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 믿음의 글들 9
엔도 슈사쿠 지음, 공문혜 옮김 / 홍성사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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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뿐 아니라 신념을 지키는 것에 대한 고민을 담고 있다. 신념과 사랑 중 어느 한 쪽을 택해야 한다면 당신은 어느 쪽을 택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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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알라까트 - 사막의 시인들이 남긴 7편의 위대한 노래 문명텍스트 11
이무룰 까이스 외 지음, 김능우 옮김 / 한길사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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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말로 번역된 아랍 문학은 영어판 중역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보기 드문 아랍어 직역인데다, 고대 아랍의 시인들의 시라니 호기심이 들어 책을 읽었다 난감함을 느꼈다. 온통 전쟁, 사랑, 낙타 이야기뿐이었기 때문이다. 아이유와 하이포가 '봄, 사랑, 벚꽃 말고'를 불렀다면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전쟁, 사랑, 낙타 말고'를 외치고 싶었다. 그만큼 이슬람이 등장하기 이전인 5세기에서 7세기 초(이 시대를 아랍인들은 '자힐리야(무지라는 뜻)' 시대라고 부른다.)를 살아간 일곱 시인들의 삶과 시에서 전쟁, 사랑, 낙타는 빼 놓을 수 없는 요소들이었다. 그래서 전쟁, 사랑, 낙타라는 세 가지 키워드로 이 책을 살펴보려고 한다.  


전쟁


  고대 아랍의 유목민족들에게 전쟁은 피할 수 없는 일이었다. 사소한 원한이나 자존심 싸움 때문에 수십 년 동안이나 전쟁이 계속되기도 했다. 이 시에서도 전쟁에서 용맹하고, 적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자신이 보호하는 사람들에게는 관대한 것이 유목민족의 미덕이라고 노래한다.

 시인마다 자기 부족이 가장 강하고 용감하며 패하는 일이 없었다고 하는데 모든 부족이 항상 이기기만 했을 리는 없을 테니 진실과는 다소 거리가 있을 것이다. 타글립 부족의 시인 아므르 이븐 쿨숨이 쓴 시와 그의 적대 부족인 바크르 족의 변호인 알하리스 이븐 힐리자가 쓴 시를 비교하면, 같은 사건도 양쪽에서 전혀 다르게 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타글립 족과 바크르 족 사이에 분쟁이 일어났을 때, 이웃나라의 왕인 아므르 이븐 힌드 왕이 바크르 족에게 유리한 판결을 내렸다. 그러자 아므르 이븐 쿨숨은 왕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시를 썼고, 알하리스 이븐 힐리자는 타클립 족의 무례함과 난폭함을 비난하며 왕의 현명함을 찬양하는 시를 썼다. 유목 민족의 남자로서의 자부심과 자기 부족에 대한 애족심이 상당히 반영되어 있다는 것을 감안해야 할 것이다.

사랑 


  사랑은 시대와 장소를 막론하고 문학의 소재로 빼놓을 수 없는 소재인데, '무알라까트'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소재이다. '무알라까트'의 시들은 항상 시인이 옛 사랑이 살던 집터 근처를 지나면서  옛 사랑을 그리워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그리워할 옛 사랑이 없다면 가상으로라도 만들어내야 했을까 싶을 정도다. 여기에서 말하는 집터는 정착민들이 사는 오래되고 단단한 집의 터가 아닌 유목민들이 머물다 간 천막집이 있었던 흔적이다. 한 곳에 몇 년에서 수십 년까지 머무르며 사는 정착민들과 달리, 머무르는 곳의 풀이 다 떨어지거나 물이 마르면 떠나가는 유목민들에게 이별은 더 잦은 일이었다. 잦은 이별에 익숙해졌다고 해서 그것이 슬프지 않았을 리는 없을 것이다. '무알라까트'의 시들에는 옛 사랑을 그리며 눈물짓는 시인과 그를 위로하는 친구들이 항상 등장한다.

 또한 시인들의 사랑 이야기는 사랑했던 여인의 미모 묘사에 집중된다. 연인을 사랑하는 자신의 마음은 아프다, 괴롭다, 슬프다 정도로 단순하게 표현하면서 연인의 미모 묘사에는 온갖 비유를 동원하는 모습에서는 고대 유목민 특유의 단순하고 솔직한 성정이 느껴진다. '그녀의 치켜든 목은 흰 영양의 목을 닮아 길고 희며', '다리는 물이 올라 가지를 드리운 야자수 그늘 속 파피루스 줄기 같다', '그녀는 새끼 딸린 암컷 영양의 애정 어린 눈길로 나를 대한다'는 비유 자체에서 시인들에게 가축과 자연물이 아주 익숙하고 가까운 것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편 '그녀가 보여주는 살찐 엉덩이에 문은 좁을 지경이고 그 예쁜 옆구리에 나는 미치고 말았다'는 구절은 연인의 'big booty(큰 엉덩이)'를 찬양하던 박진영의 '어머님이 누구니'를 연상시키면서, 1300여 년 전이나 지금이나 사람 사는 건 비슷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했다.


