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거짓말쟁이
E. 록하트 지음, 하윤숙 옮김 / 열린책들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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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의 진상이나 결말에서 느끼게 되는 감정은 모 한국 영화에서 영향을 받은 게 아닌가 싶다. 돌이킬 수 없는 일이라도 계속 견디고 살아갈 수밖에 없는 것이 인생이라는 것을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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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에 간 화학자 1 - 이성과 감성으로 과학과 예술을 통섭하다, 개정증보판 미술관에 간 지식인
전창림 지음 / 어바웃어북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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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섭(統攝)은 '서로 다른 것을 한 데 묶어 새로운 것을 잡는다'는 의미로, 인문과학과 사회과학, 자연과학 등 서로 다른 분야의 학문을 통합해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범학문적 연구를 말한다. 그런 통섭이 이루어지는 책을 만들고 싶어 참고할 만한 책들을 찾아보다가 이 책을 발견했다. 미술사와 과학의 만남이라니 신선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미술사 전공자이자 과학알못인 내게 이 책이 어떻게 다가올지도 궁금해졌다. 나는 미술사 전공자로서도, 과학알못으로서도 이 책에 만족했을까?


(위) 빈센트 반 고흐, <별이 빛나는 밤>, 1889. 

(아래) 빈센트 반 고흐, <까마귀가 나는 밀밭>, 1890.


  우선 미술사 전공자로서는 만족하지 못했다. 교양 서적에 전공 서적 수준을 바랐다가 실망한 건 아니냐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이 책이 교양 서적으로서 미술사 지식들을 잘 정리했고 재미있게 전달한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다른 교양 서적들에도 나온 내용이 대부분이어서 새로울 것이 없었다. 그리고 책 내용 중 몇 가지 오류가 있다. 이 책에서는 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1889)이 아를의 노란 집에서 그린 작품이라고 했는데, <별이 빛나는 밤>은 반 고흐가 생레미의 정신병원에 입원했을 때 그린 그림이다. '아마도 그의 마지막 그림으로 여겨지는'이라는 단서를 달긴 했지만 <까마귀가 나는 밀밭>(1890)이 반 고흐의 마지막 작품이라고 소개했는데, 최근의 미술사 연구를 통해 반 고흐가 <까마귀가 나는 밀밭> 이후에도 작품 몇 개를 더 그렸다는 것이 밝혀졌다. 그리고 화가의 생몰년도가 잘못 표기된 것도 몇 개 보인다. 책 내용을 좀 더 꼼꼼하게 교열했어야 했다.


(위) 렘브란트, <야경>, 1642.

(아래) 피에로 디 코시모, <프로크리스의 죽음>, 1486~1510년경.


그럼 과학알못으로서는 만족했을까. 과학알못으로서도 만족하지 못했다. 책의 내용 중 렘브란트의 <야경>이 그려졌을 당시보다 훨씬 어두워져 밤 풍경으로 오해받게 된 이유는 흥미로웠다. 18세기에 그림 보존을 위해 덧칠한 갈색 바니시(Varnish, 물감에 섞거나 그림 표면에 발라 윤기를 내고 내구성을 높이는 마감재. '니스'라는 이름으로 더 많이 불린다.)와 납을 포함한 안료와 황을 포함한 안료가 만나면 검게 변색된다는 특징 때문에 그림이 원래 모습보다 훨씬 더 어두워졌다는 것이다. 그리고 고대부터 시작된 연금술이 화학에 어떤 기여를 했고, 르네상스 시대 이탈리아 화가 피에로 디 코시모의 그림 <프로크리스의 죽음>에 어떤 연금술적 상징들이 숨어 있는지 설명하는 부분도 흥미로웠다. 이렇게 미술사와 화학이 제대로 만나는 챕터들은 흥미로웠지만, 기존의 교양 미술사 책에 나오는 내용에 과학 이야기는 아주 조금만 곁들여진 챕터들도 많았다. 전반적으로도 미술사와 과학이 적절한 비율로 섞여 있는 것이 아니라 미술사에 과학이 조금 곁들여진 정도다. 


 그리고 과학알못으로서 좀 더 알기 쉽게 설명되었으면 하는 부분들도 있었다.


"불포화지방산은 지방산 사슬 중에 불포화기를 포함하고 있어서 녹는점이 낮아 상온에서 액체 상태다. 시간이 지나면서 불표화기가 가교결합을 하며 굳어져 단단한 도막을 형성하는데, 바로 이 점을 그림물감에 이용한 것이다."

