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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H.M. - 기억을 절제당한 한 남자와 뇌과학계의 영토전쟁
루크 디트리치 지음, 김한영 옮김 / 동녘사이언스 / 2018년 3월
평점 :
절판



* 책의 내용을 바탕으로 만든 가상 인터뷰입니다.


(위) 뇌엽절제술로 단기기억상실증에 걸린 남자 헨리 몰래슨

(아래) 헨리에게 뇌엽절제술을 한 의사이자 저자의 외할아버지 윌리엄 스코빌 박사


연구자 어떻게 이 책을 쓰게 되신 거죠?


L. D. 저는 <애틀랜타>라는 지방 잡지의 전속작가로 활동하고 있었습니다제가 쓴 기사가 지방잡지연합의 연례회의에서 상을 받았고, <에스콰이어 Esquire(세계적인 남성 패션 잡지)>의 편집장이 제게 이야기를 쓰지 않겠냐고 제안했죠저에겐 지방지에서 전국지로 나아갈 절호의 기 회였어요처음에는 윌리엄 퍼먼이라는 사형수 이야기를 쓰려고 했지만편집장은 퇴짜를 놓았습니다그러면서 이렇게 충고했죠. “당신이 아니면 누구도 쓸 수 없는 이야기를 생각해 내요저는 언제나 깊은 호기심을 느껴왔고어느 누구도 저보다 더 가깝고 확실하게 접근할 수 없는 사람의 이야기를 선택했습니다그가 이 책의 주인공 헨리 몰래슨Henry Molaison이었죠그는 제 외 할아버지 윌리엄 스코빌William Scoville 박사의 뇌 수술로 30초 이상 기억하지 못하게 된 환자였습니다.


연구자 제목의 ‘H.M’은 헨리 몰래슨의 이니셜이었군요왜 헨리 몰래슨이 아니라 ‘H.M’이라는 이름을 제목에 넣은 거죠?


수전 코킨 박사. 코킨 박사는 헨리가 죽을 때까지 30여 년 동안 그를 독점하고 연구해 왔다.


L. D. 헨리는 뇌 수술을 받고 단기기억상실증에 걸린 후인간의 뇌 기능특히 기억 기능에 대한 연 구에서 특별한 연구 대상이 되었죠제 외할아버지에게서 헨리에 대한 연구의 주도권을 넘겨받은 MIT의 심리학 교수 수전 코킨 박사는 죽을 때까지 30여 년 동안 헨리를 독점 했습니다코킨 박사는 다른 사람에게 헨리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 헨리의 실명을 철저히 비밀에 부치고 그를 항상 H.M으로 불렀죠.


연구자 헨리가 받은 뇌 수술은 어떤 것이었나요?


(위) 대뇌의 구조. 기억을 관장하는 해마는 측두엽의 일부분이다.

(아래) 정상인의 뇌(왼쪽)과 헨리 몰래슨의 뇌(오른쪽). 헨리의 뇌에서는 측두엽 부분이 도려내져 있다. 


L. D. 대뇌를 부위에 따라 나눈 각 부분을 이라고 하는데, 19세기부터 뇌의 일부를 제거하거나 손상시켜서 정신병을 치료하는 수술인 뇌엽절제술이 시작되었습니다뇌엽절제술을 받은 환자 들은 폭력적인 성향이나 신경과민이 사라지고 온순해졌죠하지만 스스로 판단하는 능력과 다른 사람에게 공감하는 능력을 잃어버렸습니다. 수술을 받기 이전의 상태로는 되돌아가지 못했죠. 그런데도 의사들은 정신병을 뇌 수술로 해결할 수 있다는 가능성에 도취되어 그러한 부작용들을 무시했습니다. 1930년대에 이르면뇌엽절제술의 시대라고 할 만큼 뇌엽절제술은 각광을 받았습니다제 외할아버지도 뇌엽절제술의 가능성을 믿고 뇌엽절제술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의사 중 한 명이었습니다.


