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설백물어 - 항간에 떠도는 백 가지 기묘한 이야기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17
쿄고쿠 나츠히코 지음, 금정 옮김 / 비채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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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괴나 귀신보다 더 독하고 무서운 것이 사람의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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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일러스토리 2 - 고전으로 보는 로마문화사 인문학 일러스토리 2
곽동훈 지음, 신동민 그림 / 지오북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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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로마를 공부하고 싶은 사람들이 워밍업하기 좋은 책. 로마의 역사와 제도, 문화를 간결하고 재미있게 설명하고 있고, 더 깊이 읽어볼 수 있는 책들까지 소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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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가 조장하는 위험들 - 위기에 내몰린 개인의 생존법은 무엇인가?
브래드 에반스.줄리언 리드 지음, 김승진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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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가가 조장하는 위험들'이라는 제목과 "세월호 참사, 메르스 사태, 전쟁, 테러...계속되는 재앙과 재난 속 안전과 안보를 책임지지 못하는 국가 통제 시스템의 진실'이라는 홍보문구를 보면, 국가 안보 시스템의 허점을 파헤치고 비판하는 책인 것 같다. 하지만 이 책은 국가보다는 전 세계 국가들에게 막대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신자유주의(Neoliberalism, 국가권력의 시장개입을 비판하고 시장의 기능과 민간의 자유로운 활동을 중시하는 이론. 이전의 자유주의가 낡은 옛 관습에서 벗어나자고 주장한 반면, 신자유주의는 인간이 자신의 지성으로 옛 습관, 관습, 제도, 신념을 새로운 현실 조건과 연결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가 전 세계 사람들에게 위험에 노출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고 위험을 겪고 나서 스스로를 회복시키는 역량, 즉 회복력을 키워야 한다고 독려하는 것이 얼마나 헛되고 기만적인 일인지를 밝히고 있다.(그래서 원제도 '회복력 있는 삶 Resilient Life'다.) 


  과거에 국가 권력은 국민들의 안전을 보장해 준다는 명목으로 국민들의 삶에 개입했었다. 하지만 오늘날의 신자유주의는 사람들에게 안전을 보장해 주지 않고, 오히려 우리가 안전하지 않다는 것을 인정하라고 한다. 이 책에서 말하는 위험은 주로 지구 전체의 위험, 특히 생태계적인 위험이다. 인류는 지구 생태계의 일부지만, 산업 발전을 위해 지구를 이용하면서 환경을 파괴시키고 자원을 고갈시켰다. 인류 스스로 전 지구적 위험을 일으킨 것이다. 위험 자체는 완전히 제거할 수 없고, 우리 모두는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신자유주의의 주장이다. 그러니 개개인이 위험을 겪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고 위험을 겪고 나서 회복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신자유주의는 지구상의 생물종들이 위기를 넘기고 진화했듯이, 우리가 위기를 통해 오히려 더 발전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저자들은 그저 위험에 대처하고 적응하는 삶을 거부한다. 그러한 삶은 불안에 사로잡혀 그저 살아남는 것 이상의 삶, 더 나은 삶을 꿈꾸지 못한다. 위험은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위험에 적응하고 대처하는 삶만을 살다보면 우리는 불안과 고통에 우리 자신을 소진시켜 버린다. 저자들은 미래를 우리에게 올 재앙으로만 보고 두려워하지 말고, 새로운 삶과 세상을 꿈꾸자고 주장한다. 팍팍한 현재와 막막한 미래에 한탄하고 있지만 않고, 신자유주의와 국가 권력이 진리라고 말하는 것들에 의문을 품고 저항하는 것에서 변혁의 가능성을 본다. 이성으로 신자유주의 통치의 허점을 알아채고 스스로의 한계를 인식하면서, 상상력으로 세상이 정한 한계를 뛰어넘어 세상을 변화시킨다. 저자들은 회복력에 의존하는 삶 이상의 삶이 있음을 믿는다.


