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관의 선택 - 생사의 순간, 최선의 결정을 내리는 법
사브리나 코헨-해턴 지음, 김희정 옮김 / 북하우스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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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이라도 더 살리기 위해 오늘도 치열하게 살아가는 소방관들을 더 깊이 이해하게 할 뿐만 아니라, 삶에서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하는 모두에게 좋은 지침이 되어준다. 아무것도 선택할 수 없다고 느껴질 때 앞으로 나아갈 용기를 주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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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어 수업 - 다음 세대를 위한 요즘 북한 말, 북한 삶 안내서
한성우.설송아 지음 / 어크로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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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등학교대학교에서 공부했던 영어 교재나 제2외국어 교재는 주요 인물을 설정하고 그 인물들이 나누는 대화를 통해 그 대화에서 사용된 단어와 표현들을 익히는 형식이었다문화어 수업은 수업이라는 제목에 맞게 이런 외국어 교재와 비슷한 형식을 하고 있다평양에 1년 동안 체류하게 된 남한의 방언학자 한겸재와 그의 가족(저자 자신과 가족들을 모델로 한 것으로 보인다.)들이 북한의 미대 교수 리청지’ 가족과 함께 보고 듣고 겪은 일들이 이 책의 주요 내용이다더 자세히 보면 식사 시간’, ‘교통수단’, ‘학습 용어’, ‘두음법칙’ 등 20개의 주제에 대한 단어와 표현그에 대한 설명으로 구성되어 있다외국어 교재처럼 대화만으로 구성된 것은 아니고이야기 속에 자연스럽게 문화어에 대한 설명이 녹아 있는 모습이다.

 

이 책의 저자인 방언학자 한성우 교수의 전작 우리 음식의 언어노래의 언어를 재미있게 읽었는데앞의 책은 우리 음식과 관련된 우리말을뒤의 책은 우리 대중가요 가사 속 우리말을 탐구해 보는 책이었다이 책들에서 한성우 교수는 우리말과 관련된 이야기들을 재미있게 풀어나갔는데문화어 수업에서도 특유의 이야기 솜씨를 발휘한다앞의 책들과 달리 각자의 개성을 가진 인물들이 서로 대화하고 같이 뭔가를 하며 이야기들을 만들어가니 더 흥미롭다공저자인 북한 출신 설송아 기자는 상자 글에서 본문을 읽는 데 참고할 만한 지식을 전하고 있다북한 사람들의 언어 습관뿐만 아니라 밥상 구성주택 상황교육 제도 등 북한의 현재 상황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문화어가 남한의 언어와북한 사람들이 우리와 그렇게 많이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미제의 각을 뜨자’ 같은 과격한 북녘 언어는 구호나 뉴스에서나 쓰이지 일상생활에서는 잘 쓰이지 않는다북한 사람과 남한 사람이 대화를 하면 대부분은 서로 이해할 수 있으며가끔 귀에 걸리는 낯선 어휘들도 맥락을 살피면 그 뜻을 이해할 수 있다북한 사람들은 남한에서 들어온 옷가지들을 장마당에서 사 입고젊은이들은 몰래 남한 아이돌의 노래를 듣는다심지어 남한 젊은이들처럼 남자친구를 오빠라고 부르는 젊은이들도 있다.

 

그래서 저자는 20강 내내 줄기차게 이야기한다남과 북은 다른 점보다 같은 점이 많고다른 점마저 온전히 이해해야 한다고한겸재 교수의 딸 슬기와 리청지 교수의 딸 예리는 서로가 사용하는 단어나 맞춤법이 이상하다고 고개를 갸웃거린다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서로가 사용하는 단어의 뜻을 맞춰보는 놀이를 할 정도로 편안하게 서로의 언어를 받아들인다한겸재 교수는 이런 아이들의 모습에서 우리 언어의 미래를 본다통일이 된 이후 무조건 한쪽을 기준으로 삼아서 거기에 모든 것을 끼워맞출 수는 없으니우리도 북한의 어문 규정을 어느 정도 수용해야 할 것이다맞춤법을 잘 알아야 하는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새로운 어문 규정을 다시 배우는 게 번거롭게 느껴지는 건 사실이다하지만 내가 불편하다고 다른 사람에게 내 것에 맞추라고 강요할 권리는 내게 없다한겸재 교수(의 입을 빌린 한성우 교수)의 말처럼 남한 사람들과 북한 사람들이 언어생활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살아남는 말들사람들이 언어생활을 편안하게 할 수 있게 하는 규칙들을 잘 활용하면 될 일이다.

