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담 흑조는 곤란한 이야기를 청한다 - 1928, 부산
무경 지음 / 나비클럽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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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경 작가의 작품을 처음 만난 건 『1929년 은일당 사건 기록 』시리즈를 통해서이다. 그리고 계간지 『미스터리』에서 〈치지미포, 꿩을 잡지 못하고〉로 다시 만났었다. 작가는 이 작품으로 미스터리 신인상을 수상했다. 그런 무경 작가의 장편소설을 가제본으로 다시 만났다. 《마담 흑조는 곤란한 이야기를 청한다》라는 제목부터 흥미를 끌더니 이야기의 배경은 더욱 흥미를 끈다. 1928년 부산. 시대적인 배경도 흥미로웠지만 1920년대의 부산을 만날 수 있다는 점이 너무나 흥미로웠다.


작가 무경의 작품은 몰입도가 상당하다. 속도감 넘치는 이야기의 전개도 중요한 이유이지만 더 큰 이유는 당시의 시대상을 정말 디테일하게 표현하고 있다는 점 같다. 마치 당시를 살아보았던 사람처럼 우리를 1920년대 경성으로 또 1950년대 지리산으로 안내한다. 그런 멋진 미스터리 가이드가 이번에는 우리를 1928년 부산으로 안내한다. 그곳에서 마담 흑조와의 만남을 주선한다.


조선에서 손꼽히는 부자이자 자본가인 친일파 아버지를 둔 천연주의 취미는 작은 다방'흑조'에 앉아 손님들의 기이한 이야기를 듣는 것이다. 그런 마담 흑조가 동래 온천을 찾아 부산으로 향하는 기차를 타면서 '곤란한 이야기'는 시작한다. 세 가지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는데 언제 끝났는지도 모르게 에필로그를 읽게 될 것이다. 엄청난 몰입감이 '순삭'을 제대로 알려주고 있다.


마담 흑조는 매구의 이야기를 듣는다

마담 흑조는 감춰진 마음의 이야기를 듣는다

마담 흑조는 지나간 흔적의 이야기를 듣는다


작가 무경의 작품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각자의 '개성'이 확실하다. 그 개성 있는 인물들이 이야기에 엄청난 매력을 불어넣는다. 이 작품도 예외일 리 없고 다른 작품들에 등장한 인물들보다 더욱 강한 매력을 발산하고 있다. 특히 마담 흑조의 추리 능력은 명탐정 코난보다 한 수 위인 듯하다. 거기에 다리가 불편한 마담 흑조를 보좌하는 두 인물의 개성도 확실하다. 특히 여자 수행원의 색다른 매력은 앞으로의 활약을 기대하게 한다.


p.178. 연주 양의 모습은 탐정도 피해자도 아닌, 정탐 소설 속 다른 무언가를 닮았다. 대체 뭘까?

p.202. 그녀는 정탐 소설을 지배하는 죽음과 한 몸 같은 존재였다.


1928년 일제강점기 부산에서 천연주가 아닌 센다 아카네로 불리는 마담 흑조 일행은 무엇을 보게 될까? 아니 어떤 사건을 마주하게 될까? 미스터리를 풀어가는 마담 흑조는 누구보다 날카롭다. 하지만 누구보다 차분하다. 그런데 에필로그에 등장한 묘령의 인물은 마담 흑조를 긴장하게 만든다. 빨리 다음 이야기를 만나보고 싶다. 마담 흑조를 만나는 순간 그녀의 매력에 푹 빠져들게 될 것이다. 다방'흑조'에 앉아 천연주를 기다리게 될 것이다. 아직 작은 다방 '흑조'는 등장하지도 않았는데도.


"나비클럽으로부터 가제본을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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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그릇 (50만 부 기념 에디션) - 비울수록 사람을 더 채우는
김윤나 지음 / 오아시스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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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출간된 《말 그릇》50만 부 기념 리커버 에디션으로 만나본다. "왜 말을 저렇게 하지?"(p.14)라는 첫 문장에서 '사람들이 말을 더 건강하게 했으면 좋겠다.'라는 저자 김윤나의 집필 의도를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이 책은 느낌으로 접할 수 있는 감성적인 책은 아니다. 그렇다고 단순하게 '말 잘 하는 방법'만을 알려주는 책도 아니다. '말'이 가진 의미를 시초부터 파헤쳐서 말을 마음과 연결시킨다. 어떤 말은 감동을 불러일으키고 어떤 말은 분노를 유발하니 말과 마음은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 같기는 하다. 어떤 말이 어떻게 마음과 연결된 것일까?


p.38.양성을 고려하며 유연하게 반응 하는 사람들을 일컬어 '말 그릇이 큰 사람'이라고 부른다.


