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존속 살해범의 편지 - 그리고 그 밖의 짧은 글들
마르셀 프루스트 지음, 유예진 옮김 / 현암사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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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뚱하고 섬세하고 사랑스러운 사람 프루스트. 다른 사람의 글을 평론하다 자신의 어린 시절 이야기로 빠져도 밉지 않고 그의 기억 속에 함께 잠기게 된다. 에세이에서는 작은 것 하나 놓치지 않고 포착해내는 섬세함, 문학과 미술 평론에서는 그만의 독특한 안목과 신랄한 유머 감각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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홉스 - 리바이어던의 탄생 문제적 인간 14
엘로이시어스 마티니치 지음, 진석용 옮김 / 교양인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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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머스 홉스'라고 했을 때 생각나는 것은 그가『리바이어던』의 저자라는 것과 "만인은 만인에게 늑대"라는 말을 했다는 것뿐이었다. 중학생 때 사회 시간에 공부했던 것들, 고등학생 때 사회탐구 과목에서 공부했던 것들을 어쩌면 이렇게 남김없이 잊어버릴 수 있을까. 지금의 내 지식 상태가 너무 심각하다 싶어, 홉스의 전기인 이 책을 찾아 읽게 되었다.


 이 책은 시간의 순서에 따라 토머스 홉스가 어떻게 살아왔고 어떤 사상을 펼쳤는지, 그의 삶과 사상에 어떤 역사적, 사회적, 종교적 상황이 영향을 미쳤는지를 종합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홉스는 영국 엘리자베스 1세의 치세 말기(16세기 말)에 부유하지 않은 평민 집안에서 태어났다. 그는 부유하고 영향력 있는 귀족 가문인 캐번디시 가의 가정교사이자 비서로 수십 년을 일하면서, 고용주들의 정치 활동을 옆에서 지켜보고 학문적 역량을 쌓아왔다. 왕이 모든 권력을 쥐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하는 왕당파였기 때문에, 공화파와 왕당파 사이에 내전이 일어났을 때 생명의 위협을 느끼고 10여 년 동안 외국에서 망명 생활을 해야 했다. 크롬웰의 공화정 시기가 끝나고 왕정이 복고된 시기에도, 자신의 사상에 대한 숱한 오해로 인해 다른 사상가들과 끊임없이 논쟁했을 뿐만 아니라 저서들이 출간 금지되기까지 했다. 이런 파란만장한 삶이 그의 사상을 만들었다.


  홉스는 왕이 모든 권력을 쥐는 전제 군주정을 옹호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근대 민주주의 발전의 토대가 된 사회계약설의 발전에 큰 영향을 미쳤다. 사회 구성원인 개인들의 계약을 통해 국가가 형성되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자연 상태에서는 각 사람의 권리와 자유를 제한하는 법이 없기 때문에 누구나 자신이 생존하기 위해 어떤 수단이든 쓸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자연 상태의 사람들은 모두 평등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지옥 같은 삶을 살게 된다. 언제든 다른 사람이 자기의 재산과 생명을 빼앗아갈 수 있는 위험에 노출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계약을 맺어 모든 권리를 주권자에게 양도하고 그의 보호를 받는다. 이렇게 계약을 맺어 주권자, 즉 정부를 세움으로써 사람들은 자연 상태의 위험에서 벗어나게 된다.


