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마야나
C. 라자고파라차리 지음, 허정 옮김 / 한얼미디어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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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인도 사람들의 뿌리가 되는 신앙과 가치관이 녹아 있는 대서사시. 교훈적인 이야기지만 개성 있는 캐릭터들, 잘 짜인 이야기, 문학적인 아름다움도 갖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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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형은 거짓말을 하지 않아! 낭만픽션 7
하타케나카 메구미 지음, 남궁가윤 옮김 / 북스피어 / 2018년 4월
평점 :
절판


 * 스포일러 포함


 이 책을 처음 봤을 때 표지의 예쁜 일본 인형 그림과 독특한 제목에 끌렸다. 그리고 "원치 않던 혼담으로 괴로워하던 언니가 강물에 뛰어들어 목숨을 잃었다. 동생은 언니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알고 싶어, 사람들에게 진실을 알려준다는 인형 하나히메를 찾아간다."는 줄거리 소개에 호기심이 들었다. 책을 펼쳐보니, 그 동생이 언니를 죽였을지도 모르는 아버지에게 속마음을 털어놓는 서장이 인상적이었다. 그래서 계속 읽기로 마음을 먹었다.


 소설의 주인공 오나츠는 에도시대(도쿠가와 막부가 일본을 지배하던 시기, 1603~1867) 에도(지금의 도쿄)의 스마다가와 강 료고쿠바시 다리 일대의 상권을 장악하고 있는 행수의 열세 살 난 딸이다. 오나츠의 언니 오소노는 남 몰래 사귀는 남자가 있는데, 아버지가 다른 남자에게 시집을 가라고 하자 무척이나 슬퍼했다. 그러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언니는 스미다가와 강에서 시체로 발견되었다. 아버지가 언니를 죽인 게 아닐까 의심하던 오나츠는, 료고쿠바시 다리 일대에서 복화술 인형 공연을 하는 츠키쿠사를 찾아간다. 츠키쿠사의 인형 오하나('하나히메'라는 애칭으로 불린다.)는 진실을 말한다는 소문이 널리 퍼졌기 때문이다. 오나츠와 하나히메, 아니 하나히메를 조종하는 복화술사 츠키쿠사는 언니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찾아간다.


 나는 줄거리 소개와 오나츠가 아버지에게 하소연하는 부분만 읽고 이 책 전체가 언니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찾아가는 긴 여정인 줄 알았다. 하지만 언니의 죽음에 대한 진상을 밝히는 이야기는 이 책에 실린 다섯 가지 이야기 중 하나일 뿐이었다. 나는 언니가 죽을 수밖에 없게 만들었던 비정한 아버지, 복잡한 사연, 이런 걸 기대했었다. 그런데 내가 명예살인 이야기를 너무 많이 봤나 보다. 언니의 죽음 이야기는 가부장제의 비정함, 폭력성을 다룬 무거운 이야기가 아니었다. 다섯 가지 이야기 모두 옛날 민담처럼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이야기들이었다. 


 '복화술사 탐정' 츠키쿠사는 진실을 파헤쳐가고, 하나히메의 입을 빌려 이야기한다. 오나츠는 언니의 죽음의 진상을 거의 혼자 밝혀내고, 다른 이야기들에서 간간이 단서를 잡아내긴 하지만 왓슨 박사 같은 조력자라기보다는 관찰자에 가깝다. 츠키쿠사가 진실을 찾아가는 과정이 아주 치밀하거나 스릴 있지는 않다. 그리고 읽는 사람의 마음을 흔들 정도로 슬프고 감동적이지는 않다. 하지만 차분하고 조용한 츠키쿠사와, 그의 제2의 자아지만 발랄하고 하고 싶은 말은 거침없이 하는 하나히메의 매력이 돋보인다. 주변 사람들이 하나히메는 츠키쿠사가 조종하는 인형일 뿐이라는 것을 분명히 알면서도, 츠키쿠사와 하나히메를 다른 사람처럼 대하고 심지어 하나히메를 츠키쿠사보다 우선시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재미있다. 그리고 에도시대 당시의 에도 풍경과 풍속을 보는 소소한 재미가 있다. 이렇게 에도시대를 다루는 일본 소설들은 당시 사람들이 어떤 것을 먹고, 마시고 입었는지, 어떤 일을 하고 어떻게 놀았는지 당시의 일상을 자세하게 다루고 있어 시간여행을 하는 것 같은 재미를 준다. 