  정치철학을 이야기하는 책인데 이 책은 정치적이기보다 철학적으로 느껴진다. 사회과학 서적인데도 시적인 표현들이 많이 사용되고, 대안은 다소 원론적이고 이상적이다. 문제점을 지적하는 부분은 다소 동어반복적이고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지는 못한다. 그래서 상상력으로 신자유주의나 국가 권력이 정상이라고 이야기하는 삶 너머를 바라보자는 이야기가 뜬구름 잡는 이야기나 정신승리에 그치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가 들기도 한다. 나는 지금 당장 내가 겪고 있는 작은 억압 하나도 이길 힘이 없는데 상상이 무슨 힘이 있을까. 그래도 지금의 고통과 미래에 대한 불안에 지금의 삶을 저당잡히지 않고, 더 나은 삶, 더 나은 세상을 꿈꾸고 싶다. 이런 마음들이 모여서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이 더 나아지고, 세상이 더 나아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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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가 조장하는 위험들 - 위기에 내몰린 개인의 생존법은 무엇인가?
브래드 에반스.줄리언 리드 지음, 김승진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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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론은 동어반복적이고 제시하는 대안은 형이상학적이지만, 그저 위험에 대처하는 삶 이상의 삶을 상상하고 살아가라는 메시지에는 깊이 공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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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틴어는 지금 실생활에서 사용되지 않고 있고, 서구권의 수많은 학생들을 절망으로 몰아넣을 정도로 문법이 어려운 언어다. 그런데도 2010년부터 2016년까지 서강대에서 진행되었던 한동일 교수의 라틴어 수업은 많은 학생들의 사랑을 받았다. 다른 학교 학생들과 일반인들까지 청강하러 올 정도였다. 그의 수업이 단순히 언어를 가르치는 데 그치지 않고, 라틴어에 담긴 그리스 로마 시대의 문화, 사회 제도, 법, 종교, 그리고 로마를 계승한 유럽 국가들의 역사와 문화까지 다루는 종합 인문 수업이었기 때문이었다. 그의 강의를 정리한 책 『라틴어 수업』은 인문 분야의 베스트셀러가 되어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라틴어 수업』이 출간된 지 1년 뒤 출간된 김동섭 교수의 『라틴어 문장 수업』 은 여러 면에서 『라틴어 수업』을 벤치마킹한 흔적이 뚜렷하다. 책의 제목부터 라틴어 수업으로 사랑을 받아온 교수가 수업 내용을 정리한 책을 낸다는 기본 콘셉트, 한 챕터당 하나의 라틴어 문장을 통해 라틴어와 관련된 지식들을 전달하는 형식까지 『라틴어 문장 수업』은 『라틴어 수업』 과 닮아 있다. 하지만 진정한 벤치마킹은 벤치마킹하는 대상의 장단점을 분석해 자신의 것을 더 낫게 만드는 것. 두 책이 각각 어떤 장단점을 가지고 있는지, 그래서 각각 어떤 독자들에게 더 와 닿을지 살펴보려고 한다. 여러분이라면 누구의 라틴어 수업을 듣고 싶을까?



'나는 왜 라틴어를 공부하는가'라는 질문의 답


  라틴어를 공부하기 전에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은 '나는 왜 라틴어를 공부하는가'이다. 한동일 교수는 첫 수업에서 학생들에게 이 질문을 던진다. 대부분의 학생들에게는 엄청난 계획이나 원대한 포부가 있지 않고, 그저 '있어 보이기 위해' 라틴어를 공부하는 것처럼 유치한 이유도 많다. 그러나 처음부터 거창한 목적이 있어야 한다면 숨이 막힐지도 모른다며, 칭찬 받고 싶고 잘난 척 하고 싶어 하는 유치함에서 무언가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한동일 교수는 말한다. 위대함을 만들어낼 수 있는 유치함이라는 점에서 그는 이러한 유치함을 '내 안의 위대한 유치함 Magna Puerilitas Quae est in me 마그나 푸에릴리타스 쿠에 에스트 인 메'라고 부른다. 라틴어를 공부하는 자신만의 이유를 찾을 수 있도록 학생들을 이끄는 것이다.

  반면 그 질문에 대한 김동섭 교수의 답은 보다 실용적이다. 그는 본문에 앞서 '라틴어를 배우면 좋은 열 가지 이유'를 제시한다. 영어 어휘의 50퍼센트 이상이 라틴어이다, 현대 학문의 용어들은 대부분 라틴어이다, 인지 능력을 향상시켜 주는 언어이다, 전 세계에 라틴어의 후예들이 있다, 등의 열 가지 이유들은 대부분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이유들이다. 라틴어를 배워서 어딘가에 써먹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이렇게 명쾌하고 실용적인 이유들이 동기부여가 될 것이다.



깊이 있는 사유 VS 얕고 넓은 지식


  한동일 교수의 라틴어 수업이 사랑을 받은 이유는 라틴어와 관련된 인문학적 지식과 사유의 깊이이다. '만일 신이 없더라도 Etsi Deus non daretur 에트시 데우스 논 다레투르'라는 한 문장을 통해 고대에서 현대까지 인간이 종교와 세속을 분리시켜 온 과정과 정교분리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펼쳐나가는 내공에 감탄하고, 로마인의 음식, 놀이, 나이, 욕설, 장례문화부터 법과 제도, 역사까지 로마에 대한 흥미롭고 다양한 이야기에 빠져든다. 라틴어 문장과 관련된 지식을 자연스럽게 엮어나가는 한동일 교수의 스토리텔링 능력이 뛰어나다. 존댓말로 이야기하는 부드러운 문체가 직접 강의를 듣는 듯한 느낌을 더해준다.

