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식사의 문화사 Breakfast
헤더 안트 앤더슨 지음, 이상원 옮김 / 니케북스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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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구에서의 아침식사를 주로 다루고 있다 보니 아시아 쪽의 아침식사가 뭉뚱그려져 나온 감이 있고, 동아시아의 아침식사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밥이 자세히 다뤄지지 않는 것이 아쉽다. 하지만 아침식사를 통해 보는 서구에서의 일상의 역사, 문화사가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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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방의 빛 : 시인이 말하는 호퍼
마크 스트랜드 지음, 박상미 옮김 / 한길사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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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워드 호퍼, <좌석차>, 1965.


 20세기 초 미국인들이 겪은 삶의 변화와 고독, 불안을 그린 화가.  많은 사람들이 에드워드 호퍼 Edward Hopper, 1882~1967 를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시인 마크 스트랜드 Mark Strand 는 다르게 생각했다. 그의 그림은 우리가 사는 세상과 조금 다른 세상을 보여준다고.  호퍼의 그림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 보면 현실과는 다르다. 그의 그림 <좌석차> (1965) 속 열차에는 승객들의 머리 위 짐칸도, 문의 손잡이도 없다. 사람과 사물, 공간의 형태와 색채는 현실보다 단순화되어 있다.  시간이 멈춘 세상인 듯 그림 속 모든 것이 한 순간에 멈춰 있다. "호퍼의 그림은 현실이 드러내는 모습을 넘어서는 것으로, 어떤 '감각'이 지배하는 가상 공간에 관객을 위치시킨다." 스트랜드는 호퍼의 그림과 당대 사회를 연결시켜서 보던 해석에서 벗어나, 그의 그림 속 공간을 읽는다.


에드워드 호퍼, <밤을 새는 사람들>, 1942.


  스트랜드는 호퍼의 작품 속 공간에 '나아가라'와 '머무르라', 이 상반된 두 명령어가 공존하면서 긴장감을 자아낸다고 이야기한다. <밤을 새는 사람들>(1942)에서 사다리꼴 모양 창문의 두 변은 서로를 향해 기울어 있지만 서로를 만나지 못한다. 두 선이 만나는 소실점은 캔버스를 벗어나 그림의 바깥쪽 어딘가에 존재한다. 사다리꼴은 그 점을 향해 계속 가라고 우리를 재촉하지만, 어두운 도시 속 식당의 환한 실내는 우리에게 머물라고 한다. 나아가고 싶은 마음과 머물고 싶은 마음은 팽팽하게 맞선다. 


에드워드 호퍼, <햇빛이 비치는 이층집>, 1960.


 호퍼 그림 속 공간에서 대비되는 또 다른 한 쌍은 시각적 요소 서사적 요소다. <햇빛이 비치는 이층집>(1960)에는 잡지를 읽고 있는 중년 부인과 발코니에 걸터 앉아 어딘가를 바라 보는 젊은 여자가 있다. 우리는 이 그림을 보면서 두 사람은 어떤 관계인지, 각자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된다. 우리가 상상하는 이야기가 제자리를 잃고 너무 멀리 가 버리면 그림 속 기하학적인 형태들(세모난 지붕과 네모난 벽, 나란히 평행하고 있는 집들)이 우리의 시선을 다시 그림 속으로 불러들인다.  눈에 보이는 것도, 이야기도 그림 전체를 지배하지 않고 서로 균형을 이루고 있다.


에드워드 호퍼, <뉴욕의 방>, 1932.


  호퍼의 그림 속 공간에서 사람들은 고립되어 있다. 혼자가 아니라 여럿이 함께 있을 때도 마찬가지다.그들은 함께 있어도 서로에게 무관심하고 자기만의 세계에 갇혀 있다. <뉴욕의 방>(1932)의 두 남녀는 함께 있지만 각자의 생각에 잠겨 있다. 이들 사이의 소원함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그림에서는 타인과 함께 있을 때 더욱 커지는 고립감이 표현되어 있다.


에드워드 호퍼, <빈 방의 빛>, 1963.