  외할아버지는 뇌엽절제술에 필요한 수술 도구까지 직접 고안해 가며 많은 환자들에게 뇌엽절제술을 시행했죠외할아버지에게 뇌엽절제술을 받은 다른 환자들과 헨리가 다른 점은헨리의 뇌에서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가 양쪽 모두 절제되었다는 겁니다.

 

연구자 의사들에게 헨리가 받은 수술과 그 이후 나타난 단기기억상실 증상이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었던 건가요?


L. D. 외할아버지는 수술 이후 헨리의 단기기억상실 증상을 연구한 논문을 발표했습니다이 논문은 기억 연구의 초석이었습니다헨리는 수술 이후 일어나는 새로운 사건을 거의 기억하지 못했습니다수술을 받기 전의 경험들까지도 기억하지 못하게 됐죠하지만 기술을 학습하고 향상시키는 기능은 손상되지 않았습니다그 덕분에 뇌에는 구체적인 사건이나 일화를 기억하는 체계와 기술을 학습하고 향상시키는 체계가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 것이죠.


연구자 의사들과 과학자들에게는 뇌과학 발전의 계기였지만헨리 자신에게는 큰 불행이었겠네요.


냉각처리된 헨리의 뇌. 헨리가 죽은 뒤 헨리에게서 적출된 뇌는 2401개의 조각으로 분해되어 의사들과 과학자들의 연구 대상이 되었다.


L. D. 외할아버지의 수술은 헨리를 죽이고 환자 H.M을 탄생시켰습니다헨리는 2008년에 죽을 때까지 수백 건의 실험에 시달려야 했어요모든 실험은 헨리의 동의를 받은 것이었다고 하지만30초 뒤에는 그 실험이 어떤 것인지도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의 동의에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헨리가 죽은 뒤에도 헨리의 뇌 조각 2401개와 헨리의 뇌를 분석한 데이터의 소유권을 놓고 과학자들이 법적 분쟁을 일으키기까지 했죠.


연구자 헨리를 불행하게 만든 장본인이 선생님의 외할아버지인데외할아버지의 치부를 드러내는 게 쉽지는 않았을 텐데요그런데도 외할아버지의 행적을 파헤치고 객관적으로 바라보려고 한 점이 놀랍습니다.


L. D. 제 외할아버지수전 코킨그 밖의 많은 의사와 과학자들까지 많은 사람들이 헨리에게 빚을 졌습니다저 역시 이 책을 쓰면서 헨리의 불행으로 이득을 보고그에게 빚을 지게 됐죠우 리 중 어느 누구도 헨리에게 진 빚을 갚지 못했습니다.

 

연구자 이 책에서는 헨리의 이야기뿐 아니라 고대의 뇌 수술선생님의 가족사과학계의 암투와 신경 전까지 수많은 이야기가 얽혀 있습니다게다가 여러 시점을 오가는 구성이어서 좀 산만하다는 느낌도 드는데헨리에게 좀 더 집중하는 구성이었어도 좋지 않았을까요?


L. D. 기억이 우리를 만드는 것은 너무나 자명한 이치였지만우리가 기억을 어떻게 만드는지는 최근에야 밝혀지기 시작했습니다제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헨리의 이야기뿐만이 아니라우리가 어떻게 기억을 이해하게 되었는지기억이 인간에게 어떤 의미인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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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의 궤적 - 과학과 이성은 어떻게 인류를 진리, 정의, 자유로 이끌었는가
마이클 셔머 지음, 김명주 옮김 / 바다출판사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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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더 나아지고 있을까? 이 질문에 선뜻 그렇다고 대답하기 쉽지 않다. 폭력, 살인, 강간, 테러, 전쟁 등 악한 일들이 너무 많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버스를 기다리는 줄에서 새치기하는 사람부터 우리에게 부당한 처사를 일삼는 집주인이나 직장 상사, 수십억 원의 뇌물을 받고도 아주 적은 형량만 받는 정치인까지 세상은 크고 작은 불의들로 가득하다. 그러나 미국의 과학자 마이클 셔머는 저서『도덕의 궤적』에서 인류가 과학과 이성을 통해 지금까지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 왔고, 앞으로도 도덕적으로 더 진보한 세상을 만들 것이라고 주장한다. 


