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진 1. 보온 - 세상 모든 것의 기원 오리진 시리즈 1
윤태호 지음, 이정모 교양 글, 김진화 교양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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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미생의 윤태호 작가가 4년 만에 신작을 내놓았다이번에는 교양 만화다그것도 우리는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라는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모든 것의 기원(오리진)’을 100권의 만화로 그려내겠다는 거대한 시리즈다한 권에 한 주제씩을 다룰 예정이라는데첫 번째 권의 주제는 보온이다왜 수많은 주제 중에서 보온을 첫 번째 주제로 삼았을까?


  윤태호 작가와 함께 첫 번째 권을 맡은 이정모 서울시립과학관장은 보온이 세상 모든 것의 기원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인간을 비롯한 생명은 열이 있는 곳에서 기원했고일정한 온도 범위 안에서만 살아갈 수 있다다른 누군가가 보살피고 온도를 유지해 주었기 때문에인간을 비롯한 생명들이 지금까지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윤태호 작가와 이정모 관장에게 보온은 다른 누군가를 보살피는 마음, 즉 인간다움이다.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해 미래에서 보내진 로봇 '봉투'


  작가는 1권에서 보온을 통해  인간다움’을 이야기하려 한다. 먼 미래에 과학기술의 발달로 원하는 모든 것을 얻게 되면서 사람들은 오히려 삶의 의미를 잃게 된다삶의 의미를 다시 찾기 위해 미래에서 21세기로 파견된 로봇 봉투시공간의 경계를 넘을 때의 충격으로 연민이라는 인간적인 감정을 갖게 된다봉투가 처음 보여준 인간적인 행동은 추위에 떠는 길고양이들과 과학자들을 따뜻하게 해준 것이었다그리고 인간에 가까워지기 위해 자신이 버틸 수 있는 온도를 인간이 버틸 수 있는 온도로 맞춘다.(“같은 따스함이면 너와 같아질 수 있을까.”(p. 198.)) 이렇게 인간 못지않게 인간적인 봉투는 사랑스럽고 따뜻한 캐릭터이다캐릭터 디자인 또한 독자들의 마음을 끌 만큼 귀엽다


  그러나 이러한 인간적인 메시지와 봉투 캐릭터의 매력 외에다른 교양 만화와는 차별되는 장점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윤태호 작가는 이 책에서 지식과 정보는 수단일 뿐이라고 했지만 1권에서의 지식의 깊이는 너무 얕다. 봉투와 과학자들이정모 관장이 전달하는 지식은 초등학생 대상 교양서적 수준의 지식이다. 또한 윤태호 작가의 만화와 이정모 관장의 설명은 아예 분리되어 있어 만화 부분과 설명 부분은 서로 다른 책처럼 느껴진다. 이정모 관장의 설명이 만화 중간 중간에 들어가서 만화와 설명이 더 자연스럽게 섞이는 것이 좋지 않을까그리고 보온을 통해 전달하려는 메시지도 다른 인간들뿐 아니라 지구의 온도를 지켜서 지구 위의 모든 생명과 함께 살아가자는 것인데수많은 환경 관련 서적들이 이야기하는 메시지와 다르지 않다한 권이라는 분량의 한계가 있다 하더라도 좀 더 신선하거나 깊이 있는 성찰이 필요하다.


 이야기의 신선도나 재미 측면도 아직은 뛰어나지 않다. 주인공이 자신의 후손이 보낸 로봇과 만나면서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된다는 설정은 일본 만화 <도라에몽>을 연상시키고, 일종의 작동 오류로 인간의 감정을 느낄 수 있게 된 로봇이라는 설정도 <A.I>, <바이센테니얼 맨등의 영화에서 쓰여 익숙한 설정이다. 그냥 지식, 정보만 나열하기보다 하나의 서사를 중심으로 말하고 하는 바를 풀어나가는 것은 좋은 전략이지만, 봉투와 인간들이 펼치는 이야기가 아직은 그렇게 흥미롭지 않다. 봉투 외의 다른 인간 캐릭터들의 매력이나 캐릭터들의 관계가 빚어내는 케미스트리와 드라마도 아직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거대한 시리즈의 시작이라기에 『오리진』 1권은 조금 아쉬운 시작이다. 하지만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뚜렷이 정했으니, 시리즈가 진행될수록 더욱 더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이제 시작이니 모든 것의 기원에 대한 더 깊이 있고 신선한 성찰들을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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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진 1. 보온 - 세상 모든 것의 기원 오리진 시리즈 1
윤태호 지음, 이정모 교양 글, 김진화 교양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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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지 않은 분량의 한 권에 주제 하나씩을 다루다 보니 다른 학습 교양 만화 정도의 깊이에 머무른다. 윤태호 작가의 만화와 이정모 관장의 설명이 어우러지게 배치하는 게 더 좋았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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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그리고 평양 이후 - 평양 도시 공간에 대한 또 다른 시각: 1953-2011
임동우 지음 / 효형출판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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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군중집회. 평양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 중 하나다. [사진 출처: 연합뉴스]


