씬시티 1 - 하드 굿바이 세미콜론 그래픽노블
Frank Miller 지음, 김지선 옮김 / 세미콜론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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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고뇌와 아픔

"미국만화는 질이 낫다." "미국의 대중문화는 저질이다." 나는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대개의 경우 그런 생각이 들어맞았었다. 그래서 그런 관념이 생겨났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관념을 무차별적으로 미국의 모든 대중문화에 적용시키는 것은 위험한 생각이라는 것을 깨닳았다. 바로 이 책 때문이다.

미국 대중문화의 상징인 만화를 영화로 만든 것. 그런 부정적인 느낌때문에 영화를 좋아하는 나는 이 책을 바탕으로 한 영화도 보지 않았었다. 그런데 친구의 권유로 우연히 이 책을 보게되었다. 내가 신뢰할 수 있는 친구였기 때문이다. 그 친구가 권유를 한다면야...

그렇게 보게 된 책이었지만, 나는 이 책의 매력에 깊숙히 빠져들게 되었다. 이 책에는 음모와 범죄, 폭력같은 익숙한 문제들을 소재로 하지만 그 느낌은 사뭇달랐다. 사람이 살아가는 세상이 하나의 정글과 같은 것이라도 그것을 어떻게 다루는가 하는 것에 의미의 차이가 있는 법이다. 이 책은 미국적인 문화의 어법으로 인류의 공통적인 삶의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은 다른 미국의 만화들과는 다른 느낌을 주는 것이다.

나는 이 책의 만화적 작법에 대해서는 평할 능력이 없다. 그러나 이 책은 매우 독특한 느낌을 준다. 강한 인상의 마스크에 어린 표정. 그리고 인물들을 둘러싸고 있는 빛의 강렬한 대비. 그런 것들이 작품을 더욱 선명하고, 비극성을 더욱 강하게 만들어준다. 그만큼 작품을 대하면서 얻는 카타르시스도 더한 것일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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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산이 녹고 있다고? - 펭귄에게 배우는 변화의 기술
존 코터.홀거 래스거버 지음, 유영만 옮김 / 김영사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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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에 관한 훌륭한 우화

나는 이 책을 매우 재미있게 읽었다. 내가 다 읽은 다음에 초등학교 고학년인 아이들에게도 이 책을 읽혔다. 각 장의 뒷쪽에 달린 변화의 원리에 대한 핵심을 이해했는가에 대한 질문은 아이들에게 마치 논술 숙제를 시키도록 써보도록 했다. 놀랍게도 아이들은 이 책의 주제를 거의 정확하게 소화하고 있는 듯이 보였다.

우화란 것이 그렇다. 우화는 중층적인 의미가 담겨진 이야기이다. 쉬운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그 내면에는 깊은 의미의 층들이 켜켜이 쌓여 있는 이야기구조이다. 이 책이 바로 그런 책이다. 아이들이 읽어도 이 책의 내용이 의미하는 것을 이해하기에 어려움이 없다. 그러나 경영의 일선에 서 있는 사람이 읽어도 그 감동은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

삶의 연륜이 많은 사람들이 이솝의 우화를 다시 읽으면서 "이것이 바로 인생이란 것이구나."라고 장탄식을 하듯이 경영의 일선에 선 사람들, 조직에 변화를 불어넣을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끼는 사람들이 이 책을 읽으면 자신이 현실세게에서 실제적으로 느끼고 있는 문제에 대한 공감에서 더욱 깊은 맛을 느낄수 있는 그런 책이다.

우리가 사는 빙산이 녹고 있다고? 그 질문은 거대한 기업조직뿐 아니라 모든 사람의 삶에도 그대로 적용될수 있다. 내가 운영하는 조그만 자영업체에도 적용될수 있는 것이고, 내 개인의 인생사에도 적용될수 있다. 상황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과거에 안주하는 사람이나 업체는 언젠가는 변화의 흐름에 밀려서 후퇴하게 될 것이다.

끊임없이 문제를 인식하려고 노력하고, 우연히 지적받거나 흘려듣게 된 그 문제점을 진정한 과제로 인식하고, 그 문제를 주변의 사람들에게도 인식을 시키고, 필요한 변화에 지장이 되는 요소들을 제거하는 것, 그리고 끊임없이 변화하는 환경에 맞도록 끊임없이 자신을 바꾸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도록 자신을 훈련하는 것. 그것은 빠른 변화 시대로 특징지어지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데 무엇보다도 중요한 요소일 것이다.

