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점심시간에 밥만 먹니?…‘점심형 직장인’이 늘고 있다
쿠키뉴스|기사입력 2007-02-15 08:21 |최종수정2007-02-15 08:21
[쿠키 사회] 직장인의 점심시간은 늘 부족하다. 쫓기듯 밥을 먹고 허둥지둥 사무실로 돌아가는 모습이 오히려 자연스럽기까지 하다. 직장인 10명 중 4명이 “점심시간이 부족하다”고 답한 설문조사도 있었다.
그러나 주위를 둘러보면 점심시간을 알차게 쓰는 직장인도 많다. 똑같이 주어지는 1시간을 쪼개 활용하는 이른바 ‘점심형 직장인’이 늘고있다. ‘점심형 직장인’은 새벽시간을 충실히 활용하는 ‘아침형 인간’ 처럼 점심시간을 금쪽같이 쓰는 사람들이다.
◇ 하루 20분 독서로 매주 책 한 권 독파… 점심마다 모이는 동아리 활동도
홍보 대행사 IPR에 근무하는 조아름(25·여)씨는 점심식사 후 20분씩 꾸준히 독서를 하고 있다. 매주 토요일에 잡혀 있는 독서모임 때문에 점심시간에 짬을 내기 시작했다. 업무량이 많아 시간이 부족한 날은 샌드위치를 먹으며 독서에 몰입한다. 이젠 습관이 됐다.
조씨는 “처음엔 집중하기 어려워 읽기 편한 소설로 시작했는데 지금은 복잡한 전공 서적도 일주일이면 충분히 읽는다”며 “구입한 책을 점심시간에 동료끼리 돌려 보기도 한다”고 말했다.
안철수 연구소 허지원(35)씨는 점심시간을 활용해 취미 활동을 하고 있다. 사내 바둑 동호회 ‘안기부(안철수 연구소 바둑을 두는 모임)’를 운영하며 매주 수요일과 목요일 점심시간 직원들과 바둑을 둔다.
수요일은 고수들이, 목요일은 초보자들이 주로 모인다. 5∼6명 가량이 회의실에 둘러 앉아 점심을 배달시켜 먹으며 편안하게 바둑을 즐긴다. 허씨는 “회식이나 술자리로 빠지기 쉬운 저녁 모임을 점심시간대로 옮겼는데 직원들의 반응이 좋다”면서 “점심시간 취미 활동으로 스트레스를 날리고 업무로 만나기 힘든 사람들 만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 “점심에만 오세요” 점심 전용 헬스·어학강좌 등장
여의도 증권가에 위치한 F 헬스장. 점심시간은 늘 직장인으로 붐빈다. 대부분은 40분에서 1시간 가량 운동한 뒤 간단히 식사하고 회사로 복귀한다. 오전 11시부터 오후 2시까지 점심시간대에만 직장인 100여명이 이곳을 다녀간다.
이 헬스장은 점심시간 전용 회원권을 발행해 직장인을 대상으로 운영하고 있다. 전체 회원의 20%가 점심시간에 이용하고 있다. 점심 전용 회원권은 기존 회원권 가격의 3분의 2 수준으로 저렴한 편이다. 헬스클럽 관계자는 “저녁 약속 등에 부담을 느끼는 직장인이 점심시간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 같다”면서 “젊은 직장인을 중심으로 점심 운동족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모비스는 주중 점심시간에 영어, 중국어 등 24개 외국어 학습반을 운영하고 있다. 강좌를 신청한 직원은 식사 전후로 1시간 가량 강좌에 참석한다. 회사는 강좌를 듣는 직원에 한해 정해진 점심시간 외에 30분 가량 여유 시간을 준다. 전체 수강인원은 200명선.
홍보팀 관계자는 “점심시간을 자기 계발에 투자하고 싶다는 사내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이런 어학강좌를 개설했다”며 “강좌의 인기가 매년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 10분 인맥관리로 1년에 100명
하루 10∼20분에 해당하는 점심 자투리 시간이라고 과소 평가해선 안된다. 점심 자투리 시간을 활용하는 데서 오는 효과는 대단하다.
'점심시간의 재발견' 저자 정해윤씨는 점심시간 10분이 인생을 바꾸는 시간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는 10분의 인맥관리로 1년에 100명 인맥 형성하고 15분의 독서로 1년에 25권의 책을 독파하고 20분의 걷기운동으로 1년에 세살 젊어지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단언한다. 때문에 직장인들에게 버려지는 점심시간을 이용해 ‘인맥’을 넓히고 ‘공부’를 하고 ‘건강’ 관리도 하라고 조언한다.
점심시간을 이용한 인맥 관리법은 간단하다. 명함첩을 꺼내 들고 핵심 인맥이라 생각되는 사람을 중심으로 전화나 이메일을 통해 연락을 취한다. 이직이나 결혼 등 변화 사항이 있다면 상세히 메모한다. 온라인 메신저나 온라인 커뮤니티를 활용해 인맥을 관리할 수도 있다. 1주일에 두 번 정도는 팀이나 부서 외 동료와 점심 식사를 하며 직장 내 인맥을 넓힌다.
짧은 점심시간에 샐러던트(saladent·샐러리맨+스튜던트)로의 변신도 가능하다. 점심시간 30분을 확보하면 1년에 130시간이 주어진다. 어지간한 자격증 하나는 충분한 취득할 수 있는 시간이다.
점심시간 헬스장에 가는 것이 번거롭다면 일부러 먼 곳에 위치한 식당에 가거나 식사 후 20분 가량 걷기 운동을 통해 건강을 챙길 수도 있다. 점심시간에 편하게 신을 수 있는 캐주얼화나 운동화를 사무실에 준비 두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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