"기하이성질체에는 시스-트랜스 구조가 있다. 탄소에 각기 다른 네 개의 치환기가 결합되어 있을 때 그 탄소를 비대칭 탄소라고 하며, 비대칭탄소가 있어야 광학이성질체가 존재한다."


 불포화기? 가교결합? 시스-트랜스 구조? 치환기? 이게 다 무슨 소리인가. 내가 정말 과학에 무지해서 모르는 것이긴 하지만, 이런 용어들에 대한 설명이 좀 더 있어야 했고, 과학 원리에 대한 설명도 과학을 잘 모르는 사람들도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좀 더 자세해야 했다. 


『미술관에 간 화학자』의 목차. 목차에도 해당 챕터의 대표 이미지들을 넣었다. 

이미지 출처: https://blog.lgchem.com/2014/12/book-recommend/


『미술관에 간 화학자』는 즐겁게 읽으면서 지식을 쌓을 수 있는 책이고, 목차에 텍스트만 넣지 않고 해당 챕터의 대표 이미지들을 넣는 등 책의 만듦새에도 공을 들인 책이다. 하지만 미술과 과학의 동등한 1 대 1 만남이라기보다는 기존의 미술사에 과학을 조금 곁들인 정도로 느껴진다. 과학 원리에 대한 설명도 아주 친절하지는 않다. 그래서 미술과 과학의 통섭을 이루었다고 하기에는 조금 아쉬운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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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에 간 화학자 1 - 이성과 감성으로 과학과 예술을 통섭하다, 개정증보판 미술관에 간 지식인
전창림 지음 / 어바웃어북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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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사에 과학이 조금 곁들여진 정도라 아쉬웠다. 과학 용어나 이론에 대한 설명이 좀 더 자세했으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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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카란다 나무의 아이들
사하르 들리자니 지음, 한정아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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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 스포일러 포함

  행복한 나라는 서로 닮아 있고, 불행한 나라는 모두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 그러나 서로 닮아 있다.『안나 카레니나』의 첫 문장을 변형시킨 이 문장들로 우리와 이란을 이야기할 수 있다. 우리는 반공 이데올로기를 내세운 국가 독재로 인해 불행했다. 반면 이란은 1979년까지는 팔레비 왕조의 부패와 독재, 1979년 이후로는 팔레비 왕조를 무너뜨린 이슬람 근본주의 정권의 독재로 인해 불행했다. 하지만 우리와 이란이 독재로 인해 겪은 상처는 닮아 있다.  1980년대 한국에서는 수많은 사람들이 5.18 민주화 운동에서 희생당했고, 1980년대 이란에서는 수많은 사람들이 이슬람 정권에 저항하다 희생당했다.『자카란다 나무의 아이들』은 그렇게 우리와 닮은 이란의 1980년대를 그리고 있다.

 『자카란다 나무의 아이들』은 1980년대 이슬람 정권에 맞서 투쟁했던 세대들과 그들의 부모, 자녀 세대까지 3대에 걸친 가족사를 보여준다. 여기에는 정치범 부모 때문에 정치범 수용소에서 태어났던 작가 자신의 가족사가 반영되어 있다. 민주화를 위해 직접 투쟁했던 세대들은 악명 높은 정치범 수용소에빈에 끌려가 몇 년 동안이나 수감되거나 고문당하고 처형당한다.  그들을 감시하는 간수들은 이슬람 교리에 따라 형제, 자매라고 불리지만, 그들에게서 형제애나 자매애라고는 찾아볼 수 없다. 한 여자 간수는 좋아하는 남자 간수를 빨리 보고 싶어서, 이제 막 출산하고 심한 자궁 출혈로 입원해야 하는 여성 정치범을 바로 수용소로 데리고 돌아간다. 형기만 채우면 나와서 가족들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던 젊은 정치범들은, 2차 재판 일주일 뒤 새벽, 어떤 통보도 없어 처형되었다. 그렇게 1988년 7월에서 8월 사이 약 4,5천 명의 젊은 남녀가 처형되었다. 각 교도소마다 설치된 3인 위원회의 면담에서 '뉘우침이 없는'것으로 판단된 죄수들을 일제히 처형한 것이다. '뉘우침이 없다'는 것의 기준은 매우 자의적이고 주관적이었을 것이다. 


강경 진압으로 희생된 사람들의 사진과 피켓을 들고 시위하는 이란인들. 사진 출처: http://blog.naver.com/paullee338/20071198760


  그들의 부모나 형제 자매들이 그들의 아이들을 대신 키워준다. 부모 없이도 아이들은 조부모나 이모의 손에서 무럭무럭 자란다. 몇 년만에 출소해서 돌아온 낯선 부모에게 적응하거나,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부모의 부재를 견뎌내며 아이들은 자란다. 부모들의 운명은 아이들에게도 대물림된다. 2009년 이슬람 보수주의자인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했지만, 부정선거 논란으로 이란에는 다시 민주화 운동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젊은 세대로 성장한 아이들은 시위에 나섰다 30년 전과 다름없는 국가의 폭력적인 진압으로 고통 받는다. 시위를 해서 얻은 성과는 없었지만 그럼에도 아이들은 계속해서 살아간다. 