 이 책을 읽을 때 부처님 오신 날을 맞이해 한창 연등축제가 열리고 있고, 푸드트럭들도 여기저기 세워져 있던 청계천에 갔었다. 지금의 한국과 에도시대의 일본은 서로 다르고, 청계천과 스미다가와 강은 크기부터 서로 다르다. 하지만 츠키쿠사의 인형극 공연을 비롯한 각종 공연들이 펼쳐지고, 온갖 먹거리들이 가득했던 에도시대의 스미다가와 강변의 분위기도 이렇지 않았을까 싶었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깊은 감동이나 슬픔, 치밀한 트릭은 없지만 에도시대 에도의 저녁 풍경을 상상하며 읽는다면 소소한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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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형은 거짓말을 하지 않아! 낭만픽션 7
하타케나카 메구미 지음, 남궁가윤 옮김 / 북스피어 / 2018년 4월
평점 :
절판


진실을 찾아가는 과정이 아주 치밀하거나 스릴 있지는 않지만, 에도시대 당시의 에도 풍경을 보는 소소한 재미가 있다. 복화술사 츠키쿠사와 그의 인형 하나히메의 매력이 이끌어가는 작품. 주변 사람들에게 본체인 츠키쿠사보다 제2의 자아 하나히메가 우선인 게 웃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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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녀 이야기 환상문학전집 4
마가렛 애트우드 지음, 김선형 옮김 / 황금가지 / 2002년 7월
평점 :
품절


* 스포일러 포함

  상상해 보자. 기독교 근본주의자들이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장악한다. 이들의 정권이 시작되면서 여성들은 모든 권리를 잃는다. 은행계좌가 막히고, 다니고 있던 직장에서 해고된다. 여성이 책을 읽으면 손목을 자르기 때문에 책을 읽고 공부를 할 수도 없다. 여성은 오직 아이를 낳을 수 있느냐, 낳을 수 없느냐는 기준으로 분류된다.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여성은 자녀가 없는 고위층 가정에 배정되어, 그 집 남편과 성관계를 가지고 아이를 낳는 '시녀'가 된다. 아이를 낳을 수 없는 여성은 핵폐기물 처리 등 위험하고 힘든 노동을 하면서 살아가게 된다. 아이를 낳을 수 없는 여성에게 그나마 나은 선택지는, '시녀'들을 감시하는 통제 요원인 '아주머니'가 되는 것이다. 

  이것이 마거릿 애트우드의 소설『시녀 이야기』속 가상의 국가 '길리어드'의 모습이다. 이 소설 속의 20세기 말에 기독교 근본주의자들이 미국을 장악하고 '길리어드'라는 정권을 세웠다.(기독교 근본주의자들이 세운 정권의 이름답게 '길리어드(Gilead)'는 성경 속의 지명인 '길르앗'에서 따온 이름이다.) 도서관 사서로 일하면서 남편과 어린 딸과 평범하고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던 주인공 준은, 직장을 잃고 가족들과 강제로 헤어진 뒤 다리가 달린 자궁 그 자체인 시녀로 전락한다. 자신과 남편이 초혼이 아니라 재혼한 부부고, 자신은 아이를 낳을 수 있다는 이유로. 믿기지 않을 정도로 끔찍하게 변해 버린 세상 속에서도 일상은 흘러간다. 길리어드의 실체는 묵묵히 일상을 살아가는 준의 독백을 통해 조금씩 드러난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안개가 조금씩 걷히면서 괴물의 실체가 드러나는 것을 지켜보는 기분이 들었다. 