  또한 『라틴어 수업』 이 다루는 라틴어 문장 중 삶의 태도와 죽음에 대한 격언이 많다 보니, 삶과 죽음에 대한 한동일 교수의 성찰도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죽음은 예정되어 있고 삶은 유한하지만, 자신을 소중히 여기고 매 순간을 충실하게 살아가라는 그의 가르침에 많은 학생들과 독자들이 위로를 받는다. 반면 뻔한 이야기를 라틴어로 포장했다, 주목적인 라틴어 공부보다 저자의 인생관 이야기가 더 많다는 비판의 목소리들도 제기된다. 

  김동섭 교수의 『라틴어 문장 수업』 이 전하는 지식은 그보다 얕고 넓다. 『라틴어 수업』 이 309페이지, 『라틴어 문장 수업』 이 303페이지로 전체 분량은 서로 비슷한데 『라틴어 수업』 에서 다루는 문장은 28개, 『라틴어 문장 수업』 이 다루는 문장은 78개로 『라틴어 수업』  이 다루는 문장 갯수의 3배에 가깝다.  『라틴어 문장 수업』 의 한 챕터가 『라틴어 수업』 의 한 챕터의 3분의 1 분량이 될 수밖에 없다. 소개하는 라틴어 문장이 더 많으니 문장과 관련된 이야기도 더 다양하지만, 『라틴어 수업』 만큼 한 문장을 깊이 파고들지는 않는다. 김동섭 교수도 라틴어 문장에 관련된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지만 내용의 중심은 라틴어와 그와 관련된 지식이다. 문체도 다른 대부분의 교양 서적들과 같은 평범한 평서문이어서 더 실용적인 느낌이 든다. 라틴어 문장과 그에 관련된 지식을 엮어나가는 솜씨는 한동일 교수보다 투박하지만, 다른 누군가의 인생관 대신 다양한 지식을 듣고 싶은 독자들은 이 쪽이 더 끌릴 수 있다.


라틴어에 대한 흥미 심기 VS 라틴어 실력의 기초 쌓기


 『라틴어 수업』 의 첫 챕터에서 한동일 교수는 자신의 수업의 궁극적인 목표는 라틴어 실력을 키우는 것이 아니라 라틴어에 대한 흥미를 심어주고 라틴어를 통해 사고체계의 틀을 만들어주는 것이라고 말한다. 교양 수준으로 공부하는 학생들까지 라틴어 문법을 철저히 공부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라틴어 단어의 어원이나 문법에 대한 설명도 중간중간에 나오지만, 라틴어를 통해 본 로마와 유럽의 학문과 문화, 역사, 법 등 다채로운 면모와 삶과 죽음에 대한 성찰이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그 나라의 역사와 문화에 호기심을 가지면 그 나라의 언어를 더 쉽게 익힐 수 있고, 새로운 지식들을 알아가는 기쁨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김동섭 교수는 『라틴어 문장 수업』 의 서문에서 라틴어를 모르는 독자들이 문장을 순서대로 따라 읽으면서 라틴어를 독학하게 하는 것이 집필 의도라고 밝힌다. 그래서 문장마다 단어별로 분석하며, 그 문장이 문법적으로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설명한다. 『라틴어 수업』 의 부록이 라틴어 수업을 들은 제자들의 소감인 반면, 『라틴어 문장 수업』 의 부록은 라틴어의 알파벳과 발음, 기본 문법과 라틴어 공부에 도움이 되는 웹사이트 목록, 명사와 형용사, 대명사의 곡용표다.(곡용은 명사의 격과 성, 수에 따라 명사의 형태가 변화하는 것이다.) 정말 라틴어 실력의 기초를 쌓고 싶다면 교재를 따로 사는 것이 좋겠지만, 이 라틴어 문장이 어떻게 해서 이렇게 해석되는지 알고 싶고 라틴어 문법을 좀 더 알고 싶은 독자들에게는 『라틴어 문장 수업』 이 더 도움이 될 것이다.


  로마의 희곡작가 테렌티우스Terentius의 말처럼, 사람 수만큼 생각도 다르다 Quot hominibus, tot sententiae 쿠오트 호미니부스, 토트 센텐티아이. 한동일 교수의 깊이 있는 지식과 사유를 더 사랑하는 독자도 있을 것이고, 김동섭 교수의 다양한 지식과 자세한 라틴어 문법 설명을 더 좋아하는 독자도 있을 것이다. 어느 책을 읽든, *읽고 행복하시길 Utere Felix 우테레 펠릭스.  

* 로마인들이 책을 선물할 때 적어넣었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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