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한 시옷들 - 사랑, 삶 그리고 시 날마다 인문학 1
조이스 박 지음 / 포르체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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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생의 한 번은 만나야 할 인문 교양서 『날마다 인문학』시리즈의 첫 번째 이야기를 만나보았다. 영문학 전공의 저자 조이스 박<내가 사랑한 시옷들>에 많은 것을 담아 놓았다. 세계 명시 30 편의 원문과 시를 지은 문학인들의 간략한 소개 그리고 원문에서 배울 수 있는 영어 표현까지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이 책이 『날마다 인문학』시리즈의 첫 번째 책이 된 까닭은 아마도 조이스 박 교수의 감성적인 시(詩) 해설에서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감성적인 해설과 함께 소개되는 시(詩) 세상은 사랑할 수밖에 없는 시옷이 된다.

아름다운 시를 만날 수 있어서 좋고, 열정적인 시인들의 삶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어서 흥미롭고, 작품 속에 담긴 각양각색의 사랑을 만나볼 수 있어서 매력적이다.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30편의 시와 시인들은 대부분 낯설다.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칠레의 시인 네루다, 가스 오븐에 머리를 넣어 자살한 시인 실비아 폴라스, 대문자 쓰기를 거부한 시인 커밍스 그리고 평생 한 번도 수상하기 어렵다는 퓰리처상을 네 번이나 수상한 로버트 프로스트 정도가 낯익은 이들이다. 낯익다고는 하지만 이름 정도 알고 있었기에 그들의 작품을 만나보는 것은 무척이나 즐거운 일이다. 그들의 대표작을 만나 볼 수 있었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는 조금의 아쉬움은 이 책이 가진 엄청난 매력에 매몰되어 사라지고 만다.

<내가 사랑한 시옷들>1부 사랑의 언어, 2부 존재의 언어 그리고 3부 의 언어로 구성된다. 각 부에는 10개의 작품이 담겨있다. 그리고 'day 1''day12' 등과 같은 세부 목차를 갖는다. 아마도 『날마다 인문학』이라는 타이틀에서 느낄 수 있듯이 매일 한 편씩 작품을 접하라는 의도인듯하다. 본문의 구성은 지극히 심플하다. 각 day는 실감 나는 일러스트와 함께 해당 작가를 소개하면서 시작한다. 그리고는 영어로 시를 소개하고, 번역을 보여주고, 흥미로운 해설을 들려주고 있다 . 마지막으로는 개인적으로는 시리즈물의 두 번째 책 저자가 부담이 될 것 같은 섹션인 「영시로 배우는 영어」가 있다. 학교 영어 시간처럼 친절하고 자세하게 문법, 단어, 구문 등을 알려주고 있어서 풍부한 영어 표현을 접할 수 있다.

영문학을 전공한 저자의 깊이 있는 작품 해설과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노하우가 빛을 발하는 영어 교육이 이 책의 매력을 더하고 있다. 하지만 이 책이 가진 가장 큰 매력은 특색 있는 세계적인 시인들의 특별한 작품들을 영어 원문으로 만나볼 수 있다는 것이다. 아름다운 시를 통해서 삶의 지혜와 사랑의 향기를 만나보고 싶다면 조이스 박 교수가 사랑한 시옷들을 만나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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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만한 삶, 존엄한 죽음 - 죽음을 앞둔 사람들에게서 삶의 의미를 배우다 삶과 이야기 2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 지음, 장혜경 옮김 / 갈매나무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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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81. 하지만 여러분에게 닥친 그 어떤 것도 정말로 나쁜 것은 없습니다. …(중략)…여러분에게 닥친 나쁜 일은 몯 여러분에게 주어진 기회요,가능성입니다. 성장하고 성숙할 수 있는 기회이지요. 성숙은 지상 모든 존재의 유일한 목표입니다.

p.185. 성숙할수록, 발전할수록 더 많은 것을 얻을 겁니다. 다만, 바란다고 해서 얻는 게 아니라 준비가 되었을 때 얻을 것입니다.

 

인간의 죽음에 대한 연구에 일생을 바친 저자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ElizabethKubler-Ross)는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20세기 100대 사상가' 중 한 명으로 선정할 만큼 뛰어난 인물이다. 심리학 책을 읽다 보면 가끔 접하게 되는 '분노의 5단계(부정, 분노, 타협, 우울, 수용)'를 처음 발표한 정신과 의사이다. <충만한 삶, 존엄한 죽음>은 죽음에 대해 권위를 인정받았던 저자가 펼친 강연을 중심으로 엮은 책이다. 1980년대 네 번의 강연을 현장감 있게 청중의 웃음도 지문으로 보여주고 있다. 현장감 있는 전개가 마치 강연회에서 직접 저자를 만나 저자의 명강연을 듣고 있는 듯한 즐거움을 준다.

