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몫
파리누쉬 사니이 지음, 허지은 옮김 / 북레시피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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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보다 지혜롭고 용기 있고 강인한 그녀. 그녀를 대신해 목소리를 내다. 나의 몫은 어디 있느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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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어 프로젝트 - 남자들만 모르는 성폭력과 새로운 페미니즘 푸른지식 그래픽로직 5
토마 마티외 지음, 맹슬기 옮김, 권김현영 외 / 푸른지식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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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우리 사회 전반에서 미투(#MeToo)’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SNS에서 미투 해시태그(#MeToo)를 달고 성폭력 피해를 고발하는 미투 운동은흑인 여성 사회운동가 타라나 버크(Tarana Burke)가 2006년 시작한 캠페인이다처음에는 성범죄에 취약한 유색인종 여성과 청소년을 위해 시작된 운동이었지만, 2017년 10월 헐리우드의 유명 제작자 하비 와인스타인의 성폭력 행각이 폭로되면서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었다우리나라에서도 지난 1월 서지현 검사가 검찰 내의 성폭력 실상을 고발하면서 미투 운동이 사회 전 영역으로 번져나갔다그만큼 사회 전반적으로 성폭력이 만연해 있다는 이야기다살아가면서 성폭력을 한 번도 당하지 않은 여성이 얼마나 있을까이 글을 쓰고 있는 나 자신도 성폭력을 당한 경험이 여러 번 있다프랑스의 만화가 토마 마티외가 여성들이 일상에서 겪는 성폭력과 성차별을 적나라하게 그린 만화 악어 프로젝트』 는 이런 시점에서 읽어볼 가치가 있는 책이다. 


만화 속에서 악어로 그려지는 가해 남성들. 인간이 아닌 악어로 그려져 더 위협적으로 느껴진다.


  『악어 프로젝트』 의 가장 특이한 점은 성폭력을 휘두르는 남성들이 모두 악어로 그려져 있다는 것이다. 여성들은 인간의 모습으로 그려져 있는데다 흑백의 만화에서 악어 남성들만 초록색으로 그려져 더 두드러져 보인다작가는 왜 남성들을 악어로 그렸을까작가는 말한다그림으로 옮기고 싶었던 것은 바로 여성의 관점에서 본 현실이라고작가 자신은 남성이지만 여성 지인들과 여성 네티즌들에게서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성차별과 성폭력에 관한 경험담을 들려달라고 부탁했고그 경험담을 그림으로 담았다악어는 남성 개인이 아닌 남성우월주의성차별남성의 어긋난 성적 욕망성폭력을 휘두르는 남성에게서 여성이 느끼는 두려움이다독자는 사람의 모습으로 그려진 여성에게 감정이입하며 여성이 악어들에게서 느끼는 두려움과 분노즉 성폭력으로 인해 느끼는 고통을 체험하게 된다. 


<악어 프로젝트>에서는 여성들이 일상에서 겪는 성폭력이 적나라하게 묘사되어, 독자들이 피해자의 수치심과 분노, 고통을 함께 느끼게 한다.


  이 만화에서는 여성들이 일상에서 겪는 성폭력이 적나라하게 묘사된다여성들은 길거리에서 남성들의 시선에 노출되고성적으로 수치심을 주는 말을 듣는다수영장 탈의실에는 몰래 훔쳐보는 남자들이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는 곳에는 몰래카메라가 숨어 있다대중교통에 함께 타고 있는 승객에게 성추행당하고직장에서는 성관계를 가지지 않으면 불이익을 주겠다는 말을 듣는다가장 가까운 존재인 연인마저 데이트 강간을 한다그 모든 폭력들이 너무나 생생하게 느껴져 만화를 보는 나까지도 치가 떨릴 정도였다이렇게 실제 상황에서 오가는 욕설과 성적 행위들을 있는 그대로 그렸기 때문에 이 만화는 2014년 프랑스 툴루즈에서 개최된 세계 여성 폭력 추방의 날’ 기념 전시회에 초청되었다 취소되기도 했고프랑스의 한 정치인에게 저속하고 비도덕적이라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그러나 저속하고 비도덕적인 것은 이 만화가 아니라 이 만화가 그려지게 만든 현실현실 속의 악어들이다. 


<악어 프로젝트>에서는 성폭력에 대응하는 구체적인 방법을 만화로 설명한다.


