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베리안 나이트 - 러시아 전문가의 시베리아 이야기
박대일 지음 / 미래터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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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필력이 아주 뛰어나지는 않고, 신선한 시각도 깊이 있는 통찰도 없다. 책 만듦새도 조금은 투박하다. 하지만 시베리아의 풍속과 사람들의 삶, 시베리아에 문화를 심었던 데카브리스트들의 이야기 등 시베리아의 다양한 삶과 모습을 살펴보기에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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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그림일기
이새벽 지음 / 책공장더불어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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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의 작은 몸짓도, 식물의 작은 새싹 하나도 무심히 지나치지 않는 섬세한 작가의 성정이 느껴진다. 일상 속의 기쁨도 슬픔도 행복도 쓸쓸함도 모두 담담하게 그려져서 더 깊이 공감하게 낸다. 글도 그림도 담백하다. 책의 만듦새도 깔끔하고 유기동물 보호소를 도우려는 취지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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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그림일기
이새벽 지음 / 책공장더불어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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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포일러 포함. 모바일 버전과 앱 버전에서는 숨은글 기능이 적용되지 않으니 스포일러를 피하시는 분들은 스포일러 표시 전 부분까지만 읽으시면 됩니다.


  도서관에 갔을 때 느끼는 가장 큰 즐거움이 생각지 못한 좋은 책을 만나는 것이다. 지난 주에 내가 사는 지역 중앙도서관에 가서 고른 책을 가지고 나오다가 서가에서 우연히 이 책을 발견했다. 고양이를 키우고 나서부터 고양이에 대한 책이라면 너무 사족을 못쓰는 게 아닌가 싶어 잠깐 망설였다. 하지만 책을 펼치고 몇 페이지를 살펴보고 나서 나는 이 책과 사랑에 빠졌다. 주인공이 집 밖에서 외출고양이(집 밖을 자유롭게 외출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고양이) 흰둥이를 만나 반가워하고, 정답게 손을 잡고 집까지 같이 왔다가 정작 집에 도착하니 서로 뻘쭘해져서 다시 헤어지는 장면을 본 순간 이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고른 책들에 이 책 한 권을 더 얹어서 도서관을 나왔다.


『고양이 그림일기』의 표지. 찬장에서 캔을 꺼내고 있는 사람이 작가이고, 찬장 위의 줄무늬 고양이가 장군이, 바닥에서 뭔가를 먹고 있는 얼룩무늬 고양이가 흰둥이이다.


  이 책은 일러스트레이터인 작가가 고양이 장군이와 흰둥이와 함께 보낸 날들을 그림일기로 기록한 것이다. 노란 수컷 고양이 장군이는 태어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부터 작가의 손에서 자란 집고양이이고, 얼룩무늬 수컷 고양이 흰둥이는 작가의 집 마당에 드나들던 길고양이였다 외출고양이로 작가네 집에 정착했다. 장군이는 뱃속에서부터 까칠한 성격을 타고 났지만 섬세하고, 흰둥이는 무던하고 생존력이 강하다. 작가는 입맛부터 성격, 습성까지 서로 다른 두 고양이와 함께 한 날을 담담하고 소탈하게 그려나간다. 


7월 7일의 일기. 비가 들이친다고 누군가 창문을 닫아버리는 바람에 흰둥이는 작가가 그림 그리는 책상 옆 창문까지 올라와서 울었다. 


  고양이들과 함께 한 날들은 소소한 추억들로 채워진다. 어느 날은 투닥거리던 두 고양이가 같이 밤 외출을 하고 똑같이 오른쪽 귀가 까매져서 왔다든지, 올해 들어 처음 익은 멍석딸기를 장군이에게 먹였다든지. 어떤 날은 단 한 줄만, 어떤 날은 여러 문단에 걸쳐 하루를 기록한다. 그림체도 글도 간결하고 담백하다. 분량이나 형식이 정해진 것도 아니고, 더 흥미진진하거나 더 화려해야 한다는 부담도 없다. 그래서 작가가 고양이와 함께한 일상들을 가만히 들여다보게 된다.


이 그림일기에서는 고양이들뿐 아니라 집 안팎의 식물들 또한 섬세하게 그려진다. 