  평양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는가광장에서 행진하는 군인들의 거대한 물결대낮에도 한적한 거리겉보기엔 웅장하지만 속은 비어 있는 호텔도시로서의 면모는 갖추었지만 어딘가 연극 무대 같고 실재감이 없는 유령 도시라는 느낌이 들 것이다그리고 핵 문제로 북한과의 관계가 악화되어 가는 이 시점에서 이념적 편견을 배제하고 평양을 바라보기 쉽지 않을 것이다건축가 임동우는평양 그리고 평양 이후에서 피상적이거나 이념적 편견에 물든 시각이 아닌 객관적인 시각으로 평양이라는 도시공간을 분석하려 한다.

 

  저자는 평양이 사회주의의 이상을 실현시키려 하는 도시공간이라고 보고 있다한국전쟁으로 인해 기존의 도시 인프라가 완전히 파괴된 평양은 사회주의의 이상을 그려나갈 백지와 다름없었다이미 19세기 산업혁명 이후부터 사회주의자들은 대도시 저소득층 노동자들의 열악한 주거 환경 문제에 대해 고민해 왔다도시 환경을 개선하려 재개발을 해도 개선된 주거 공간은 부르주아들이 차지하고노동계급은 여전히 열악한 주거 환경 속에서 살아가는 차별이 발생한다자본의 논리로 인한 이러한 차별을 극복하고 모두가 더 나은 주거 환경 속에서 살아갈 수 있게 하는 것이 사회주의 도시 계획의 목표이다구역마다 생산 수단을 갖추게 하기 위해 도심 가까이에도 생산 시설들이 있고모든 시민이 휴식을 누리게 하기 위해 풍부한 녹지 공간을 갖추는 도시그리고 이런 이상을 실현하는 사회주의를 선전하기 위한 상징적인 공간들이 있는 도시북한 내부의 경제적정치적사회적 상황으로 인해 처음의 이상이 완전히 실현되지는 못했지만평양이 보여주는 사회주의 도시의 이상은 자본주의 대도시의 문제점을 해결할 실마리를 제시한다.

 

  그러나 평양이라는 도시 공간의 물리적 환경을 객관적으로 보기 위해북한의 정치경제사회 현실을 가급적 언급하지 않으려 했다는 저자의 의도는 불가능한 것으로 보인다정치경제사회 현실과 동떨어진 도시 공간은 건축 이론에서 쓰이는 도시 모형밖에 없다저자 서문에서 말한 의도와 달리 본문에서 평양의 도시 공간은 정치경제사회 현실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설명된다저자의 설명을 다양한 도표와 지도들이 뒷받침하는데건축가가 아닌 일반인으로서는 직관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시각 자료들도 꽤 많이 있다평양의 행정구역과 주요 건축물들을 한눈에 볼 수 있게 정리한 지도도 필요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통일 후 평양이 어떻게 변화할지에 대한 저자의 상상은 참신하지만그 과정에서 부딪치게 될 정치적경제적사회적 문제들은 고찰하지 않은 점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평양은 겉치레만 한 유령도시’, ‘사회주의를 선전하는 거대한 연극 무대라는 편견에서 벗어나 도시공학적으로 평양을 바라보려는 이 책의 시도는 참신하다하지만 동어반복적인 면이 있고북한의 정치경제사회 현실과 관련해 더 깊이 있게 도시 공간의 현재를 분석하고 미래를 상상해야 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자본의 논리가 아닌 사회주의의 이상이 이루어진 도시는 우리가 지고 있는 자본주의 대도시의 문제점에 어떤 해결의 실마리를 보여줄 수 있을까평양은 어떤 잠재력을 지니고 있고 통일 이후 그 잠재력을 실현하려면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라는 의문에 대해 단초를 제시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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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그리고 평양 이후 - 평양 도시 공간에 대한 또 다른 시각: 1953-2011
임동우 지음 / 효형출판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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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입견에서 벗어나 평양이라는 도시 공간 자체를 객관적으로 분석하려는 시도는 신선했다. 그러나 정치, 경제, 사회적 요소들을 깊이 있게 고려하지 못한 점이 아쉽다. 그래도 평양이라는 도시 공간이 어떤 잠재력과 가능성을 지니고 있는지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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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애 마지막 그림 - 화가들이 남긴 최후의 걸작으로 읽는 명화 인문학
나카노 교코 지음, 이지수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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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소재를 다룬 이유리의 ‘화가의 마지막 그림‘과 비교하면서 읽어도 좋다. 신랄한 문체로 거침없이 화가들의 예술과 삶을 평가하는데, 반 고흐의 경우는 거의 경멸처럼 느껴진다. 아무런 검증 없이 <까마귀가 나는 밀밭>을 반 고흐의 마지막 작품으로 소개하는 무성의함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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