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떡과 초콜릿, 경성에 오다 - 식민지 조선을 위로한 8가지 디저트
박현수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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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떡부터 초콜릿까지 일제 강점기 사람들이 즐겼던 여덟 가지 디저트를 통해 일제 강점기의 일상을 들여다본다. 일제 강점기가 먼 옛날 같고 어떤 즐거움도 허용될 수 없었던 시대 같아도, 그때 사람들도 우리가 즐겼던 음식을 즐겼다는 것에서 그 시대를 더 가깝게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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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의 클래식 - 우리는 고전음악에서 무엇을 듣는가
이영록 지음 / 아트레이크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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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음악을 특별히 좋아한다고 할 수는 없지만, 클래식 음악을 소재로 한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는 재밌게 봤고 사회평론의 클래식 관련 교양서 『난생처음 한번 들어보는 클래식 수업』 시리즈를 좋아한다. 드라마를 본다고 클래식에 대한 지식이 늘어나지는 않고, 『난생처음 한번 들어보는 클래식 수업』 시리즈는 음악가 한 사람 한 사람을 중심으로 그의 음악 세계를 대략적으로 훑어본다. 그래서 음과 선율, 화성, 리듬 같은 클래식 음악의 기본 요소부터 클래식 곡의 구조와 형식까지 하나하나 분석해서 살펴본다는 이 책이 클래식 음악 자체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었다.

문제는 '어느 정도 초보 단계는 벗어났다고 생각하는' 클래식 음악 애호가가 이 책의 타깃인데, 그것을 간과한 것이다. 읽으면서 깨달았다. 나는 내가 뭐를 모르는지도 모르는 초보였다는 것을. 이 책을 읽으면서 얻은 것은 내가 무엇을 모르는지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책 전체의 대략적인 내용은 이해했다. 그러나 작가가 공대 출신답게 과학에 근거해서 설명한 배음의 원리는 이해하지 못했다. 화음은 초중고등학교 때 음악 시간에 배운 것과 교회에서 피아노 반주를 배울 때 익힌 코드 개념을 더듬어보고, 직접 오선지에 음들을 그려가며 겨우 이해했다. 템포의 경우 ♩=120로 연주하는 것과 ♩=124로 연주하는 것, ♩=128로 연주하는 것이 어떻게 다른지 내 귀로는 구별이 안 된다. 그래도 같은 곡인데도 연주자나 지휘자에 따라 빠르기도 그에 따른 느낌도 다른 것은 QR 코드로 실린 연주들을 듣고 실감하게 되었다. 악보를 읽을 줄은 알고, 악보에 어디가 몇째 마디인지 군데군데 표시도 되어 있고 저자도 악보에서 유의해서 들어야 할 부분은 표시해 놨지만 두세 페이지에 걸친 긴 악보에서는 지금 어디를 연주하는지 헷갈린다. 클래식 음악을 기본 요소로 쪼개고 비유와 악보, QR 코드의 음원의 힘을 빌려 직관적으로 설명하기는 하지만, 이 책은 확실히 중급 클래식 애호가들을 위한 책이다. 클래식 동호회에서 수년 동안 활동해 어느 정도 연차가 쌓인 회원들. 나는 동호회원조차 아니고, 음악은 틀고 싶은데 가사가 없어 집중에 방해가 되지 않는 음악이 필요할 때만 클래식 음악을 찾으니 이 책을 완전히 이해할 내공이 없다.

그래도 나 같은 초보도 대략적인 내용만 이해해도 클래식 음악을 감상하는 데 기초는 다질 수 있다. 한없이 어려워 보이는 클래식 음악은 사실 음과 리듬, 화성이라는 재료를 나름의 규칙과 작곡가의 상상력에 따라 조합하고 변형하며 만들어내는 것이었다. 마치 블록을 쌓는 것 같은데 어떻게 쌓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건물이 되는 것과 같다. 아주 단순한 주제가 반복과 변주를 거쳐 하나의 곡을 이루어가는 과정을 즐길 수 있다면 클래식 음악을 더 깊이 즐길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을 이해하게 됐다는 점에서 이 책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나 같은 초보에게도 이 책은 도움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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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5-07 18: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5-05-08 21: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5-05-09 00:2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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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의 클래식 - 우리는 고전음악에서 무엇을 듣는가
이영록 지음 / 아트레이크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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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유머 감각을 섞어 최대한 쉽고 직관적으로 설명하려 했지만, 클래식 동호회에서 중견급은 되는 회원들을 위한 책이라고 할 만큼 난이도가 꽤 있다. 하지만 그 정도의 듣는 귀를 아직 갖추진 못한 독자가 대략적인 내용만 이해해도 클래식 음악 감상의 틀을 잡을 수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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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모크 & 피클스 - 이균 셰프가 그리는 음식과 인생 이야기
에드워드 리 지음, 정연주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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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요리사>는 보지 않았지만 준우승자인 에드워드 리는 여기저기서 이야기를 들어 알고 있었다. 들려오는 이야기들은 하나같이 미담이었다. 그래서 호감이 가긴 했지만, 그에 대한 호감보다는 낯선 것에 대한 호기심 때문에 이 책을 읽었다. 한국 전통 요리와 미국 남부 요리를 결합했다는 그의 요리 세계에서 내가 궁금한 쪽은 미국 남부 요리였으니까. 풍성한 재료로 만들어낸 푸짐하고 기름지고 자극적인 음식들. 그것이 내 머릿속 미국 남부 요리의 이미지였다. 거기에 한국 전통 요리를 어떻게 접목시키고 재해석했을지도 궁금했다. 그래서 평소에는 요리책을 읽는 일이 거의 없는데도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에드워드 리는 <흑백요리> 준결승 경연 당시에 자신의 정체성을 담은 요리로 참치비빔밥을 내놓으며, 스스로가 '비빔 인간'이라고 했다고 한다. 미국인으로서의 정체성과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이 뒤섞여 있는 인간. 그는 이 책에서도 미국의 가장 멋진 점은 자신의 정체성을 스스로 만들어갈 수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두 가지 정체성 사이에서 어느 한쪽을 택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어울리고 좋은 부분들을 조립해 자신의 정체성을 형성하기로 선택한 것이다. 그런 그의 선택은 이 책에 실린 요리들에서 분명히 드러난다.

