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켈슈타인의 우리는 너무 멀리 갔다 - 은폐된 학살, 이스라엘의 가자 침공
노먼 핀켈슈타인 지음, 김영진 옮김 / 서해문집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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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내 고향 가자에서는 별이 땅으로 내려온다.” 


 언뜻 보기에는 서정적인 시구(詩句)이지만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섬뜩한 구절이다. 이 시에서 말하는 별은 사실 별이 아니라 이스라엘 군이 가자 지구에 퍼부은 미사일이기 때문이다. 팔레스타인의 한 시인은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가 겪었던 참혹한 전쟁을 이 한 줄로 담담히 요약했다. 2008년 12월, 이스라엘 군은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를 침공했고, 천 명이 넘는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목숨을 잃었다. 침공과 함께 이루어진 경제봉쇄로 팔레스타인 주민들은 일상적인 삶도 영위하기 힘들게 되었다.
 
저자는 유대인이면서도 가자에서 이스라엘이 저지른 만행과 그 속에 숨겨진 의도를 폭로한다. 그는 신뢰할 수 있는 국제기구들의 자료를 꼼꼼히 검토하면서 이스라엘이 자신을 정당화하는 논리들을 논파한다. 사실들을 꼼꼼히 제시하는 사이사이에 이스라엘을 향한 신랄한 풍자들을 숨겨 놓았다. 하지만 그는 ‘그들은’이 아니라 ‘우리는’ 너무 멀리 왔다는 제목을 통해 자신도 그들과 함께 반성하고 책임을 져야 한다는 사실을 명시한다.


방어력이 취약한 가자 지구를 공격함으로써 자신들의 군사력을 입증하고, 그 과정에서 수많은 민간인들이 목숨을 잃어도 변명을 일삼는 이스라엘의 행태는 분노를 자아낸다. 하지만 다른 유대인들과 달리 이스라엘을 비판하고 그들의 잘못을 폭로하는 유대인이 있다는 것, 많은 사람들이 함께 분노하고 팔레스타인을 기억한다는 것이 저자가 말하는 ‘희망의 터전’이 될 것이다. 수십여 년 전 팔레스타인처럼 억압과 폭력을 겪은 우리도 그들에게 관심을 가짐으로써 함께 희망의 터전을 다져야 하지 않을까. 자신들처럼 강제점령을 겪었던 한국에게 동질감을 느낀다는 한 팔레스타인 대학생의 말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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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코 & 하버마스 : 광기의 시대, 소통의 이성 지식인마을 32
하상복 지음 / 김영사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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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은 인류를 정치적 억압과 경제적 빈곤에서 해방시키는 밑거름이 됐다하지만 이성을 토대로 발전한 현대 사회는 끊임없는 갈등과 폭력에 시달리고 있다이런 이성의 양면성을 두고 두 철학자 푸코와 하버마스는 상반된 시각을 가지고 있다이 책은 이성의 폭력성을 고발한 푸코와 이성을 통한 소통의 가능성을 제시한 하버마스두 사람의 사상을 통해 현대 사회에서의 이성의 문제점과 가능성을 함께 살펴보고 있다.

 

두 사람의 이론을 살펴보기 전, 이 책은 르네상스부터 시작되어 계몽주의로 이어지는 수백 년 동안의 이성의 역사를 훑어본다준비 운동 치고는 너무 분량이 많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두 사람을 잇는 키워드인 이성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꼭 읽어야 할 부분이다.

 

이성이 개인의 삶 곳곳을 은밀하게 통제하는 것에 대한 대안으로 푸코는 시민들 자신이 윤리적 주체가 되도록 자신의 내면과 영혼을 배려하는 것을 내세운다하지만 평생을 사회의 규범 안에서 살아온 사람들이 어느 것이 사회가 강요하는 규범이고 어느 것이 자기가 스스로 만든 자신만의 도덕규범인지 구별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하버마스가 대안으로 내세운 생활세계의 합리적 의사소통의 활성화도 어떤 면에서 볼 때는 지나치게 이상적인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두 사람의 대안이 현실에서 실천되고 성과를 얻는 데는 많은 난관이 있을 것이다하지만 그들 각각의 대안의 장단점을 점검하면서 둘을 절충한다면우리 자신과 사회가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한국에서의 촛불 시위에 대한 푸코와 하버마스의 가상대담은 이성에 대한 두 사람의 의견을 잘 정리하고 있다하지만 푸코는 촛불 시위 자체의 맹점을 지적하지 않고 촛불 시위가 일어난 한국 사회 전반으로 논점을 옮겨버린다그 결과 두 사람은 촛불 시위의 의의에 대해 깊이 고찰하는 데까지 나아가지 못하고근대 이성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각자 개진하는 데 그치고 만다두 사람의 이론은 결국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계속 평행선을 달리게 된다책 소개를 읽고 가장 기대한 부분이 두 사람의 가상대담이었기 때문에 더욱 더 아쉬운 점이었다.

