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면 뒤에서 인문 서가에 꽂힌 작가들
루이자 메이 올콧 지음, 서정은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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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소설답게 전근대적인 면도 보이지만, 시대와 사회의 한계를 뛰어넘어 자기 욕망을 추구하는 여성 캐릭터들이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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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페미니스트 - 아이를 페미니스트로 키우는 열다섯 가지 방법 쏜살 문고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 지음, 황가한 옮김 / 민음사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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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선이에게

  하은이가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다니 기뻐. 네 결혼식에 갔던 게 엊그제 같은데 네가 딸을 낳고 키우고 있다니, 실감나지 않아. 아이를 키워보지도 않은 내가 너에게 충고하는 게 우스울 거라는 거 알아. 하지만 이 험하고 복잡한 세상 속에서 하은이가 더 잘 살아가게 하려면, 페미니즘을 가르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  그래서 너에게 『엄마는 페미니스트』라는 책을 소개하려고 해.  

  이 책은 지금 내가 너에게 쓰는 편지처럼, 지은이가 딸을 가진 친구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되어 있어. 나이지리아 출신 페미니스트인 작가는, 친구 한 명이 자기 딸을 페미니스트로 키우려면 어떻게 해야 하냐는 물음을 받고 친구에게 몇 가지 제안을 편지로 써서 보냈대. 이 책은 그 편지들을 조금 수정한 거고. 너에게도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이 책에 나온 제안 열다섯 가지를 알려줄게. 


첫 번째 제안. 충만한 사람이 될 것.
두 번째 제안. 같이할 것.
세 번째 제안. '성 역할'은 완벽한 헛소리라고 가르칠 것.
네 번째 제안. '유사 페미니즘'의 위험성에 주의할 것.
다섯 번째 제안. 독서를 가르칠 것.
여섯 번째 제안. 흔히 쓰이는 표현에 의구심을 갖도록 가르칠 것.
일곱 번째 제안. 결혼을 업적처럼 이야기하지 말 것.
여덟 번째 제안. 호감형 되기를 거부하도록 가르칠 것.
아홉 번째 제안. 민족적 정체성을 가르칠 것.
열 번째 제안. 아이의 일, 특히 외모와 관련된 일에 신중해질 것. 
열한 번째 제안. 우리 문화가 사회규범에 대한 '근거'를 들 때 선택적으로 생물학을 사용하는 것에 의구심을 갖도록 가르칠 것.
열두 번째 제안. 일찍부터 성교육을 할 것.
열세 번째 제안. 사랑이 반드시 찾아올 테니 응원해 줄 것. 
열네 번째 제안. 억압에 대해 가르칠 때 억압당하는 사람을 성자로 만들지 않도록 조심할 것. 
열다섯 번째 제안. 차이에 대해 가르칠 것.



 이 중에서 몇 가지에 대해 더 자세히 얘기하고 싶어. 우선, 충만한 사람이 될 것. "엄마가 된다는 것은 너무나 멋진 선물이지만 엄마라는 말로만 자신을 정의해서는 안 돼."(p. 17.) 나도 네가 '하은이 엄마'로만 살지 않았으면 좋겠어. 넌 진선이고, 네가 하는 일들이 있잖아. 네가 하는 일과 엄마 노릇 모두 해내기 쉽지 않겠지만, 그 둘 다 완벽히 해내지 못한다고 자책하는 일이 없었으면 해. "우리는 여자가 '만능'인지 아닌지가 아니라 바깥일과 집안일을 병행하는 부모들을 지원하는 최선의 방법이 무엇인가를 물어야 해."(p. 20.) 제도적인 지원도 없이 엄마에게만 만능을 강요하는 건 가혹하다고 생각해.

 그리고 같이 할 것. "'도움'이라는 표현은 거부"(p. 23.)해야 해. 네 남편이 "아이 돌보는 거 도와줄게."라고 말한다면, 그건 자기 일이 아닌 일을 도와준다는 뜻이야. 육아는 엄마만의 일이 아니라 엄마 아빠 모두가 당연히 해야 할 일이야. 얼마 전 아이를 서툴게 돌보는 아빠들을 그린 공익광고가 나왔었지. 그 공익광고에선 아빠들이 아이들을 돌봐줄 때 서툰 걸 너그럽게 봐 달라고 해. 경험이 없으니까. 하지만 경험이 없는 게 아빠뿐이겠어? 아이를 처음 낳았을 때 엄마도 경험이 없고 육아에 서툴러. 그 광고에는 '육아는 당연히 엄마의 일이니까 엄마는 육아에 능숙할 것이다.'라는 인식이 깔려 있는 거지. 네가 그런 함정에 빠지지 않았으면 좋겠어. 

