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구기담
아야츠지 유키토 지음, 정경진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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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롭고 무게 있는 척하지만 얄팍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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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의 팡도르
안나마리아 고치 지음, 비올레타 로피즈 그림, 정원정.박서영 옮김 / 오후의소묘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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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도서관에서 나오려다 신착 도서 서가를 한 번 더 돌아봤다. 맨 위 칸에 눈에 띄는 그림책이 있었다. 눈 덮인 벌판 위에서 빨간색의 무언가를 가운데 두고 마주 앉아 있는 할머니와 검은 형체. 도대체 저 검은 형체의 정체는 무엇이고, 둘은 추운 겨울에 밖에서 뭘 하고 있는 걸까. 제목으로 책의 내용을 짐작해 보려고 해도 '팡도르'라는 단어에서 막힌다. 무슨 책인지 잠깐 앉아서 읽다 가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림책 한 권을 다 읽는 데 길어야 20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을 테니까.


크리스마스에 먹는 이탈리아의 전통 빵, 팡도르

이미지 출처: https://www.insidetherustickitchen.com/pandoro-christmas-cake/


내 호기심을 자극했던 단어 '팡도르'는 정확히 발음하자면 '판도로(pandoro)'이고, 크리스마스에 먹는 이탈리아의 전통 빵의 이름이라고 한다. 강가에 있는 어느 시골 마을 외딴 집에 살고 있던 할머니는 '죽음도 나를 잊어버렸다'고 할 정도로 오랜 세월 혼자 외롭게 살아왔다. 직접 빵을 만들어 마을 아이들에게 나눠주는 것이 할머니의 낙이다. 크리스마스를 몇 주 앞둔 어느 겨울, 할머니를 잊어버린 줄 알았던 사신(死神)이 할머니를 데리러 찾아왔다. 할머니는 크리스마스 때 마을 아이들에게 나눠줄 팡도르를 만들어야 하는데, 빵 반죽을 숙성시키고 빵 안에 들어갈 소를 준비하려면 일주일이 걸리니 일주일만 기다려 달라고 한다. 단칼에 거절하려던 사신의 입에 할머니는 빵에 들어갈 달콤한 과일 소를 쏙 넣어주고, 처음 보는 달콤한 맛에 당황한 사신은 할머니를 데려가지 못한다. 그렇게 할머니는 아이들에게 줄 팡도르를 준비해야 한다며 몇 번이나 죽음을 미룬다. 사신은 과연 할머니를 저승으로 데려갈 수 있을까?


기지를 발휘해서 저승에 끌려가는 것을 피한 사람은 우리 옛 이야기에도 나온다. 하지만 이 책의 주인공 할머니는 조금이라도 더 살고 싶어서가 아니라, 아직 사람들에게 나눌 것이 남아 있기 때문에 시간을 달라고 한 것이다. 할머니는 죽음을 앞둔 상황에서 이웃뿐만 아니라 사신에게까지 달콤한 빵을 나누어준다. 외딴 집에서 홀로 사는 할머니의 처지와 추운 겨울날은 마음을 쓸쓸하게 하지만, 그 속에는 할머니의 따뜻한 마음이 담겨 있다. 


그림은 오직 하얀색, 검은색, 빨간색으로만 이루어져 있다. 하얀 눈밭과 대비되는 검은 사신, 빨간 불빛. 잘 구워져 황금빛이 된 빵과 상큼한 귤 소, 달콤한 밤 절임은 빨간색 동그라미로만 표현되지만, 이 동화 속 따뜻함을 전달하기에는 충분하다. 글에서 사신은 검은 망토 대신 할머니가 준 숄을 둘렀더니 우아한 인간 여성처럼 보였다고 묘사되지만, 그림에서는 커다란 검은 자루로 보인다. 그래서 사신이 인간이 아닌 존재라는 것이 더 직접적으로 와 닿고, 그런 존재와도 소통하고 정을 나눌 수 있는 할머니의 따뜻함이 더 크게 느껴진다. 


그림책이지만 아이보다는 어른, 그것도 인생의 황혼을 맞고 있는 어른이 더 공감할 수 있는 책이다. 어린 시절이었으면 할머니의 쓸쓸함과 그 속에서도 따뜻한 정을 나누고 싶어하는 마음을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이야기 속 할머니만큼 나이가 들면 할머니에게 더 깊이 공감할 수 있을지 모른다. 인터넷 서점에서 이 책이 '어른을 위한 그림책'으로 분류되어 있다는 것을 뒤늦게 알았는데, 생각해 보면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좋아하는 아이보다는 인생의 쓴 맛 단 맛을 다 겪고 조용히 삶을 관조할 줄 알게 된 어른에게 더 맞는 책이다. 


