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코의 미소
최은영 지음 / 문학동네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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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타인을 결코 완전히 이해할 수 없다는 것, 어떤 관계든 끝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가만히 손을 잡아주는 여리고 속깊은 사람들의 이야기. 한 점의 허세나 가식도 없이 일기를 쓰듯 조용하고 담담하게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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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H.M. - 기억을 절제당한 한 남자와 뇌과학계의 영토전쟁
루크 디트리치 지음, 김한영 옮김 / 동녘사이언스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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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 책의 내용을 바탕으로 만든 가상 인터뷰입니다.


(위) 뇌엽절제술로 단기기억상실증에 걸린 남자 헨리 몰래슨

(아래) 헨리에게 뇌엽절제술을 한 의사이자 저자의 외할아버지 윌리엄 스코빌 박사


연구자 어떻게 이 책을 쓰게 되신 거죠?


L. D. 저는 <애틀랜타>라는 지방 잡지의 전속작가로 활동하고 있었습니다제가 쓴 기사가 지방잡지연합의 연례회의에서 상을 받았고, <에스콰이어 Esquire(세계적인 남성 패션 잡지)>의 편집장이 제게 이야기를 쓰지 않겠냐고 제안했죠저에겐 지방지에서 전국지로 나아갈 절호의 기 회였어요처음에는 윌리엄 퍼먼이라는 사형수 이야기를 쓰려고 했지만편집장은 퇴짜를 놓았습니다그러면서 이렇게 충고했죠. “당신이 아니면 누구도 쓸 수 없는 이야기를 생각해 내요저는 언제나 깊은 호기심을 느껴왔고어느 누구도 저보다 더 가깝고 확실하게 접근할 수 없는 사람의 이야기를 선택했습니다그가 이 책의 주인공 헨리 몰래슨Henry Molaison이었죠그는 제 외 할아버지 윌리엄 스코빌William Scoville 박사의 뇌 수술로 30초 이상 기억하지 못하게 된 환자였습니다.


연구자 제목의 ‘H.M’은 헨리 몰래슨의 이니셜이었군요왜 헨리 몰래슨이 아니라 ‘H.M’이라는 이름을 제목에 넣은 거죠?


수전 코킨 박사. 코킨 박사는 헨리가 죽을 때까지 30여 년 동안 그를 독점하고 연구해 왔다.


L. D. 헨리는 뇌 수술을 받고 단기기억상실증에 걸린 후인간의 뇌 기능특히 기억 기능에 대한 연 구에서 특별한 연구 대상이 되었죠제 외할아버지에게서 헨리에 대한 연구의 주도권을 넘겨받은 MIT의 심리학 교수 수전 코킨 박사는 죽을 때까지 30여 년 동안 헨리를 독점 했습니다코킨 박사는 다른 사람에게 헨리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 헨리의 실명을 철저히 비밀에 부치고 그를 항상 H.M으로 불렀죠.


연구자 헨리가 받은 뇌 수술은 어떤 것이었나요?


(위) 대뇌의 구조. 기억을 관장하는 해마는 측두엽의 일부분이다.

(아래) 정상인의 뇌(왼쪽)과 헨리 몰래슨의 뇌(오른쪽). 헨리의 뇌에서는 측두엽 부분이 도려내져 있다. 


L. D. 대뇌를 부위에 따라 나눈 각 부분을 이라고 하는데, 19세기부터 뇌의 일부를 제거하거나 손상시켜서 정신병을 치료하는 수술인 뇌엽절제술이 시작되었습니다뇌엽절제술을 받은 환자 들은 폭력적인 성향이나 신경과민이 사라지고 온순해졌죠하지만 스스로 판단하는 능력과 다른 사람에게 공감하는 능력을 잃어버렸습니다. 수술을 받기 이전의 상태로는 되돌아가지 못했죠. 그런데도 의사들은 정신병을 뇌 수술로 해결할 수 있다는 가능성에 도취되어 그러한 부작용들을 무시했습니다. 1930년대에 이르면뇌엽절제술의 시대라고 할 만큼 뇌엽절제술은 각광을 받았습니다제 외할아버지도 뇌엽절제술의 가능성을 믿고 뇌엽절제술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의사 중 한 명이었습니다.


  외할아버지는 뇌엽절제술에 필요한 수술 도구까지 직접 고안해 가며 많은 환자들에게 뇌엽절제술을 시행했죠외할아버지에게 뇌엽절제술을 받은 다른 환자들과 헨리가 다른 점은헨리의 뇌에서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가 양쪽 모두 절제되었다는 겁니다.

 

연구자 의사들에게 헨리가 받은 수술과 그 이후 나타난 단기기억상실 증상이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었던 건가요?