  셔머는 어떤 근거로 세상이 도덕적으로 진보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걸까? 그리고 도덕과 과학은 서로 별개의 영역처럼 보이는데 어떻게 과학이 도덕의 진보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것일까? 과학보다는 사람들에게 삶의 지침을 제공하는 종교가 도덕의 진보를 이끌어내지 않았을까? 셔머는 선사시대부터 현대까지 인류의 역사가 도덕적 진보를 향해 나아가는 과정을 살펴보며, 도덕적 진보의 원동력이 종교가 아닌 과학과 이성이라는 것을 입증한다. 


  우선 셔머가 도덕과 과학을 어떻게 정의하는지 정리할 필요가 있다. 셔머가 생각하는 도덕은 감응적 존재의 생존과 번성이다. 여기서 말하는 감응적 존재는 감정, 지각, 감각, 반응, 의식이 있어서 느끼고 고통 받을 수 있는 존재로, 모든 인류뿐만 아니라 동물들까지 포함된다. 그리고 과학은 이성을 토대로 일련의 논증과 경험적 입증을 거쳐 그 결론이 참인지 거짓인지 확인하는 절차다. 


요하네스 얀 루켄, 안네켄 헨드릭스의 화형. 헨드릭스는 1571년 마녀라는 혐의로 화형당했다. 헨드릭스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마녀사냥의 희생양이 되었다. 과학은 마녀사냥과 같은 미신적이고 종교적인 생각들을 허물어뜨렸다. 


  근대 이전 노예와 여성, 동물들은 주인과 남성, 인간과 마찬가지로 감응적 존재였음에도 인격적인 존재가 아니라 재산이나 수단으로 취급받으며 폭력과 차별, 학대로 고통 받았다. 성소수자들은 신과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는 비도덕적인 존재라는 이유로 박해 당했다. 기독교와 유대교, 이슬람교 등의 종교들은 이들에게 가해지는 폭력과 차별에 수천 년 동안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고, 오히려 이들을 박해하는 이들을 옹호하고 정당화해 왔다. 


프랑스 인권선언문. 계몽주의자들은 과학에서처럼 비판과 논쟁, 실험을 통해 민주주의와 민권의 원리를 정립해 갔다.


이런 과정을 통해 세상은 정말 도덕적으로 진보했을까? 셔머는 통계자료들을 통해 세상이 도덕적으로 진보했음을 보여준다. 선사시대부터 현대까지 전쟁으로 인한 사망률을 비교해 보면 현대에 들어 전쟁 사망률은 크게 감소했다. 정치적 자유가 있는 나라들의 비율은 1970년대 이래 증가했고, 정치적 자유와 민주주의가 보장되는 나라는 그렇지 않은 나라보다 경제적으로 번영을 누리고 있다.(저자가 그 예로 우리나라와 북한을 비교한 것이 흥미롭다.) 남녀 간의 임금 격차는 점차 줄어들고 있고, 동성애와 동성결혼에 대한 생각을 묻는 설문조사에서 더 포용적인 응답을 하는 사람의 비율은 늘어나고 있다. 또한 채식주의자들과 인도적으로 기른 축산물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이렇게 도덕의 진보는 인간이 아닌 동물들에게까지 미치고 있다. 