 

이 책은 왜 남한에서는 두음법칙을 쓰고 북한에서는 쓰지 않는지, 남한과 북한에서 한글 자음, 모음을 부르는 명칭이 왜 다른지, 남한의 이 단어가 북한에서는 어떤 다른 뜻으로 사용되는지 같은 남북 언어에 대한 다양하고 흥미로운 지식들을 전달한다. 하지만 지식보다 중요한 것은 서로를 이해하려는 태도임을 책 전체에 걸쳐 강조한다. “남북의 말 차이를 가장 크게 보여주는 사례가 뭔가요?” 북한말 중 재미있는 사례 몇 개만 들어주시겠어요?”라는 질문에 대답하는 대신, 이런 질문이 사라지게 하는 것이 이 책의 목표라고 저자는 맺음말에서 이야기한다. 저자의 바람처럼 남북 사람들이 서로의 언어를 우스꽝스러운 흥밋거리로 여기기보다는, 같은 점을 바탕으로 서로의 다른 점들을 수용하고 조화시켜 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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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어 수업 - 다음 세대를 위한 요즘 북한 말, 북한 삶 안내서
한성우.설송아 지음 / 어크로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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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에 남북 언어에 대한 지식을 자연스럽게 녹여내는 솜씨가 돋보인다. 언어에 대한 지식뿐만 아니라 최근 북한 사회의 모습까지 엿볼 수 있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남북은 이렇게도 달라졌지만, 의외의 곳에서 다시 닮아가고 있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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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어 개츠비 웬일이니! 피츠제럴드 X시리즈
프랜시스 스콧 피츠제럴드.맥스웰 퍼킨스 지음, 오현아 옮김 / 마음산책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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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애하는 H군 


코로나 때문에 요새 도서관엔 못 가고 있어. 대신 사 놓기만 하고 읽지 않았던 책이 여덟 권이나 돼서, 두 달 정도는 이걸로 버틸 수 있을 것 같아. 얼마 전 피츠제럴드의 여정을 따라가는 책을 읽고 났더니 피츠제럴드와 담당 편집자 맥스웰 퍼킨스가 나눈 편지를 모은 서간집도 읽고 싶어졌어. 작가와 편집자가 나눈 이야기니 이제 막 편집자가 된 나로서 더 공감할 수 있을 것 같았고. 그래서 사 놓은 지 몇 달 만에 이 책을 읽게 됐지. 


그런데 의외의 진입 장벽이 나를 가로막았어. 바로 돈 이야기. 피츠제럴드는 한때 작가로서의 명성과 부를 누렸지만, 사치스러운 생활과 아내의 병 때문에 자신이 번 돈을 탕진하고 평생 빚에 허덕여야 했어. "편집자님, 돈 좀 빌려 주세요.", "편집자님, 돈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말이 책 전체에 걸쳐서 얼마나 자주 나오는지. 피츠제럴드가 아무리 재치 있는 문장으로 이야기해도 돈 빌려달라는 얘기는 유쾌하지 않아. 텍스트로만 보는 나도 짜증이 나는데 퍼킨스는 한 번도 짜증내거나 꾸짖지 않고 돈을 빌려주더라. 그걸 보면서 편집자의 중요한 자질 중 하나는 인내심이 아닐까 싶었어.  


그래서 도통 진도가 나가지 않고 있었는데, 결국에는 나도 퍼킨스처럼 피츠제럴드의 돈타령에 익숙해지더라. 내가 지금 출판사에서 하고 있는 것과 비슷한 고민을 이 사람들도 하고 있으니 공감도 됐고. 표지는 어떤 색으로 하고 어떤 그림, 어떤 홍보 문구를 넣을 것인지. 어떤 단편을 싣고 어떤 단편을 싣지 않을 것인지. 어떤 장면을 살리고 어떤 장면을 버려서 작품의 완성도를 높일지. 책의 제목은 무엇으로 할 것인지. 피츠제럴드는 이 표지 그림은 등장인물을 정말 정확히 표현했다, 이 홍보 문구는 너무 식상해 보인다, 이 제목보다는 저 제목이 좋겠다, 이 장면은 작품의 주제를 가장 잘 보여주는 장면이기 때문에 절대 삭제할 수 없다는 식으로 자기 작품에 대해 퍼킨스와 함께 고민해 왔어. 서로 의견이 충돌할 때도 있지만 둘은 서로의 의견을 존중해. 피츠제럴드는 퍼킨스의 글 보는 눈과 작품에 대한 통찰력을 신뢰하고, 퍼킨스는 작가의 소신을 자신이 꺾는 일이 없도록 하려고 노력해. 편집자로서 이렇게 함께 좋은 책을 만들어갈 수 있는 작가를 만나고 싶어. 


