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는 이야기 비룡소 걸작선 29
미하엘 엔데 지음, 로즈비타 콰드플리크 그림, 허수경 옮김 / 비룡소 / 200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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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백일몽의 추억

학창시절 선생님은 백일몽은 나쁜 것이라고 가르쳐주셨다.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백일몽은 현실과 괴리된 자신만의 꿈을 만드는 것이고, 그 꿈은 결코 현실이 아니기에 소중한 시간을 그런 헛된 꿈에 투자하지 말고 실질적인 꿈에 투자하라고 가르쳐 주셨던 것이다. 나는 착한 학생이었기에 그 말을 그대로 믿었다. 그러나 나는 몰래 내 백일몽을 꾸는 것을 완전히 그만두지는 못했었다.

그래서 내가 모모를 읽으면서 그토록 흥분했는지 모른다. 내 속에 있는 또 다른 나는 현실보다는 그런 환상을 더 그리워하고 있었는지 모른다. 지금 어른의 모양을 하고 있는 나는 내속에 아직 또 다른 내가 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 아이는 오랫동안 소년의 모습을 하고 있으면서 기회만 되면 꿈과 모험을 찾아서 떠나려고 하고 있다. 자꾸만 나를 충동질해 나까지도 자신의 여정에 동참하라고 권유하는 것이다.

요즘 나는 그 또 다른 나와의 대화를 가지는 시간을 많이 늘인 편이다. 내가 살아가는 현실이라는 세상이 나에게 주는 자유로운 시간이 그다지 많지 않기에 나는 충분한 대화를 나누지는 못한다. 그러나 언젠가 준비가 되면, 혹은 여유가 생기면, 아니 더 이상은 이 현실이란 곳에 머무는 것을 견디지 못할때가 되면, 그 친구와 함께 어디론가 모르는 곳으로 정처없는 여행을 떠나고 싶은 마음이 든다. 나는 이미 결심을 한 상태이다.

그저 지금은 아직은 때가 아니다... 라고 나 자신을 다독거리면서 좀 더 현실이란 이름의 세상에 머물고자 노력을 한다. 그러다 이 현실이란 것이 너무나 지긋지긋하고, 나 자신에게 무엇이가 달콤한 선물을 베풀고자하는 마음이 생길때 찾는 것이 바로 미하일 엔데의 책들이다. 그의 책들속에는 마치 내 속의 다른 나가 들려주는 것 같은 이야기들이 무궁무진하게, 끝없이 담겨있는 것 같기 때문이다. 이 책 끝없는 이야기가 바로 그런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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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반양장)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 / 청미래 / 200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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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사랑의 이야기

보통사람들은 이런 사랑을 할 것이다. 사랑에 대한 알랭 드 보통의 견해에 보통사람들은 대개 동의를 할 것이다. 사랑이란 그저 그렇게 찾아오고 또 그저 그렇게 사라져 가는 것이라고. 그래서 보통사람들이 흔히 사랑이란 것에 대해 부여하는 신비로움이란 것은 신비롭지 않은 보통의 순간들을 장식하기 위해서 사용하는 신비로움을 더해주는 드라이아이스 같은 것이라고...

알랭 드 보통은 사랑이라는 심리적 기제의 단계별로 사랑을 정리해 놓았다. 한 사람이 또 한사람을 만나서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끼고 사랑이라는 관계를 발전시키고, 그 관계가 보통사람들이 경험하는 것과 같은 단계를 밟아서 마침내 더 이상은 사랑하지 않는 관계로 나아가는 그 평범하고도 평범하지 않은 사랑의 보통화를 시도한 단순하면서도 단순하지 않은 글이다.

소설이라고 할수도 있고, 소설적 장치를 빌어서 사랑의 심리적 단계를 설명하 소설적인 글이라고 해도 상관이 없을것 같다. 어차피 이 책에 등장하는 사랑은 특별한 사랑이 아니라 그저 보통사랑이고, 그것은 그 사랑이 특별해서 선택된 것이 아니라, 그냥 보통사랑이란 것이 진행되는 과정을 설명하기 위해서 선택된 그저 그런 사랑일뿐이기 때문이다.