L. D. 외할아버지는 수술 이후 헨리의 단기기억상실 증상을 연구한 논문을 발표했습니다이 논문은 기억 연구의 초석이었습니다헨리는 수술 이후 일어나는 새로운 사건을 거의 기억하지 못했습니다수술을 받기 전의 경험들까지도 기억하지 못하게 됐죠하지만 기술을 학습하고 향상시키는 기능은 손상되지 않았습니다그 덕분에 뇌에는 구체적인 사건이나 일화를 기억하는 체계와 기술을 학습하고 향상시키는 체계가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 것이죠.


연구자 의사들과 과학자들에게는 뇌과학 발전의 계기였지만헨리 자신에게는 큰 불행이었겠네요.


냉각처리된 헨리의 뇌. 헨리가 죽은 뒤 헨리에게서 적출된 뇌는 2401개의 조각으로 분해되어 의사들과 과학자들의 연구 대상이 되었다.


L. D. 외할아버지의 수술은 헨리를 죽이고 환자 H.M을 탄생시켰습니다헨리는 2008년에 죽을 때까지 수백 건의 실험에 시달려야 했어요모든 실험은 헨리의 동의를 받은 것이었다고 하지만30초 뒤에는 그 실험이 어떤 것인지도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의 동의에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헨리가 죽은 뒤에도 헨리의 뇌 조각 2401개와 헨리의 뇌를 분석한 데이터의 소유권을 놓고 과학자들이 법적 분쟁을 일으키기까지 했죠.


연구자 헨리를 불행하게 만든 장본인이 선생님의 외할아버지인데외할아버지의 치부를 드러내는 게 쉽지는 않았을 텐데요그런데도 외할아버지의 행적을 파헤치고 객관적으로 바라보려고 한 점이 놀랍습니다.


L. D. 제 외할아버지수전 코킨그 밖의 많은 의사와 과학자들까지 많은 사람들이 헨리에게 빚을 졌습니다저 역시 이 책을 쓰면서 헨리의 불행으로 이득을 보고그에게 빚을 지게 됐죠우 리 중 어느 누구도 헨리에게 진 빚을 갚지 못했습니다.

 

연구자 이 책에서는 헨리의 이야기뿐 아니라 고대의 뇌 수술선생님의 가족사과학계의 암투와 신경 전까지 수많은 이야기가 얽혀 있습니다게다가 여러 시점을 오가는 구성이어서 좀 산만하다는 느낌도 드는데헨리에게 좀 더 집중하는 구성이었어도 좋지 않았을까요?


L. D. 기억이 우리를 만드는 것은 너무나 자명한 이치였지만우리가 기억을 어떻게 만드는지는 최근에야 밝혀지기 시작했습니다제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헨리의 이야기뿐만이 아니라우리가 어떻게 기억을 이해하게 되었는지기억이 인간에게 어떤 의미인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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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H.M. - 기억을 절제당한 한 남자와 뇌과학계의 영토전쟁
루크 디트리치 지음, 김한영 옮김 / 동녘사이언스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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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 산만하고 굳이 넣지 않았어도 됐을 것 같은 부분들이 보인다. 독자들에게 뇌과학을 좀 더 친숙하게 전달하려 한 의도는 알겠지만, 헨리 몰래슨에게 좀 더 집중했다면 좋지 않았을까 싶다. 하지만 헨리의 기억을 빼앗아 간 장본인인 외할아버지를 객관적으로 노력한 점은 훌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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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의 궤적 - 과학과 이성은 어떻게 인류를 진리, 정의, 자유로 이끌었는가
마이클 셔머 지음, 김명주 옮김 / 바다출판사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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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더 나아지고 있을까? 이 질문에 선뜻 그렇다고 대답하기 쉽지 않다. 폭력, 살인, 강간, 테러, 전쟁 등 악한 일들이 너무 많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버스를 기다리는 줄에서 새치기하는 사람부터 우리에게 부당한 처사를 일삼는 집주인이나 직장 상사, 수십억 원의 뇌물을 받고도 아주 적은 형량만 받는 정치인까지 세상은 크고 작은 불의들로 가득하다. 그러나 미국의 과학자 마이클 셔머는 저서『도덕의 궤적』에서 인류가 과학과 이성을 통해 지금까지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 왔고, 앞으로도 도덕적으로 더 진보한 세상을 만들 것이라고 주장한다. 


  셔머는 어떤 근거로 세상이 도덕적으로 진보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걸까? 그리고 도덕과 과학은 서로 별개의 영역처럼 보이는데 어떻게 과학이 도덕의 진보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것일까? 과학보다는 사람들에게 삶의 지침을 제공하는 종교가 도덕의 진보를 이끌어내지 않았을까? 셔머는 선사시대부터 현대까지 인류의 역사가 도덕적 진보를 향해 나아가는 과정을 살펴보며, 도덕적 진보의 원동력이 종교가 아닌 과학과 이성이라는 것을 입증한다. 