  

  이 소설은 여러 면에서 한강의 소설『소년이 온다』를 떠올리게 한다. 두 소설 모두 1980년대 자국에서 일어난 민주화 운동과 그것이 남긴 여파를 소재로 하고 있다. 반성의 기미가 없다는 이유로 처형된 뒤 구덩이 속에 아무렇게나 버려졌던 이란 젊은이들의 시신들은, 어느 숲 속에 아무렇게나 버려졌던 광주 사람들의 시신 더미를 떠올리게 한다. 시위를 하다 경찰들의 무자비한 폭행으로 아이를 유산한 젊은 여성의 이야기는, 진압군의 무차별 총격으로 목숨을 잃은 광주의 임산부 이야기와 닮아 있다.  『소년이 온다』에서 주인공 동호가 '왜 사람들은 애국가를 부를까. 사람들은 국가에 의해 죽은 게 아닌 것처럼'이라는 의문을 품었다면,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이런 의문을 품었다. 왜 이란 사람들은 시위를 하면서 '알라후 아크바르(신은 위대하다)'라고 외쳤을까. 사람들이 신의 이름으로 죽지 않은 것처럼.  우리가 한낱 고깃덩어리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야, 가 동호의 물음에 대한 답이었다면, '알라후 아크바르'를 외친 이유는 신의 이름으로 사람들을 죽이는 사람들에 대한 풍자였다. 


보라색 꽃이 흐드러지게 핀 자카란다 나무. 사진 출처: http://www.essentialdayspa.com/forum/viewthread.php?p=6533700


  두 소설 모두 마지막으로 향하는 곳은 꽃이 핀 쪽이다.『소년이 온다』에서 주인공 동호는 어린 시절 엄마에게 꽃이 핀 쪽으로 가자고 말하곤 했다. 이 소설에서 민주화 운동을 하다 몇 년 간 수감되었던 엄마를 둔 네다는 연인 레자를 자카린다 나무가 있는 곳으로 데리고 가고 싶어한다. 자카란다 나무는 보라색 꽃이 벚꽃처럼 흐드러지게 피는 나무로, 이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나무라고 한다.  부모님이 끌려간 뒤 아이들이 자랐던 외가에도 자카란다 나무가 있었다. 어떤 풍파를 겪어도 자카란다 꽃의 아름다움과 향기는 그들을 위로한다. 어떤 것도 더 밝은 쪽, 아름다운 쪽을 향해 가려는 마음은 꺾을 수 없다는 것을 두 소설 모두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내용뿐만 아니라 형식적인 면에서도 이 소설은『소년이 온다』와 닮아 있다. 사람들에게 트라우마를 심어준 역사적 격랑에 대해 여러 명의 시점으로 묘사되는 형식, 정갈한 문장, 과거형으로 쓸 문장을 현재형으로 써 독자가 등장인물의 바로 옆에서 지켜보는 듯한 느낌을 주는 것, 중요한 단어와 문장을 강조하는 것(『자카란다의 아이들』은 굵은 글씨로,  『소년이 온다』는 이탤릭체로)까지『소년이 온다』를 연상시킨다. 단정하고 정갈한 문장들, 과거형 대신 현재형 문장을 쓰는 것은 할레드 호세이니의 소설과도 닮아 있어, 이 소설은『소년이 온다』와 할레드 호세이니의 소설들을 섞은 느낌이다.(마침 할레드 호세이니가 이 책의 추천사를 썼다.)『소년이 온다』가 일상까지 잠식하는 트라우마를 보여주며 독자들까지 숨이 막히게 한다면, 이 소설에서는 평범한 일상의 행복도 큰 비중으로 그려져 감정적 무게는 비교적 가볍다. 하지만 우리와 닮은 이란의 상처를 보면서 더 나은 세상을 향해 싸우는 사람으로서의 동질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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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카란다 나무의 아이들
사하르 들리자니 지음, 한정아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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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의 <소년이 온다>와 할레드 호세이니의 소설들을 섞어놓은 듯하다. 그 둘보다 무게감과 깊이는 떨어지지만 민주화에서 희생된 사람들과 그 가족들에서 이야기라는 점에서 우리가 깊이 공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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