  앞으로도 세상은 도덕적으로 진보할까? 셔머는 그럴 것이라고 믿고, 우리가 닿아야 할 곳이 유토피아가 아닌 프로토피아(Protopia)라고 말한다. 프로토피아는 프로그레스(progress,·진보)와 유토피아(utopia)의 합성어로, 실제로는 존재할 수 없는 완벽한 이상향인 유토피아와 달리, 측정할 수 있는 꾸준한 진보가 일어나는 현실의 장소다. 그는 인간의 본성에서 탐욕과 폭력성이 유전적으로 사라지지는 않겠지만, 모든 감응적 존재가 번성할 수 있는 사회의 특징들을 전 세계로 퍼뜨린다면 모든 사람이 차이를 넘어서 한 공동체의 일원이라고 느끼는 문명 2.0에 이를 수 있는 것이라고 믿는다. 도덕의 영향권을 나 자신과 혈연관계로 맺어진 친족들을 넘어서 나와 다른 집단에 있는 타인들, 동물들, 즉 더 많은 감응적 존재들에게까지 확장해서 그들이 더 많은 시간 동안 더 많은 장소에서 진리와 정의, 자유를 누릴 수 있도록 만들자는 것이다. 


  미래에 대한 그의 전망이 지나치게 낙관적이라고 느낄 수도 있다. 또한 역사와 사회는 도덕적 방향을 향해 항상 진보하지만은 않고 때로는 퇴보한다. 미래에 우리가 예상치 못했던 악조건이 생겨 도덕의 진보를 막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토머스 모어의 유토피아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지만 더 나은 세상으로 나아가는 데 지침이 되어주었던 것처럼, 프로토피아와 도덕적 진보에 대한 셔머의 믿음이 도덕의 궤적이 정의를 향해 나아가는 데 지침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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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 신에게 도전하다 - 5개의 시선으로 읽는 유전자가위와 합성생물학
김응빈 외 지음, 송기원 엮음 / 동아시아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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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외부의 영향으로 유전자 변형이 일어나면서 능력을 얻은 슈퍼히어로 캡틴 아메리카와 헐크

(아래) 유전자 변형 농산물에 반대하는 시민단체의 엽서


  헐크, 엑스맨, 스파이더맨, 캡틴 아메리카 등 유전적 돌연변이나 외부의 영향으로 인한 유전자 변형으로 능력을 얻은 슈퍼히어로들이 전 세계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그러나 유전자 변형 농산물(GMO, Genetically Modified Organism)은 전 세계 사람들이 의혹을 가지고 꺼려하는 대상이 되었다. 이렇게 우리의 삶 속에는 유전자에 대한 욕망과 두려움이 깊이 스며들어 있다. 하지만 우리 같은 일반 대중 중 유전자를 다루는 생명과학이 지금 어디까지 와 있는지 자세히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생명과학은 일반 대중들의 예상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인간의 유전체 전체를 분석하는 인간 게놈 프로젝트가 2003년에 완료된 이후, 인간이 생명체를 설계하고 필요한 형태로 만들어내는 ‘합성생물학’의 시대가 열렸다. 2013년 이후에는 유전체 중 원하는 특정 부위를 마음대로 잘라낼 수 있는 ‘크리스퍼(CRISPR)’라는 유전자가위 기술이 개발되면서 합성생물학이 더 빠르게 발전하게 되었다. 이렇게 급속도로 생명과학이 발전하면서 우리 삶에 일어날 변화를 통합적으로 논의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두 명의 생명과학자와 정책을 연구하는 사회과학자, 윤리학과 철학을 공부한 두 명의 신학자가 모여 함께 합성생물학을 공부하고, 각자의 전공 분야에서 합성생물학이 불러올 미래를 진단했다. 그 결과물이 이 책『생명과학, 신에게 도전하다』이다.



(위)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는 유전체 중 원하는 부분만 잘라 효율적으로 유전자를 편집할 수 있다.