첫 번째 강연에서 엘리자베스는 자신이 의사로서 죽음에 관심을 갖게 된 배경을 들려준다. 그리고 죽음을 앞둔 이들과의 올바른 소통 방법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자신 있게 이야기한다. 두 번째 강연에서는 인간의 건강에 영향을 주는 네 개의 사분면(신체, 지성, 직감, 정서)에 대해 설명한다. 이 책에 나오는 몇 안 되는 이론 중 하나이다. 세계적인 권위자였지만 그의 강연에는 '어려움'보다는 '편안함'이, '낯설음'보다는 '친숙함'이 있어서 좋았다. 죽음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유쾌하고 편안하게 다루고 있는 것이다. 세 번째 강연에서는 의학을 공부한 과학자로서는 다소 색다른 주장을 펼친다. 지성보다는 직감에 보다 충실하기를 권하고 있다. 그 자신도 비논리적이라 말하면서도 '직감'의 중요성을 말한다. 네 번째 강연에서는 신을 부정했던 자신의 경험담과 누구에게나 있는 악한 감정 히틀러를 불러냈던 경험담을 들려준다.

 

네 번의 강연에서 저자는 공통적인 사례로 죽음을 어른들보다 더 잘 받아들이는 아이들의 사례를 이야기한다. 말 못 하는 아이들과도 그림을 통해서 '진실한 소통'을 했던 저자의 흥미로운 경험담을 들려준다. 죽음을 이야기하는 책이니 눈시울 적실 줄은 알았지만 어린아이들의 안타까운 죽음 이야기 앞에서는 눈물을 참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저자가 보여준 사례들은 슬픔을 어떻게 이겨낼 수 있는지, 진정한 '애도'는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 알려주고 있었다. 작은 아이들이 어른보다 더 큰 생각을 품고 있었다. 저자는 모든 어린이들은 조건 없는 사랑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래야 어른이 돼서도 '진정한 삶'을 살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p.91. 진정으로 사는 사람들은 삶도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진정으로 산다는 것은 풀지 못한 한이나 이룰 수 없는 바람을 품지 않는 것입니다.

 

p.149. 죽음은 무서운 것이 아닙니다. 진짜로 중요한 것은 우리가 어떤 삶을 사느냐 하는 것이거든요.

 

p.199. 한 인간이 겪을 수 있는 가장 큰 고통-우리가 겪을 수 있는 최악의 상실보다 훨씬 더한 고통-은 사랑을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해 느끼는 아픔입니다.

 

p.214. 애도 작업이란 마무리 짓지 못한 일입니다. 두려움이자 수치심이자 죄책감이며, 모든 부자연스러운 감정과 마무리 짓지 못한 일을 다 합친 것입니다.

 

감동적인 시(詩)가 등장하고, 가슴 아픈 이야기가 등장하지만 죽음보다는 삶을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후회 없는 삶을 살기 위한 자세와 죽음을 받아들이는 자세에 대한 깊은 생각을 끄집어내는 아름다운 책이다. 죽음의 순간 고통스러운 생명 연장이 아니라 편안하게 죽음 자체를 받아들일 수 있게 해주는 멋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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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해석 - 당신이 모르는 사람을 만났을 때
말콤 글래드웰 지음, 유강은 옮김, 김경일 감수 / 김영사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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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p.75. 만약 이 책에서 내가 당신에게 한 가지를 설득할 수 있다면, 이런 사실일 것이다. 낯선 사람은 쉽게 알 수 없다.

p.347. 낯선 사람을 보고 곧바로 결론을 내리지 말라. 낯선 사람의 세상을 살펴보라

낯선 사람과의 첫 만남은 언제나 긴장이 함께한다. 그 긴장은 상대방의 말이나 표정을 통해서 완화될 수도 있고 심화될 수도 있다. 이때 우리가 믿는 것은 상대방이 보이는 태도이다. 즉 첫인상이다. 하지만 첫인상만으로 상대방의 됨됨이를 평가한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것이다. 이 책<타인의 해석>은 그런 어려움을 세밀하게 들여다보고 철저하게 연구한 결과물이다.