 작가는 단순히 성폭력 피해 경험담을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성폭력에 대한 구체적인 대응 방법들을 만화로 친절하게 설명한다. 가해자에게 자신의 행동이 성폭력임을 빨리 인지시키는 것폭언과 위협을 할 때 경찰에 신고하는 것사소한 성폭력에 적극적으로 대응했던 경험이 더 큰 위험이 닥쳤을 때 잘 극복할 수 있는 거름이 된다는 것무엇보다 이렇게 대응하지 못했다고 해서 자책할 필요는 없다는 것모든 잘못은 가해자에게 있으니그리고 우리가 성폭력에 대해 어떻게 대항해야 하는지 이야기하는 페미니스트들의 글이 부록으로 실려 있다단순한 고발에 그치지 않고어떻게 성폭력 문제를 해결해야 할지 독자들에게 고민할 단초를 던지는 것이다

악어 탈을 스스로 벗는 남성과, 남성이 악어 탈을 벗을 수 있도록 돕는 여성.


  이 만화의 마지막 장면은 남성이 스스로 악어 탈을 벗고여성이 악어 탈을 벗는 것을 도와주는 장면이다이 마지막 장면은 분명히 말하고 있다우리가 바라는 것은 다른 성별을 적대시하고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고악어들이 아닌 인간들과 함께 살아가려는 것이라고. 번역 후기에서 번역자가 말했듯이 이 만화는 적대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통합에 대한 이야기이다. 


* 더 읽어볼 만한 글:  한국판 악어 프로젝트 시리즈 기사
(http://www.womennews.co.kr/news/97744)

  여성신문과 작가 토마 마티외가 2016년 8월 29일부터 함께 진행했던 ‘한국판 악어 프로젝트'로 모집된 사연들을 정리한 기사이다. 프랑스가 아닌 바로 이곳에서 살아가는 여성들이 겪는 성차별과 성폭력을 생생하게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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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어 프로젝트 - 남자들만 모르는 성폭력과 새로운 페미니즘 푸른지식 그래픽로직 5
토마 마티외 지음, 맹슬기 옮김, 권김현영 외 / 푸른지식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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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에 대해 무관심했던 사람들까지 성폭력이 어떤 것인지 실감할 수 있게 한다. 성폭력에 대처하는 방법들까지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이 모든 것은 악어를 다시 인간으로 돌려놓고 함께 살아가기 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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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과 혀 - 제7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권정현 지음 / 다산책방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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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포일러 포함


  아무리 맛있는 음식이라도 모든 사람의 입맛을 만족시킬 수는 없다. 내게는 이 책이 그랬다. 혼불문학상 수상작인데다 서평 중 열에 아홉은 칭찬이다. 하지만 이 소설은 나를 매혹시키지도 납득시키지도 못했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을 매혹시킨 책이 왜 내 마음을 조금도 움직이지 못했을까? 그 이유에 대해 생각해 봤다. 


  일제가 패전하기 직전인 1945년의 만주. 일본 관동군 사령관 야마다 오토조와 그를 독살하려는 중국인 요리사이자 비밀 자경단원 첸, 위안부 출신으로 첸의 아내이자 야마다의 정부가 되는 조선인 길순이 주인공이다. 세 사람 모두 요리에 깊은 애정을 지니고 있고, 요리가 이들의 관계의 매개체가 된다. 독특하고 참신한 설정이다.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소설이고, 주인공 중 둘은 일제에 저항하는데도 민족주의적인 방향으로 기울지 않고, '맛'이라는 주제에 집중해서 이야기를 풀어간다. 여기에서 다른 일제 강점기 배경 소설들과는 다른 개성과 매력을 지녔다는 건 인정한다. 하지만 이 책에서 말하려는 것을 나는 전혀 느끼지 못했다는 것이 문제다.


한중일 각 나라를 대변하는 첸, 모리(야마다 오토조의 아명), 길순은 모두 ‘칼과 혀’와 밀착된 삶을 산다. 민족 간 싸움의 무기로서 ‘칼과 혀’로 서로를 해치려고 하지만, 각자 소중한 음식에 관한 추억―첸과 아버지의 칭탕거우러우(淸湯狗肉, 개고기찜), 모리와 어머니의 분고규(豊後牛, 규슈 지방의 전통 쇠고기 요리), 길순과 고향 요리 청국장―의 상징으로서 또 다른 ‘칼과 혀’로 서로를 이해하고 위무하기도 한다.


  출판사 서평에서는 이렇게 세 사람이 '칼과 혀'를 통해 서로를 해치려고 하다가도 서로를 이해하고 위로한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나는 세 사람이 '칼과 혀'를 통해 진정으로 교감한다고 느껴지지 않았다. 우선 첸과 야마다의 관계를 살펴보자. 둘은 서로 죽이고 싶어하는 관계였지만 첸은 야마다에게 인정받고 싶어서, 야마다는 첸의 요리가 먹고 싶어서 서로를 죽이는 시기를 미룬다. 마지막에 첸은 이렇게까지 이야기한다.