내 아이들은 이 책을 읽고 말한다. "녹지 않는 빙산으로 자꾸만 옮겨가면 되지 않아요?" 아이들은 이 책의 핵심을 그렇게 쉽게 꽤고 있다. 이 책은 아이들에게도 결코 어렵지 않은 재미있는 책이다. 그러나 어른들이 이 책을 받아들이는데는 조금의 어려움이 있다. 이 책의 내용이 틀렸기 때문이 아니다. 너무나 명백히 문제점을 제시하기에 책을 읽으면서 이미 그 문제를 자신에게 대입하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무엇이 문제일까. 어떻게 변해가야 할까. 어떻게 변화를 위한 동기를 얻어낼수 있을까... 이 질문은 쉬우면서도 그리 쉽지 않은 의문이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과 모든 기업들은 동일한 질문앞에 놓여있다. 그리고 그 질문에 가장 잘 응답하는 사람, 가장 잘 대응하는 기업이 승리하는 기업이 될 것이다.

너무 부담을 갖지 않아도 될수 있다. 저자는 10개의 짧은 단락으로 이루어진 각 단락의 뒷쪽에 변화의 각 과정에서 필요한 과정을 이행하기 위한 질문들을 짧게 달아놓은 친절을 베풀고 있기 때문이다. 바로 내 아이들이 논술삼아 풀었던 그 질문들이다. 그 질문은 아이들이 풀듯이 그리 쉬울수도 있고, 한없이 바라보아도 답이 나오지 않을수도 있다. 그러나 우화를 대하듯이 열린 마음으로 편하게 바라보면 의외로 쉽게 답이 나올지도 모른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그리고 더 많은 정보가 필요하면 저자가 지은 변화경영에 대한 자세한 서적의 도움을 받을수도 있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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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와 십대 사이 우리들사이 시리즈 2
하임 기너트 지음, 신홍민 옮김 / 양철북 / 200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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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의 입장에서 아이를 대하기

10대. 그 유난히도 아프고 힘들었던 시기를 겪었던 것이 바로 얼마전이었던 것 같다. 세월은 참 빠른가 보다. 벌써 내 아이가 10대에 접어들었으니 말이다. 아직은 10대의 초반에 불과한 아이지만, 갈수록 걱정이 된다. 나의 예민했던 10대를 생각하면서 이제는 부모에게서 벗어나며 자신의 세계를 가져가는 아이들을 어떻게 다르게 대해야 할지 걱정이기 때문이다.

다른 아이들은 어떻게 그 시절을 보내었을까. 유난히 내성적이었던 나는 그 시절에 친구들과 그리 속마음을 많이 나누지 않았었다. 오로지 혼자의 내면으로의 여행과 속절없는 독서로 그 시절의 힘들었던 시간들을 보내었다. 그래서인지 내 아이들이 성장하는 것을 보면서 더욱 걱정이다. 나를 닮아서 예민한 아이로 성장을 할수도 있기 때문이고, 또 내가 성장과정에서 타인과의 대화가 많지 않았기에 내 아이들과의 원만한 대화가 어렵지 않을까 하는 걱정때문이다.

새들이 성장하면 둥지를 떠나기 마련이다. 그래서 나는 내 아이들에게 어려서부터 독립심을 심어주려고 노력을 하였었다. 그러나 이제 아이들이 스스로의 세계를 가지기 시작하는 시기가 되니 반대의 걱정이 생기기 시작한다. 독립적으로 성장하도록 훈련받은 아이들이 자신들이 새로이 닥치게 되는 어려움에 대해 나와의 대화를 잘 유지할수 있을까하는 걱정이다.

그래서 아이들과 대화의 시간을 자주 가지려고 노력을 한다. 그러나 아이들과의 대화도 기술이 필요하다. 공연히 아이들과 대화를 가지려는 시도는 아이들이 크면서 자꾸만 겉돌기 시작한다. 일상적인 대화의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다가 서점에서 우연히 이 책을 만났고, 반가운 마음에 이 책을 열심히 읽게 되었다. 나 자신의 과거가 그대로 기억의 저편에서 다시 살아나는 것 같다.

그렇다. 아이들의 입장에서 서 보아야 한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 안의 아이는 추억만 남긴체 사라져버렸고, 나는 어른의 입장에서 아이들을 대하고 있었던 것이다. 다시 내 속의 10대를 되찾아서 나도 또한 그들과 함께 다시 한번 10대를 살아보는 것이 좋은 방법일것 같다. 이 책을 접하면서 나는 내내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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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진보 - 카렌 암스트롱 자서전
카렌 암스트롱 지음, 이희재 옮김 / 교양인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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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한발짝 더 나아가기 위해

이런 책이 출간될 수 있다는 것은 우리나라의 독서시장이 그만큼 성숙해졌다는 반증일 것이다. 그래서 무척 반갑다. 좋은 책을 만난다는 것은 그래서 내가 좋은 책을 읽는다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을수도 있는 것이다. 사방을 둘러보아도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을 찾기가 어렵다는 느낌과. 내가 좋은 느낌을 받았던 그 책이 추천대상의 책으로 떡하니 버티고 있는 것을 볼때의 심정은 천지차이일 것이다. 그런 느낌은 겪어본 사람들은 안다. 그리고 이 책을 끝까지 읽은 사람이라면 아마도 비슷한 느낌을 가지는 사람일 것이다.