 

저자인 말콤 글래드웰은「타임」'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월스트리트저널」'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경영사상가 10인'에 선정된 세계적인 경영사상가이다. 발표한 여섯 권의 책 모두「뉴욕타임스」베스트셀러에 올린 최고의 경영저술가이다. 그런 저자의 6년 만의 신작은 모르는 사람을 만났을 때 우리가 범할 수 있는 오류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왜 우리는 모르는 사람을 안다고 착각해서 비극에 빠질까?에 대한 답을 충분히 들을 수 있는 흥미로운 책이다.


책은 텍사스의 작은 도시에서 경찰 브라이언 엔시니아가 샌드라 블랜드의 차를 세우고 나눈 대화로 시작된다. 둘의 대화 내용이 너무나 거북하다. 차선 변경 깜빡이를 키지 않았다는 것만으로 저렇게 고압적인 자세를 취하는 경찰을 만난다면 어떤 생각이 들까? 블랜드는 체포되어 수감되었고 사흘 뒤 유치장에서 자살한다. 정말 사소한 사건 하나가 너무나 엄청난 재앙을 초래한 것이다. 저자는 이들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타인의 해석>을 전개해 나간다. 그리고 결말에서 엔시니아는 "그 여자는 경찰을 좋아하지 않았을 수도 있겠군요."라고 말한다. 왜 이렇게 말하는 걸까? 마지막 문장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p.204. 감정 문제가 있는 사람이라고 해서 언제나 감정 문제가 있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책은 총 5부로 구성되어 있다. 470여 페이지가 넘는, 두께가 좀 되는 책이지만 책을 잡는 순간 알게 될 것이다. 읽기 시작하면 절대 손에서 놓을 수 없다는 것을. 저자의 명쾌한 문장들이 편안함을 주고, 다양한 사례들이 보여주는 내용들이 너무나 흥미로워서 끝까지 단숨에 읽을 수밖에 없는 책이다.

 p.255. 알코올은 억제된 것을 드러내는 물질이 아니다. 그것은 존재를 변형하는 물질이다.

같은 그림을 보고 같은 사람이 그림을 왜 다르게 그렸을까?


1부에서는 거짓말이 내포하고 있는 두 가지 수수께끼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데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 재미나다. 미국과 쿠바를 오간 이중간첩 이야기와 히틀러를 만나 그의 말과 행동에 속은 이들이 등장하니 재미날 수밖에 없다. 첫 번째 수수께끼 : 낯선 이가 우리 면전에서 거짓말을 하는데 왜 우리는 알지 못할까?(p.50) 2부에서 5부까지는 본격적으로 낯선 이를 평가하는 데 우리가 저지르는 오류를 짚어나간다. 그리고 그 오류에 적용되는 '낯선 사람을 파악하기 위한 도구' 세 가지를 흥미로운 사례들과 다양한 연구들을 통해서 보여주고 있다.

 

세 가지 '도구' 모두 파격적이고 흥미로웠다. 첫 번째 도구는 진실기본값이다. 낯선 사람을 평가할 때 상대방이 '진실하다'라는 생각이 그 사람의 거짓을 의심하는 것보다 크다는 것이다. 그런가? 길에서 마주치는 단순한 낯선 이들과 저자가 말하는 '낯선 사람'은 다른 의미인 것 같다. 두 번째 도구는 첫 번째 도구보다 더 흥미롭다. 투명성.

어느 쪽 미소가 진정한 미소일까?

우리는 첫인상이 중요하다 말한다. 감정 표현을 표정과 행동으로 잘 표현하는 배우들을 연기력 있다고 말한다. 그런데 이 책에서 보여주는 연구 결과는 놀라움을 넘어선다. 감정이 표정으로, 행동으로 드러나는 투명한 사람들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또 표정에 드러나는 감정은 오랜 관습에서 교육된 것일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판사의 보석 결정이 다시 등장한다. 표정을, 행동을 보고 결정을 내린 판사보다 자료만 보고 판단한 컴퓨터가 더 정확한 판단을 할 수 있었던 까닭은 무엇일까? 세 번째 도구는 두 번째 도구보다 더 흥미롭다.


p.151. 하지만 기억하자. 의심은 믿음의 적이 아니다. 의심과 믿음은 동반자다.

