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서울사회학 - 서울의 공간, 일상 그리고 사람들 ㅣ 나남신서 1915
김미영 외 지음, 서우석 외 옮김 / 나남출판 / 2017년 3월
평점 :
누군가는 서울이 한국 그 자체라고 한다. 서울은 한국 정치, 경제, 문화의 중심이고, 한국 인구의 5분의 1이 서울에서 산다. 이렇게 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많은 사람들이 사는 곳이다 보니, 쪽방촌에서 불과 수백 미터 떨어진 곳에 호화로운 호텔이 들어서 있을 정도로 서울은 다채롭고 복합적인 공간이 되었다. 서울을 도시 연구의 대상으로 삼은 책들은 많았지만, 서울의 다양한 면모들을 종합적으로 살펴본 책은 드물었다. 그래서 이 책『서울사회학』은 서울의 복합적인 현실을 사회학적으로 분석하고, 그 결과를 연구자들뿐 아니라 대중 독자들과도 공유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흔히 서울을 강북과 강남으로 나누어서 분석하곤 한다. 주민들의 투표 성향에서부터 학생들의 교복 패션까지. 저자들은 이렇게 단순한 이분법에 의문을 제기한다. 사실 강남의 정의조차 명확하지 않다. 강남은 말 그대로 한강 이남의 11개 구를 가리키기도 하고, 행정구역으로서의 강남구를 가리키기도 한다. 또는 강남구와 서초구의 ‘8학군’을 가리키기도 하고, 서울의 경계를 넘어 과천시, 성남시 분당구와 판교 일대까지 포함하기도 한다. 문제는 이러한 이분법적 금 긋기가 풍요롭고 세련된 강남, 또는 과시적이고 졸부 같은 강남 대 강북의 구도로만 현실을 바라보게 만드는 것이다. 서울을 이루는 25개 구는 주민들의 평균 수명, 종교적 성향, 소득 계층의 분포까지 서로 매우 다르다. 한 도시 안의 지역들임에도.
이렇게 서울은 이질적인 지역들이 모여 만들어진 복합적이고 다채로운 사회이기에, 저자들은 인구, 소득, 건강, 종교,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서울의 현실을 분석한다. 서울을 강남과 강북 둘로 나눈 통계가 아니라 25개구 전체를 서로 비교한 통계들을 근거로 삼는다. 지방 경제가 위축되면서 지방 젊은이들의 서울 유입이 늘고 있지만, 서울의 높은 부동산 가격과 생활비 대문에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는 젊은이들이 많아졌다. 1990년부터 2010년까지 서울에서는 경제적 상류층과 중산층이 줄고 하류층이 늘어나, 소득의 불평등이 더욱 심해졌다. 편의점과 호텔은 예전보다 더 다양한 기능을 하며 서울 시민들에게 복합적인 소비 공간이 되었다. 통계와 분석을 통해 이렇게 다채롭고 복합적인 서울의 현실과 일상을 더 촘촘하게 들여다보려 한다.
그러나 많은 주제를 다루다 보니 각 주제를 깊이 파고들지는 못한다. 사실 각 주제가 깊이 파고들면 단행본 한 권 분량이 될 수 있다. 특히「서울의 한류 씬」은 서울의 한류 공간 분석이라는 흥미로운 주제를 선택했는데도 지면상의 한계 때문인지 각 공간을 깊이 있게 분석하지 못하고 있다. 각 공간의 특성을 간략하게 설명하고 외국인 관광객 몇몇의 반응을 전하는 데 그칠 뿐이다. 연구자인 독자들로서는 좀 더 깊이 있는 분석이 되지 못한 것이 아쉬울 것이다. 대중 독자들도 대상으로 하는 책이고 저자들이 최대한 쉽게 풀어서 설명하려는 것이 보이지만, 대중 독자들이 읽기에는 딱딱하다. 도표들과 그래프들이 독자들의 이해를 돕지만 흑백 도판과 전공 교재 같은 느낌의 편집이 딱딱한 느낌을 더한다. 연구자들을 만족시키기도, 대중 독자들을 만족시키기도 어려울 것 같다.
강남과 강북이라는 이분법을 뛰어넘으려 하고, 주택 문제, 교육 문제 등 서울에 대해 흔히 거론되는 문제들뿐만 아니라 서울의 더 다양한 현실들을 살펴보려 한다는 점에서 이 책은 의미 있는 시도이다. 하지만 너무 다양한 주제들을 다루다 보니 어느 하나도 깊이 분석하지 못하고, 대중 독자들이 흥미를 가지고 보기에는 딱딱하다. 이러한 단점을 보완해서 (연구자들과 대중 독자들 모두를 포함한)더 많은 독자들이 흥미롭게 읽으면서 서울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해 볼 수 있는 책이 나왔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