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가장 위대한 모험 아폴로 8
제프리 클루거 지음, 제효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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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가 달에 가게 하기 위해 길을 닦은 사람들과 그들 곁에 있었던 사람들의 이야기, 그들을 둘러싼 정치적, 사회적 배경까지 짜임새 있게 엮어 한 편의 드라마를 만들어냈다. 아폴로 8호의 비행을 가능하게 했던 과학적 원리들도 대중 독자들이 이해할 수 있게 쉽게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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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신기 세계신화총서 11
기리노 나쓰오 지음, 권남희 옮김 / 문학동네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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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 스포일러 포함

 

 지금 '꼬리에 꼬리를 무는 독서'를 하고 있다.중국을 빚어낸 여섯 도읍지 이야기를 읽고 그 책에 소개된 소설 사람의 세상에서 죽다』 를 읽었고,사람의 세상에서 죽다와 같은 프로젝트에서 만들어진 일본 소설 여신기를 읽게 되었다두 소설을 만들어낸 프로젝트는 '세계신화총서'라는 프로젝트로한 영국인 편집자의 제안으로 시작되었다신화를 분석하는 책도 좋고 신화를 바탕으로 쓴 소설이어도 좋으니 자기 나라의 신화를 모티브로 한 책을 쓰라는 제안이었다.사람의 세상에서 죽다』는 중국의 백사 전설을 모티브로 중국의 작가 리루이가 쓴 소설이고,여신기는 일본의 창조신 이자나기와 이자나미 부부의 신화를 모티브로 일본의 작가 기리노 나쓰오가 쓴 소설이다. 기리오 나쓰오는여신기』에서 일본의 창세 신화를 어떻게 재해석하고 재창조했을까?

 

고바야시 에이타쿠, <창으로 바다를 휘젓다>, 창으로 바다를 휘젓고 있는 남자가 이자나기, 그 옆의 여자가 이자나미다. 이자나기가 바다를 휘저어 뭉친 덩어리가 일본 열도가 되었다고 한다.


『여신기』 의 원전이 되는 이자나기와 이자나미의 신화는 이렇다. 태초에 부부신인 이자나기와 이자나미가 함께 일본 열도와 여러 신들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이자나미가 불의 신을 낳다 화상을 입어 죽고 말았다. 슬픔에 빠진 이자나기는 황천까지 가서 이자나미를 다시 데려오려 했다. 그러자 이자나미는 자신이 봐도 된다고 할 때까지 자신의 모습을 보아서는 안된다고 했다. 그러나 이자나기는 호기심을 이기지 못해 횃불을 켜고 아내의 모습을 보았다. 죽은 지 시간이 꽤 지나 이자나미는 살이 썩어 구더기가 들끓는 끔찍한 모습으로 변해 있었다. 놀란 이자나기는 달아나 버렸고, 이자나미와 연을 끊겠다고 선언했다. 황천에 버려진 이자나미는 이자나기에게 복수하기 위해 하루에 인간을 천 명씩 죽이겠다고 했다. 그러자 이자나기는 하루에 천오백 명씩 인간이 태어나게 하겠다고 했다. 그렇게 해서 이 세상에서는 매일 천 명이 죽고 천오백 명이 태어나게 되었다.

  일본의 작가 기리노 나쓰오는 이자나기-이자나미 신화와 오키나와 어느 섬의 풍습을 뒤섞어 『여신기』를 완성했다. 열여섯 어린 나이에 죽은 무녀 나미마와 황천에서 사람들을 죽이고 있는 여신 이자나미의 이야기가 교차된다. 둘 다 누군가를 깊이 사랑하고 그의 아이까지 낳았지만 그에게 버려지고 원한을 품었다. 나미마는 뒤늦게 자신이 아이를 낳는 도구로 이용당했음을 알게 되고, 이자나미는 아이를 낳는 고통을 혼자 짊어지는 여자의 운명에서 자유로울 수 없음에 한탄스러워한다. 