(아래) 유전자 변형으로 다른 돼지들보다 근육양를 늘린 돼지들


  과학자들은 합성생물학이 어떤 학문이고, 지금 어떤 단계에 와 있는지를 설명한다. 합성생물학은 유전자를 부품처럼 원하는 대로 조립해 인공생명체를 합성, 제작하는 학문이다. 세균이 자신의 몸에 침입한 바이러스의 DNA를 크리스퍼라는 유전자 사이에 저장해 두고 있다가, 다음에 같은 바이러스가 침입하면 저장된 정보를 통해 침입한 바이러스의 DNA 염기서열을 인식해 잘라버린다는 것이 2012년 밝혀졌다. 이것을 응용한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는 기존의 유전자가위들보다 훨씬 더 정확하고 효율적으로 유전자를 편집할 수 있다. 이미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는 동식물의 기능 향상뿐만 아니라 인간의 에이즈 치료에도 사용되었을 정도로 활발하게 이용되고 있다. 그러나 합성생물학을 통해 만들어진 생명체가 자연으로 유출되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예측할 수 없다고 경고하고 있다. 


  한편 사회과학자는 합성생물학과 관련된 전문가의 수가 아직 적어 정책결정자들에게 자문을 제공할 수 있는 전문가가 한정되어 있는 점, 합성생물학 연구를 지원하는 기업에 비해, 합성생물학을 반대하는 진영의 조직력과 자본이 부족해 양쪽이 동등하게 맞서기 어렵다는 점을 지적한다. 그렇기 때문에 합성생물학 연구진들에 대한 관리와 시민들이 합성생물학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한국 정부는 합성생물학이 산업의 측면에서 가져올 이익에만 초점을 맞추어 일반 시민과 소통하는 것에는 소홀하다는 지적은 흘려듣지 말아야 할 부분이다. 


  그리고 신학자들은 신학과 윤리학, 철학의 입장에서 합성생물학과 그것이 미칠 영향을 고찰한다. 그들은 합성생물학이 창조주로서의 신의 위치를 위협해서가 아니라, 인간을 단지 생물학적 기능을 가지는 기계로 환원시킬 수 있기에 위험성을 가지고 있다고 본다. 그리고 앞으로 태어날 아이들의 유전자까지 통제하게 되면서, 우연이 만들어내는 가치, 즉 진정한 자유가 사라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그리고 생물까지 기업의 이익을 추구하기 위한 수단이 되는 현실 앞에서, 내가 살아 있듯이 다른 생물도 살아 있음을 공감하는 능력을 지켜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이들의 이야기가 다소 원론적이라고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우선 생명과학이 지금 어디까지 왔고 어떤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는지를 대중 독자들에게 알릴 필요가 있다. 그리고 페이지 수의 한계 때문에 더 깊이 있는 논의를 담지 못한 것은 아쉽지만, 과학뿐만 아니라 윤리학, 철학, 정책 등 다양한 관점에서 통합적인 논의를 시도한 것 자체가 가치 있다고 생각한다. 생명과학의 과학적 원리를 이해하고, 그것이 미칠 영향을 인문학적으로 고찰할 때, 과학이나 인문학 중 한 가지 시각에서만 봤을 때보다 더 폭넓은 시각으로 미래를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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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브레인 - 삶에서 뇌는 얼마나 중요한가?
데이비드 이글먼 지음, 전대호 옮김 / 해나무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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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뇌과학에 대해 관심이 많지 않았다하면 떠오르는 것은 뇌호흡 같은 유사과학이나 아인슈타인도 자기 뇌를 다 사용하지 못했다는 잘못된 속설이니뇌에 대한 이야기들은 신뢰가 가지 않았다하지만 뇌과학의 성과까지 유사과학이나 잘못된 속설로 폄하할 수는 없지 않은가그리고 몸 전체를 통제하고 생각과 기억을 담당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게 뇌인데뇌에 대한 과학적 지식을 쌓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래서 대중적으로 호응을 얻고 있는 뇌과학 입문서인 더 브레인』 을 읽게 되었다. 


저자 데이비드 이글먼이 진행하는 TV 프로그램 <더 브레인>의 한 장면. 컵 쌓기 시합을 하는 두 사람의 뇌파를 측정하고 있다.


