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중에 개에게 일어난 의문의 사건 - 양장본
마크 해던 지음, 유은영 옮김 / 문학수첩 리틀북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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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크리스토퍼와 우리가 살아가는 공간은 같지만 그가 보는 세상과 우리가 보는 세상은 같지 않다. ‘정상적인 것‘이라고 불리는 것 너머에 얼마나 다채롭고 풍부한 세상이 있는지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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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를 구하는 경제학 - 경제학 고전에 공동체의 행복을 묻다
조형근.김종배 지음 / 반비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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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1 때 사회 시간 이후로는 경제학을 공부한 적이 없었고, 경제에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GNP(국민 총생산)와 GDP(국내 총생산)도 헷갈리고 리먼 브라더스가 왜 망했는지도 모르고 있는 내 자신을 보고 이건 아니다 싶었다. 나 자신의 재정 관리를 위해서라도, 지금 우리나라의 경제 정책들이 올바른 건지 제대로 시행되고 있기는 한지 알기 위해서라도 경제를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작년부터 경제학 책을 조금씩 읽기 시작했다. 경제학 공식이나 법칙을 설명하기보다는, 경제학이 실질적으로 우리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이야기해 주는 책들을 읽고 있다. 이 책 『사회를 구하는 경제학』도 그런 책이다. 이 책은 팟캐스트 방송 '김종배의 사사로운 토크'에서 사회학자 조형근 교수와 시사평론가 김종배가 진행했던 코너 '꼬투리 경제학'의 내용을 정리, 보충한 책이다. "경제라면 고등학교에서 얻은 약간의 기초 지식이 있고 잘 해야 『맨큐의 경제학』 정도를 공부했을 사람들"을 위해 썼다지만, 고등학교에서 얻은 기초 지식도 다 잊어버렸고 맨큐의 경제학은 이 책 서문을 읽고 그 존재를 알게 된 나도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책이었다. 물론 검색의 힘이 좀 필요했지만. 

 『사회를 구하는 경제학』이라는 제목대로 이 책에 소개되는 경제학자들이 고민했던 것은 경제학이 사회를 어떻게 구할 것인가, 경제학이 인간의 삶에 어떻게 접목되어야 하는가, 였다.  자본가들은 이들 경제학자들이 쓴 경제학 고전마저 거대 자본과 시장 논리를 옹호하는 근거로 이용하고 있고, 지금의 주류 경제학은 거대 자본과 시장 논리에 치우쳐져 실제 인간의 삶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 이 책은 거기에 맞서 말한다. 경제학의 기초를 다진 이들 경제학자들이 고민한 것은 인간의 경제 현실이었다고. 경제학의 지향점은 결국 인간이어야 한다고.

 이 책은 애덤 스미스에서 마르크스, 케인즈, 슘페터까지 경제학의 기초를 다진 경제학자 여덟 명의 이론 중에서도 우리의 현실 경제 문제와 맞닿아 있는 부분들을 살펴보고 있다. 타인과 상생하며 사는 삶을 중시했던 애덤 스미스, 노동이 인간에게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고민했던 마르크스, 협동조합에서 서로를 돕는 선물경제의 가능성을 본 마르셀 모스 등의 모습을 통해, 이들 경제학자들이 생각했던 경제학의 토대이자 지향점은 결국 인간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인간의 경제 현실을 실질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고민한 결과가 그들의 경제학 이론이었던 것이다. 그들의 고민과 대안을 살펴보면서, 우리는 지금의 자본주의의 한계를 넘어 우리의 경제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생각해 보게 된다. 

 이 책이 다루고 있는 주제는 가볍지 않지만, 주제를 다루는 방식은 딱딱하지 않다. 평범한 생활인의 눈높이에 맞춘 김종배의 질문과 이해하기 쉬우면서도 알찬 조형근 교수의 대답을 통해 이들 경제학자의 이론을 즐겁게 배울 수 있다. 애덤 스미스를 "경제학의 아버지"라고 칭송하면서, 정작 그의 이론 중 타인과 약자를 배려하는 도덕 원칙은 무시하는 재벌들을 "경제학의 패륜아들"이라고 하고, 막스 베버의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을 개신교가 경제 발전에 유리하다는 취지로 오용하는 사람들에게 "베버의 책을 안 읽은 티가 확 난다"고 말하는, 이들의 거침 없는 입담은 읽는 사람의 속을 시원하게 만든다. 평생 마르크스를 경제적으로 지원했던 엥겔스의 우정과, 화려한 연애 경력 끝에 정착한 아내를 향한 케인즈의 순애보 등 경제학자들의 숨겨진 개인사 이야기를 듣는 재미도 있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경제학이 숫자와 공식이 아닌 우리의 현실에 뿌리내리고 있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사람을 위한 경제학은 지금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우리의 삶을, 우리가 사는 세상을 조금씩 움직이고 있다.
 