이 책이 보통성을 벗어나 알랭 드 보통성을 갖게 되는 이유는 바로 이런 사랑에 대한 보편화에 있다. 사람들은 흔히 그런 착각을 한다. 사랑의 순간에 서게 되면 내가 지금 겪고 있는 이 사랑만은 특별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과정을 겪게되는 것이다. 대부분의 경우 그런 과정은 사람에게 좋은 영향을 미치게 되지만, 일부 사라의 경우에는 사랑의 일반화 과정에서 벗어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 유형의 사람들은 사랑이란 감정의 과정을 극단적인 것으로 추상화시키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이것은 삶에 두번다시 오지 못하는 특별한 경험이고, 이 경험의 가치는 너무나 대단한 것이기에 내 인생의 모든 것을 다 걸어도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절벽위에서 더 나가지 말아야 할 마지막 걸음을 더 내디딜수도 있게되는 것이다.

보통사람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그 마지막 단계를 보통사람들이 넘어가는 것을 방지하는 것이 바로 이 책의 효용이다. 사랑의 순간 마직막으로 걸을수도 있게 되는 그 마지막 걸음은 알랭 드 보통의 경고를 충분히 경고를 받은 사람만이 걷는 것이 좋겠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이 책을 읽고 사랑이란 것의 위험성을 충분히 알고 나서도 자신이 스스로 행하는 확신범이라면... 그렇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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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사불명 야샤르
아지즈 네신 지음, 이난아 옮김 / 푸른숲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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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수한 입담으로 풀어낸 삶의 부조리

'욜'이란 영화를 본 기억이 난다. 10여년전이었다.  우리사회에 밀어닥친 개방의 물결을 따라 처음 상륙한 외국영화중 하나였다. '욜'이 터키를 대상으로 한 정치색이 강한 영화였다면, 이 책은 구수한 입담으로 천일야화를 연상케하는 현대판 부조리극을 보는듯하다.

생사불명 야사르라는 야릇한 재목은 바로 이야기꾼인 '야사르'의 야릇한 존재감을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상징적인 조치이기도 하다. 그는 공식적으로는 '살아있지 않은 존재'이다. 그러나 그는 현실세계에서는 버젓이 살아있다. 단지 서류상으로 살아있지 않다.

그래서 오는 부조리함은 그는 살아있는 사람이 감당해야 하는 모든 불이익은 받으면서, 죽은 사람이기에 받을수 없는 모든 혜택은 받지 못한다. 그는 심지어 부친의 유산을 물려받지도 못한다. 죽은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죽은 존재인 그는 감옥에 버젓이 갖혀 있는 살아있는 존재이기도 하다.

그러한 상징적 존재의 입을 통해 터키의 모든 사회상이 풍자되고 난자질 당하고, 다시 웃음으로 제자리로 돌라간다. 그의 감방동료들은 훌륭한 추임새꾼이다. 야사르의 이야기를 풀어놓는 이야기 난장을 트는데 좋은 배경이 된다. 그들은 청중이면서 동시에 화자이기도 한 우리나라 식의 이야기 구조에 동참한다.

야사르가 말하는 세상의 부조리함은 단지 터키에 한정되는 것만이 아니다. 그 존재와 사회의 불일치라는 부조리함은 인류가 공통으로 마주치는 아픔이다. 그 아픔을 야사르란 존재를 통해 아픔이 아니라 해학으로 표현하는 것이 바로 작가의 재능이다. 천일야화를 듣는 재미로 왕비를 죽이지 못하는 왕처럼, 다음 이야기를 읽는 재미로 이 책이 두터운 것을 모르고 읽을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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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의 집을 찾아서 한젬마의 한반도 미술 창고 뒤지기 2
한젬마 지음 / 샘터사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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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젬마 화가를 설명하다.

한때 그림을 상당히 좋아했었다. 미술관의 친구를 따라다니며 귀찮도록 물어보았었다. 늘 과묵하기만 하던 친구는 마지못해 한마디씩을 던져주곤 했었다. "그림은 마음으로 보는거야. 그냥 보이는 대로 보고, 느껴지는 대로 느껴..." 지금은 그 친구의 말이 옳다는 것을 안다. 그러나 그 시절엔 그 친구의 말이 너무 야속하게 들렸었다.

