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그림 - 그림 속 속살에 매혹되다
유경희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17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쁜 그림‘ 속 ‘나쁜 여자‘들 또한 남성들의 판타지 속 존재로 소비될 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부활 1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112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김학수 옮김 / 문예출판사 / 2014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스포일러 포함(『전쟁과 평화』, 『안나 카레니나』의 스포일러도 포함)

  톨스토이의『부활』에 대한 서평 중 인상 깊었던 것은 "작가의 설교는 이미 충분히 들었다."였다. 이 서평 외에도『부활』이 지나치게 종교 쪽으로 치우쳐져, 문학적인 면에서는 아쉽다는 이야기들을 들어왔다. 그래서 『부활』에는 그렇게 흥미가 가지 않았었는데, 『전쟁과 평화』와 『안나 카레니나』를 읽고 나니  그 두 작품과 함께 톨스토이를 대표하는 장편소설이라는 점에서 궁금해졌다.『부활』은 정말 톨스토이의 설교에 불과할까, 그 이상의 가치를 지니고 있을까?
 
  톨스토이는 소설이라는 형식을 빌려 자신의 주장을 펼친다.『전쟁과 평화』를 통해 자신의 역사관을 펼치고『안나 카레니나』를 통해 자신의 가정관을 이야기했다면, 『부활』에서는 법과 행정 제도, 교회에 대한 자신의 주장을 이야기한다. 『부활』에서는 소설은 형식이고 말하려는 주장은 따로 있다는 것이 전작들에서보다 노골적으로 드러난다. 
그럼에도『부활』은 소설 작품으로서도 매력적이다. 

 『부활』에서는 어떻게 하면 새로운 삶을 살 수 있을까, 에 대한 네흘류도프의 고민과 법 제도의 폐해가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토지는 누군가가 사유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법 제도는 기득권 체제를 유지하는 수단일 뿐이고, 법 제도의 잘못된 운영 때문에 가난하고 신분 낮은 사람들이 오히려 더 고통 받는다'는 톨스토이의 주장은 소설 내내 계속된다. 네흘류도프, 또는 작가 자신의 입으로 줄줄이 이런 이야기들이 나오니 이게 소설인가, 논문인가 하고 반감을 가지는 독자들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사회주의가 실패하고 법 없이는 사회가 돌아가지 않을 정도로 당시보다 사회가 더 복잡해진 지금, 그의 의견을 무조건적으로 받아들일 수는 없다. 언제나 현실은 법이 다 처리하지 못할 만큼 세밀하기에, 법의 허점으로 많은 사람이 고통 받아왔다. 하지만 법과 행정, 정부, 그 외 사회 제도는 늘 개선해나가야 하는 것이지 철폐해야 할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부활』은 당시를 살아가던 인간들과 사회의 모습을 생생하게 그려, 설교나 논문, 계몽소설에 그칠 수 있다는 위험에서 벗어난다. 주인공 네흘류도프와 카츄샤뿐 아니라 법조계의 인물, 귀족부터 혁명가들, 평범한 서민들까지 한 사람 한 사람이 자신의 서사를 가지고 있다. 선하든 악하든 호감이 가든 가지 않든 각자의 개성과 이야기를 지니고 있다. 작가가 자신과 동시대를 살아간 인물들을 깊이 관찰하고 그들을 깊이 이해하지 않았다면 이런 디테일이 만들어지지 못했을 것이다. 톨스토이는 당시 러시아의 사회상을 이 소설 하나로 압축시켜 100여 년 뒤의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다. 

  또한 네흘류도프를 통해 개인의 삶과 사회를 어떻게 개선할지에 대한 작가 자신의 고민을 이야기하지만, 네흘류도프를 완전무결한 캐릭터로 만들지 않았다. 네흘류도프는 카추샤와 반강제적으로 성관계를 갖고 카추샤가 임신했을 때 책임을 지지 않았다. 뒤늦게라도 자기 잘못을 뉘우치고 카추샤를 책임지려는 행동 자체는 바람직한 것이지만, 그조차도 "저 세상에서도 
나를 미끼로 자신을 구하려는 거죠."(1권 p. 271.)라는 카추샤의 말처럼 네흘류도프 자신의 갱생을 위한 수단으로 보인다. 또한 그는 농민들에게 헐값으로 영지를 분배하고, 카추샤가 있는 감옥 사람들의 억울함을 풀어주기 위해 고관들에게 청원하면서도, 아름다운 귀족 유부녀의 유혹에 흔들린다. 집과 재산을 처분하고 카추샤를 따라 시베리아로 떠난 뒤에도, 그는 지방 관리의 저택에 머무르면서 다시 편안하게 지내고 싶은 유혹을 느낀다.  금욕적인 삶을 살면서도 딸들에게 오늘 무도회는 어땠냐고 물어보면서 상류사회에 여전히 매혹되었던 톨스토이 자신도, 새롭게 살고 싶어도 번번이 제 자리로 돌아오는 우리 자신도 그와 닮았다.

