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외규장각 의궤와 외교관 이야기 - 145년의 유랑, 20년의 협상
유복렬 지음 / 눌와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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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1년 마침내, 병인양요 때(1866년) 프랑스에 빼앗겼던 외규장각 의궤가 145년만에 우리나라에 돌아왔다하지만 반환이 아닌 영구임대라는 형식으로 돌아왔다이 점에 대해 안타까워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하지만 왜 외규장각 의궤가 영구임대라는 형식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는지그런 형식으로라도 돌아오게 하기 위해 누가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 자세히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이 책은 그 두 가지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준다.

 

 저자는 외규장각 의궤 반환 협상에 직접 참여했던 외교관답게 반환 협상 과정을 구체적이고 생생하게 전해준다반환 협상 과정에서 일어났던 한국과 프랑스 사이의 치열한 신경전은 직접 그 과정을 지켜보았던 저자가 아니었다면 그만큼 생생하게 전하지 못했을 것이다올곧은 학자로서의 면모를 잃지 않고 강경하게 반환을 주장했던 한상진 교수와 그에 팽팽하게 맞섰던 자크 살루아 위원다른 한국 유물과 의궤의 등가교환을 고집하는 프랑스 측에 대담하게 대가 없는 반환을 요구했던 박흥신 대사외규장각 의궤가 반환되는 순간까지 의궤에 대한 애착을 놓지 않았던 자클린 상송 프랑스국립도서관 사무장까지 다양한 개성과 신념을 지닌 인물들이 부딪치고 협상하면서 만들어내는 드라마는 흥미진진하다또 외규장각 의궤가 병인양요 당시 불타 없어지지 않고 프랑스에 남아 있다는 것을 최초로 발견한 박병선 박사프랑스의 배신자라는 소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약탈한 문화재는 돌려주어야 한다는 신념에 따라 의궤의 반환을 도운 자크 랑 전 프랑스 문화부장관과 뱅상 베르제 교수의 이야기를 읽으면서그들의 헌신과 노고에 감사하게 된다.

 

 하지만 제목을 읽고 독자들이 기대하는 것과 저자가 의도한 것이 어긋날 수 있다는 것이 이 책의 단점이다.돌아온 외규장각 의궤와 외교관 이야기라는 제목을 보고 독자들이 기대하는 것은 돌아온 외규장각 의궤와 외교관(의 의궤 반환 협상이야기이다하지만 책을 읽다 보면 저자가 의도하는 것은 돌아온 외규장각 의궤와 외교관(으로서의 나의 삶이야기라는 것을 알 수 있다저자는 외교관으로서 살아오면서 가장 많은 땀과 눈물을 바친 외규장각 의궤 반환 협상 이야기를 하면서자신의 외교관으로서의 삶 이야기를 함께 풀어나가려고 한 것으로 보인다그러나 저자의 외교관으로서의 삶을 이야기하겠다는 의도를 감안하더라도외규장각 의궤 반환 협상 이야기가 주요 내용인 다른 장들과 달리외규장각 의궤 이야기가 전혀 없는 2장은 책의 전체 흐름을 끊어놓는 느낌이다. '돌아온 외규장각 의궤'가 이야기의 중심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던 독자로서는 저자의 외교관으로서의 개인적인 삶 이야기가 생각보다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당황할 수도 있다. 

 

 또 2005년부터 2009년까지의 반환 협상 과정이 거의 생략된 것도 아쉬운 점으로 남는다저자가 2006년부터 2008년까지 튀니지에 부임해 그 기간 동안은 협상 과정을 직접 지켜보지 못했던 것, 2008년에서 2009년까지는 협상이 소강상태에 놓였었다는 것을 감안하더라도부록의 ‘2006년 9한국-프랑스 정상회담외규장각 의궤 문제 해결을 위해 양측이 모두 만족할 만한 방안을 모색하자는 입장을 재확인이라는 한 줄 문장만으로는 그 5년이 요약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그 시기 동안 MBC 프로그램 느낌표’ 제작진이 외규장각 의궤 환수 캠페인을 벌이고민간단체인 문화연대가 프랑스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던 일도 언급될 만한 일이었는데거기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되지 않은 것이 아쉽다국제법과 외교에 능통한 외교관으로서 저자가 그들의 활동의 의의와 한계를 정확히 짚어줄 수 있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더욱 아쉬운 부분이다.