당시 도서관에서 미술이론에 관한 책들을 찾아서 읽으면서 나는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은 손만 똑똑하지 도무지 입이 똑똑하지를 않아... 그래서 미술에 관한 이론도 미술가가 쓰는 것이 아니라 철학자나 문학자, 혹은 미술평론가라는 직업을 가진 미술가 아닌 미술가가 쓰는게야..." 이렇게 투덜거리고 했던 기억이 난다.

내가 입속에 담아놓고 투덜거리는 그 중얼거림이 한젬마에게까지 들렸던 것인지, 아니면 그런 불만을 품고 있던 미술응호자들이 나만이 아니어서인지, 한젬마라는 '그림을 읽어주는 친절한 여자'가 나타났다. 미술이 대중화되기 위해서 그런 작업은 꼭 필요한 과정이었을지도 모른다. 시대적인 요청에 부응하는 공급자의 출현이라고 볼수도 있겠다.

이 책은 지역별로 유명작가들의 집을 찾아가는 여행을 담은 책이다. 작가의 집을 찾아간다는 것은 작가의 삶을 추적해가는 의미일수도 있다. 자가가 태어나서 자란 곳, 작가가 작업을 하던 흔적이 남아 있는 곳. 그런 곳에는 이야기가 있다. 작가의 마음을 이해하고, 작가의 그림을 이해할 수가 있다.

뛰어난 이야기꾼인 한젬마는 소소한 것들에서 재미있는 이야기거리를 찾아낸다. 그 이야기에서 우리는 어딘가 그림에서 보았음직한 나즈막한 산의 모습을 발견할 수도 있고, 그림에 등장하는 아낙네의 모습을 발견할 수도 있다. 그렇게 그림은 우리들의 마음으로 살며시 다가오는 것이다. 이 책을 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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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코드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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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코드를 알아야 하는 이유

왕성한 필력을 자랑하는 강준만교수가 이번에는 한국인 코드라는 책을 펴냈다. 이 책은 한국인의 기질적 특성을 잘 분석하고 있다. 사실 이 책에 실린 내용들이 그다지 새로운 것은 아니다. 강준만 교수 특유의 날카로움이 여전하긴 하지만, 신선도 면에서는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문제는 왜 지금 이 시점에 한국인의 코드를 알아야 하느냐라는 점이다. 그것은 우리가 눈부시도록 빠른 속도로 세계화되어가는 이 순간에도 한국이라는 나라에 몸을 담고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세계화의 수혜자들, 세계화의 거친 물결을 잘 타고 순항하는 사람들에겐 사실 한국인의 코드가 필요없을지도 모른다. 그들에게는 세계 표준인 미국인의 코드를 잘 체득하고 습득하는 것이 더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대다수의 일반사람들은 세계화의 거친 물결이 출렁이는 오늘날에도 한국이라는 국가적 테두리에 몸을 담고 살아야 한다. 국가가 경제주권의 상당수를 잃어버린 오늘날, 국가란 존재는 어떻게 생각하면 다국적 기업들에게 노동력과 생산현장을 제공하는 지역공동체에 불과한 존재인지도 모른다. 한국을 떠나지 못하고 한국이란 땅에 붙박혀서 살아야 하는 사람들에겐 한국이라는 나라가 자신을 가장 잘 마케팅하는 것에 목을 맬수 밖에 없는지도 모른다.

개인적인 능력이 출중하여 한국이라는 테두리에 의존할 필요가 없는 사람들에겐 한국인 코드가 다른 의미로 사용될수 있다. 그들이 사업을 하고 이익을 올릴 시장을 분석하는 수단으로 한국인코드가 사용될수도 있다. 그러나 나머지 사람들, 정반대의 입장에 있는 사람들에겐, 우리들의 모습을 다시금 확인하고, 우리의 정체성을 잃지 않는 범위내에서 우리들의 모습과 장단점을 파악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일이다.

우리가 더욱 강화되기를 애타게 염원하는 소위 국가경쟁력이란 것은, 자시 스스로의 힘으로 홀로 설수 없어 공동체에 몸을 담고 있는 보통사람들에게 중요한 것이기 때문이다. 내가 몸담고 있는 국가라는 이름의 공동체의 몸값이 커지면서, 내가 덩달아 얼마나 더 가치있게 되는가를 결정하는 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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