《말버릇》은 마음과 말의 연결 관계를 바탕으로 소통을 이야기하고 있는 듯하다. 남에게 말 잘한다는 소리를 듣게 만들어주는 책은 결코 아니다. 자기 스스로 공감할 수 있는, 내가 왜 그랬지?라는 질문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주는 책이다. 책은 총 5개의 파트로 구성되어 있다. 첫 번째 파트에서는 '말 그릇'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을 자신의 경험담을 기초로 들려준다. 두 번째 파트에서는 말 그릇을 키우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한다. 감정, 공식, 습관을 통해서 말 그릇을 키울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면서 각자 연습할 수 있는 질문지도 포함하고 있어서 소통을 위한, 공감을 위한 말하기 실용서 같은 책이다.


p.60.말은 당신과 함께 자라고 당신의 아이들에게로 이어진다.


세 번째 파트에서는 말 그릇을 키우는 '듣기' 기술을, 네 번째 파트에서는 말 그릇이 깊어지는 '말하기' 기술에 대해 들려주고 있다. 전혀 새로울 게 없는 타이틀이지만 너무나 새로운 이야기를 접할 수 있는 흥미로운 파트였다. 듣기의 '3F 기술'(사실듣기Fact,감정듣기Feeling,핵심듣기Focus)을 처음 알았고, 저자가 알려주는 말하기 기술인 '질문하기'를 'OFTEN질문법' (Opened, iF, Target-oriented, Emotion, Neutral)을 통해서 배웠다. 말은 마음을 그리는 그림이고, 마음은 말에 힘을 주는 에너지이다.


p.315. '말'은 마음을 따라 자란다.


우린 누구나 말에 상처받고 또 상처 입히며 살아간다. 하지만 저자는 그런 삶을 《말 그릇》과 함께 끝내라고 조언하고 있다. 정말 이 책의 가치가 그 정도일까? 막말을 막아줄 놀라운 스킬을 만날 수 있을까? 솔직히 조금만 아주 조금만 더 빨리 만날 수 있었더라면 좋았을 것을 하는 아쉬움이 너무나 컸다. 하지만 이제라도 만나서 마음으로 말하고 마음으로 듣는 방법을 알게 되어 정말 좋았다. 더 늦기 전에 《말 그릇》을 통해서 말하기의 깊이와 넓이를 키워보길 바란다. 아마도 아이에게 짜증 내고 있는 내 모습을 잊어버리게 될 것이다.


"오아시스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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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저녁의 연인들
서윤빈 지음 / 래빗홀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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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한국과학문학상 중단편 부문에 『루나』로 대상을 수상한 서윤빈 작가의 새로운 작품《영원한 저녁의 연인들》을 만나보았다. 책 표지가 보여준 첫 이미지는 로맨스이다. 하지만 작가의 상상력이 흥미로운 SF 소설의 재미를 더한다. 미래의 로맨스, 사랑 이야기가 흥미롭게 펼쳐진다. 미래의 사랑은, 연인들의 일상은 유토피아일까, 디스토피아일까?


그런데 남자 주인공 나이가 100살이다. 생명 연장이라는 인류의 소망이 이루어진 미래의 어느 날 주인공 유온은 사랑하는 사람의 임종을 지키는 장면으로 처음 등장한다. 정말 아름다운 아니 숭고하기까지 한 장면이다. 하지만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설마'라는 단어가 입안에서 계속해서 맴돌게 된다. 설마 그런 직업이 있을까? 설마 '돈'을 목적으로 한 사랑이, 애정 연기가 가능할까? 그런데 100살 온유가 처한 사정을 알게 된다면 온유의 직업을 이해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미래의 인류는 생명 연장의 소원을 이루었다. 하지만 그 소망에는 '돈'이 많이 들어간다. 국가에서는 평등한 적용을 핑계로 모든 국민을 통제의 손아귀에 넣는다. 장기 임플란트 정기 구독료가 초기에는 국가 지원 등으로 수월하다가 나이가 들면서 점점 엄청난 부담으로 다가선다. 누진 3단계의 심장 임플란트 1년 정기구독료는 105억이다. 정말 엄청난 금액이다. 1년에 105억. 여기서 이야기는 개인 유온의 이야기를 떠나서 사회 이야기로 확장된다.