  우선 셔머가 도덕과 과학을 어떻게 정의하는지 정리할 필요가 있다. 셔머가 생각하는 도덕은 감응적 존재의 생존과 번성이다. 여기서 말하는 감응적 존재는 감정, 지각, 감각, 반응, 의식이 있어서 느끼고 고통 받을 수 있는 존재로, 모든 인류뿐만 아니라 동물들까지 포함된다. 그리고 과학은 이성을 토대로 일련의 논증과 경험적 입증을 거쳐 그 결론이 참인지 거짓인지 확인하는 절차다. 


요하네스 얀 루켄, 안네켄 헨드릭스의 화형. 헨드릭스는 1571년 마녀라는 혐의로 화형당했다. 헨드릭스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마녀사냥의 희생양이 되었다. 과학은 마녀사냥과 같은 미신적이고 종교적인 생각들을 허물어뜨렸다. 


  근대 이전 노예와 여성, 동물들은 주인과 남성, 인간과 마찬가지로 감응적 존재였음에도 인격적인 존재가 아니라 재산이나 수단으로 취급받으며 폭력과 차별, 학대로 고통 받았다. 성소수자들은 신과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는 비도덕적인 존재라는 이유로 박해 당했다. 기독교와 유대교, 이슬람교 등의 종교들은 이들에게 가해지는 폭력과 차별에 수천 년 동안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고, 오히려 이들을 박해하는 이들을 옹호하고 정당화해 왔다. 


프랑스 인권선언문. 계몽주의자들은 과학에서처럼 비판과 논쟁, 실험을 통해 민주주의와 민권의 원리를 정립해 갔다.


이런 과정을 통해 세상은 정말 도덕적으로 진보했을까? 셔머는 통계자료들을 통해 세상이 도덕적으로 진보했음을 보여준다. 선사시대부터 현대까지 전쟁으로 인한 사망률을 비교해 보면 현대에 들어 전쟁 사망률은 크게 감소했다. 정치적 자유가 있는 나라들의 비율은 1970년대 이래 증가했고, 정치적 자유와 민주주의가 보장되는 나라는 그렇지 않은 나라보다 경제적으로 번영을 누리고 있다.(저자가 그 예로 우리나라와 북한을 비교한 것이 흥미롭다.) 남녀 간의 임금 격차는 점차 줄어들고 있고, 동성애와 동성결혼에 대한 생각을 묻는 설문조사에서 더 포용적인 응답을 하는 사람의 비율은 늘어나고 있다. 또한 채식주의자들과 인도적으로 기른 축산물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이렇게 도덕의 진보는 인간이 아닌 동물들에게까지 미치고 있다. 


  앞으로도 세상은 도덕적으로 진보할까? 셔머는 그럴 것이라고 믿고, 우리가 닿아야 할 곳이 유토피아가 아닌 프로토피아(Protopia)라고 말한다. 프로토피아는 프로그레스(progress,·진보)와 유토피아(utopia)의 합성어로, 실제로는 존재할 수 없는 완벽한 이상향인 유토피아와 달리, 측정할 수 있는 꾸준한 진보가 일어나는 현실의 장소다. 그는 인간의 본성에서 탐욕과 폭력성이 유전적으로 사라지지는 않겠지만, 모든 감응적 존재가 번성할 수 있는 사회의 특징들을 전 세계로 퍼뜨린다면 모든 사람이 차이를 넘어서 한 공동체의 일원이라고 느끼는 문명 2.0에 이를 수 있는 것이라고 믿는다. 도덕의 영향권을 나 자신과 혈연관계로 맺어진 친족들을 넘어서 나와 다른 집단에 있는 타인들, 동물들, 즉 더 많은 감응적 존재들에게까지 확장해서 그들이 더 많은 시간 동안 더 많은 장소에서 진리와 정의, 자유를 누릴 수 있도록 만들자는 것이다. 


  미래에 대한 그의 전망이 지나치게 낙관적이라고 느낄 수도 있다. 또한 역사와 사회는 도덕적 방향을 향해 항상 진보하지만은 않고 때로는 퇴보한다. 미래에 우리가 예상치 못했던 악조건이 생겨 도덕의 진보를 막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토머스 모어의 유토피아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지만 더 나은 세상으로 나아가는 데 지침이 되어주었던 것처럼, 프로토피아와 도덕적 진보에 대한 셔머의 믿음이 도덕의 궤적이 정의를 향해 나아가는 데 지침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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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의 궤적 - 과학과 이성은 어떻게 인류를 진리, 정의, 자유로 이끌었는가
마이클 셔머 지음, 김명주 옮김 / 바다출판사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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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책으로 분류되어 있지만 진화생물학과 뇌과학, 사회과학과 역사학을 넘나들며 도덕적 진보의 역사를 살펴본다. 너무 낙관적이다 싶기도 하지만, 방대한 자료와 날카로운 문체, 구체적인 대안이 설득력을 높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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