 각 챕터 끝에는 더 읽을거리들의 목록이 있는데, 여기에 있는 책들을 통해 각 학자들에 대해 더 깊이 공부할 수 있다.  유튜브에 '꼬투리 경제학' 10강이 모두 올라와 있는데, 실제 방송된 내용과 책의 내용을 비교하면서 어떻게 수정되고 보완되었는지 살펴보는 것도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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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를 구하는 경제학 - 경제학 고전에 공동체의 행복을 묻다
조형근.김종배 지음 / 반비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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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남자가 풀어내는 유쾌한 경제학 이야기. 인간을 더 이롭게 하는 경제학을 꿈꾸었던 경제학자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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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和! 일본 - 응집하는 일본인의 의식구조 해부
성호철 지음 / 나남출판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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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흔히 일본인의 의식 구조를 본심인 '혼네'와 겉으로 드러나는 말과 행동인 '다테마에'로 설명한다. 일본인은 겉과 속이 다른 민족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런 설명에서 벗어나 일본을 '눈이 지배하는 사회'로 정의한다. '눈이 지배하는 사회'는 어떤 사회일까? 


 저자는 일본인이 세계를 '안'과 '밖'으로 나눈다고 말한다. 밖은 자신과 무관한 세상이기에 어떤 무례를 저질러도 자신이 속한 안에서 이를 용인하면 괜찮다. 하지만 안은 와(和), 즉 다른 이들과의 조화를 지향하는 세계이고, 와의 질서를 지키기 위해 안의 구성원들 하나 하나는 서로를 감시하는 눈이 된다. 안의 세계의 모든 구성원은 남을 바라보는 시선이자 남의 시선의 대상이다. 이 시선들은 와의 질서를 깨는 이를 찾아 그들을 와의 세계에서 배제한다. 서로를 감시하는 안의 시선은 구성원 개인의 주관적인 시선이 아닌, 그 집단의 입장에서 보는 시선이다. 자신의 입장이 아닌 다른 주체의 입장에서 사물을 보는 시선을 메센(目線)이라고 하는데, 일본인들은 자신이 속한 세계의 메센으로 서로를 바라본다. 안의 세계에서 한 번 정해진 메센은 무조건적으로 따라야 하고, 그에 대한 반대 의견을 말하지 않아야 배제 대상이 되지 않을 수 있다. 


 일본인들은 다른 구성원들의 시선을 의식하며, 메센에 어긋나지 않도록 개인의 욕망을 억제한다. 눈 때문에 개인의 욕망을 억제하는 극단적인 예로 2011년 여름 열사병으로 숨진 일본 노인들을 들 수 있다. 그해 동일본 대지진으로 원전 가동이 중단되어 정부에서 절전을 요구하자, 절전 목표 설정 지역이 아닌 곳에서도 에어컨과 선풍기를 틀지 않다 열사병으로 숨지는 노인들이 생겼다. 일본인들은 노인들의 사망을 안타까워하면서도 그들의 행동을 납득했다. 전체의 조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구성원들이 희생되는 것도 감내하는 것이다. 전체를 위해 구성원이 얼마든지 희생될 수 있다는 집단주의는 누구라도 그 희생자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하다.


 개인적인 감정조차 안의 질서보다 우선시될 수는 없다. 고베 대지진 당시 일본인들은 가족들이 시신으로 발견되어도 그에 대한 슬픔을 표시하지 않고, 구조대원들에 대한 감사와 미안함을 표시했다. IS의 인질이 된 일본인 저널리스트 고토 겐지의 어머니는 기자회견에서 아들을 살려달라고 애원했다, 나라에 폐를 끼친 아들을 위해 또 나라에 폐를 끼치는 행동이라며 비난을 받았다. 심지어 나라를 위해 고토 겐지가 자살하는 편이 좋지 않겠냐고 말하는 사람까지 있었다. 또, 도서관의 어린이 코너에는 낙서가 있는 동화책이 단 한 권도 없다. 도서관의 이용자들에게는 좋은 일이지만, 저자는 어린 아이들조차 어린 아이다운 성정을 누르고 안의 질서에 순응하는 모습에 숨막혀한다.  