  겉보기에는 조용하고 평온해 보이지만, 배란일마다 사령관과 강제로 성관계를 가지고, 아이를 낳지 못하면 폐기처분되는 삶. 그런 삶 속에서 준은 매일 죽고 싶다고 생각하지만, 자유와 가족을 되찾겠다는 희망을 붙잡고 살아간다. 준은 길리어드를 벗어나 자유를 되찾을 수 있을까? 

  소설은 저항 세력인지 저항 세력을 가장한 정부의 감시자들인지 알 수 없는 사람들이 준을 데려가는 것으로 끝난다. 준이 살아가던 시대로부터 100여 년이 흐른 2195년의 어느 역사 학회의 기록을 통해 그녀의 결말을 짐작해 볼 수 있을 뿐이다. 준이 길리어드의 처참한 현실을 증언한 테이프들이 발견되었다. 그리고 길리어드는 내부 분열과 온갖 사회 모순으로 인해 붕괴했다. 하지만 준 자신의 운명은 어떻게 되었는지 알지 못한다. 다른 나라로 망명해 자유로워졌을지, 다시 길리어드 정권에 붙잡혔을지. 길리어드가 결국에는 무너졌다 해도, 준도, 또 다른 많은 여성들도 고통 받고 희생당했을 수 있다. 역사가 기억하지 못하는 그녀들의 운명을 생각하면 더욱 안타까울 뿐이다. 

  책을 다 읽고 난 다음날 아침, 눈을 뜨자마자 든 생각은 '이곳이 길리어드가 아니어서 다행이다'였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니, 길리어드는 소설 속에만 있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녀 이야기』같은 일은 여기선 벌어지지 않아, 라고 말하는 사람들보다 내 신경을 건드리는 건 없어요. 어디서든 어떤 일이든 벌어질 수 있습니다. 적당한 조건만 주어진다면.
  작가인 마거릿 애트우드 자신도 이렇게 이야기했다.『시녀 이야기』 에서 여성에게 가해지는 억압들은 현실 속에도 숨어 있다. 자기가 입고 싶은 옷차림, 하고 싶은 머리 모양을 하고 활발하게 사회 생활을 하던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은,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의 정권이 들어선 이후로 부르카 속에, 집안에 갇히게 되었다. 여성들이 히잡을 제대로 썼는지, 이슬람 교리에 어긋나는 옷차림을 하지 않았는지 감시하는 이란의 지도원들은 소설 속 '아주머니'들을 떠올리게 한다. 이들에게는 자유롭게 살아가다 종교 근본주의 정권의 등장으로 자유를 잃은 것이 현실이다. 

  길리어드는 아프가니스탄이나 이란 같은 먼 나라뿐 아니라 우리 사회에도 숨어 있다. 2016년 말 한국 행정자치부는 전국의 가임기 여성 분포를 표시한 '대한민국 출산지도'를 발표했다. 올해 5월 24일에는 낙태한 여성을 처벌하는 형법 조항의 위헌 여부를 가리는 헌법 소원의 공개 변론이 진행되었다. 법무부는 헌법재판소에 낸 의견서에서 여성이 성관계를 가지고서 그에 따른 결과인 임신 및 출산은 원하지 않는다며, 남성도 함께 성관계를 가졌는데 낙태한 여성에게만 책임을 묻는 모순은 외면했다. 『시녀 이야기』가 30년도 더 전에 쓰여진 작품이고, 먼 가상의 나라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고 해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 작가의 말대로 길리어드는 어느 곳에서나 나타날 수 있다. 길리어드 같은 세상이 오지 않도록 끊임없이 경계해야 하는 것이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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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녀 이야기 환상문학전집 4
마가렛 애트우드 지음, 김선형 옮김 / 황금가지 / 200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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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독백과 심리묘사가 대부분인데도 길리어드의 실체가 조금씩 드러나면서 압박감이 느껴진다. 길리어드는 단지 소설 속 사회가 아니라 우리 사회 속에도 숨어 있는 것이다. 그래서 더 섬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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