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택시에서 우주가 말을 걸었다
찰스 S. 코켈 지음, 이충호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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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든버러 대학교 우주 생물학 교수 찰스 S. 코켈은 우주에서의 생명 탄생과 진화를 연구하며 외계 생명체를 찾는 우주 생물학자다. 우주 생물학자가 들려주는 우주, 생명 그리고 외계 생명체에 대한 이야기는 어떤 모습일까? 세계적인 석학이 풀어주는 우주의 모습, 생명의 기원 그리고 외계 생명체의 첫인상은 무척이나 편안하다는 것이다. 과학적인 이야기를 들려주는 데 과학보다는 인간이, 생명이 보이는 까닭은 무엇일까? 아마도 택시를 타고 가면서 운전기사들과 나눈 대화를 바탕으로 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어느 날 택시에서 우주가 말을 걸다는 총 18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장은 우주에 대한, 생명에 대한 질문에 대한 과학적이고 논리적인 답을 담고 있다. 택시 기사가 던지는 질문을 과학자인 저자가 답하고 또 어떤 때는 저자가 먼저 질문을 던지기도 하는 흥미로운 형식을 가지고 있다. 대화 형식도 흥미롭지만 그 이야기가 담고 있는 과학 이야기가 너무나 흥미롭고 재미나다.


제1장 외계인 택시 기사가 있을까를 시작으로 우주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다가 어느 순간 이야기는 생명으로 옮겨간다. 각장이 다루고 있는 이야기들이 무척이나 흥미롭고 재미있었지만 제목부터 흥미를 끈 제8장 유령은 존재하는가? 가장 흥미로웠다. NASA 고문이 그것도 물리학이 바탕인 우주 생물학자가 유령을 어떻게 이야기할지 정말 궁금했다. 그런데 유령 이야기에 톰슨과 원자가 등장한다. 그리고 결국에는 양자론까지 등판한다. 유령과 원자 그리고 양자론은 어떤 관련이 있을까?


p.166. 다시 말해서, 친구의 부피는 대부분 유령이다. 친구는 정말로 유령이고, 여러분 역시 유령이다.


p.337. 그래서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나요? 생명의 목적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라고 물었다.


우주 사회는 독재 사회의 유혹을 받게 될 것이라는 의미 있는 이야기도, 생명의 의미를 찾아보는 이야기도 우리의 삶에 닿아있어 이 책이 더욱더 의미 있는지도 모르겠다. 과학으로 우리들 삶을, 우리 삶으로 우주를 이야기하고 있는 멋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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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되는 순간들 - 이제야 산문집
이제야 지음 / 샘터사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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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터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문학 작품은 짧아질수록 이해하기 어렵고 난해해지는듯하다. 그래서 가장 꺼리는 장르가 시詩이다. 단편 소설이 가진 함축적인 의미는 시인이 말하는 시적 언어보다는 편안함을 준다. 장편 소설을 가장 선호하는 까닭이다. 에세이는 우리가 사는 세상을 공감하며 접근할 수 있어서 언제나 편안하게 접근할 수 있었다. 하지만 2012년 등단 후 다수의 책을 출간한 시인詩人 이제야가 들려주는 '시가 되는 순간들'은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산문집, 에세이는 아닌듯하다.


p.15. 시는 기억하고 싶은 것보다 기억되는 것을 쓰는 일. …(중략)… 아름답지 않은 것이 아름다워질 때까지.


문장에 마음이 보이고, 산문에서 시詩가 보이는 까닭으로 오랜 시간 볼 수밖에 없었다. 마치 시집을 보듯 한 단어, 한 문장을 찬찬히 들여다볼 수밖에 만드는 묘한 매력의 산문집이다. 시인이 남겨둔 '서정적'인 단어, 문장들을 따라가다 보면 시인이 시를 완성해 가는 과정을 본듯한 착각에 빠져들게 된다. 우리들 마음이 시로 만들어지는 순간들 언제일까? 다양한 순간들과의 조우를 시인 이제야는 산문을 닮은 시로, 시로 읽히는 산문들로 표현하고 있다.


시가 되는 순간들의 첫 페이지 '시인의 말'에서 작가는 '시를 쓰는 일은 누군가를 오래 짐작하는 힘을 얻는 일'(p.5) 같다고 말하고 있다. '짐작하는 힘'이라는 표현이 앞으로의 만남이 쉽지 않음을 보여주는 듯했다. 소설이 누군가의 행동을 주로 담는다면 시는 누군가의 마음을 담는 것 같다. 그래서일까? 시인이 말하고 있는 '시가 되는 순간들'이 모두 마음에 와닿았다. 서정적인 글들이 감성을 자극하고, 시인이 들려주는 세상 이야기에 공감하며 읽을 수 있는, 느낄 수 있는 책이다.