  
네흘류도프의 생각이 반영되고 네흘류도프의 생각을 실천하는 수단에서 한 인간으로 자립하는 카추샤의 변화도 인상적이다. 네흘류도프의 회심과 갱생에 비하면 카추샤의 변화는 소설 안에서 그리 많은 분량으로 다루어지고 있지 않다. 하지만 가정이라는 틀 안에 머물렀고 자기 사상을 가지지 않았던『전쟁과 평화』의 나타샤와『안나 카레니나』의 키티와 달리, 카추샤는 네흘류도프의 도움, 정치범들과의 관계를 통해 눈을 뜨고 성장한다. 나타샤와 키티가 귀족 집안 아가씨였던 반면, 카추샤는 창녀 일까지 하면서 밑바닥 인생을 살아왔기 때문에 오히려 부조리한 현실과 혁명의 필요성을 더 잘 인식할 수 있었을 것이다. 남주인공들과 맺어졌던 이전 작품들의 여주인공들과 달리, 카추샤가 네흘류도프와 맺어지지 않는 것도 신선하다. 네흘류도프와 카추샤의 실제 모델들은 결혼했고, 초고에서 네흘류도프와 카추샤는 결혼했다고 한다. 그러나 완성작에서 카추샤는 네흘류도프와 이별하고, 함께 시베리아로 이송되었던 혁명가이자 정치범인 시몬손과 결혼한다. 작가가 직접적으로 말했듯이, 네흘류도프가 카추샤에게 갖는 감정은 사랑이라기보다 부채감과 의무감이었지만 시몬손은 지금 있는 그대로의 카추샤를 사랑했다. 네흘류도프를 떠나보내고 자신의 인생을 새롭게 시작할 만큼 카추샤는 성숙했다. 그렇기에 그들의 이별이 슬프지 않았다.

  그리고
 카추샤와 여성 정치범들은  톨스토이 소설 속 여성 캐릭터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다. 톨스토이는 작품 속 여성 캐릭터들을 가정에만 머무르게 하고, 자신이 생각하는 가정의 가치를 지키지 않는 여성 캐릭터들을 단죄하는 것 때문에 비판 받는다. 그러나『부활』 속 여성 정치범들, 여성 혁명가들은 남성 동지들과 동등한 관계이고 스스로 생각하고, 서로 유대한다. (혁명가였던 남편을 사랑해서 그의 사상을 따라 혁명에 뛰어든 여성 혁명가도 있지만, 그녀는 남편과 떨어져서도 힘든 투쟁을 계속한다.) 특히 마리아 파블로브나 시체티니나는 분량이 적은 조연이지만, 주체적이고 총명하면서도 독선적이지 않고 사랑이 많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캐릭터이다. 그녀는 귀족의 딸이었지만 어릴 때부터 평민들에게 깊은 애정을 가져 왔고 그들의 부당한 처지에 의문을 품어 혁명가가 되었다. 그녀는 강자들에게는 담대하고 약자들에게는 따뜻하며, 결혼과 가정이라는 틀 안에 갇히는 것을 거부한다.  톨스토이가 이런 여성 캐릭터들을 만들었다는 것이 놀랍고,『부활』 이후 톨스토이의 작품들에서도 이런 여성 캐릭터들이 나오는지 궁금해진다. 

  톨스토이가 소설을 자기 사상을 설명하는 도구로 삼는 것에 거부감을 가질 수도 있고, 그가 말하는 사상에 공감하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는 누구보다 날카롭게 그 시대의 문제점을 통찰했고, 그 시대 사람들에 대해 애정을 갖고 그들이 더 나은 세상에서 살아가게 하기를 원했다. 그리고 소설 자체의 문학성도 놓치지 않았다. 등장인물들, 특히 여성 캐릭터들의 성장과 유대에 있어서는 전작들보다 성숙한 면을 보이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적어도 내게 『부활』은 설교 이상의 가치를 지닌 작품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부활 1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112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김학수 옮김 / 문예출판사 / 2014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소설의 형식을 빌려 법과 행정, 종교, 사회 개혁에 대해 이야기하는데도 소설로서의 완성도 또한 뛰어나다. 단역 한 명 한 명의 서사와 캐릭터까지도 실제로 살아있는 한 인간의 것처럼 구체적이고 생생하게 구축한다. 네흘류도프와 카추샤의 이야기는 그 이야기들을 묶는 중심축일 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고발
반디 지음 / 다산책방 / 2017년 2월
평점 :
품절


* 스포일러 포함

  이 소설은 북한 소설이다. 남한에서 살고 있는 탈북 주민이 아닌, 지금 북한에서 살고 있는 북한 국민이 쓴 소설이다. 작가는 탈북한 여동생이 보낸 사람에게 이 소설의 원고를 건넸고, 그 덕분에 남한에서 이 소설이 출간될 수 있었다. '반디'도 작가가 자신의 신원을 감추기 위해 쓴 필명이다. 작가를 비롯한 여러 사람이 목숨을 걸었기 때문에 우리가 이 소설을 읽는 것이다. 이것만으로도 책장을 대충 넘겨서는 안 된다는 의무감이 들었다.