그런데 이들이 이야기하는 작품 중 내가 읽어 본 거라곤 '위대한 개츠비'와 '벤자민 버튼'밖에 없으니, 이해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생각이 들긴 했어. 아무래도 내가 읽어 봤기에 잘 알고 있는 '위대한 개츠비'에 대한 부분에서 집중도가 높았지. 이들이 '위대한 개츠비'를 놓고 무엇을 고민하고 있는 건지 이해할 수 있었고.(특히 '위대한 개츠비'의 제목을 둘러싼 둘의 의견 차이가 흥미로웠어. 피츠제럴드가 제안한 제목('트리말키오', '웨스트에그로 가는 길', '높이 뛰어오르는 연인' 등등)들은 정말 무슨 책인지 감도 안 오고 어려운데, 퍼킨스가 제안한 '위대한 개츠비'는 지금까지도 '개츠비가 정말 위대한가, 정말 위대한 거면 왜 위대한 건가'를 놓고 독자들이 끊임없이 토론하게 만들었거든.) 내가 영문학을 그렇게 좋아하진 않지만, 피츠제럴드와 퍼킨스가 이야기했던 피츠제럴드와 당시의 다른 미국 작가들의 작품을 직접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특히 피츠제럴드의 단편들. 피츠제럴드는 단편보다 장편이 가치 있다고 느끼고 단편을 생계 수단으로 생각하긴 했지만, 장편과는 다른 독특한 매력이 있을 것 같아. 그리고 헤밍웨이의 에세이집 '호주머니 속의 축제'도 읽어볼 생각이야. 인터넷 서점에서 미리보기로 몇 페이지 읽었다 반해서 사 뒀거든.)


작품을 읽지 않았어도, 둘의 편지에서 서로와 동료 작가들에 대한 감정이 엿보여서 흥미로웠어. 출판사에 불만이 있을 때 퍼킨스에게 툴툴거리긴 했어도 피츠제럴드는 자신과 헤밍웨이, 토머스 울프를 퍼킨스의 '아들들'이라고 할 정도로 퍼킨스를 믿고 따랐어. 다혈질이고 욱하는 성격의 헤밍웨이와 자기중심적이고 제멋대로인 토머스 울프에 대한 마음의 앙금이 느껴지긴 했지만, 그래도 둘의 문학적 재능을 인정하고 아끼는 피츠제럴드의 마음이 느껴지더라. 퍼킨스는 그들 중간에 서서 그들 모두를 존중하면서 그들에게 굳건한 버팀목이 되어주었고. 내가 볼 수 있는 건 편지 속 그들 인생의 단편들이지만, 그 단편들을 가지고 그들의 삶과 관계를 엿볼 수 있는 게 흥미로웠어.


나는 앞으로 어떤 작가들을 만나고 어떤 글들을 만나게 될까? 이렇게 좋은 작가들을 만나고 그들과 좋은 관계를 이어가기는 쉽지 않겠지. 그들이 살고 있던 당시의 미국 출판계와 내가 몸 담고 있는 한국 출판계는 정말 많이 다를 거고. 환상을 가지지는 않으려고 해. 그래도좋은 책을 만들기 위해 이렇게 치열하게 함께 고민해 온 사람들이 있었고, 나도 함께 좋은 책을 만들어갈 작가를 만났으면 좋겠다고 소망해. 좋은 편집자가 될게. 너도 좋은 작가가 되어줘.언젠가 좋은 편집자와 좋은 작가로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어. 


너의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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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어 개츠비 웬일이니! 피츠제럴드 X시리즈
프랜시스 스콧 피츠제럴드.맥스웰 퍼킨스 지음, 오현아 옮김 / 마음산책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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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츠제럴드의 돈타령에 질리고, 이 편지에 언급된 작품들 중 읽어본 것이 적어 둘의 대화를 아주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없는 것이 안타깝다. 그럼에도 평생 동안 좋은 작품, 좋은 책을 함께 만들어 간 그들의 이야기와 우정은 마음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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