  작가가 보낸 나날들은 고양이들뿐만 아니라 식물과 함께한 나날들이기도 했다. '고양이와 식물을 기르며 기록하는 일러스트레이터'라는 소개에 걸맞게 작가는 식물에도 많은 애정을 쏟는다. "4월 6일. 따뜻한 봄, 여러해살이풀이 올라오는 속도는 무척 빨라 아침에 나가면서 봤던 키와 들어오면서 보는 키가 다르다. 그 중 둥글레가 유독 빠르다. 흰둥이는 그것을 앞발로 톡톡 쳐 본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아무것 없던 자기 영역의 땅에 갑자기 솟아난 무언가가 신기한가 보다." "7월 3일. 매년 이맘때면 꽃나무를 번식시킨다. 번식시켜 1-2년을 키운 뒤 나눔을 한다. 가지를 잘라 깨끗한 흙에 꽂고, 줄기 아랫부분에 뿌리가 날 때까지 매일매일 물을 주면 기다린다." 작가가 고양이뿐만 아니라 식물의 생태에 관심이 많고 식물에 대한 지식과 애정이 유달리 크다는 것이 보인다. 작가가 고양이들과 식물과 함께한 날들은 고요한 듯하면서도 소소한 변화로 가득차 있다. 그런 소소한 변화를 지켜보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작가의 따뜻한 시선과 유머감각이 배어 있어 읽는 내내 입가에 미소를 짓게 된다.


스포일러

 따뜻하고 소박한 일상만 계속될 줄 알았는데, 슬픈 사건이 생긴다. 장군이가 외출하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교통사고를 당해 세상을 떠난 것이다. 그때 장군이는 여덟 살이었다. '장군이가 사고당하기 전날 밤'이라는 말만으로도 불안했는데, 그 다음날 일기에 장군이의 죽음이 적힌 것을 보고 먹먹해졌다. 그림과 함께 실린 다른 날의 일기와 달리 장군이가 죽은 날은 아무 그림 없이 글로만 장군이의 죽음을 전한다. 장군이의 죽음을 담담히 털어놓고 있지만 그 때 작가가 겪었을 슬픔은 헤아릴 수 없다. 

  그 이후는 남겨진 작가와 흰둥이 둘의 이야기다. 장군이가 떠난 뒤로도 씨앗에서는 새싹이 돋아난다. 장군이 귀신이 흰둥이에게 "쟤(작가)는 원래 아무 일 없어도 징징거리는 놈이었어"라고 투덜거리는 장면이 잠시나마 위안이 됐지만, "8년이 정말 순식간이었어."라면서 장군이의 무덤을 목도리로 덮어주는 작가의 모습에 다시 먹먹해진다. 

 

 

펼친 부분 접기 ▲


  책의 만듦새도 깔끔하다. 사람들은 하얗고 매끄러운 종이를 좋아하기 때문에 재생용지로 만든 책은 잘 읽지 않는다. 이 책은 재생용지로 만들었는데도 산뜻한 느낌이다. 하얗고 매끄러운 새 종이보다 가볍고 오래된 느낌이 일기장이라는 컨셉트에도 잘 어울린다. 1년에 한두 번씩 이 책의 수입금에 따라 사료를 적립해 유기동물 보호소에 보낸다는 취지도 좋다. 곁에 오래 두고 보고 싶은 마음이 더욱 커진다. 책 마지막에 다음 책을 예고했는데, 다음 책이 나온다면 역시 곁에 두고 싶다. 


* 작가의 블로그. 이곳에서 작가의 근황과 이후에 쓴 그림일기들을 볼 수 있다. 

https://blog.naver.com/ohmygener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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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나르다 알바의 집 지만지 희곡선집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 지음, 안영옥 옮김 / 지식을만드는지식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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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에, 사랑에 목매는 여자들이라는 서사가 진부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이렇게 다양한 여성 캐릭터들이 각자의 개성을 드러내면서 자기 목소리를 내고 기뻐하고 슬퍼하고 욕망한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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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나르다 알바의 집 지만지 희곡선집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 지음, 안영옥 옮김 / 지식을만드는지식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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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스포일러 포함


B의 방. 책이 가득 꽂힌 책장. 책상 위 책더미와 필기도구, 온갖 잡동사니 가운데 노트북이 놓여 있다. B가 노트북 앞에 앉아

망연자실한 채 노트북 화면을 바라보고 있다. 