 폐쇄적인 사회였던 일본에서 서로 갈등하다 자멸하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메센이라는 기준을 세운 것은 이해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안의 세계의 메센을 따르기 위해 한 것이라면 어떤 행동이든 정당화될 수 있는 것이 일본 사회의 위험성이라고 저자는 지적한다. 일본인은 절대적인 기준으로서의 옳고 그름의 규범에 어긋난 행위를 했을 때 죄의식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안의 세계의 메센을 어겼을 때 죄의식을 느낀다.  다른 나라와 달리 죄의식의 기준이 상대적인 것이다. 이들은 안의 세계를 지키기 위해 한 행동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일제강점기에 저지른 학살에 대해서 죄의식을 갖지 못한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 '바람이 분다'의 포스터. 미야자키 하야오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전투기 개발자였던 주인공이 단지 열심히 시대에 따라 살아갔다고 말했지만, 그가 만든 무기가 전쟁에서 한 역할을 생각하면 그도 책임을 회피할 수 없다.


이 책은 일본 안의 세계에는 일본 국민들 스스로를 진정한 전쟁 피해자라고 생각하는 메센이 있다고 이야기한다. 일본 내 보수와 진보를 가릴 것 없이 일본인이 피해자라는 안의 메센을 따르는 일본인들의 모습은 우리의 마음을 답답하게 한다. 군국주의에 반대하는 입장을 견지하는 일본 애니메이션계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렇기에 2차 세계대전 당시의 무기 개발자들도 자기가 할 일을 했을 뿐이라고 말하는 '바람이 분다' 같은 애니메이션을 만든 것이다. 그는 전쟁을 위한 무기를 만든 일본인들도, 군대에 간 일본인들도, 전쟁 결정을 내린 일본인들도 절대적인 악이 아니라 전승국 쪽에서 본 상대적인 악일 뿐이라고 인식한다.


 그나마 2000년 이전까지는 패전세대가 정치와 경제를 이끄는 주체였기에 침략 전쟁을 부정하고 전후 민주주의 체제를 지지하는 것이 일본의 메센이었다. 이들은 패전을 직접 경험했고 황폐해진 일본을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기에 더 이상 전쟁이 일어나면 안 된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자리잡고 있었던 것이다. 침략 전쟁을 비판하고 군국주의를 배격하며 민주주의 체제를 지지하는 아사히신문의 태도, 즉 아사히적 사고는 2000년까지 일본 사회를 이끈 메센이었다. 그러나 2000년 이후 정치와 경제 분야의 주체가 이후 세대로 넘어오게 되면서 반(反)아사히적 사고는 수면 위로 떠올라 아사히적 사고와 부딪치게 되었다. 역사에 대한 반성을 자학이라고 하면서 일본의 잘못을 부정하는 반(反)아사히적 사고가 메센의 흐름을 바꾸고 있다는 것은 우리로서는 경계해야 할 부분이다. 하지만 무조건 적대적인 태도로 대하기보다는 일본에 대해서 제대로 알고 그들과의 화(和, 조화)를 지키자는 신숙주의 말을 기억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혼네'와 '다테마에'라는 공식에서 벗어나 일본을 '눈이 지배하는 사회'로 보고, 일본 안의 '시선을 의식하는 문화'가 일본 안팎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까지 살펴보는 저자의 분석은 날카롭고 치밀하다. 최근에 나온 책답게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같은 최근의 소설부터 '나루토', '프리큐어' 같은 인기 애니메이션, '한자와 나오키' 같은 최근의 인기 드라마까지 분석의 예로 들어, 독자들의 흥미를 유발하면서 더 쉽게 일본 사회의 구조와 질서를 이해할 수 있게 하고 있다.


 다만 일본에서의 패전 이후 세대의 아사히에 대한 공격과 한국 네티즌들의 조선일보 비판을 단순비교한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저자는 네티즌들의 조선일보 비판을 아사히에 대한 일본 네티즌들의 공격과 같은, 기존 질서를 상징하는 권력 언론기관에 대한 '화풀이'로 치부한다. 네티즌들에게는 이들 언론사에 대항하는 것 자체가 '본인이 깨어 있음을 증명한다'고 믿는 경향이 없잖아 있다는 것이다. 군국주의에 반대하고 민주주의를 지지하는 아사히신문에 대한 공격과 민주주의 질서를 지키려는 행동조차 매도하는 조선일보에 대한 비판을 같은 선에 두고 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조선일보에 몸 담은 사람으로서 어쩔 수 없었다 해도, 이 책의 가장 아쉬운 점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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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和! 일본 - 응집하는 일본인의 의식구조 해부
성호철 지음 / 나남출판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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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을 설명할 때 흔히 써 오던 ‘다테마에(겉치레)‘와 ‘혼네(속마음)‘라는 틀을 넘어 시선이라는 측면에서 일본인과 일본 사회를 탐구한다. 최근의 애니메이션, 소설, 사례들이 풍부하게 담겨 있어 시의성 있는 관찰을 하고 있다. 다만 조선일보를 아사히 신문에 빗대어 옹호하는 것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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