  홉스는 이러한 사회계약설 외에도 정치철학, 광학, 수학, 물리학 등 다양한 학문 분야에서 자신만의 이론들을 정립해 갔는데, 당대의 사회적, 종교적 통념과 어긋나는 부분이 있어 많은 논란을 낳았다. 저자는 사회계약설을 비롯한 홉스의 사상과 이론의 주요 내용을 설명하면서, 그의 사상 속 모순들을 논리적으로 짚어본다. 홉스는 주권자가 시민들의 모든 것을 통제할 수는 없을 거라고 생각해 독재의 위험성을 간과했다. 독일의 철학자 라이프니츠는 시민들이 모든 권리를 주권자에게 양도했더라도 여전히 자기 보존의 권리는 갖고 있기에, 자신의 생명이 위협받을 경우 독재자에게 저항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지적했는데 홉스는 그의 지적에 아무 답도 하지 않았다. 또한 모든 물체는 서로 맞닿아서 힘을 주고받으며 운동하게 된다며 물체와 물체 사이에 힘과 그 밖의 것을 전달해 줄 공기가 없는 진공 상태란 있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당대의 명망 있는 화학자이자 물리학자인 로버트 보일이 공기 펌프로 진공 상태를 만들자, 홉스는 미세한 공기가 유리를 뚫고 들어갈 수 있다며 그것은 진공 상태가 아니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진공 상태는 실제로 존재하는 것이었고, 보일은 이 연구를 통해 기체의 부피와 압력 사이의 상관관계를 설명하는 '보일의 법칙'을 발견했다. 데카르트 등의 동시대 과학자들이 홉스는 과학자로서는 재능이 부족하다고 평가했지만, 홉스는 자신이 그들보다 뛰어난 과학자라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는 학자로서의 자부심이 강해 때로는 유치하다 싶을 정도로 학술 논쟁에서 감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저자는 이렇게 홉스의 사상 속 모순이나 인간적인 결점까지 숨김없이 드러내면서 그의 업적과 한계 모두를 짚어본다.


  저자는 홉스의 사상뿐만 아니라 홉스의 사상을 비판한 사람들의 주장과 그들의 주장에서 타당한 점, 타당하지 않은 점도 하나하나 살펴본다. 앞에서 이야기했던 라이프니츠의 지적은 홉스의 사회계약론의 맹점을 제대로 짚은 예다. 홉스가 가부장 정부도 인정한 만큼, 태어났을 때부터 아이들이 가부장에게 종속되어 있다면 모두가 평등하고 같은 권리를 가지고 있는 자연 상태는 있을 수 없다는 비판도 일리가 있다. 그러나 사람들은 홉스의 저서를 꼼꼼히 읽어보지 않고 그가 이야기하는 '자연 상태'가 힘이 모든 것을 정당화하고 사회 구성원 각자가 자신의 힘을 정의와 법으로 삼는 것이라고 오해했다. 어떤 권위도 인정하지 않고 방탕하게 사는 사람들은 반성문에서 자신이 '홉스주의'에 빠져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종교의 수장도 국가의 주권자가 맡아야 하며 종교 제도도 주권자가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주장에 성공회 주교들은 반발했다. 저자는 이러한 오해와 편견들이 당대 사람들의 사회적, 정치적, 종교적 입장에서 비롯된 것임을 밝힌다.