미래의 인간들은 뇌 활동의 증폭기(?)로 '버디'라는 것을 뇌에 심는다. 부작용이 전혀 없는 기계는 없다. 그렇게 기계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생기게 되고 그렇게 이야기는 유토피아와는 멀어져 디스토피아로 흐른다. 버디라는 기계는 익숙해진다면 엄청 편한 일상을 만들어줄 것 같다. 단 한 가지 우려되는 것은 기억이 정확하다는 것이다. 각기 다른 추억은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어린 세월부터 일생을 기억하고 산다는 것이 행복한 일일까?


미래에 '가애'라는 직업이 가능한 까닭은 아마도 인류가 지금보다 더 외로운 까닭일 것이다. 한 달마다 뇌를 리셋해야 하는 삶은 어떨까? 장기 임플란트 비용이 없어서 죽음을 선택해야만 하는 삶은 또 어떨까? 미래 과학 발전이라는 배경으로 한 SF 소설이지만 현재 인류의 슬픔과 아픔을 보여주고 있는 듯해서 유온 어르신의 삶을 자연스럽게 응원하게 되었다.


백세 시대라는 생명 연장의 미래에 가까워질수록 돈의, 물질의 위력이 더 커질지도 모른다. 장기 임플란트 구독료가 없어서 부모님의 삶을 지켜드리지 못한다면 어떨까? 미래의 삶과 죽음에 대한 깊이 있는 이야기를 수애와 가애를 통해서 보여주고 있다. 생명 연장이 이루어진 미래의 사회가 디스토피아가 되어버린 세상이 주는 색다른 재미를 만나보길 바란다.



"래빗홀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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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자의 탄생 - 회사원이 될 것인가, 기획자가 될 것인가?
박준서.조성후 지음 / 갈매나무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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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출신의 두 저자들이 '기획'에 대한 전반적인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는 흥미로운 책《기획자의 탄생》을 만나보았다. 저자들 중 조성후는 사자레코드 공동대표라고 해서 더 흥미로웠다. 사자레코드는 소속 연예인이 래퍼들로 구성된 기획사로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리고 그 대표가 무한도전에도 출연한 적 있는 스컬Skull로 알고 있었기 때문에 저자의 이력이 더욱 궁금했다. 그리고 그 궁금증은 책 속 사자레코드 이야기 속에서 시원하게 풀어주고 있다.


기획 企劃 명사 일을 꾀하여 계획함.


사전적 의미의 '기획'은 그다지 어려워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매일 아침 눈뜨면 세우는 하루 계획처럼 쉽게 다가온다. 하지만 일, 업무에서의 기획서 작성은 사정이 다르다. 정말 막막했던 시절이 있었다. 기획과 계획의 차이도 구분 못하던 어리숙하던 때가 있었다. 아직도 학생이냐라는 소리도 참 많이 들었다. 그런데 그때는 책으로 배워볼 생각을 하지 못했다. 왜 그랬을까? 그때도 틀림없이 '기획'에 대해 알려주는 책이 있었을 텐데. 그때 이 책을 만날 수 있었다면 어땠을까?


《기획자의 탄생》은 색다른 이력을 가진 저자들(박준서, 조성후)도 흥미롭지만 '기획'에 대한 이야기를 자신들의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들려주고 있다는 점이 더욱 흥미로웠다. 반도체 중고장비에서 새로운 사업 아이템을 떠올린 저자의 경험담 등을 진행된 날짜까지 보여주어 더욱더 실감 나게 하고 있다. 재미와 의미를 동시에 잡고 있는 매력적인 자기개발서이다.


자기개발서를 많이 접해보지는 않았지만 어떤 책들은 저자 자신의 경험담에 함몰되어 너무나 주관적인 경향을 보이고, 또 어떤 책들은 유명 이론들만 나열하면서 지루함을 떠안기고는 했다. 하지만 《기획자의 탄생》은 꼭 필요한 이야기만 들려주고 또다시 '조 대표의 노트'로 요약해 주는 섬세함까지 가진 책이다.