눈 오는 겨울날에 읽었으면 더 좋았겠지만 한여름에 읽게 되었다. 한여름에 하얀 눈밭과 그 위에서 빛을 발하는 빨간색 빵들과 불빛을 보면서 잠시 겨울을 느끼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겨울에 다시 읽으면 난로에 손을 쬐듯이 마음에 온기가 퍼져나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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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의 팡도르
안나마리아 고치 지음, 비올레타 로피즈 그림, 정원정.박서영 옮김 / 오후의소묘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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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이지만 아이보다는 어른, 그것도 인생의 황혼을 맞고 있는 어른이 더 공감할 수 있는 책. 하얀색, 검은색, 빨간색만으로 이루어진 그림이 차분하고 고요하지만 따뜻한 분위기를 잘 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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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소가 웃는 순간
찬호께이 지음, 강초아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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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홍콩의 추리 작가 찬호께이의 소설을 읽는 건 이번이 네 번째다첫 번째로 읽은『13·67』은 한 경찰의 46년을 돌아보면서 그의 삶과 홍콩 현대사를 엮어서 거대한 서사로 만들어가는 솜씨가 감탄스러웠다두 번째로 읽은 『망내인』은 주인공이 지나치게 전지전능하다는 감이 있었지만 주인공이 사용하는 IT 기술의 디테일에 압도당했다세 번째로 읽은 『기억나지 않음형사』는 앞의 두 책보다 가벼운 느낌이었지만 예상을 몇 번이나 뒤엎는 전개 덕분에 흥미진진하게 읽었다이렇게 작품마다 서로 다른 매력을 보여주는 작가이기에 이번에 읽은 『염소가 웃는 순간』도 기대감을 갖고 읽었다.

『염소가 웃는 순간』은 앞서 읽은 세 권의 소설과 달리 공포소설이다추리 작가가 쓴 소설답게 과학 법칙으로는 설명할 수 없을 것 같은 불가사의한 일이 일어나도그 진상을 알고 보면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일 것 같았다다른 공포소설들처럼 원인을 모르니 해결책도 찾을 수 없는 공포를 다룰 것 같지는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래서 공포물을 무서워하는 편인데도 긴장하지 않고 읽기 시작했다합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공포라면 해결할 방법도 있을 테니 덜 무섭다.

내 선입견일지 모르겠지만 그 예상은 맞아떨어졌다그런데도 사건의 진상이 드러나기 전까지 공포감은 팽팽하게 유지된다대학 신입생인 주인공들이 그냥 재미로 들었던 기숙사 7대 괴담은 주인공들의 눈앞에 그대로 재현되어한 명 한 명을 희생시켜 간다잔혹한 부분이 꽤 많지만 공포감은 잔혹함만으로 생기지 않는다믿었던 사람에게 배신당할 때희망이 있다고 믿었지만 그 희망이 헛된 것임을 알았을 때의 절망감우정과 생존 본능 사이에서의 갈등모든 게 해결됐다 싶었는데 더 참혹한 일이 생길 때의 경악스러움하나하나 뜯어보면 공포물의 클리셰이지만 작가는 이런 클리셰들을 영리하게 활용해독자들까지 공포에 압도당하게 만든다.

그런데 결말 부분에서 한 캐릭터가 사건의 진상을 설명하면서 공포감은 사라져버린다사실 이 모든 끔찍한 일들이 누군가의 트라우마가 만들어낸 환상이기 때문이다이 환상을 깨기만 하면 모두가 무사한 현실로 돌아갈 수 있으니 두려워할 필요가 전혀 없다친구들이 눈앞에서 끔찍한 모습으로 죽어갔는데도 살아남기 위해남은 사람들이나마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했는데그게 다 환상이었다니 허탈하기까지 하다공포감이 결말까지결말 이후에도 이어지길 바라는 사람들로서는 이런 전개가 만족스럽지 않을 것이다.


인물 설정이나 사건 전개에서 일본 라이트노블이나 애니메이션 같은 느낌이 드는 것도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자기 입으로는 평범하다고 하지만 사실은 평범하지 않은 남주인공(그는 이 모든 상황이 실제라고 생각했을 때도 놀라운 희생정신과 용기로 친구들을 지켜내고결국 사건을 해결해낸다.)과 꾸미면 예쁜 여주인공은 일본 라이트노블만화의 클리셰이고 나머지 친구 캐릭터들도 일본 만화에서 자주 보았던 전형적인 캐릭터 유형들이다주인공이 실수로 여자 가슴을 만지는 장면에서는 일본 만화에서 독자들을 끌기 위해 일부러 넣는 선정적인 장면들이 떠오른다한 캐릭터가 닌자술을 활용해 친구를 구하는 장면에서는 내가 지금 일본 애니메이션을 보고 있나’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하지만 재미있는 소설이라는 것 하나는 확실하다사건의 배경과 주요 등장인물을 소개하는 처음 100여 페이지를 읽고 나면 나머지 400여 페이지는 순식간에 읽힌다공포 영화에서 많이 보던 소재들과 공포물의 클리셰들이 등장하지만 그런 요소들을 잘 엮어내고긴장감과 공포감을 낮추었다 다시 끌어올리는 솜씨도 뛰어나다사건의 참상 묘사도 생생해마치 등장인물들과 함께 기숙사에서 모든 일들을 겪고 있는 것 같다모든 게 너무 쉽게 해결되는 감이 있지만아무도 죽지 않아 다 읽고 나서 기분이 찝찝하지 않다덥고 이런저런 걱정도 많아 잠 못 드는 여름밤에 읽기 좋은 소설이다읽는 내내 등골이 서늘해지게 하고걱정거리를 잊어버리게 할 만큼 재미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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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소가 웃는 순간
찬호께이 지음, 강초아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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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장인물과 사건 배경이 소개되는 첫 100여 페이지를 지나면 나머지 400여 페이지는 순식간에 읽힌다. 결말 부분에서는 공포물이라기보다는 추리물 같은 느낌이 들고 전반적으로 라이트노블이나 일본 애니메이션 같다는 인상이 들지만, 공포감과 긴장감을 결말 전까지 끌고 가는 솜씨가 뛰어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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