 더 브레인』 은 미국의 뇌과학자 데이비드 이글먼이 진행한 TV 프로그램 <데이비드 이글먼의 더 브레인(The Brain with David Eagleman)>의 내용을 정리한 책이다이 책의 내용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어떻게 삶이 우리의 뇌를 만들고어떻게 뇌가 우리의 삶을 만드는가?"이다단순히 뇌에 대한 과학적 지식들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뇌가 우리의 삶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살펴보고 있는 것이다


(위) 런던 시내 지도. 런던의 택시 운전사들은 런던 시내의 수만 개 장소와 경로들을 암기한다. 

(아래) 뇌 구조 중 해마. 런던의 택시운전사들은 수만 개의 장소와 경로를 암기하면서 해마의 크기가 커졌다.


  이 책의 첫 챕터에서 저자는 말한다여러 상대와 나누는 대화부터 당신이 속한 문화까지삶의 모든 경험들이 당신 뇌 속의 세부 구조를 변화시킨다고어린 시절의 환경이 뇌가 성장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상식이다성인이 된 이후에는 우리의 뇌가 완전히 발달해 더 이상 변화하지 않을 것 같지만성인기에도 우리의 뇌는 계속 변화한다이것을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예가 런던의 택시 운전사들의 뇌이다런던의 택시 운전사들은 런던 시내 수만 개의 장소와 거리를 외우고 있다과학자들은 이들의 뇌에서 공간 기억에 필수적인 뇌 구역 해마가 커져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택시운전사들뿐 아니라 우리의 뇌도 우리가 태어난 가정우리의 문화직업친구들읽은 책본 영화다른 사람들과 나눈 대화 등 우리가 겪은 모든 경험들을 통해 물리적 구조가 변화된다.


물을 마시는 간단한 동작도 우리가 자각하지 못하는 사이 뇌 속 수많은 세포들의 협동을 통해 이루어진다.


  이렇게 이렇게 삶이 우리의 뇌를 만든다면뇌도 우리의 삶을 만든다우리는 우리의 의식자유의지가 우리의 삶을 이끈다고 생각한다하지만 저자는 우리의 의식이 뇌 활동에서 극히 작은 부분이라고 이야기한다일어나서 걷거나 달리고컵을 입에 가져가 물을 마시는 등의 일상적인 행동들은 우리가 의식적으로 자각하지도 못하는 사이, 뇌 속 수많은 세포들의 협동을 통해 이루어진다뇌 속의 뉴런(전기 신호를 써서 다른 세포들과 소통하는 신경 세포)들이 다른 뉴런들에게 조종되면서일상적인 동작뿐 아니라 우리의 생각감정결정까지 만들어진다차가운 음료가 든 컵을 들었을 때보다 따뜻한 음료가 든 컵을 들었을 때 자신과 가족 사이의 관계를 더 우호적으로 이야기하고이름의 첫 글자가 서로 같은 사람을 배우자로 선택하는 등 아주 작은 요소들이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 우리의 결정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흥미롭다.


우리 자신의 몸이 아닌 다른 곳에 업로드된 우리도 여전히 우리 자신일까?


 우리의 삶이 뇌에 미치는 영향과뇌가 우리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본 후 이 책이 던지는 마지막 질문은 미래에 우리는 어떤 존재가 될까?이다어떤 경로로 데이터가 입력되든 뇌는 그것을 받아들인다이런 원리를 토대로 잃어버리거나 제 기능을 못하게 된 신체 부위 대신 인공 감각 기관을 통해 감각 정보를 전달할 수 있다여기에서 더 나아가유한한 인체보다 더 오래 가는 기계에 인간의 뇌를 복사하고 업로드함으로써 영원한 생명을 얻을 수 있다는 가설도 제기된다그렇게 뇌를 복사하면 우리 자신도 복사될까복사되고 업로드된 우리도 여전히 우리 자신일까? 여기에서 뇌과학은 과학을 넘어 철학적인 질문까지 던진다.