 세 번째로는, 성 역할은 완벽한 헛소리라고 가르칠 것. 성경에는 '여자의 머리는 남편이다', '여자는 예배당에서 잠잠해야 한다.'는 성차별적인 구절들이 있어. 그런 구절들을 이야기하면서 여자의 성 역할을 한정짓는 사람도 있고. '여자는 당연히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야 해. 하나님이 너희는 생육하고 번성하라, 라고 하셨으니까.'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어. 네 결혼식 때 주례를 선 목사님이, "아이를 둘 이상 낳겠다고 약속하지 않으면 주례 서 주지 않겠다고 말했었다."라고 했던 걸 아직도 기억해. 하지만 네 딸이 결혼할 때 그렇게 말하는 목사님이 있다면 "주례 서 주시지 않아도 돼요."라고 거절해 버려. 사도 바울도 독신의 은사를 받은 사람도 있다고 했잖아. 너에게 서운한 이야기일지 모르겠지만, 하은이에게는 결혼을 하고 싶지 않으면 하지 않고, 아이를 낳고 싶지 않으면 낳지 않아도 될 권리가 있어. 성 역할에 하은이를 제한하지 말고, 하은이가 정말 바라는 걸 하게 해줘. 

  무엇보다 내가 바라는 건, 차이에 대해서 가르치는 거야. "아이에게 차이에 대해 가르침으로써...다양성의 세상에서 살아남을 수 있도록 준비시키는 거야."(p. 102.) "아이에게 어떤 사람들은 동성애자이고 어떤 사람은 동성애자가 아니라고 가르쳐. 어떤 애는 아빠가 둘이기도 하고 엄마가 둘이기도 해. 그냥 그런 사람들이 있어. ... 어떤 사람들은 모스크에 가고, 어떤 사람들은 교회에 가고, 어떤 사람들은 또 다른 숭배의 장소에 가고, 또 어떤 사람들은 아무것도 숭배하지 않는다고 말해줘. 그냥 그게 그 사람들이 사는 방식이라고."(p. 102.) 기독교인인 너로서는 납득하기 힘든 말일 거야. 하지만 나는 기독교가 다양성에 대해 너무 닫혀 있다고 생각해. 다른 건 비정상적인 게 아니고, 자신의 기준이나 기독교의 기준에 모든 사람을 끼워맞출 순 없어. 난 하은이가 관대하고 마음이 열려 있는 아이로 자랐으면 좋겠어. 

 이 모든 이야기들을 돌아보니, 아이가 있는 부모뿐만 아니라 아이가 없는 사람에게도, 아이가 아닌 나 자신에게도 필요한 이야기들이구나. 하은이와 너뿐만 아니라 나에게도. 한 사람으로서 온전히 내 삶을 살기 위해.  하은이가 더 평등한 세상에서 자기가 원하는 삶을 살았으면 좋겠어. 너 또한 그러길 바라.

사랑을 담아, 
네 친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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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페미니스트 - 아이를 페미니스트로 키우는 열다섯 가지 방법 쏜살 문고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 지음, 황가한 옮김 / 민음사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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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있는 사람뿐만 아니라 아이가 없는 사람에게도, 아이가 아닌 나 자신에게도 필요한 이야기. 한 사람으로서 온전히 내 삶을 살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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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랑의 역사 - 파란색은 어떻게 모든 이들의 사랑을 받게 되었는가
미셸 파스투로 지음, 고봉만.김연실 옮김 / 민음사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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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파랑을 좋아한다. 비 개인 하늘의 옅은 파란색부터 정장 재킷의 짙은 남색까지 내 주위의 다양한 파란색들에 마음을 빼앗긴다. 그러니『파랑의 역사』를 처음 봤을 때, “파랑을 사랑하는 모든 이들에게 바칩니다”라는 홍보 문구에 끌리지 않을 수 없었다. 홍보 문구에 걸맞게 『파랑의 역사』 는 파랑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이 책에 따르면, 파란색은 오늘날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사랑 받는 색이다. 오늘날의 우리에게 파랑은 안정과 평화의 색이다. 그리고 자유와 꿈의 색이다. 하지만 옛날 사람들도 파랑을 그런 색으로 생각했을까? 고대 그리스에서 현대까지, 저자는 사람들이 파랑에 부여한 의미와 위상이 어떻게 변천해 왔는지를 살펴본다.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파랑의 역사’는 사람들이 파랑에 부여한 의미와 위상의 역사이다.


영화 <킹 아더>(2004)의 한 장면. 유럽의 북방 민족인 켈트 족의 전사 기네비어(키이라 나이틀리)는 적들에게 무시무시한 모습으로 보이기 위해 얼굴과 몸에 푸른색을 칠했다.


  고대 그리스인들에게 파란색은정확히 파란색 하나만을 가리키는 단어가 없을 정도로 무관심의 대상이었다그리고 파란색이 오늘날 안정과 평화의 색으로 인식되는 것과 달리고대 로마 사람들에게 파란색은 공포의 색이었다로마를 위협하던 북방의 게르만 족과 켈트 족이 적들에게 겁을 주기 위해 파란색을 몸에 칠하는 관습이 있었기 때문이다오늘날에는 전형적인 백인 미남미녀의 조건으로 꼽히는 파란색 눈도고대 로마에서는 추하다는 취급을 받았다.(책에서는 설명되지 않았지만파란색 눈도 게르만 족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이후 12세기까지 천여 년 동안이나 파란색은 유럽 사람들의 관심 밖에 있었다.


