가져와서, 드라마를 보신 분이라면 더 재밌게 보실 수 있을 거예요. 다음 주부터 드라마에 5 18이 나오는데 사람들이 어떤 방식으로 맞서 나갈지 궁금해져요.
 
오월의 달리기 푸른숲 역사 동화 7
김해원 지음, 홍정선 그림, 전국초등사회교과 모임 감수 / 푸른숲주니어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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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18이 무엇인지 모르거나 학교에서 배웠어도 그 의미를 실감하지 못하는 아이에게도, 또는 어른에게도 추천할 만한 책. 5 18 민주화운동의 전개가 자연스럽게 녹아 있고, 5 18과 마주친 평범한 아이들의 캐릭터와 서사도 잘 구축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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