낙타


  도스토예프스키의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에서는 주인공 드미트리가 애타게 구하는 '3천 루블'이 191번 나온다고 하는데, 나는 '무알라까트'에서 낙타가 몇 번 나오는지 세어보고 싶어졌다. 옛 사랑이 살던 집터를 지나갈 때 낙타를 타고 있었고, 옛 사랑과 낙타 가마를 함께 타고 놀았으며, 전쟁 보상금으로 낙타를 지불한다. 그뿐만 아니라 '단단하기가 모루 같은 낙타의 두개골 / 그 접합 부위의 강철 줄칼 같은 뼈들의 가장자리는 서로 맞닿아 있다', '낙타는 꼬리를 흔들며 뽐내면서 걸어갔다. 마치 여종이 여흥 자리에서 보란 듯이 주인 앞에서 춤을 추며 옷자락을 내보이는 것 같이' 등등 낙타의 생김새와 생태가 자연 다큐멘터리 수준으로 상세하게 묘사된다. 교통수단에서부터 식량, 재산, 친구까지 되어주는 낙타이니 작품 내내 낙타로 가득할 수밖에 없다. 낙타뿐만 아니라 말, 영양, 타조 같은 사막의 동물들의 생태는 작품 속에서 꽤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때로는 낙타탈트가 올 것 같지만 그만큼 고대 아랍 유목민들의 일상이 충실히 반영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 세 가지 키워드가 수없이 반복되어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고, 아랍어 원문을 모르니 어떤 운율인지도 느낄 수 없다. 시적인 아름다움보다는 유목민 특유의 직설적이고 투박한 표현들을 만날 수 있다. 하지만 그 자체가 유목민들의 진솔한 표현이고 , 유목민들의 삶이 충실히 반영되어 있어 고대 아랍 지역에 여행을 떠난 기분으로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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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알라까트 - 사막의 시인들이 남긴 7편의 위대한 노래 문명텍스트 11
이무룰 까이스 외 지음, 김능우 옮김 / 한길사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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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전쟁, 낙타. 이 세 가지 키워드로 요약된다. 고대인들의 시라 세련된 문학적 기교는 없지만 고대 아랍 지역 유목민들의 솔직담백한 성품과 호전적인 기질,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삶을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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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에 대해 말씀드리지요
세사르 바예호 지음, 고혜선 역 / 문학과지성사 / 199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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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난도 보테로, <우는 여인>, 1949.


  내가 세사르 바예호를 처음 알게 된 것은 페르난도 보테로에 대한 논문을 쓸 때의 일이었다. 보테로는 뚱뚱하고 우스꽝스러운 인물 그림으로 유명하지만, 이 그림 <우는 여인>(1949)처럼 라틴아메리카 민중들이 겪는 고난과 폭력, 슬픔을 다룬 그림들도 경력 내내 그려 왔다. 보테로가 사회적 불평등과 정치적 혼란, 폭력, 빈곤에 지친 라틴아메리카 사람들의 슬픔을 작품으로 승화시키는 데 페루의 시인 세사르 바예호(César Vallejo, 1892.-1938)의 시가 도움이 되었다는 것이다. 보테로의 그림이라고 믿기 힘들 정도로 슬픔이 가득한 이 그림에 정서적인 영향을 주었다는 시는 어떤 시일까 궁금해졌다. 논문을 쓰는 내내 궁금해했지만, 논문을 다 마친 뒤에야 세사르 바예호의 시집『희망에 대해 말씀드리지요』를 읽을 여유가 생겼다. 


  표제작「희망에 대해 말씀드리지요」부터 희망을 이야기할 거라는 기대는 무참히 부서진다. 제목이 반어법으로 느껴질 정도로 이 시는 오직 고통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나는 오늘 이 고통을 세사르 바예호로 겪는 것이 아닙니다."라는 첫 구절부터 "어쨌든지간에 오늘 나는 괴롭습니다. / 오늘은 그저 괴로울 뿐입니다."라는 마지막 구절까지 이 시는 고통으로 가득 차 있다. 시인은 자신의 아픔이 "너무나 깊은 것이어서 원인도 없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원인이 없는 것도 아니"라고 말한다. 가난한 메스티소(라틴아메리카 원주민과 백인 사이의 혼혈 인종) 가정의 아들로 태어난 바예호는 평생 동안 인종차별과 가난, 사회주의적 정치 성향으로 인한 정치적 탄압에 시달렸다. 그 모든 것이 그가 겪는 고통의 원인이었겠지만, 그가 슬퍼하고 괴로워하는 것은 자신의 고통 때문만은 아니었다.