 

 이러한 아쉬운 점들이 있지만길고도 치열했던 외규장각 의궤 반환 협상과의궤가 돌아오게 하기 위해 분투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전한다는 것만으로 이 책을 읽을 가치는 충분하다뜨거운 열정과 차가운 이성신랄한 유머감각을 갖춘 저자의 필력 덕분에 협상 과정이 펼쳐내는 드라마는 흥미진진하게 읽힌다. 20여 년에 걸친 협상 끝에 마침내 모든 외규장각 의궤가 한국에 돌아오는 마지막 장면은 독자들의 마음을 뭉클하게 한다저자를 포함한그 순간이 오기까지 애쓴 모든 이들에게 박수를 보내게 된다그리고 영구임대에서 더 나아가 언젠가는 완전한 반환이 되길그리고 아직 돌아오지 못한 우리 문화유산들이 우리 땅으로 다시 돌아오게 되길 꿈꾸게 된다기나긴 협상의 종착점이었던 외규장각 의궤의 귀환이 더 많은 우리 문화유산들이 돌아오는 길의 시작점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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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외규장각 의궤와 외교관 이야기 - 145년의 유랑, 20년의 협상
유복렬 지음 / 눌와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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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가 기대한 것은 돌아온 외규장각 의궤(의 반환 과정 이야기)와 외교관 이야기였겠지만 작가가 의도한 것은 외규장각 의궤(의 반환 과정 이야기)와 외교관(으로서의 나의 삶) 이야기. ‘외교관으로서의 나의 삶‘ 이야기가 ‘외규장각 의궤의 반환 과정 이야기‘와 자연스럽게 엮이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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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와 홍대용, 생각을 겨루다 - 서연문답
김도환 지음 / 책세상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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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의 선구자인 홍대용과 개혁군주 정조두 사람이 만났다그 결과는 어땠을까그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줄 책이 이 책 정조와 홍대용생각을 겨루다이다홍대용은 왕세자의 수업인 서연(書筵)에 참여하는 관직에 있으면서 당시 세손이었던 정조와 자신다른 서연관들이 9개월 동안의 서연에서 나눈 대화를 계방일기(桂坊日記)라는 책으로 남겼다이 책은 계방일기를 번역하고 저자의 해설과 논평을 함께 넣어한 편의 사극처럼 재구성했다.

서연이 진행되면서 정조는 홍대용의 깊은 학식을홍대용은 정조의 영민함을 알게 되고 두 사람의 대화는 깊어진다깊은 학문적 소양을 바탕으로 두 사람이 펼치는 논의는 당시 조선의 위정자들과 지성들이 학문과 정치에서 어떤 것들을 고민했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그러나 두 사람이 지향하는 바는 근본적으로 달랐다홍대용이 급선무로 생각한 것은 이용후생(利用厚生), 즉 학문에서 배운 것을 실천해 백성들의 현실의 삶을 이롭게 하는 것이었다반면 정조가 급선무로 생각한 것은 왕 스스로가 군자가 되어 보편타당한 의리를 세우고그에 따라 나라가 잘 다스려지는 것이었다이 지점에서 홍대용은 정조와 자신이 갈 길이 다르다는 것을 깨닫고 그의 시대에 동참하기를 포기한다