(A가 노크한 뒤 방문으로 들어온다. A가 B 쪽으로 다가와 노트북 화면의 예매창을 본다. 뮤지컬 <베르나르다 알바>의 예매창이다.)


A: 이번엔 성공했어?

B: 아니, 어느 자리로 잡을까 잠깐 고민하는 사이에 다 나갔더라. 

A: 일단 한 자리 잡고 봤어야지. 고민할 시간이 어디 있어.

B: 그러니까. 간신히 예매대기 하나 잡아놨는데 터질진 모르겠다. 

A: (책상 위의 책을 보고) 이거 보려고 원작까지 읽었어? 

B: 응, 몇 년 전에 이미 번역됐더라. 

A: (책을 펼치고 훑어보며) 되게 얇네. 앞의 해설 빼면 한 100페이지는 되려나. 금방 읽고 책상 위에 올려놓을게.

B: 그래. 


(A는 침대에 누워 책을 읽는다.)


A: (책을 덮고 침대에 앉아 B에게) 이거 내가 생각했던 거랑은 좀 다르다.

B: 어떤 게?

A: 여자들만 나오고 여자들이 이끌어나가는 극이라고 들어서 난 굉장히 페미니즘적인 작품일 줄 알았거든. 그런데 실상은 여자들이 남자 하나한테 목매는 이야기잖아.

B: 그렇긴 하지. 

A: 작가가 남자이다 보니 어쩔 수 없는 건가? 여자한테 인생의 탈출구가 남자밖에 없다고 생각하나. 어차피 베르나르다의 딸들 중 한 명이 페페랑 잘됐다고 해도 또 다른 감옥 안에 들어가는 거잖아. 애 낳고 키우고 집안일 하고 남편 시중이나 들게 되겠지.

B: 당시 시대상을 생각해 봐. 20세기 초 유럽에서도 여자들한테 선택지는 그렇게 많지 않았을 거야. 베르나르다 알바네 가족들이 사는 시골이라면 더 보수적이었을 거고. 부모의 뜻을 거스르고 자기가 좋아하는 남자와 만나는 것만으로도 권위에 저항한 거지. 아델라가 베르나르다의 지팡이를 빼앗아 두 동강 내는 거 봐. 베르나르다의 권위에 정면으로 맞선 거야.

A: 그러면서 "저한테 명령할 수 있는 사람은 페페뿐이에요!"라고 말하잖아. "누구도 저한테 명령할 수 없어요!"가 아니라.

B: 남편은 나에게 명령을 내릴 수 있는 존재라는 인식이 너무 뿌리 깊었으니까. 누구도 자기가 살고 있는 사회와 시대의 인식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어. 

A: 시대상을 감안한다 해도 자기랑 사귀고 있다가 돈 많은 언니한테 청혼하는 남자한테 왜 이렇게 집착해? 페페가 아델라를 정말 사랑했다면 돈 때문에 다른 여자랑 결혼하려고 했겠어?

B: 스무 살이면 사랑에 눈이 멀어서 앞뒤 안 가릴 나이야. 게다가 그 시대의 스무 살이면 사랑하는 사람을 죽는 날까지 사랑하는 게 당연하다고 여겼을 거고. 그리고 페페는 아델라에게 사랑하는 사람일 뿐만 아니라 문 밖의 세상, 자유 그 자체였을 거야.

A: 나라면 페페 따윈 차 버리고 새로운 사랑을 찾았을 거야. 아니, 굳이 누군갈 사랑해야 할 필요도 없지. 혼자서도 잘 살 수 있는데. 그게 진짜 자유지. 

B: 아델라한테는 자기 마음과 욕망을 따라가는 게 진정한 자유였어. 

A: 아델라뿐만 아니라 네 명의 언니들도, 심지어 늙은 마리아 호세파까지도 결혼이 집에서 탈출할 수 있는 길이라고 여기잖아. 어쩜 다들 그렇게 남자랑 결혼에 집착하는 건지. 