이러한 시도들이 성공할지 실패할지우리의 뇌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는 확실히 알 수 없다하지만 저자는 마지막으로 말한다. “
우리가 누가 될지는 우리 자신에게 달려 있다.” 우리가 경험하고 시도하는 모든 것이 우리의 뇌를 만들고 우리의 삶을 만들 것이다뇌를 통해 우리 존재에 대해 생각해 보게 만든다는 점에서이 책은 쉽고 재미있지만 마냥 가볍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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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날로그 사이언스 : 그냥 시작하는 과학 - 보통 사람을 위한 감성 과학 카툰 아날로그 사이언스
윤진 지음, 이솔 그림, 이기진 감수 / 해나무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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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 지금 읽고 있는 책은 뭐야? 과학 카툰? 과학책도 읽는구나. 넌 문학이나 역사, 미술 쪽 책만 읽는 줄 알았어. 
B: 과학책도 종종 읽으려고 해. 사람이 한 쪽 분야에만 치우치면 편협해질 수 있다잖아. 내가 문과지만 과학에 대해 아무 상식도 없는 건 좀 아닌 거 같아서. 그리고 과학을 알게 되면 다른 분야들까지 더 깊이 이해하게 된다니까, 내가 좋아하는 분야들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게 될 거 같아. 
H: 그래. 세상의 지식들은 서로 연결돼 있으니까. 옛날 학자들 중에서도 철학자이면서 과학자인 사람도 많았잖아. 화가인 다 빈치도 과학기술에 관심이 많았고. 


H: 그림체가 단순하네. 텍스트도 간결하고. 가볍게 읽기 좋겠다.
B: 몇 시간이면 다 읽을 수 있어. 하지만 쉽긴 해도 가볍지 않아. 원자나 빛의 속도, 상대성 이론까지 다루는 걸. 어려운 이론의 기초들을 잘 설명하고 있어. 



H: 대성당 안의 파리 한 마리라. 원자가 거의 텅 빈 상태라는 게 바로 와 닿네. 
B: 이렇게 실생활 속에 있는 것들로 설명하니까, 어려운 원리도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지. 모형이나 기호로 설명하는 것보다 훨씬 나은 것 같아.


H: 그리고 과학 이론이 실생활이랑 무슨 상관인가 싶은 사람들도 많을 거 아냐. 여기 상대성 이론이 GPS에서 어떻게 쓰이는지 얘기하는 부분 흥미롭네. 
B: 실생활에서 과학 이론이 어떻게 응용되는지 알고 나면 과학이 더 친근하게 다가오지. 과학이 그저 과학자들 머릿속이나 실험실에만 있는 게 아니라는 걸 실감하게 돼.


H: 사실 이런 이론들을 증명하려면 복잡한 수식들이 필요하잖아. 그런데 여기에 나오는 수식들은 되게 간단하네. 중학교 수학 정도만 알아도 이해할 수 있겠어. 
B: 그래. 고등학교 때 이후로 수학 공부를 해 본 적이 전혀 없는데도 여기에 나오는 수식이랑 계산들은 쉽게 따라갈 수 있더라. 나 진짜 수학포기자에 과학알못인데도 이 책에 나오는 내용은 거의 다 이해했어.
H: 내 조카가 몇 살만 더 먹어도 이 책을 이해할 수 있겠는데? 나중에 "삼촌 공대생이었으니까 이것 좀 설명해 줘."라고 하면 이 책을 대신 쥐어줘도 되겠다. 
B: 설명해 주기 귀찮아서 그렇지? 
H: 내가 설명해 주는 것보다 이걸 보는 게 더 이해가 빠를 걸. 
B: 걔가 커서 과학 공부할 때 이 책도 같이 보면 도움이 많이 되긴 할 거야.  우리는 과학 성적 잘 나와야 할 걱정이 없으니 더 즐겁게 읽을 수 있고. 다음 편은 양자역학 얘기라는데 기대된다.
H: 너 양자역학이 뭔지는 알아?
B: 아니. 그래도 이번 책만큼 잘 설명해 주면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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