이 책은 개혁군주로 널리 알려졌던 정조의 또 다른 면모를 보여주고 그로 인해 홍대용과 정조가 엇갈리는 과정을 생생하고도 흥미진진하게 펼쳐내고 있다홍대용과의 논쟁에서 의견이 엇갈릴 때마다 자기 권위를 내세우며 미묘한 신경전을 펼치고이용후생에 대한 홍대용의 간언을 주의 깊게 듣기보다는 흥밋거리로 여기는 정조의 모습은 그의 개혁군주로서의 이미지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정조와의 근본적인 관점 차이로 새로운 세상을 향한 홍대용의 꿈이 좌절되는 모습은 독자에게 안타까움을 남긴다하지만 저자는 그의 실학이 여전히 현재성을 지니고 있다고 말하며 그의 꿈이 아직 사라지지 않았다는 실마리를 남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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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와 홍대용, 생각을 겨루다 - 서연문답
김도환 지음 / 책세상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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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군주로 널리 알려졌던 정조의 또 다른 면모와 그로 인해 홍대용과 정조가 엇갈리게 되는 과정을 흥미진진하게 펼쳐내고 있다. 두 사람이 펼치는 논의는 당시 조선의 위정자들과 지성들이 학문과 정치에서 어떤 것들을 고민했는지를 보여주며, 우리에게도 생각할 거리를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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렛미인 1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10
욘 아이비데 린드크비스트 지음, 최세희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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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은 차갑지만 온 세상을 포근하게 감싸 안습니다그런 눈처럼 차가운 듯하면서도 외로운 마음다친 마음을 감싸 안는 소설이 있습니다. 7년 전에 개봉되어 많은 사람들을 매혹시켰던 공포영화렛미인의 원작 소설렛미인이 그 소설입니다.렛미인트와일라잇시리즈처럼 인간과 흡혈귀의 사랑을 그려내고 있지만인간과 흡혈귀의 사랑을 달콤한 로맨스로 그려낸트와일라잇시리즈와 달리그 사랑을 차분하고 담담하게 지켜볼 뿐입니다작가는 담담하다 못해 때로는 차갑고 건조하게 그 사랑을 바라보지만그 사랑은 온기를 품고 있고 그 온기가 읽는 사람의 마음을 따뜻하게 합니다.


렛미인속 인간과 흡혈귀의 사랑은 낭만적이지도 않고 무작정 달콤하지만도 않습니다인간인 오스카르와 흡혈귀인 엘리는 서로 매우 다른 존재인 것 같지만둘 다 차가운 현실을 살아가야 하는 작고 보잘것없는 존재입니다오스카르는 못생기고 뚱뚱하다는 이유로 학교에서는 왕따를 당하고집에서는 이혼한 부모 중 어느 쪽에도 기대지 못하는 외롭고 연약한 소년입니다오스카르와 달리 아름다운 외모와 인간보다 강한 힘을 지녔지만, 목숨을 유지하기 위해 자신과 함께 사는 인간이 구해다 주는 피에 의존해야 하는 엘리도 작고 약한 존재이기는 마찬가지입니다하지만 그 작고 약한 존재들이 우정과 사랑을 쌓아가면서 서로 온기를 나누고서로에게서 누구에게서도 얻지 못한 위안을 얻습니다자신을 괴롭히는 아이들에게 아무런 반항도 하지 못했던 오스카르는 그들에게 맞설 용기를 얻고아무 감정 없이 그저 생존만을 위해 수백여 년을 살아오던 엘리는 오랜만에 천진한 동심과 따뜻한 우정을 느끼게 됩니다.

 

하지만 이 소설은 그들의 우정과 사랑이 서로를 구원할 것이라고 확답을 내리지 않습니다흡혈귀이기에 엘리가 인간들의 생명을 빼앗으면서 살아갈 수밖에 없는 것은 오스카르가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잔혹한 현실입니다소설은 영화에서는 미처 다 나오지 못했던 엘리에게 희생된 사람들의 이야기까지 꼼꼼하게 풀어나가면서엘리가 오스카르에게는 좋은 친구이지만 희생자들에게는 자신이 살기 위해 그들의 삶을 짓밟은 가해자라는 것도 분명히 보여줍니다건조한 문체이지만 엘리와 그녀의 보호자 호칸이 벌이는 살인행위들은 사실적으로 묘사되어그 잔혹함에 질리는 독자들도 분명히 있을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오스카르가 어떻게 하는 것이 옳은 결정일까요엘리와의 우정이 과연 그에게 구원이 될까요아니면 또 다른 지옥 같은 삶의 시작이 될까요작가는 명쾌하게 판단을 내리지 않습니다하지만 잠시라도 내가 되어 봐'라고 말하면서 자신이 겪어온 고통을 전하는 엘리를 이해하게 되고그녀의 잔혹함을 알면서도 그녀와의 우정과 사랑을 놓지 않는 오스카르의 모습은 우리에게 작은 온기를 전합니다이 소설은 사랑이 언제나 구원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 차가운 세상 속에서 작은 온기를 나눌 수 있게 한다고 이야기합니다그래서 차가운 듯한 이 소설에서 우리는 오히려 따뜻한 위안을 얻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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