이 책에 실린 요리들은 냄비밥, 사계절별 김치, 갈비구이 같은 몇 가지 음식을 제외하면, 미국 남부를 베이스로 하고 동남아시아의 풍미와 한국의 향수를 섞은 요리다. 양고기 프로슈토 하나를 만들겠다고 냉장고 하나를 고기 염지하는 데만 쓰라니! 그것도 66일이나! 거기에 레드불(그러면 박카스나 비타 500도 요리 재료로 쓸 수 있나)도 담배(정확히는 담뱃잎)도 재료로 쓴다니 한국인으로서는 상상하기 힘든 방대한 스케일에 대담한 레시피다. 여기서 그의 정체성 중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미국인이라고 느꼈다. 당연하다. 핏줄은 한국인이라도 그는 한 살 이후로 쭉 미국에서 살아왔고, 아내도 미국 남부 출신이고 방황하던 시절에 그를 받아준 곳도 미국 남부였으니.

그래서 한국 독자들로서는 치명적인 이 책의 약점은 이 책에 실린 요리들의 재료를 구하기도, 따라 만들기도 어렵다는 것이다. 한국인 독자로서 재료를 구하기도 만들기도 쉬운 것은 가장 처음 나온 요리인 냄비밥과 겨울 김치로 소개된 김장 김치, 그의 어머니에게서 전수받았다는 갈비구이뿐. 이 책에 실린 레시피들을 보고 나서 이렇게 말하고 싶었다. 제게는 버번 위스키로 가득 찬 부엌 찬장도, 육질 좋은 양고기와 신선한 버터밀크(우유에서 버터를 만들고 남은 액체)를 공급해 줄 이웃 농장도 없답니다, 셰프님. 다만 젓갈의 대안으로 제시하셨던 피시소스 말고 진짜 젓갈은 있어서 김장 김치에 넣을 수 있어요. 하지만 나는 이 책에 실린 요리들을 따라서 만들고 싶어서가 아니라, 새롭고 독특한 음식들을 만나고 싶어서 이 책을 읽은 것이니 내게는 그것이 큰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직접 만들지는 못하더라도 레시피와 음식 사진을 보고 맛을 상상해 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웠다. 이 책에 실린 모든 디저트에는 버터밀크가 들어가는데 버터밀크를 넣으면 도대체 어떤 맛이 나는 걸까. 그가 버터밀크 못지않게 사랑하는 버번 위스키를 넣은 음식들에서는 어떤 풍미가 나는 걸까. 이런 상상들.

낯선 음식과의 만남뿐만 아니라 에드워드 리의 글을 읽는 것도 이 책을 읽는 즐거움이다. 이 책은 재료별로 각 챕터가 나누어져 있는데, 각 챕터는 각 재료에 대한 그의 에세이로 시작된다. 그는 영문과(우리로 치면 국문과) 출신답게 각 재료에 얽힌 자신의 인생 여정과 신념을 유려한 문장으로 풀어나간다. 그의 삶도, 요리, 가족, 한국과 미국 남부 두 곳에 대한 사랑도, 요리의 재료가 되어주는 동물들에 대한 존중도 그의 글들 속에 담겨 있다. 에세이뿐 아니라 레시피를 소개하는 짧은 글에서도, 때로는 레시피에서도 그의 요리를 향한 애정과 유머 감각을 느낄 수 있다. 잘 쓴 여행 안내서는 한 지역의 지리지가 될 수 있다고 했는데, 잘 쓴 요리책은 그 책을 쓴 요리사의 자서전이 될 수 있다(미국 남부의 농장과 사냥하는 사람들을 이야기하는 부분은 꽤 디테일하고 생생해 미국 남부의 지리지로 볼 수도 있다). 요리책으로서의 실용성은 (한국 독자들에게는) 떨어질지 몰라도, 에드워드 리라는 사람과 그를 만들어낸 것들을 더 깊이 만나게 한다는 점에서 이 책은 충분히 매력적이다.

P. S. '전화를 바로 받는 여자는 섹시하지 않다'는 문장에서 나쁜 남자의 향기를 느꼈다. 그 문장을 읽고 생각했다. 짝남의 카톡에 실시간으로 대답하는 버릇을 고쳐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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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모크 & 피클스 - 이균 셰프가 그리는 음식과 인생 이야기
에드워드 리 지음, 정연주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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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미국인들을 독자로 상정하고 쓴 책인 데다 미국 남부 요리가 베이스라 한국인들이 쉽게 따라 만들기 어려운 것이 요리책으로서의 치명적인 단점이다. 하지만 에드워드 리라는 사람이 스스로를 만들어내기 위해 모으고 쌓아온 것이 어떤 것인지 요리를 통해서나 글을 통해서나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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