  나미마가 살았던 고대 일본의 어느 작은 섬은 대무녀가 우두머리가 되는 모계사회이지만, 개인이 사회 제도에 억압당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대무녀 집안의 첫째 손녀는 섬을 이끄는 대무녀가 되지만, 둘째 손녀는 밤의 세계, 죽은 자들의 세계를 섬기는 무녀가 되어 평생 처녀의 몸으로 무덤 곁을 지켜야 한다. 무녀가 될 딸을 낳지 못하는 무녀 집안은 마을 전체에서 따돌림당하고 고기잡이를 나가는 것도 허락받지 못한다. 딸을 낳지 못하는 것이 생계를 위협받을 잘못이 아니라는 것을 뒤집어보면, 아들을 낳지 못하는 것도 당연히 잘못이 아니다. 그리고 평생 남자와 관계를 가지지 말아야 한다는 규율을 깨고 나미마가 아이를 낳았고, 빛의 무녀가 되어야 할 아이가 어둠의 무녀가 되었어도 마을에는 어떤 천벌도 떨어지지 않는다. 신이 아니라 마을 사람들에게 들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우리를 억압하는 제도와 관습이 얼마나 헛되고 자의적인 것인지를 알 수 있다. 

  이자나미가 고통스럽게 아이를 낳을 때 이자나기는 아무런 고통도 겪지 않는다. 여기까지는 여자와 남자의 신체상 구조와 기능이 달라서 어쩔 수 없는 일이라 해도, 여자인 이자나미가 남자인 이자나기에게 건방지게 먼저 말을 걸었다는 이유로 이자나미의 첫 아이가 뼈 없는 기형아로 태어난 것은 부당한 처사다. 이자나미가 어두운 황천에서 매일 사람을 죽이고 있을 때 이자나기는 전국을 유랑하며 사냥을 즐기고, 가는 곳마다 새로운 여자와 사랑을 나누고 임신시킨다. 이자나미가 사람을 죽이고 있으니 자신은 사람을 태어나게 해야 한다는 명목으로. 그런데도 신인 이자나기를 해칠 수 없어 이자나미는 상대 여자들만 죽이니 또 다른 가해자가 된다. 

 인간도 신도 벗어날 수 없는 이 부당한 상황에 인간인 나미마와 여신인 이자나미는 어떻게 대처할까. 나미마는 자신을 배신한 마히토를 죽이지만, 죽은 마히토의 영혼이 자신을 따뜻하게 안아주자 마음이 약해진다. 복수가 얼마나 허무한 것인지를 깨달은 나미마는 이자나미에게 이제 이자나기를 용서해 주자고 말한다. 그러나 이자나미는 자신은 복수하는 게 아니라 세상의 질서를 어지럽힌 이자나기를 벌하는 것이라며, 뒤늦게 자신에게 용서를 구하는 이자나기를 끝내 용서하지 않는다. 그렇게 이자나미는 황천의 여신, 죽음의 여신으로 남는다. 

  기리노 나쓰오가 보는 세상은 고대에나 현대에나, 인간에게나 신에게나 가혹하고 차갑다. 나미마처럼 복수하려는 마음도 내려놓을지, 이자나미처럼 용서도 화해도 거부하고 복수를 포기하지 않을지는 각자의 선택에 달려 있다. 어느 쪽이 옳고 어느 쪽이 그른 것은 아니다. 둘 중 어느 쪽도 선택하지 못한 채 애매한 태도로 살아갈 수도 있다. 그래서  『여신기』 는 황천보다도 더 차갑고 어두운 세상 속에서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결정하고 그대로 살아가는 신의 이야기이면서 인간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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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신기 세계신화총서 11
기리노 나쓰오 지음, 권남희 옮김 / 문학동네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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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게도, 여신에게도 황천보다 가혹하고 차가운 세상. 나미마처럼 살아갈지 이자나미 여신처럼 살아갈지는 각자의 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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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일러스토리 1 - 모든 것은 그리스에서 시작되었다 인문학 일러스토리 1
곽동훈 지음, 신동민 그림 / 지오북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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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그리스를 알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한 좋은 입문서. 단순히 지식을 요약 정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작가 나름의 시각을 가지고 이야기를 풀어가는 것이 돋보인다. 간결하고 발랄한 일러스트는 이해를 도우면서 재미를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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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일러스토리 1 - 모든 것은 그리스에서 시작되었다 인문학 일러스토리 1
곽동훈 지음, 신동민 그림 / 지오북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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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소개를 읽었을 때 이 사람은 도대체 뭐하는 사람인가 궁금했었다. 의학과 사회학을 전공했고 인터넷 문화잡지와 웹디자인 전문지의 편집장을 역임했다. 한국어, 영어를 포함해서 섭렵한 언어가 13개나 되고, 저서나 번역한 책도 그 분야가 제각각이다. '광범위한 분야의 지식을 대중적인 감각으로 풀어내는 지식의 큐레이터'이자 '다양한 분야에 대한 무절제한 호기심 때문에 온갖 종류의 지식을 쌓은 딜레탕트(dilettante, 예술이나 학문을 전문가로서가 아니라 애호가로서 하는 사람)'라니, 수십 가지 메뉴를 팔지만 그 중 맛있는 메뉴는 하나도 없는 식당 같은 사람은 아닐까 하는 걱정이 들었다. 그런 염려는 책을 읽으면서 사라졌다. 