사실은 지극히 당연한 의문이다. 사람이 한 종교를 가진 문화에서 태어나 그 종교를 내면화하게 된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참 부조리한 일이다. 내가 우연히 이 자리에 던져지지 않고, 혹시 저곳, 다른 사람들이 살고 있는 삶의 자리에 던져졌더라면 나는 어떤 인식체계를 가지고 살아가고 있을 것인가를 생각해보는 사람이라면 저자와 같은 독한 아픔을 한번쯤은 겪어볼만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때부터이다. 편안하던 삶이 갑자기 고통스러워지는 것은.  내가 저 가난하고 어두운 아프리카 대륙에서 태어나지 않았다는 우연만으로 그들의 고통에 비할바 없이 안락한 나의 이 삶을 당연시해도 도덕적으로 문제가 없는 것인지. 내가 오늘 하루의 삶을 오로지 일신의 편안함을 위해 살아가는 것이 양심이란 것에 비추어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인지. 내가 사회가 관념적으로 규정하는 도덕에 소극적으로 저촉되지 않고 살아가는 것으로 나는 신 앞에 떳떳할 수 있는 것인지...

그런 의문들이 들면서 나는 세상을 살아가는 것이 어려워져버렸다. 기복신앙에 대한 거부감은 말할 것도 없고, 역사에 대해 침묵하는 신에 대해, 내가 믿는다는 종교의 신앙고백의 전통에서 벗어나 있는 종교양식에 대해... 그렇게 나를 둘러싼 무리들에 안주한다는 삶이 나의 양심의 평안을 보장해 줄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을 만큼 머리가 커져버린 다음에, 그런 것들은 영원히 나를 놓아주지 않는 의문이었다. 주변을 둘러봐도 좀처럼 울림이 없는 외로운 절규같았다.

그리고 이 책을 만났다. 많은 아픔, 번민, 그리고 자살시도에 이르기까지... 저자와 나의 번민은 다른 종류의 것이었지만 어쩌면 많은 부분이 닮은 것이었다. 그래서인지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가슴이 울먹이는 것을 여러번 느꼈었다. 그런것이다. 사람이 자신이 놓인 자리에 대해 철저하게 고민해본다는 것은. 자신의 존재의 이유에 대해 진정으로 고민을 해본다는 것은. 그리고 그 아픔의 한가운데서 동류를 만나는 느낌이라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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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문고 줄 꽂아놓고 - 옛사람의 사귐
이승수 지음 / 돌베개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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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벗을 이렇게 사귀었다.

옛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사람이 사는 것은 과거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고 한다. 이 책을 들여다 보고 있으면 "과연 그렇구나."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벗을 사귀고 우정을 나누는 모습을 바라보면 아름답다는 생각이 든다. 삶을 살아가는 그들의 모습이 멋지기도 하고, 내가 그들처럼 좋은 벗을 가지지 못한 마음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사람이 세상에 태어나서 진정으로 마음을 나눌수 있는 벗을 세명을 사귄다면 그는 성공한 삶을 산 사람이라고 하는 이야기가 생각이 난다. 바쁜 생활중에 얼핏 머리를 스쳐고는 그저 사라져 버리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나이가 들어가면서 점점 그 말이 더욱 가슴에 와닿기 시작한다. 나도 이제 조금씩 나이를 먹어가는 것인가보다. 

사람이 살아간다는 것은 참 쓸쓸한 일이다. 태어나고 자라고 활동을 하고, 그러는 사이에 자신도 모르게 서서히 시들어간다. 그것이 사람의 삶이다. 낡아간다는 것, 시들어 간다는 것, 남은 날들이 줄어들어 간다는 것은 서글픈 마음을 준다. 그럴때 옆에 진정으로 마음을 터놓고 마음을 나눌수 있는 벗이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벗은 일부러 만든다고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벗은 순전히 우연히 만들어지는 것도 아니다. 좋은 벗은 가진다는 것은 그의 인품이 그만큼 훌륭하다는 뜻도 될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면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 책에 나오는 여러 인물들의 우애도 훌륭하지만, 그런 우애를 나누고 유지할 수 있는 인품도 한결같이 훌륭하기 때문이다.

가을이다. 마음이 쓸쓸한 계절이 돌아온다. 내 인생에도 이제 가을이 다가올 것이다. 나도 마음 공부를 좀 해야겠다. 그래서 나도 좀 더 인품이 나아지고 내 주변을 스쳐가는 사람들 중에서 마음을 나눌수 있는 벗을 사귈수 있으면 얼마나 좋겠는가. 내가 먼저  마음을 열어야 벗도 마음을 열 것이다. 이제 세상을 좀 더 따스하게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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