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중간의 어디쯤

 

난 참 잠에서 잘 깨어났었다.

내가 일어 나야할 시간이되면 시계가 울리지 않아도

시계보다 더 정확히 자리에서 일어나 할일을 했다.

내 훌륭한 강박관념의 발로였다.

 

언젠가 부터 난 늦잠을 자는 일이 많아졌다.

가끔 허둥지둥 집에서 달려가야 하는 일이 잦아졌다.

아침 일찍 일어나 우아하게 하루를 준비하기 위해 하는

의식과도 같이 치루는 일들을 거르기 마련이다.

 

그런날들.. 의식을 제대로 치루지 못한 날들은

종일토록 개인치 못한 느낌으로 하루를 보낸다.

난 아직도 내 강박관념을 완전히 떨치지 못한 것이다.

가끔 늦잠을 잔다고 해서 내 강박관념이 다 사라진 건 아닌셈이다.

 

해야할 것들에 대한 미련.   - 강박적 자아. - 아직 다 풀리지 않은 강박감.

일어나야 할 시간을 놓치게 돠는 느슨함. - 이제 풀려가고 있는 강박감.

 

나는 그 둘 사이의 어디쯤에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오늘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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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규모 아카시아 밴드

 

살다보면 가끔 코드에 맞는 사람들을 만나기 마련이다.

물론 가끔. 아주 가끔이다.

그러기에 삶은 견딜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겠지...

그러지만 그런 만남은 사실 그리 흔치 않다. 유감이지만...

 

오늘 저녁 난 그런 귀한 만남중 하나를 만난것 같다.

내일 아침이면 생각이 바뀔지도 모르지만...

왜 그런 느낌 있지 않은가.

이런 만남이라면, 적어도 이 순간만은 충분히 좋다...

 

난 오늘 저녁 그런 만남을 만났다.

이미 거의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을 법하지만,

내 삶에는 뜬금없이 오늘 밤에 불쑥 끼어든

EBS 공감의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

 

그 밴드의 무엇이 날 매료시킨 것일까.

그전에 내가 알던 그 무엇과도 닮지 않았는데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어떤 상징적인 닮음이 있는 것일까.

혹, 아무것과도 닮지 않은 그 점이 날 정말 닮은 것일까.

 

예전 들국화를 처음 만날때처럼

동물원과 엄인호를 처음만날떄처럼

신촌블루스를, 그리고 늦게야 알게된 한대수와 양병직과 김현식을

그들을 알고 나서 눈물을 흘렸던 것처럼.

 

삶은 만남이다.

불연속적이고, 불규칙적이다.

만남이 영영 끊어졌다 싶을떄 불쑥 나타나는 그들.

그들 때문에 삶을 살아갈 의미를 느낀다.

 

더 이상 나와 코드가 맞는 사람은 이 지구상에서

영영 멸종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나의 허무함에 건배를 하는 그 순간 불쑥 나타나는

정말 내 삶의 불청객인 그들.

 

밥 벌이를 위해 열심히 뛰어야 할 내 발목을 잡는

내 꽁꽁 여민 지갑을 풀도록 만드는 문화게릴라.

난. 내가 동류 의식을 느끼는 그들처럼

누구를 감돌시킬 가망이 영영없어보이는 오늘.

 

그들을 만난다. 그리고 반가워한다. 그들을.,,, 혹은 그(그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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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추

 

예전.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2본 동시상연관의 스크린에서

김혜자씨가 주연한 영화 '만추'를 본적이 있었다.

내 어린 가슴에 그 영화가 왜 그토록 사무치든지...

 

나는 언젠가부터 만추라는 단어를 좋아하게 되었다.

그 영화에 나오는 장면들처럼 누런 나뭇잎들이 수북히 쌓인 길을 걷는 것을 좋아하게 되었다.

단풍이 화려하게 물드는 가을.

다른 이들이 가을을 앓는 그 가을은 나에겐 가을이 아니었다.

 

잎들이 비처럼 쏟아져 내리고..

몇 되지 않은 남은 잎들이 추운 가지를 보듬고 대롱대롱 매달리는 때

그때쯤 되어야 나는 가을을 느끼게 된다. 지금같은 12월 초순.

검은 가지들 위에 겨울 햇살이 처량하게 내리쬐는 이 계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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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전

 

아침.

밥을 먹는데 전기가 나갔다.

비로 어둑한 식탁에서 밥을 먹는 것은 괞찮다.

멈춰선 엘리베이터를 바라보며, 상당히 긴 계단을

터벅 터벅, 익숙하지 않은 근육을 사용하며 내려오는 것이 힘이 든다.

 

문득 생각을 해본다.

내가 몸을 제대로 움직여 본 것이 얼마인가.

원래 운동이라고는 싫어하는 사람.

글 쓰기 위해 손가락 움직이는 것과. 숨쉬기 운동만으로

생존과 삶의 목적을 위해 최소한의 근육만을 사용하며 살아온지 어언...

 

머리만 비대한 화성인처럼

내 갸날픈 다리가 강조되어 보인다. 오늘따라.

내가 지적 성취를 이룩한 것은 있는가.

삶의 다른 부분과, 몸의 다른 근육을 포기하면서

내가 얻은 것은, 내가 이룩한 것은 그만한 값어치가 있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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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일몽

선생님은 말하셨다.

"백일몽은 나빠요"

나는 착한 학생이었다. 비교적.

선생님의 말을 잘 듣는 편이었다. 대부분.

가끔 숙제를 안해가기도 하고, 가끔 장난치다가 벌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선생님의 말을 정면으로 거부한게 하나 있었다.

난 백일몽을 꾸기를 멈추지 않았다.

 

내 백일몽의 세계에선 내가 하늘을 날기도 하고

내가 슈퍼맨이 되기도 했고, 내가 영화속의 주인공이 되기도 했다.

때로 역사책을 읽고 소설책을 읽으며 눈물을 흘리고 난 후엔

내가 소설의 주인공이 되기도 했다.

그 소설은 무척 분량이 큰 소설이었다.

책으로 만들면 500page 짜리 책이 수십권도 더 될...

내가 살아 있는 동안 끊임없이 계속 읽어도 다 읽지 못할만한.

 

그런 백일몽을 난 아직도 꾸고 있는가보다.

가끔 책을 읽으면서, 가끔 영화나 그 비슷한 것들을 보면서

난 나도 모르게 무언가 내가 모르는 생각을 하는 것을 느낀다.

난 습관처럼,

내 의식도 자각하지 못하는

그런 백일몽을 꾸고 있는 것인게다.

지금까지도 포기하지 않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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