나는 여전히 말하고 싶다. 이제 우리의 내기는 끝이 났다고. 나는 무엇도 요리하지 않았고 당신은 무엇도 먹지 않았다. 우리는 다만 외로웠을 뿐이라고. 나는 요리를 했고 당신은 접시를 비웠다. 불과 싸우던 나의 시간도, 맵거나 짜거나 달콤하거나 시었을 온갖 요리의 맛들도, 우리를 아프게 했던, 시대가 만들어낸 순간의 고통일 뿐이라고. 한 접시의 요리가 깨끗이 비워지는 순간 우리는 비로소 증오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다고.” (p. 318-319.)


야마다도 시대적 상황 때문에 전쟁에 휩쓸린 인물이기는 하다. 전쟁을 싫어하던 그가 관동군 총 사령관이 되어 무거운 책임을 져야 했다. 그는 무거운 책임이 주는 중압감 때문에 맛이나 아름다움의 세계로 도피한다. 전쟁이 한창인 와중에도 끼니마다 맛있는 요리를 먹으려 하고, 아름다운 불상을 본국으로 가지고 돌아가려 한다. 그가 사병이나 민간인이었으면 연민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책임지고 있는 총사령관이다. 그런데도 그는 어린 시절 어머니가 돌아가신 것에 대한 자신의 상처는 두고두고 아파하면서, 자신의 욕망 때문에 부하들이 목숨을 잃는 것은 아무렇지도 않게 여긴다. 이런 그가 과연 첸을 진정으로 이해하고 교감할 수 있었을까? 첸은 야마다를 이해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야마다는 첸을 끝내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다. 첸은 야마다에게 궁극의 맛을 느낄 수 있게 하는 수단일 뿐이지 동등한 인격체는 아니다. 


 첸과 길순의 관계도 진정한 교감이 이루어진다고 보기는 어렵다. 첸은 사랑했던 여인, 즉 길순을 위해 야마다에게 요리를 올린다고 하지만 길순을 향한 첸의 감정은 거의 드러나지 않는다. 사람은 사랑하는 사람을 닮아가거나 그에게서 영향을 받기 마련인데, 첸의 요리는 길순에게서 어떤 영향도 받지 않는다. 길순에게 첸은 위안부 생활을 벗어나서 따뜻한 집에서 살아가게 한 사람이지만 사랑하는 사람은 아니다. 길순은 첸의 어머니에게서 중국 요리들을 배우고 첸이 만든 맛있는 요리를 먹지만, 거기에서 첸의 사랑을 느끼지는 않는다. 소설에 연애라는 요소가 꼭 필요하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둘의 관계가 거의 형성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 문제다. 소설만으로 볼 때 둘은 우리 집 고양이와 이웃집 개만큼이나 서로 관계가 없다.  


  야마다와 길순의 관계는, 둘이 불당에서 처음 만나는 장면만으로도 얼마나 어긋난 관계인지 알 수 있다. 야마다는 돌아가신 어머니처럼 정갈한 아름다움을 지닌 길순에게 매혹되어 감탄을 내뱉지만, 길순은 신성한 불당에서 멋대로 지껄일 수 있는 권력자라는 점에서 야마다를 혐오한다. 길순은 야마다를 해치기 위해 그의 정부가 되었고, 끝까지 그에게 연민을 갖지 않는다. 야마다에게도 길순은 어머니를 떠올릴 수 있는 매개체이자 성욕을 해소할 수 있는 수단일 뿐이었다. 일제가 패전하고 도망치던 야마다가 절에서 길순에게 청국장찌개와 밥을 얻어먹는 것은 야마다의 환상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야마다는 어머니가 어린 시절 돌아가셔서 생긴 마음의 구멍을 메우기 위해 다른 사람과 진정으로 교감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을 이용한다. 그의 연민은 오직 자신만을 향해 있다. 


  이렇기 때문에 아무리 맛과 요리에 대한 묘사가 화려해도, 세 사람의 심리 묘사가 섬세해도 내게는 그들만의 이야기, 그것도 그들 각자의 이야기로만 느껴진다. 작가와 출판사, 심사위원들은 칼과 혀를 통해 한국과 중국, 일본, 세 나라가 서로를 해치려 하다가도 서로를 이해하고 위로한다고 하지만, 나는 어떤 진정한 교감도 느끼지 못했다. 그래서 독특하고 화려한 이 소설은 나를 매혹시키지도 못했고 설득시키지도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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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과 혀 - 제7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권정현 지음 / 다산책방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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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주국이라는 소재는 신선하고 맛에 대한 묘사들은 감각적이다. 그러나 첸, 야마다, 길순 중 누구에게도 공감할 수 없고, 맛에 대한 사유들은 와 닿지 않고 공허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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