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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슬람문화 체험기
최영길 지음 / 한길사 / 2012년 6월
평점 :
품절
이슬람 전문가 최영길 교수가 사우디아라비아 유학 시절부터 틈틈이 써 오던 일기와 기록을 바탕으로, 자신이 36년 동안 직접 보고 듣고 겪은 이슬람에 대해 정리했다. 나름대로 이슬람 문화에 대해 관심이 많다고 생각했는데, 이 책을 읽어봤더니 몰랐던 것들이 많아 흥미로웠다. 역시 그곳에서 직접 보고 듣고 겪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들이 많은 것 같다.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8/0513/pimg_7978711981906700.jpg)
작자 미상의 19세기 페르시아 세밀화. 막 창조된 아담에게 절하는 천사들. 이슬람교에서 아담은 천사들의 절을 받을 정도로 고귀한 존재였고, 에덴에서 추방당한 죄인이 아니라 신에게 지상을 다스릴 권리를 부여받은 사람이다.
특히 이슬람의 창시자 무함마드의 가르침이나 성경 해석은 그가 고대 사람인 것을 감안했을 때 매우 합리적이라는 것이 흥미로웠다. 아내를 네 명까지 둘 수 있다는 이슬람 법은 아내를 재산 취급한 것이 아니라, 전쟁으로 남편을 잃은 여성들과 아버지를 잃은 고아들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었다. 또한 여러 아내를 두었을 때 아내들을 모두 공평하게 대해야 한다고 규정해 놓았다. (물론 지금의 이슬람권의 일부다처제가 이런 선한 의도에서만 이루어진다고 보기 어렵긴 하다.) 무함마드는 아담은 원죄를 지은 벌로 천국에서 쫓겨났다는 기독교의 주장과 달리, 신에게서 지상을 다스릴 권한을 받은 것이라고 주장한다. 인간을 원죄를 지고 사는 죄인에서 신에게 지상을 다스릴 권한을 받은 신의 상속자로 높인 것이다. 또한 자기 생각 없이 책 속의 지식을 그저 주입식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책을 지고 가는 당나귀나 다름없다"고 하는 이슬람의 속담 등 무슬림이 아닌 사람들도 곱씹어볼 만한 가르침들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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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아라비아 영화 '와즈다'의 한 장면. 여성은 운전을 할 수도 없어 운전사를 따로 고용해야 하고, 자전거를 탈 수도 없는 등(이 영화가 만들어진 이후에서야 여성이 자전거를 타는 것이 허용되었다.) 일상생활에서도 억압 받는 사우디아라비아 여성들의 모습이 잘 나타나 있다.
하지만 사우디아라비아가 천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쿠란의 한 구절 한 구절을 그대로 실정법에 적용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여성의 권리에 있어서 그렇다. 무함마드가 코란을 쓴 당시는 여권이 지금보다 매우 낮은 때였기 때문에 코란으로 규정된 이슬람 법이 오히려 여성을 배려하는 편이었지만, 천 년하고도 수백 년이 지난 지금은 여성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오히려 여성을 옥죄고 있다. 그리고 무슬림들은 자신들이 외적인 아름다움에 집착하는 서구와 달리 내면의 아름다움을 중시한다고 한다. 하지만 이 책에서 독실한 무슬림 여성은 노년에 세상을 떠나도 천국에 가면 생리도 하지 않는 아름답고 순결한, 젊은 아가씨로 변화한다는 이야기를 읽고, 생리를 불결한 것으로 여기고 아름답고 젊고 '순결한' 여성을 선호하는 무슬림들의 생각을 엿볼 수 있었다. 알라와 무함마드도 아름다움을 좋아하니 그 뜻을 따른 거라고 하지만 어쩐지 변명처럼 들린다. 그리고 생리를 불결하게 여긴다는 것 자체도 문화상대주의를 감안하더라도 여성에 대한 편견으로 보인다. 저자의 이슬람과 이슬람 문화에 대한 애정이 깊은 것은 알겠지만, 이슬람 문화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이 전혀 없는 점은 아쉬웠다.
그리고 우리나라에도 최초의 이슬람 중학교와 고등학교가 있었다는 사실이 흥미로웠는데, 그 이야기가 더 자세히 나왔으면 했다. 부산 남도여중의 학생들과 최초의 이슬람 고등학교 알리고 학생들은 어떻게 그렇게 쉽게 이슬람교를 받아들일 수 있었을까. 장학금 혜택이 있다고 해도 술도 마실 수 없고 돼지고기도 먹을 수 없는 등, 일상생활에서도 지켜야 할 규칙들이 많은데 학생들이 선뜻 이슬람 신앙을 받아들일 수 있었던 계기가 자세히 나오지 않아 궁금했다. 그리고 무슬림이 되고 나서도 자신의 원래 생활습관과 교리 사이의 충돌 때문에 힘들어하는 학생들은 없었을지 궁금하다. 그저 우리나라에도 이런 이슬람 학교가 있었다는 정도의 설명으로 끝난 것이 아쉽다.
또한 사진 자료들이 모두 흑백 사진이어서 시각적인 면에서 독자들의 흥미를 끌기 어려운 점이 아쉽다. 내용은 정말 알찬데 내용으로 진입하는 통로인 시각적인 부분이 아쉽다. 그래서 한길사 편집자가 꼽은 "많이 알려지지 못해서 아쉬운 책"으로 선정되기도 한 것 같다. 시각적인 면과 이슬람에 대한 좀 더 냉철하고 균형 잡힌 시각이 보완되어 개정보완판이 나왔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