  하지만 이 소설을 읽으면서 처음 느낀 감정은 이질감이었다. 북한에서 쓰이는 낯선 단어와 속담들(독자들에게 낯선 북한말은 각주로 뜻이 설명되어 있지만, 각주로 설명되지 않은 단어들 중에서도 모르는 것이 많았다.),  내가 잘 알지 못하는 북한의 사회 체계, 직급, 행사들. 그리고 가부장적인 남녀 관계, 일제 강점기나 1950,60년대에 쓰였던 것과 비슷한 말투와 문체는 한국 근대 소설을 읽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남한의 정서와 언어가 사회 변화, 외국과의 교류 등으로 빠르게 변화할 동안 북한은 1950,60년대의 정서와 언어를 간직하고 있는 듯하다. 소설 중반까지도 이 이질감이 읽는 데 장벽이 되었다. 나중에는 이 소설 특유의 문체에 익숙해지고 북한 특유의 언어와 표현이 오히려 흥미롭다고 느껴졌는데도, 다른 책을 펼치자 익숙한 남한 표준어 문체가 편안하게 느껴졌다. 분단이 남긴 거리감과 이질감은 이토록 크다.

 하지만 이 책에 실린 소설들은 이질감을 넘어서 귀 기울여야 하는 이야기들이다. 작가는 "북녘땅 50년을 말하는 기계로, 멍에 쓴 인간으로 살며...잉크에 뼈로 적은 나의 이 글 사막처럼 메마르고 초원처럼 거칠어도 병인처럼 초라하고 석기처럼 미숙해도 독자여! 삼가 읽어다오"라고 말한다.  누군가 자신의 이야기를, 북한의 이야기를 들어주었으면 하는 작가의 피를 토하는 듯한 호소다. 

  작가가 그린 1990년대의 북한은 마르크스가 봤다면 한탄할 정도로 부조리한 사회이다. 아이가 마르크스와 김일성의 초상화만 보면 경기를 일으켜서 커튼을 쳤는데, 커튼에 대한 규정을 어겼다는 이유로 온 가족이 살고 있던 평양 시내에서 지방으로 강제 이주된다. 김일성이 행차한다는 이유만으로 사람들은 기차역에 며칠 동안이나 갇혀 꼼짝도 못했는데, 언론에서는 김일성이 행차하는 도중 자신의 차에 길 가던 노인을 태워준 미담만 보도한다. 그들이 숭상하는 마르크스가 이런 사회를 바랐겠는가. 그들이 욕하던 자본주의 사회에서처럼 선량하고 순박한 사람들은 그저 부품으로 혹사당하다가 버려진다. 그들의 성과는 지도자 계급의 몫으로 넘겨지고, 지도자 계급의 과오는 그들의 몫이 된다. 사회주의는 계급을 타파하고 사람들을 평등하게 하려고 시작되었는데, 북한 사회는 사람들에게 온갖 이유로 적대 계급이라는 낙인을 찍고 차별한다. 그들은 혁명이란 말을 입에 달고 살지만 그들에게는 혁명을 말할 자격도 없다. 혁명은 사람들을 차별하고 착취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평등하고 인간다운 삶을 살게 해 주는 것이다.

  블랙코미디로 느껴질 정도로 부조리한 이 이야기들은 불행히도 실제로 있었던 일을 바탕으로 한 것이다. 작가는 자신이 들은 소문들과 실제 일어났던 일들을 토대로 작품을 썼다고 한다. 이 작품들의 배경은 1990년대인데 지금은 상황이 좀 달라졌을까. 1990년대가 아닌 2010년대의 현실을 그린 작품들도 읽을 수 있게 되었으면 한다. 통일이 되기 전 우선 남북의 정서적, 문화적 거리감을 줄여나가야 할 텐데 서로의 문학 작품이 좋은 통로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남북 관계는 더욱 더 긴장되어 있고, 북한이 독재 체제를 더욱 강화하고 있어 남북이 문학적으로 교류하기 어려워진 상황이다. 하지만 이질감을 넘어 이 소설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작은 시작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남북간의 장벽을 무너뜨리지는 못하더라도 작은 균열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작은 균열이 계속된다면 언젠가는 완전히 무너질 날도 올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고발
반디 지음 / 다산책방 / 2017년 2월
평점 :
품절


마르크스의 유령이 봤다면 한탄할 부조리한 사회. 그 속에서 선량하고 충직한 사람들이 부품처럼 소모되는 현실을 신랄하게 비판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