소리 없이 울고 있는 가난한 이들을 돌아보고 / 모두에게 갓 구운 빵 조각을 주고 싶다.

한 줄기 강렬한 빛이 / 십자가에 박힌 못을 빼내어 / 거룩한 두 손이

부자들의 포도밭에서 먹을 것을 꺼내오면 좋으련만.

...

내가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나 대신 다른 가난한 이가 이 커피를 마시련만.

나는 못된 도둑......어디로 가야 한단 말인가.   

                                 -「일용할 양식-알레한드로 감보아에게 바침」

 자신이 살아 있어 다른 사람이 먹고 마실 것을 먹고 마시는 것마저 죄책감을 가질 정도로, 바예호는 다른 사람들의 고통을 자신의 고통처럼 여겼다. 그는 이렇게 인간들이 고통스러워 함에도 침묵하는 신에게 "항상 안온했던 당신은 /  그러나, 인간의 고통에 대해 관심조차 없습니다. / 당신은 멀리 계십니다."(「영원한 주사위 」)라고 원망한다. 그는 신의 구원을 기대하지도 않는다. 대신 자신과 다른 사람들의 고통을 담담하게 노래할 뿐이다. 시인은 "커버린 어금니에도 암울한 그림자에도 / 달콤한 사랑을 만들어 주시던 어머니"께 "세상은 아무에게서도 뭘 빼앗을 수 없는 어린 나이였던 우리에게서 값을 받아냈다."고 털어놓는다. (「트릴세 23 」) 그리고 자신을 포함한 인간들에게 이야기한다. "너희들은 죽었다./ 그 전에도 결코 살아본 적이 없었지./ ...항상 죽어 있었던 존재의 운명. 초록빛 시절은 있어본 적도 없는데 / 마른 잎이 되어버린 운명. / 고아 중의 고아."(「트릴세 75 」) 그럼에도 어둡고 쓸쓸하고 비관적인 그의 시에서는 온기가 느껴진다. 자신처럼 고통스러운 사람들에 대한 연민과 공감이 있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과 다른 사람의 고통을 연민하는 데만 그치지 않는다. 스페인 내전에서 파시스트 세력에 저항하다 죽어가는 노동자를 영웅으로 기리고(「3 」) 파시스트 세력과 맞서 싸우는 병사에게 "신의 아들인 자네는 살아야 하네! 죽이고 편지하게!"(「7 」) 라고 응원을 보낸다. 전쟁에서 전사한 병사에게 한 사람, 두 사람, 스무 명, 백 명, 천 명 더 많은 사람들이 다가오다 마침내 전 세계의 모든 사람이 그를 에워싸자 그가 다시 살아나는 모습을 그린 시「12-대중 」에서는 시인이 사람들 사이의 유대가 갖는 힘을 믿었다는 것을 엿볼 수 있다.  

 이 시집의 시들이 위로와 희망이 되거나,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것은 아니다. 그가 말하는 절망과 고통이 버겁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그의 시들 안에는 자신과 다른 이들의 고통을 똑바로 바라보고 솔직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용기와 강인함이 살아 있다. 그래서 그의 시는 고통스러운 자들에게 내미는 손처럼 느껴진다.

* 이 시에는 그가 사람들에 대한 연민뿐 아니라 자신의 사랑과 성적인 욕망에 대해 노골적으로 노래하는 시들, 의식의 흐름에 따라 이미지들을 나열한 것 같은 난해한 시들도 함께 실려 있다. 사회주의자로서뿐만 아니라 자신의 욕망에 충실했으며, 문학적인 실험을 시도하는 데도 주저하지 않았던 그의 면모들을 살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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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에 대해 말씀드리지요
세사르 바예호 지음, 고혜선 역 / 문학과지성사 / 199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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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반어법처럼 느껴질 정도로 고통에 대해서만 이야기하고 있지만, 고통 받는 사람들과 함께 고통 받으려 하는 시인의 따뜻한 마음을 느낄 수 있다. 라틴아메리카의 고통스러운 삶을 그린 시들뿐만 아니라 성적 쾌락을 노골적으로 그린 시들과 실험적인 기법을 써 난해한 시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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