B: 좋아하는 남자가 생겨도 베르나르다가 우리 집안의 격에 안 맞다고 사이를 갈라놨었잖아. 남편이 죽었을 때 3년상도 아니고 8년상을 치르자고 하면서 그 더운 여름에 문이랑 창문을 다 걸어잠그고. 딸들이 바깥 소식을 듣기만 해도 혼을 내고. 그렇게 자연스러운 욕망을 억눌러 놓으니, 딸들이 더 간절히 사랑과 결혼을 바랄 수밖에 없지. 


A: 난 베르나르다가 『토지』의 서희처럼 강인하게 한 집안을 이끌어나가는 멋진 여자일 줄 알았거든. 그런데 이 여자는 성별만 여자일 뿐이지 그냥 가부장이야. 여자가 권력을 잡아봤자 결국 같은 여자를 억압할 뿐이라는 건가?

B: 베르나르다도 가부장제의 피해자야. 집안이 제대로 돌아가려면 질서가 필요하다고 배워 왔겠지. 그런데 사람의 마음은 가부장적 질서로 통제될 수 없다는 걸 인정하지 않았어. 

A: 그 고집 때문에 오히려 베르나르다네 가족들은 더 큰 비극을 맞은 거야. 

B: 그래. 결국 막내딸이 죽는 지경까지 왔는데도 울기 않겠다면서 "베르나르다 알바의 막내딸은 처녀로 죽었다."고 선언하잖아. 자기 막내딸이 자기가 그렇게 손가락질하고 죽어 마땅하다고 했던 여자들과 같았다는 걸 인정하고 싶지 않아서. 

A: 지독한 여자야. 언니들이 막내 동생을 잃고 슬퍼할 틈도 주지 않아.

B: 베르나르다가 그렇게 하고서 예전과 같이 살 수 있었을까? 아무리 완고한 사람이었어도 그러지는 못했을 거야. 

A: 가부장제는 사람이 사람답게 살지 못하게 만들어.

B: 딸들뿐만 아니라 베르나르다도 사람답게 살지 못하게 되어버린 거지. 


(B,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가 말한다.)

B: 이 대사들 슬프지 않아? 폰시아가 큰아들한테 돈을 줘서 창녀한테 보냈다고 했잖아. 남자들한테는 창녀가 필요하다고. 그러니까 베르나르다의 딸들이 이런 대화를 나눠. "남자들은 모든 것이 용서되지." "여자로 태어난 게 가장 큰 벌이야." "우린 우리 눈조차도 우리의 것이 아니니까."

A: 거의 백 년 뒤인 지금도 그 말에 공감하게 된다는 게 슬프다. 

B: 여자들이 마음에 품고 있는 이런 괴로움을 직접 말했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 여자들이 누군가의 어머니, 딸, 아내, 연인이 아니라 기뻐하고 슬퍼하고 화를 내고 욕망하고 꿈꾸는 존재라는 걸 보여주잖아. 

A: 하지만 페미니즘적인 작품이라고 보기는 어려워. 가부장제가 나쁘다, 까지 말하는 건 좋은데, 가부장제를 벗어나는 방법이 결국은 예비 가부장에게 가는 거잖아. 그것마저 좌절되고. 세상의 질서에 맞서면 결국 이 꼴이 된다는 거잖아.

B: 그런 점에서 페미니즘적인 작품이라고 하기에는 부족하겠지만, 여성 서사로서 충분히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 지금도 이렇게 많은 여성 캐릭터들이 자기 목소리를 내고 자기 개성을 보여주고 피와 살로 된 인간으로 느껴지는 작품이 필요하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 내가 본 영화랑 연극 중에서도 *벡델 테스트를 통과한 작품이 3분의 1 정도밖에 되지 않고, 여자주인공이 그저 남자주인공의 로맨스를 보여주려고 나오는 작품도 많아.

A: 이 극이 처음 나온 지 80년도 넘었는데 아직 갈 길이 멀구나. 내가 보기에는 여전히 아쉽지만, 더 나아갈 단초를 던져주는 작품이라고 볼 수 있겠다. 

 

*벡델 테스트: 1985년 미국의 여성 만화가 앨리슨 벡델(Alison Bechdel)이 남성 중심 영화가 얼마나 많은지 계량하기 위해 고안한 테스트. 영화 속에 이름을 가진 여성 캐릭터가 둘 이상 나오는가, 그들이 서로 대화하는가, 대화 내용에 남자와 관련된 것 외에 다른 내용이 있는가, 이 세 개의 문항으로 이루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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