 500페이지가 넘는 분량에 홉스의 생애 전반과 정치철학, 신학, 물리학, 기하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구축한 사상과 이론들, 그를 둘러싼 시대상과 논쟁들까지 꾹꾹 눌러담았다. 페이지마다 넘쳐나는 정보량이 버거울 수도 있고 홉스의 논리와 비판자들의 논리, 이 둘의 타당성을 검토하는 저자의 논리를 따라가는 것이 벅찰 수도 있다. 하지만 홉스와 그의 사상을 종합적으로 이해하는 데 이 책만큼 도움이 되는 책이 많지 않다. 원서가 1999년에 출간되었기 때문에 홉스에 대한 최신 학설들이 반영되지는 못했겠지만, 꼼꼼하고 성실하게 홉스의 삶과 사상을 정리하고 평가하고 있다. 홉스를 무조건 찬양하지만 않고 그의 학문적, 인간적 결점까지 직시하는 객관적인 태도가 이 책의 신뢰도를 높인다. 또한 비문학 연구서인데도 곳곳에서 드러나는 저자의 유머 감각이 이 긴 책을 읽는 독자들의 발걸음을 좀 더 가볍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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홉스 - 리바이어던의 탄생 문제적 인간 14
엘로이시어스 마티니치 지음, 진석용 옮김 / 교양인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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홉스의 생애와 사상, 그 둘에 영향을 미친 당대의 역사적, 사회적, 종교적 상황까지 폭넓게 바라보면서, 그의 사상과 그에 대한 비판 모두를 논리적으로 분석한다. 홉스의 사상 속 모순이나 인간적인 결점까지 숨김없이 드러내면서, 그의 사상의 의미를 살펴보고 그에 대한 오해를 바로잡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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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재판의 나라에서 - 우리 사법의 우울한 풍경
정인진 지음 / 교양인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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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군가와 법적인 다툼을 하게 돼 재판을 치른 적은 한 번도 없다하지만 을로서 갑에게 권리를 침해당할 위기를 종종 겪었기 때문에 온라인으로 법률 상담을 한 적은 여러 번 있다그때마다 내 권리를 침해하는 사람들을 처벌하고 내 권리를 지키기에는 법이 너무 성기다고 느꼈다그들을 고발할 확실한 증거를 갖추는 것은 어려운데 그 사람들이 빠져나갈 구석은 너무 많았다그저 법률 상담만 잠깐 해봐도 이렇게 막막한데 본격적으로 재판에 뛰어드는 사람들은 얼마나 많은 난관에 부딪혀야 할까전직 판사현직 변호사로서 저자 자신이 보아온 수많은 재판과 그 문제점을 돌아본 책이 이상한 재판의 나라에서이다.


  저자는 판사로서 재판들을 맡았을 때 자신의 한계와 무력감을 느꼈다재판정에 선 사람들은 자신의 밥그릇이 걸린 일이라 목숨을 걸고 달려드는데자신은 아무리 많은 재판을 겪었어도 그들의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없다고 느꼈다자신의 판결이 옳은 판단이었다는 확신이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판사 자리에서 물러나 변호사가 되고 나서는 같은 헌법과 법률을 따라 재판하면서도 판사들마다 판결이 제각각인 것이 이상하게 느껴졌다정성 들여 증거 자료를 준비해도 판사들이 그 자료를 제대로 검토해 보지도 않고 대충 판결을 내려버리는 모습에 허탈해하기도 했다이런 현실의 원인을 살펴보고 그 해결책을 생각해서 법이 진정으로 일반 국민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랐기에 저자는 이 책을 썼다.


  저자가 생각하는 이상한 재판의 원인은 여러 가지다빨리빨리대충대충 사건을 심리하는 것은 판사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배당되는 사건 수가 너무나 많기 때문에 일어나는 구조적 문제다하지만 편향되거나 보통 사람들의 상식에 어긋나는 판결을 내리는 것은 판사들 자신의 문제다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판사 자신들이 오만과 아집을 버려야 한다고 저자는 힘주어 말한다사법권은 독립을 보장받아야 하고 판결은 존중받아야 한다는 생각이 법과 판사 자신의 한계를 인정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려버리고결국 판사는 오만과 아집에 빠져버리게 된다우리나라의 형사 소송 규칙 제147조에는 재판장은 판결을 선고함에 있어 피고인에게 적절한 훈계를 할 수 있다.”고 규정되어 있는데반면 미국의 법관 윤리에서는 판사가 법정에서 훈계를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정설이다재판 당사자는 판사에 비해 약자의 입장에 서 있고판사로 대표되는 국가 권력이 재판 당사자보다 도덕적으로 우위에 있다고 확신하는 순간 재판 당사자에게 전체주의의 폭력을 휘두를 수 있기 때문이다실제로 판사들은 피고에게 훈계를 늘어놓기도 하고 때로는 재판 당사자들에게 막말을 하기도 한다.

