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랑의 역사 - 파란색은 어떻게 모든 이들의 사랑을 받게 되었는가
미셸 파스투로 지음, 고봉만.김연실 옮김 / 민음사 / 2017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고대부터 현대까지, 서구 역사에서 파랑이 지니는 의미와 위상의 변천을 폭넓게 살펴보았다. 미술사적인 이야기로 빠질 수 있다는 위험을 극복하고 색 그 자체의 사회사에 집중한다. 동양에서의 파랑의 역사까지 살펴보았다면 더 종합적으로 파랑의 역사를 살펴볼 수 있지 않았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권력, 정의, 판사 - 폭풍 속을 나는 새를 위하여
양삼승 지음 / 까치 / 2017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정의로운 법조인이 되고 싶어 하던 친구가 있었다그 친구는 학교 축제에서 부패한 법조인들을 풍자하는 퍼포먼스를 기획할 정도로 정의감이 강했다하지만 그 친구는 졸업을 하고 로펌에서 몇 년 일한 뒤세상은 썩어빠졌고 변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하며 회의감에 빠진 모습을 보였다그 친구는 법조계에서 어떤 일들을 보고 듣고 겪어왔기에 그렇게 변했을까종종 뉴스에 나오는 법조계의 비리 이야기를 통해 짐작할 뿐이었다.

 

  우리나라 법조계사법부에서는 도대체 무슨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구체적으로 어떤 문제점을 지니고 있는 걸까평생을 법조인으로 살아온 양삼승의 저서권력정의판사를 읽으면서 뉴스로만 짐작했던 법조계의 맨얼굴을 보게 되었다저자는 이 책에서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래 최근까지 한국 사법부 역사상 의미 있는 판례 10개를 살펴본다한국 사법부가 처음으로 구성된 이래 사법부는 정치권력의 영향력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저자는 사법부의 판결에 간섭하고 때로는 특정한 판결을 유도하며 사법부의 독립을 침해하는 정치권력을 비판한다. 1979년 김재규가 박정희 전 대통령을 살해했을 때전두환이 이끄는 신군부가 김재규에게 내란 목적의 살인죄를 뒤집어씌우고 그것을 인정하지 않는 판사들에게는 인사상의 불이익을 주었던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그러나 저자는 사법부를 억압한 정치권력뿐만 아니라정치권력에 굴복해 옳지 못한 판결들을 내렸던 사법부의 모습도 비판한다정치권력의 억압이 너무 심해서였다는 핑계는 그에게 통하지 않는다자기 자리까지 내려놓으면서 정의를 위해 싸웠던 법조인들이 존재했기 때문이다그는 지금의 법조인들이 권력자의 이해관계와 아무 상관없는 개인 간의 분쟁 해결에만 힘을 쏟으며 사소한 정의에 만족하는 것을 비판한다저자는 자신이 바꿀 수 있는 범위 내에서만 고민하는 것은 진정한 개혁이 아니라 현실도피일 뿐이라는 쓴 소리도 서슴지 않는다.

 

  또한 그는 실질적인 정의와 절차적 정의’ 모두가 지켜져야 함을 강조한다. 2006당시 제주도 도지사가 차기 도지사 선거를 준비하기 위해 제주도 소속 공무원들을 사적으로 부렸던 것이 적발되었다검찰이 이 사건을 조사하게 되었는데그 중 한 검사가 해당 사건에 연루된 공무원이 아닌 다른 공무원에게 영장과 검사 신분증을 제시하지도 않고강제로 그가 갖고 있는 서류를 압수했다그런데 그 서류에서 제주도 도지사가 선거법을 어겼다는 결정적인 증거가 발견되었다그러나 증거를 모으는 과정에서의 적법성이 문제가 되어 그 증거는 재판에서 인정받지 못했고제주도 도지사는 무죄 판결을 받았다도지사의 잘못이 명백한데도 절차의 적법성 문제 때문에 도지사를 처벌하지 못한 것이 일반적인 상식으로서는 이해되지 않을 것이다그러나 절차의 적법성이 지켜지지 않는다면마구잡이로 사람들을 검거하고 법에 어긋나는 조사 방법을 쓰는 일들까지 허용되고인권은 보호되지 못할 것이다죄의 대가를 치르게 하는 실질적 정의와 죄의 유무를 따지는 절차에서 원칙을 지키는 절차적 정의 사이의 균형을 잡기는 어렵다그 두 가지의 균형을 잡으면서 정의를 지켜가는 것이 법조인들이 할 일일 것이다.