낯선 사람과의 만남은 중요하다. 인간이 사회라는 테두리를 벗어나지 않는 한 만남은 이어질 것이고 그 만남에는 늘 처음이 있다. 이 책은 그 첫 만남에서 낯선 이를 평가하는 방법의 바탕에 두어야 할 중요한 세 가지 도구를 알려준다. 하지만 저자는 말하고 있다. 우리 보통 사람들이 알지 못하는 사람의 심중을 투시력으로 꿰뚫어 보는 완벽한 기법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자제와 겸손이다.(p.398) 상대방이 진실하다는 믿음이 거짓이라는 의심보다 인류를 진화시킬 것 같다. 상대방과 만남에서 상처를 자주 받는다면, 저 사람 왜 저러지라는 생각으로 괴로워했던 적이 있다면 이 책은 심리치료 이상의 효과를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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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삼의 세계사 - 서양이 은폐한 '세계상품' 인삼을 찾아서
설혜심 지음 / 휴머니스트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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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통해서 만나는 세계사는 언제나 흥미롭다. 다양한 관점으로 세계사를 들여다보는 저자들 덕분에 재미나게 세계사를 만날 수 있었다. 지금까지 문화재, 미술 작품, 경제, 밀수, 음식 등 재미난 관점으로 바라본 흥미로운 세계사를 만나보았는데 이번에는 더욱 특별한 관점으로 세계사를 그려낸 책을 만나보았다.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고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특산품이라고 생각하는 '인삼'을 통해서 세계사를 바라본 <인삼의 세계사>가 바로 그 책이다. 책을 읽기 전 생각은 우리나라의 인삼이 세계에 어떻게 전파되었는지를 중심으로 한 이야기가 담겨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영국사를 전공한 저자 설혜심 교수의 시선은 더 먼 곳을, 더 깊은 곳을 향하고 있다.

 

우선 이 책을 통해서 인삼에 대한 무지함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인삼은 동양에서만 생산되는 줄 알고 있었다. 또, 다시 한번 우리 고려인삼의 우수함을 알게 되었다. 어쩌면 늘 가까이 쉽게 접할 수 있어서 고려인삼의 우수함에 무뎌졌는지도 모르겠다. 중국삼이나 미국삼보다 엄청나게 높은 가치를 인정받았었던 고려인삼. 일본삼은 명함도 꺼내지 못했었던 우수한 고려인삼이 어떻게 세계사에 등장했는지 그리고 고려인삼을 포함한 인삼들이 왜 세계사에서 잊혔는지 보여주고 있다. 더욱 흥미로운 점은 동양의 사료가 아닌 서양의 사료를 중심으로 인삼을 둘러싼 역사를 소개하고 있다는 것이다.

책은 1617년 고려인삼이 유럽에 상륙한 것을 증명하는 최초의 공식적인 기록인 영국 동인도회사의 통신문 내용을 소개하며 시작된다. 그리고는 방대한 자료와 재미난 이야기들을 들려주며 인삼의 흔적을 그려낸다. 대부분의 동양 문화가 그러했듯이 인삼도 '예수회' 선교사들에 의해 유럽에 소개된다. 당시에는 유럽에서도 너무나 귀해서 쉽게 접할 수 없었다고 한다. 그런데 화기삼(미국삼) 또한 선교사들에 의해 유럽에 알려졌다는 것도 흥미로웠다. 미국삼을 화기삼이라 부르게 된 유래도 흥미롭다. 중국인들에게는 성조기의 별이 꽃으로 보였다는데 멀리서 보면 그렇게 보일지도 모르겠다.

 

어느나라 조상들일까요? 손에 든건 인삼이라는데... 

인삼을 통해서 세계사를 이야기하고 있지만 당시 제국주의의 팽창과 연관된 경제사도 함께 엿볼 수 있어서 좋았다. 그들이 왜 인삼을 무시해야 했는지 특히 미국의 독립과 함께 인삼이라는 대중국 교역 품을 잃어버린 영국의 반응은 졸렬하기 그지없어 보였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인삼보다 코코아를 선택한 인삼 전문가 슬론의 이야기는 물욕에 사로잡혀 양심을 저버린 제국주의를 보는 듯해서 씁쓸했다. 이 책에는 영국의 철학자 존 로크, 미적분을 발견한 수학자 라이프니츠 등 유명 인사가 많이 등장한다. 그들의 인삼과 관련된 일화를 만나보는 건 이 책이 주는 또 다른 재미다. 위대한 사상가 장 자크 루소가 인삼을 애용한 까닭은 무엇일까?