지하철 2호선에서 만난 <시가 되는 순간들>


p.42. …시는 영원의 숲으로 그리운 것들을 보내는 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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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의 시간 - 인간의 손끝이 우주를 새겨온 이야기
레베카 스트러더스 지음, 김희정 옮김 / 생각의힘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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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힘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영국의 시계 제작자이자 역사학자인 레베카 스트러더스가 들려주는 '시계'와 '시간'의 역사 이야기를 만나보았다. 시계의 시간 HANDS OF TIME에는 인간과 시간 사이의 관계를 반영하고 발전시키는 역할을 하는 '시계'의 시작부터 인류가 처음으로 '시간'이라는 개념을 갖게 된 이야기까지 시계와 시간에 대한 역사를 재미나게 보여주고 있다. 시계 제작자의 눈으로 바라본 시계와 시간의 역사를 다룬 책이다.


'시계 clock'의 어원은 중세 라틴어 'clocca'와 불어 'cloche'이다. 두 단어 모두 '종'을 뜻하는 단어로 교회의 종 탑 시계와 시계의 관계를 엿볼 수 있을 듯하다. 해시계, 물시계 그리고 손목시계까지 이어지는 시계 제작 역사의 시작은 어디일까? 기계화된 세상에서 수작업으로 시계를 만든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시계에 대한 애정을 고스란히 담은 《시계의 시간》의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시계 제작 역사를 들려주면서 보여주는 다양한 부속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작은 부속 하나하나를 직접 가공하고 조립하는 장인들의 경이로운 모습을 담고 있어 더욱 아름답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휴대용 시계 이야기도, 스프링을 동력원으로 하는 시계 중 현존하는 가장 오랜 시계 이야기도 만날 수 있다. 또, '시계의 모나리자'라 불리는 시계도 만나볼 수 있고, 비극적인 남극 탐험으로 알려진 탐험가 스콧의 시계도 만나볼 수 있다. 시계 제작 분야에서 가장 존경받고 있다는 아브라함-루이 브레게의 이야기도 접할 수 있는데 이 인물의 이야기는 마치 전설처럼 느껴진다. 시계 제작을 완전히 익히기 위해서 필요하다는 과학적 이론, 수작업 기술, 디자인 재능까지 모두 가지고 있었다는 브레게의 시계는 어떤 모습일까?


p.342. 우리 모두는 시간의 순간들과 그 시간을 동반하는 기억들로 삶을 측정한다.


시계 제작이라는 낯선 분야의 모든 것을 알게 해준 소중한 책이다. 수작업으로 만든 시계의 가치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듯하다. 그런 가치를 창작하는 예술적 기질과 함께 시계 제작을 처음 접하는 이들을 위해 '그림'해설과 '용어 정리'를 보여주는 친절함도 가진 저자를 응원하게 된다. 3D 프린팅 기술이 있는데 수작업으로 작은 부속들을 직접 만든다는 게 너무나 대단한 것 같다. 저자의 대단한 열정을 만나보고 싶다면 주저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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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의 빛
강화길 지음 / 은행나무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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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나무로부터 가제본을 제공받았습니다."


제11회 문학동네 젊은작가상(2020) 대상을 수상하는 등 다수의 수상 경력을 가진 강화길 작가의 신작《치유의 빛》을 가제본으로 일부만 만나보았다. 일부만 만나본 소감은 '너무나 아쉽다'이다. 전체를 만나보지 못한 아쉬움이, 너무나 재미나고 흥미진진한 이야기의 결말을 만나지 못한 아쉬움이 너무나 크게 밀려왔다. 하지만 소설의 시작을 담고 있는 100여 페이지의 내용만으로도 이 소설이 가진 매력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어떻게 이렇게 빨리 이야기 속으로 끌어들일 수 있을까? 또 어떻게 이렇게 오래 아쉬움을 갖게 할 수 있을까? 정말 특별한, 엄청난 작가의 작품을 만난듯하다.