 

  70대의 법조인이 쓴 글답게 다소 딱딱한 문체이고대중 교양서적보다는 학술서적에 가깝게 느껴지는 서술과 편집이다그래서 쉽게 읽히지는 않는다하지만 이 땅의 법조인들이 권력에 굴하지 않고 정의를 지키길 바라는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법조인들뿐만 아니라 법과 상관없이 살아갈 수 없는 우리들법을 통해 정의가 지켜져야 살아갈 수 있는 우리들 또한 이 책의 이야기를 되새겨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권력, 정의, 판사 - 폭풍 속을 나는 새를 위하여
양삼승 지음 / 까치 / 2017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70대의 법조인이 쓴 글답게 딱딱한 문체지만, 이 땅의 법조인들이 권력에 굴하지 않고 정의를 지키길 바라는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실제 사례들을 통해 적법한 절차와 실질적 정의가 어떤 것인지, 왜 지켜져야 하는지를 실감할 수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당신이 계속 불편하면 좋겠습니다
홍승은 지음 / 동녘 / 2017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불편한 이야기 좀 해 보겠다아버지는 엄마나 내가 아프거나 바쁠 때도 둘 중 한 명이 밥을 차려줘야 식사를 하시는 경우가 많았다. 나는 면접을 보러 가는 날에도 정장을 입고 화장을 한 채로 아버지 밥을 차려드리고 집을 나섰다. 요즘 들어 혼자 밥을 차려드시고 반찬을 치우는 것까지는 하신다. 아직까지 아버지가 먹고 버린 과자 봉지를 치우는 것도, 물 마신 컵 하나 씻는 것도 여전히 엄마와 내 몫이다. 그리고 한 번은 아버지가 갑자기 고향 친구 분들을 우리 집에 초대했는데하필이면 그분들이 오는 날이 내가 속한 동호회의 정모 날짜와 겹쳤다나는 당연히 동호회 정모에 가고 싶었지만혼자 일할 엄마가 눈에 밟혀 집에 남아 엄마를 도왔다아니나 다를까즐겁게 웃고 떠들고 노는 것은 아버지와 친구 분들의 몫산더미처럼 쌓인 그릇들과 음식 쓰레기를 치우는 것은 엄마와 내 몫이었다우리를 도와준 사람은 아버지가 아니라아버지 친구 분과 함께 온 부인이었다그분 또한 손님이었는데도

  홍승은의 페미니즘 에세이집 당신이 계속 불편하면 좋겠습니다를 읽으면서 나 자신의 이런 불편한 경험들이 떠올랐다저자가 일상에서 겪은 불편한 경험들이 나의 불편한 경험들과 맞닿아 있었기 때문이다. ‘이 사람도 이런 경험을 했구나로 그치지 않고나만이 불편하게 느낀 것이 아니구나뭔가 잘못된 거구나하고 깨닫게 되었다왜 아버지는 밥을 챙김 받아야’ 하는지 의문을 품는 내가 불효자식인가하고 생각했던 나는이 책을 통해서 그것이 나만 겪은 일이 아니라는 것일상에 뿌리 내린 차별적 관행이라는 것을 깨달았다밥을 차리는 일뿐만이 아니었다일상 속에 수많은 차별과 폭력이 숨어 있었다

  이런 불편한 경험들을 이야기하는 것이 그저 개인적인 불평으로 여겨질 수 있다더 큰 대의를 위해서 그런 사소한 불편함은 참아야 한다는 이야기들을 많이 들어왔다해일이 밀려오는데 조개를 줍고 있을 수는 없다고하지만 개인의 고통을 무시하고 이룬 대의가 얼마나 의미가 있을까개인이 모여서 만들어지는 것이 사회인데게다가 여성을 포함한 소수자의 불편함은만족해하는 다수의 목소리에 가려지기 쉽다불편해하는 소수만 무시하면 불편함 자체가 없는 것처럼 보이니까그러나 그들을 불편하게 만들고불편해하는 것이 잘못된 것처럼아무 문제도 없는데 분란을 일으키는 것처럼 여기는 무신경함 자체가 거대한 폭력이다그 폭력은 일상의 작은 곳까지 뿌리 내리고 있고폭력으로 여겨지지 않아서 더 위험하다

  그 거대하고도 미세한 폭력에 대한 저항은 자기 목소리를 내는 것이다. “드러나지 않은 존재가 스스로 목소리 낼 때세상은 딸꾹질 한다.”(p. 15.) 그 목소리는 무심코 지나쳤던 것들이 당연한 것이 아니라 불편한 것옳지 않은 것이라는 것을 밝히고다른 목소리를 부른다불편한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불평쟁이다프로불편러다라는 비난을 받을까 두렵다그러나 함께 불편함을 이야기하는 목소리들이 있고불편한 이야기가 세상의 고통을 줄이고 우리를 좀 더 자유롭게 할 수 있음을 믿을 때 용기를 얻는다그래서 나 또한 저자와 함께 소망한다. “나는 당신이 계속 불편하면 좋겠다그래서 함께 자유로우면 좋겠다.”(p. 1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당신이 계속 불편하면 좋겠습니다
홍승은 지음 / 동녘 / 2017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세상의 불편한 것들을 볼 수 있는 사람들에게 계속해서 불편한 것을 직시하며 나아가라고 이야기한다. 흔들리더라도, 괴롭더라도. 불편하고 더러운 것들까지 가리지 않고 비추는 거울 같은 책.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