 

하지만 배경 지식을 먼저 쌓고 두 사람의 이론을 설명한 뒤두 사람의 가상대담을 통해 두 사람의 이론을 정리하는 구성은 단순히 두 사람의 이론을 나열하는 구성보다 훨씬 탄탄하고 효과적이다예습을 꼼꼼히 한 뒤 공부를 하고토론으로 배운 것을 다시 되새기는 것과 같은 효과이다마지막 부분인 이슈는 현대 사회에서의 이슈들을 통해 두 사람의 이론이 현대 사회에서 어떤 의미를 지닐 수 있는지 되돌아보게 한다이 책을 읽고 두 사람의 이론에서 어떤 장점을 취하고 어떤 단점을 어떻게 보완할지그렇게 해서 우리 자신과 세상을 어떻게 개선시킬지는 독자들의 몫이다독자들에게 이런 과제를 던져 주는 책들이 더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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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코 & 하버마스 : 광기의 시대, 소통의 이성 지식인마을 32
하상복 지음 / 김영사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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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의 사상을 쉽고 명쾌하게 정리했다 하지만 한국의 촛불 집회에 대한 두 사람의 가상대담이 촛불 집회의 푸코적, 하버마스적 재해석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두 사람의 이론 요약에 그친 것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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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조선미술 순례
서경식 지음, 최재혁 옮김 / 반비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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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조선미술 순례라는 제목을 들었을 때 사람들은 이 책이 조선시대 미술에 대한 책이라고 생각할 것이다하지만 이 책은 조선시대의 화가 신윤복부터 근대의 화가 이쾌대현대의 화가 신경호정연두까지 여러 시대의 화가들을 이야기하고 있다저자가 말하는 조선은 조선왕조가 아니라 한국보다 더 넓은 의미의 총칭인 것이다저자가 생각하기에 한국은 북한과 재외교포 등의 코리안 디아스포라를 포함하지 못하는 협소한 명칭이다한국미술사에 관한 책을 쓰는 다른 저자들은 한국미술이라는 명칭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데 왜 유독 그는 한국미술이라는 명칭에 이의를 제기했을까그것은 그가 한국 밖의 구성원인 재일교포라는 데서 기인한다한국 안의 구성원인 한국인 저자들로서는 생각해 보지 않았을 문제이다.


한국미술이라는 말 대신 우리 미술이라는 말을 쓸 수도 있었을 텐데 저자는 우리’ 미술이라는 말에도 이의를 제기한다. ‘우리라는 범주를 고정시키고 그 범주에 맞지 않는 구성원들을 버리는 것은 또 다른 폭력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라는 범주에 대한 저자의 고민이 가장 잘 드러나는 부분은 해외입양아 출신인 예술가 미희 이야기이다미희는 한국 국적도 아니고 한국어를 구사하지도 못하며 핏줄로 따져 봐도 반쪽은 일본인이다이런데도 미희를 우리라는 범주 안에 넣을 수 있을까?


저자는 우리는 고정되어 있는 본질이 아니고 역사적사회적정치적 조건에 따라 규정되는 맥락이므로 끊임없이 변화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저자는 우리 역사의 흐름과 맥락을 공유하는 사람들 모두를 우리로 본다미희는 일본의 자본과 기술이 본격적으로 도입되던 1960년대 말 한국에 들어왔던 일본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뒤 버려져 해외에 입양되었다자신을 고도경제성장의 폐기물이라고 말하는 미희는 1960년대 급격한 경제개발과 그 뒤의 그림자라는 우리 역사의 한 부분을 우리와 공유한다그러므로 미희도 우리에 포함될 수 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오히려 미희를 우리에 포함시킴으로 인해 우리의 범위는 더 확장된다는 것이다.

 

미희를 포함한 이 책에 등장하는 화가들은 우리 역사의 흐름문맥을 공유하고 있는 사람들이다신경호와 홍성담은 지금도 예술을 통해 1980년 광주 민주화운동 당시에 죽은 사람들을 대신해 증언하고 있다서양 화법과 조선 전통 화법 사이에서 방황했고월북 이후 남한에서는 금기시되는 존재가 되었던 이쾌대는 삶 자체가 전통과 서구의 새로운 문명 사이에서 방황하고전쟁으로 갈라졌던 민족의 문맥을 충실히 반영하고 있다송현숙은 1960년대 말 한국과 독일 정부 간의 협정에 따라 독일에 파견된 간호사 중 한 명으로 독일에서 더 넓은 세상을 체험하면서 예술에 뜻을 품게 되었다저자 자신도 두 형이 1970년대 민주화운동을 하다 수감되어 십여 년이 지난 후에야 풀려나는 비극을 겪었다저자는 같은 역사와 문맥을 공유한 사람들을 모두 우리로 인정하고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인다.

 

저자가 조선미술’ 순례를 하면서 찾으려 한 것은 미술로 표현된 우리’ 안의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이야기였다그는 화가들의 작품과 그것의 미술사적 의미보다는 화가들 자신과 그들이 가지고 있고 미술로 표현하려는 역사의 흐름맥락에 집중한다미술 순례라고 하면서 미술 작품보다는 그것을 만든 작가와 그것이 표현하고자 하는 역사에 더 집중하는 것이 주객전도라고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하지만 한국이라는 고정된 범주 밖에 있었기에 저자는 고정된 범주 밖의 사람들을 볼 수 있었고범주를 더 넓혀 그들을 받아들이고 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였다이것이 그의 조선미술 순례가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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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조선미술 순례
서경식 지음, 최재혁 옮김 / 반비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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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이 그 모든 개념을 포함하는 단어로 적합한지에 대해서는 저자와 의견이 다르지만, 대한민국 안에 있지 않은 사람들과 그들의 예술까지 살펴보고 포용하려는 취지에는 동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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