  '모든 것이 그리스에서 시작되었다'는 부제처럼, 이 책은 고대 그리스의 역사와 문화를 공부하는 입문서이다. 200여 페이지밖에 되지 않는 입문서답게 아주 깊이 있게 들어가지는 않지만, 고대 그리스의 역사와 문화 중 알아두어야 할 것들을 잘 정리했다. 이 책으로 공부한 뒤 고대 그리스 영역 시험을 본다면 괜찮은 점수가 나올 것이다. 

  하지만 마냥 요약정리만 잘 해 놓은 책은 아니다. 고대 그리스의 역사와 문화를 바라보는 작가 나름대로의 시선도 있는데, 그 시선이 재기발랄하다. 저자는 플라톤 철학의 정수라고 할 수 있는 저서『국가』 가 정작 중심 내용인'올바르게 국가를 다스리는 법'을 제외한 모든 것이 가치 있는 책이라고 이야기한다. 플라톤의 주장에 따르면, 국가를 지키는 방위자들은 잡스럽고 시끄러운 음악도, 거짓 이야기인 서사시도 들어서는 안 되며 동료들과 아내와 자식을 공유해야 한다. 게다가 "개나 새들을 교배시킬 때 혈통 좋은 것끼리 짝을 맞추는 것처럼 사람도 뛰어난 남녀를 짝지어 주어야 한다."고 당당하게 우생학을 주장하고 있으니, 현대인의 입장에서는 저자의 표현처럼 "꼴통 같은 소리"다. 저자는『국가』를 스승 소크라테스를 죽인 아테네의 민주주의에 대한 실망과 그에 대비되는 스파르타의 전체주의에 대한 호감이 낳은 미숙한 작품이라고 보고 있다. 그러나 정의와 권력, 국가, 교육 등 주요 사회 문제에 대해 지금까지 논의되고 있는 것들의 시초가 『국가』에 담겨 있다. 이런 이야기들은 상대에게 질문을 하면서 상대의 무지를 깨닫게 하는 소크라테스 철학 특유의 철학적 문답법으로 전개된다. 정치, 철학, 윤리, 논리 등 다양한 분야에서 후세에 영감을 준 책이라고 할 수 있다. 범접할 수 없는 고전으로만 느껴졌던『국가』에 대한 작가의 솔직한 평가를 보고 나니, 오히려 더 알고 싶고 읽고 싶어진다. 


『인문학 일러스토리 1』의 일러스트들. 간결하고 발랄한 삽화가 본문 내용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이미지 출처: 신동민 일러스트레이터 갤러리(http://new.picturebook-illust.com)


  그리고 본문만큼이나 재기발랄한 일러스트가 본문 내용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주면서 재미도 더해준다. 중요한 내용을 깔끔하게 그림으로 정리하면서 때로는 본문 내용을 보충설명하는 역할도 한다. 본문 옆의 작은 글상자에 담긴 용어 설명과 때때로 지은이가 개입해서 하는 보충 설명에도 많은 정보가 들어 있다. 

  이 책이 고대 그리스 문화로의 좋은 입문서 역할을 하는 데 큰 도움이 되는 요소가 챕터 끝마다 있는 '함께 읽으면 좋은 책'이다. 호메로스의 『일리아드』, 소포클레스의 『오이디푸스』 왕 같은 고대 그리스 당대의 저작부터 니체의 『비극의 탄생』, 홉스의 『리바이어던』 같이 고대 그리스 문화를 분석하거나 영향을 받은 책들까지 고대 그리스를 깊이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책들을 추천하고 있다. 왜 그 책을 읽어야 하는지이유도 자세하게 설명해 주고 있다. 얇지만 고대 그리스로 떠나는 플랫폼 역할을 훌륭하게 해내고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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