제국주의의 대표주자 영국은 주도권을 잃은 인삼을 더 이상 인정할 수 없었다. 그래서일까? 인삼은 세계사에서 변방에도 끼지 못하고 오늘에 이르렀다. 그 과정을 많은 사료를 통해서 정말 자세하게 객관적이고 논리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흥미로운데 인삼을 둘러싼 재미난 이야기들도 함께 들려주고 있어서 더욱 흥미롭게 접할 수 있었다. 인삼으로 최초로 박사 학위를 받은 이는 누구일까? 미국에 심마니가 존재할까? 인삼 결재 전용으로 쓰인 일본의 은화는 어떤 모습일까? 독립한 미국의 첫 수출품은 무엇이었을까? 왜 인삼을 대륙 분리설의 증거라 주장할까? 다양한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있었지만 아직도 '고려인삼'을 꿈꾸며 세계 각국에서 인삼 품질 향상에 노력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가장 흥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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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럽터 시장의 교란자들
데이비드 로완 지음, 김문주 옮김 / 쌤앤파커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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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환경의 변화와 미디어 트렌드를 흥미진진하게 소개하는 잡지 「와이어드」영국판의 창간 편집장을 역임하였고, 혁신기업가들의 비즈니스 구루로 유명한 데이비드 로완<디스럽터(DISRUPTORS) 시장의 교란자들>을 만나보았다. 기업, 경영 관련 많은 책들에서 흔하게 만날 수 있었던 '혁신'이라는 단어가 아니라 '교란'이라는 다소 생소한 단어로 미래 가치를 창출한 또는 창출해나가고 있는 기업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Disruptor(디스럽터)

: 혼란에 빠뜨리는 사람, 교란시키는 사람, 분열시키는 사람

 

책은 기업에서 말하는 '혁신'이란 대체 뭘까?(p.10)라는 문장으로 시작한다. 기업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에서 요즘 우리가 가장 흔하게 접하는 '혁신'이라는 단어가 등장하니 시작은 진부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책 표지에 나와있듯이 저자는 기존의 것에 바탕을 둔 혁신보다는 판을 새로 짜는 교란을 이야기하고 있다. 저자가 말하고 있는 '교란'이란 무엇일까? 다수의 기업이나 조직들이 펼치는 '혁신 연극'이 아니라 실질적인, 파괴적인 그리고 창의적인 혁신을 교란이라 표현한듯하다.

 

총 14장으로 구성된 책은 1장부터 저자가 경험한 파괴적이라 느낄만한 '혁신'적인 기업들을 소개하고 있다. 마지막 14장까지 소개된 다수의 기업들과 조직들이 시장을 교란할 정도의 혁신을 만드는 과정은 정말 흥미롭고 재미나다. 생산자에서 시작해서 소비자로 끝나는 '선'으로 표현되었던 시장은 이제 다수의 공급자와 다수의 소비자가 만나는 '면'으로 표현된다. 그리고 그 면으로 표현되는 시장을 만들어주는 구글이나 알리바바, 에어비앤비 같은 다양한 '플랫폼 기업'들이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창의적인 기술로 처음부터 플랫폼이라는 시장에서 성공을 거둔 기업들의 이야기로 재미있었지만 전혀 다른 분야에서 성공을 거둔 기업들의 이야기가 더 흥미로웠다. 남아프리카 내스퍼스라는 미디어 기업이 단 한 번의 투자로 만들어낸 51만 2000%의 수익률을 가능하게 한 혁신은 무엇이었을까? 도대체 어디에 투자한 것일까?  전 세계에서 유니콘 스타트업이 가장 많은 나라(7장)는 어디일까? 알리바바, 텐센트 등 세계적인 플랫폼 기업들이 많은 중국일까? 아니면 스타트 업의 성지인 실리콘 밸리가 있는 미국일까? 뜻밖의 나라가 등장한다.

재미나고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주면서도 저자는 이 책을 쓴 목적을 각 장의 끝에 있는 Action Point를 통해서 이루고 있다. 해당 장에서 다루었던 기업이나 조직이 혁신을 이루게 된 핵심 포인트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주고 있다. 다양한 분야에서 다양한 혁신을 이룬 기업들을 만나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속에서 창의성을 발휘한 역량 있는 개인들의 생각들도 엿볼 수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창의성과 자율성 그리고 투명성을 바탕으로 하는 기업 문화가 부러웠다. 우리 사회에도 창조적인 기업들이 많이 등장하기를, 기존의 기업들이 다양한 분야에서 창의적인 혁신을 달성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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