실무에 적용하기 딱 좋은 실용서이다. 기획에 대해서 기획이 무엇인지, 기획서 작성은 어떻게 하는 것인지 자세하게 알려줄 누군가가 필요하다면 지금 바로 '조 대표'를 만나보길 바란다. 조금 더 나은 회사 생활, 인정받고 싶은 회사원, 성공한 창업가가 되고 싶다면 자투리 시간이 아니라 꼭 시간 내서 《기획자의 탄생》을 만나보길 바란다.



"갈매나무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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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인의 오만 이누카이 하야토 형사 시리즈 5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문지원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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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인의 오만》우리나라에 소개된 이누카이 하야토 형사 시리즈의 다섯 번째 이야기를 만나보았다. 시리즈의 전편들을 만나보지 못했지만 작가 나카야마 시치리 『비웃는 숙녀 두 사람』이라는 작품을 통해서 만나보았던 기억이 있다. 그때 처음으로 '이야미스'라는 일본의 미스터리 한 장르를 맛본 적이 있다. 읽으면 기분이 나빠진다는 생소한 장르였지만 재미나게 읽었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그때 만남의 기분이 씁쓸함 정도였다면 이번 이야기《카인의 오만》과 만난 기분은 정말 더럽게 나쁘다. 인간이기를 포기한 인간들이 연속으로 등장하고 결국에는 자기 합리화로 주인공 이누카이를 혼동에 빠뜨리는 거대악이 정말 밉고 싫었다. 이 시리즈도 '이야미스'라는 장르인가? 은퇴한 노인이 개를 산책하던 중에 공원에 묻힌 한구의 시체를 발견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장기 일부가 적출된 흔적이 남은 시체는 신원이 확인되기 전부터 분노 게이지를 급상승시킨다. 시체의 연령이 십 대라는 점도 안타까운데 장기의 일부가 적출되고 도저히 의사 솜씨라고는 볼 수 없는 상태로 봉합되었다는 점이 정말 경악스러웠다. 이야기가 어느 쪽으로 흘러갈지 갈피를 못 잡고 있는 상황에서 또 다른 소년의 시체가 발견된다. 이번에도 상태는 전과 비슷하고 적출된 장기도 같다.

이제 이누카이와 아스카 그리고 경시청 수사 1과 형사들은 연쇄살인범을 찾기 위해 다방면으로 수사를 진행시키다. 어떤 사이코가 이따위 못된 짓을 했을까 생각할 시간도 주지 않고 작가는 반전을 들이민다. 첫 번째 시체는 일본인이 아니라 중국 소년이라는 것이다. 그 아이는 왜 아무 연고도 없는 곳에 와서 끔찍한 일을 당한 것일까? 조금씩 밝혀지는 진실의 무게는 너무나 무거웠다. 소년은 중국의 빈곤층이었다. 그리고 두 번째로 발견된 시체의 주인도 일본의 빈곤층 아이였다.


생체 장기이식을 받아야 하는 환자들은 많지만 장기를 제공할 사람은 극소수이다. 그러다 보니 끔찍한 장기매매 이야기가 영화나 소설의 소재가 되는 듯하다. 그런데 이 소설에 등장한 녀석들은 어린아이들을 노린다. 그것도 빈곤층의 아이들을. 더욱 놀라운 것은 이 소설에 등장하는 빌런들은 전혀 반성할 생각도 없고 자신들은 도덕적으로 잘못한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가 그들은 아이들에게 '돈'을 지급했기 때문에 전혀 잘못한 게 없다고 말하고 있다.


사건의 진실에 다가갈수록 재미와 흥미는 배가된다. 하지만 분노 게이지는 곱이 된다. 결국 진실의 중심에 선 인물들이 하나둘 밝혀지면서 분노는 폭발하고 만다. 곳곳에 숨은 반전들이 이야기에 흥미와 재미를 더하지만 범인들의 면모가 주는 분노는 따라가지 못한다. 정말 이 소설은 혼자서 아무도 없을 때 읽어야 할 것 같다. 입에서 육두문자가 자연스럽게 나온다. 절대로 지하철이나 버스에서는 읽으면 안 될 책이다. 우리 사회의 소외된 아이들을 다시 한번 돌아보게 하는 사회성 짙은 깊이 있는 소설이다.



"블루홀6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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