 

  그래서 저자가 법관들에게 바라는 것은 다음과 같다자신을 과신하고 법정에서 제왕적 권한을 행사하면서 자의적 판단을 내리지 않고법의 원칙을 지키는 것하지만 법리와 판례를 맹목적으로 따르지 않고사실 관계와 그를 둘러싼 다양한 견해들을 꼼꼼히 살펴볼 것내가 내리는 판결이 사회적으로 어떤 결과영향을 미치는지 진지하게 검토해 볼 것원론적인 해결책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저자가 수십 년 동안 법조계에서 재판을 겪고 오랜 시간 고찰하면서 내린 결론이다간단한 결론인 것 같지만 법조계가 그동안의 관성에서 벗어나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스스로를 개혁하려면 꼭 필요한 태도이다.


  이 책에 실린 글 중 대부분이 같은 법조인더 나아가 법조계 전체를 향한 비판과 조언이지만변호사 고르기변호사 사용법은 법적 분쟁을 준비해야 하는 평범한 국민들을 위한 글이다변호사 고르기에서 저자는 무조건 이길 수 있다며 당장 기분을 좋게 해주는 변호사보다는당신의 피눈물이 묻은 권리와 이익을 무겁게 알고 지켜주는 변호사를 선택하라고 조언한다변호사 사용법에서는 어떻게 하면 변호사와 연락이 닿을 수 있는지본격적으로 재판을 준비하기 전 법률 상담은 어떻게 할 수 있는지변호사에게 사건을 맡기는 데 비용은 얼마나 드는지변호사와는 어떻게 계약하고 어떻게 함께 송사를 진행해 가야 하는지 단계별로 차근차근 친절하게 설명해 준다평범한 사람들이 험한 세상에서 생각지 못한 위기를 맞았을 때 법적인 도움을 제대로 받을 수 있길 바라는 저자의 따뜻한 마음을 느낄 수 있다.


  평범한 사람들에 대한 저자의 애정은 인권 문제에 대한 저자의 단호한 태도에서도 엿볼 수 있다그는 내 몸을 통제할 자유는 기본적 인권이고 출산을 강제하기에는 여성들이 처해 있는 사회경제적 여건이 어렵기에여성에게만 형사 책임을 지우는 낙태죄는 전면적으로 비범죄화되어야 한다고 말한다동성애가 자신들의 교리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차별금지법 제정을 강력하게 반대하는 개신교도들에게, ‘기독교도가 아닌 이에게 기독교의 참된 가치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에 대한 존중이라며교회는 동성애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도 멀리해야 옳다고 말한다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2021년 1월 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 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들의 손을 들어준 것을한일 분쟁이라는 틀 안에서만 보려 하지 말고 국가적 차원의 성폭력에 내린 사법적 판단으로 보아야 한다고 말한다법 앞에 선 인간의 권리와 존엄성에 대해서는 이렇게 단호한 태도를 취하기에 저자를 더욱더 신뢰할 수 있다.


  2018년 우리나라의 고소 건수는 약 55만 건에 달했다. ‘소송 사회라고 해도 될 정도로 형사 소송이 빈번한 나라인데사람들은 소송이라는 비생산적인 절차에서 자신을 소모시키기만 하고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지 못한다저자는 토론과 타협을 통해 해결될 수 있는 문제는 소송이 아닌 공론장에서 해결되고법이 공동체에서 정의와 연대를 이루는 데 올바르게 사용되기를 바란다단순히 이상한 재판이 일어나지 않고 좋은 재판이 이루어지길 바라는 데 멈추는 것이 아니라, 더 나은 사법 환경이 조성되고 법이 공동체 전체의 정의를 지키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것이다수많은 재판 속에서 당사자들과 법조인들이 분투하고 있을 지금 너무 먼 이상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이런 이상을 향해 조금씩이라도 나아가고 변화하려 노력할 때 우리의 사법 현실은 더 나아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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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재판의 나라에서 - 우리 사법의 우울한 풍경
정인진 지음 / 교양인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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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재판으로 가득한 나라에서 좋은 재판을 넘어 좋은 법, 좋은 사법 환경을 꿈꾸는 사람의 이야기. 정치적으로는 중립을 지키되 옳은 것, 사람의 권리와 존엄성에 대해서는 단호한 저자의 태도에 신뢰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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