"...이 그림은 우리가 없는 세상의 모습이다. 단순히 우리를 제외한 공간이 아닌, 우리를 비워낸 공간이다." <빈 방의 빛>(1963)에서는 사람들마저 사라지고 공간과 빛만이 남는다. 인상주의 화가들의 빛은 한 순간 반짝이고 언젠가는 사라지는 빛이다. 그러나 호퍼의 빛은 반짝이지도 흐르지도 않는다. 어느 한 순간에 멈추어 시간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호퍼의 그림은 현재진행 중인 사건을 보여주지 않고 사건이 일어나기 직전이나 일어난 직후, 짧고 고립된 순간들만을 표현한다. 

  한 마디로 호퍼의 그림 속 공간은 낯익으면서도 낯선 공간이다. 그림 속 사람들은 우리가 추측할 수만 있는 어떤 비밀스러운 일에 몰두하고 있는 듯하다. 우리는 마치 제목을 알지도 못하는, 대사를 알아들을 수도 없는 공연을 보는 관객이 된 듯한 기분이 든다. 우리는 그림 속 공간과 그 안의 사람들을 목격할 수 있지만 개입할 수도, 침범할 수도 없다. 그 공간은 일상적인 공간으로 보이지만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일상은 벗겨져 나가고, 우리가 알 수 없는 고립된 순간들, 고립된 사람들이 그 자리를 채우고 있다. 

  스트랜드의 해석이 단 하나의 정답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그의 글들을 통해 우리는 배경 지식이 아닌 작품 자체를 가만히 들여다 보는 법을 배우게 된다. 작품 자체에 집중하면서 나만의 시각으로 그 작품을 바라보는 법. 그렇게 호퍼의 그림을 바라볼 때, 우리는 그가 보지 않았던 것들을 호퍼의 그림 속에서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P. S. 이 책의 원서 초판은 흑백 도판들이 실린 페이퍼백이었다고 한다. 한국판 번역자는 호퍼의 그림을 컬러 도판으로 싣기 위해 열 군데도 넘는 기관들에 그림 사용권을 허락해 달라고 요청했고, 결국 몇 년만에 컬러 도판이 실린 한국판을 출간할 수 있게 되었다. 마크 스트랜드는 한국판 번역자에게 보낸 편지에서 "아름다운 책이네요. 미국판보다 훨씬 좋아요."라면서 몇 번이나 고맙다는 인사를 했다. 이렇게 애정을 가지고 책을 만드는 사람들 이야기는 언제나 내게 용기를 주고 마음을 따뜻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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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방의 빛 : 시인이 말하는 호퍼
마크 스트랜드 지음, 박상미 옮김 / 한길사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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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도록 작품 자체를 응시한 사람만이 쓸 수 있는 글들.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이 왜 그토록 낯익으면서도 볼수록 낯설어지는지를 간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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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하는 조선 남자 - 음식으로 널리 이롭게 했던 조선 시대 맛 사냥꾼 이야기
이한 지음 / 청아출판사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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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방하는 조선 사람‘으로 제목을 바꿔도 좋을 정도로 먹는 것 자체를 즐긴 조선 사람들의 이야기에 더 가깝다. 하루만에 다 읽힐 정도로 쉽고 재미있다. 음식 그림이나 풍속화를 패러디한 일러스트까지 출판사에서 공을 들여 책을 만든 것이 보인다. 내용이 더 많았으면 하는 게 유일하게 아쉬운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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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 로자 - 만화로 보는 로자 룩셈부르크
케이트 에번스 지음, 폴 불 엮음, 박경선 옮김, 장석준 해제 / 산처럼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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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사 한 마디 한 마디까지 로자 룩셈부르크와 그녀의 가족, 동료들이 남긴 글을 재구성한 것일 정도로 그녀의 삶을 충실하게 전달한다. 과장된 극화체와 노골적인 성애 묘사 장면들 때문에 호불호가 갈리기는 하지만, 로자 룩셈부르크의 삶과 사상, 투쟁에 대해 알고 싶은 사람에게 좋은 입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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