첫 페이지의 문장'있잖아. 그때 왜 죽지 않았어?'부터 예사롭지 않음을 느꼈지만 가제본의 마지막 문장'이후 지옥이 시작됐다.'를 보면서 한참을 이야기 속에 머물 수밖에 없었다. 이후 주인공의 삶을 상상해 보고 이야기의 흐름을 생각해 보면서 다시는 일부만 소개하고 있는 가제본은 선택하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했다.


나에게서 나를 떼어놓으면 자유로워진다.


이야기의 배경은 '기적의 샘물'이 있는 사이비 소굴 '조칠현 교회'가 있는 지방 소도시이다. 그리고 그곳을 벗어나고 싶어 하던 '언제 어디서든 눈에 띄는 거대한 덩치. 덩어리' 지수가 중학교 시절을 회상하며 이야기는 시작한다. 그때 그곳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 또 이제 무슨 일이 벌어지게 될까? 지수는 그들에게 수영을 가르쳐 준 체육 선생 김이영을 왜 오래도록 증오하게 되는 것일까?


내게는 다른 문제가 있었다.

내가 절대 통제하지 못하는 것.


폭식과 절식을 번갈아 하는 지수는 중학생 때의 '덩어리'가 아니다. 하지만 무엇이 트리거인지는 모르지만 '딸깍'하는 순간 어느새 폭식을 하고 있다. 그런 지수의 사정을 모르고 남친은 청혼한다. 지수는 받아들일 수 있을까? 그런데 이 이슈가 이 소설이 가진 이슈 중 가장 작은 이슈다. 정말 재미나고 흥미로운 이슈들이 계속 이어진다. 또 주인공 지수를 비롯한 개성 만랩의 등장인물들도 이야기를 풍부하게 해주고 있다. 오랜만에 다음 작품이 기대되는 작가의 작품을 만나보았다. 《치유의 빛》이 던져놓은 매력적인 덫을 피하고 싶다면 책장을 열지도 말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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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압축 교양수업 - 6000년 인류사를 단숨에 꿰뚫는 60가지 필수 교양
임성훈 지음 / 다산초당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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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북스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아레테인문아카데미를 운영하며 다양한 주제의 강연과 다수의 인문학 관련 도서를 출간한 임성훈이 교양을 공부할 시간이 부족한 사람들을 위해 인류사의 맥을 짚을 수 있게 해주는 최소한의 필수 교양 60가지를 들려주는 책을 만나보았다. 저자는 이 책《초압축 교양수업》을 통해서 인문학이 주는 재미와 지식을 쌓아가는 즐거움을 선물하고 있다. 본문에 들어가기 전에 6000년 인류사의 주요 사건들을 한눈에 정리한 '연대표'는 이 책이 주는 또 하나의 소중한 선물이다.


《초압축 교양수업》은 인문학의 중심인 '문사철(문학·역사·철학)'의 핵심을 알기 쉽게 그리고 보기 좋게 정리해 주고 있다. 이야기의 순서는 역사, 철학 그리고 문학순으고, 각 챕터는 시대순으로 정리되어 있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정리하고 있는 만큼 전체적인 흐름대로 읽는 것도 재미있겠지만, 자신의 관심분야부터, 지적 호기심이 자극하는 것부터 읽는 것도 좋을 듯하다.


책은 총 4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장은 역사, 철학 그리고 문학 이야기들을 흥미롭고 재미나게 담고 있다. 첫 번째 이야기는 01 기름진 땅과 큰 강 - 4대 문명(역사)이다. 그리고 마지막 60번째 이야기는 60 악은 정말 피할 수 없을까? - 윌리엄 골딩의《파리대왕》(문학)이다. 60가지의 역사, 철학 그리고 문학 이야기의 공통점은 어디에선가 들었던 그리고 한 번쯤은 만나보았던 이야기라는 것이다. 하지만 정확히는 모른다는 점도 공통점일 것 같다. 그래서 이 책이 들려주고 있는 60가지의 이야기가 더욱더 소중하게 느껴진다.


각 챕터의 소제목이 무척 흥미로워서 책을 읽는 재미를 또 해당 내용을 기억하기 좋을 것 같다. 17 인간 군상의 대백과사전(문학)은 무엇을 설명하고 있는 것일까? 25 무너진 유럽의 보호자(역사)는 누구를 뜻하는 것일까? 51 모두가 잘 살 수는 없을까?(철학)는 누구의 사상을 들려주고 있을까? 정말 흥미로운 이야기들로 가득한 책이다. 인류사의, 인문학의 유의미한 큰 사건들 중에서 60가지를 추려서 핵심을 담고 있으니 《초압축 교양수업》과의 만남은 즐거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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