(위) 영국 왕 리처드 2세를 위해 그려진 두 폭 패널화(1395년경) 중 오른쪽. 성모가 파란색 옷을 입고 있다. 

(아래) 장 푸케, <필립 4세에게 충성 서약을 하는 영국 왕 에드워드 1세>(1460년경). 왕좌에 앉아 있는 프랑스 왕 필립 4세는 파란색 겉옷을 입었다.


  그러나 12세기 들어 성모 마리아의 옷이 푸른색으로 그려지면서 푸른색의 위상은 높아졌다중세 성화에서 성모는 아들 예수의 죽음을 슬퍼하는 뜻으로 어두운 색의 옷을 입고 있었다그리스 로마 시대부터 상복의 색깔이었던 파란색은 성모의 슬픔을 표현하기에 적합한 색이었다성모 마리아를 수호성인으로 삼고 있었던 프랑스 왕은 성모를 따라 푸른색 옷을 입었고뒤이어 서양 사회 대부분의 왕들이 푸른 옷을 입었다문장(紋章국가나 단체 또는 집안 따위를 나타내기 위하여 사용하는 상징적인 표식)에 푸른색을 넣는 왕가나 귀족 가문들도 많아졌다파란색의 수요가 많아지면서 대청과 인디고를 이용한 파란색 염색 기술도 발전했다.


괴테의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의 삽화. 주인공 베르테르가 입었던 재킷의 파란색은 낭만주의를 대표하는 색이 되었다.


  14세기에서 15세기 사이 유럽 각국에 사치 단속법이 시행되고, 16세기 말 종교 개혁이 시작되면서 빨간색노란색 등의 화려한 색채들은 탄압을 받고 검은색이 유행했다하지만 파란색특히 어두운 파란색은 검은색과 비슷한 색인 덕분에 관대한 대우를 받았다그리고 18세기에서 19세기 유럽 전역에서 낭만주의가 유행하면서파란색은 사랑과 이상 세계에 대한 동경을 상징하는 색이 되었다낭만주의를 대표하는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에서 이룰 수 없는 사랑에 빠진 주인공 베르테르가 입었던 재킷도 파란색이었고또 다른 낭만주의의 대표 소설 하인리히 폰 오터프딩엔』 의 주인공이 찾아 헤매는 것도 푸른 꽃이었기 때문이다. 



미군 장교의 제복(위)과 청바지를 입은 이란의 젊은 여성들(아래). 이처럼 파랑은 절제의 색으로도, 자유와 해방의 색으로도 쓰인다.


  파랑은 현대에 들어서도 다양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검은색과 비슷한 절제의 색이라는 점에서 짙은 남색은 제복의 색으로 널리 쓰인다반면 공산국가와 개발도상국이슬람 국가들에서 청바지가 서양을 향한 개방과 자유의 상징이 된 것에서 볼 수 있듯이파랑은 자유의 색이기도 하다또한 중립과 평화안정을 상징하는 색이 되어 국제연합의 상징색으로 쓰이기도 한다

  파랑은 상징적으로 강한 의미를 지니고 있지도 않고빨강처럼 강렬하거나 공격적이지 않다파랑은 가장 투명한 색이다인간들이 그 투명함에 다양한 의미들을 부여해 왔을 뿐이다파랑을 사랑하든 사랑하지 않든파랑에 대한 우리의 선호나 감정이미지는 사회와 역사에서 영향을 받아 온 것이라고 이 책은 이야기한다저자의 전공이 유럽사이기 때문에 서구 세계 밖에서의 파랑의 역사를 살펴보지 못한 점은 아쉽지만파랑에 투영된 인간의 정서와 문화경제사회는 우리에게 흥미롭게 다가온다

P. S.  각 단원과 소단원의 제목, 인용문, 페이지 숫자, 각주 숫자를 보랏빛이 도는 파란색으로 표기한 덕분에 파랑이라는 주제에 더 몰입할 수 있었다.  그리고 다양한 푸른색을 담은 도판들 덕분에 보는 즐거움도 컸다. 그러나 베르메르의 푸른색 사용법에 대한 설명은 188페이지에 나오는데, 설명에 해당하는 도판은 193페이지에 있는 등, 설명과 그 설명에 해당하는 도판이 서로 떨어져 있어 보기에 불편했다. 이 점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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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랑의 역사 - 파란색은 어떻게 모든 이들의 사랑을 받게 되었는가
미셸 파스투로 지음, 고봉만.김연실 옮김 / 민음사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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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부터 현대까지, 서구 역사에서 파랑이 지니는 의미와 위상의 변천을 폭넓게 살펴보았다. 미술사적인 이야기로 빠질 수 있다는 위험을 극복하고 색 그 자체의 사회사에 집중한다. 동양에서의 파랑의 역사까지 살펴보았다면 더 종합적으로 파랑의 역사를 살펴볼 수 있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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