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난민 - 제10회 권정생문학상 수상작 창비청소년문학 83
표명희 지음 / 창비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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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 어느날 난민 ㅡ 표명희 , 창비 ,


 


지난해 서울 어느 구에서 장애인 학교 설립 부지를 두고 모인 학부모들이 반대 성명을 내고 , 또 한쪽에선 가난한 무릎을 꿇고 다만 , 우리 아이가 믿고 다닐 수 있는 학교를 ... 읊조리면서 모두에게 평등한 시간을 허락해 달라는 간절한 모성을 한참 바라본 적이 있다 . 대체 무엇이 우리안의 우리를 난민으로 몰아세우는가 싶어져서 안타까웠다 . 그러나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고작 성명서에 학교부지를 허락하라는 동의의 서명 한 줄이 다였다 . 나의 서명 한줄로는 그 확고부동한 세계를 결코 들어올리지 못할거였다 . 이따금 그 세계에 변동이 있는지 찾아보는 것이 다일뿐이다 . 슬픈 허기가 돈다 . 누가 누구를 허락하고 말고 하는가 , 우리는 모두 인간일뿐인데 ...


율법에 지배당하고 부모에 배반당한 찬드라 , 아버지의 나라를 찾아 왔지만 메콩강이 그리운 미스터 킴 뚜앙 , 인종차별과 성차별의 장벽을 넘고자 제삼국으로 입국한 웅가와 미셸 , 출생 신고조차 안되어 있는 민 , 난민 센터를 외국인 지원 캠프로 새롭게 시작하고 싶은 털보 김주임과 진 소장 , 모두에게 따뜻한 음식을 주고 싶어하는 주 여사 , 해나의 처지를 알아차리고 돕는 허 경사 , 알록달록 무지개 만큼이나 모두 가진 색이 다른 사람들이 그려내는 동떨어진 공간 . 어쩌면 그들의 상처는 가장 가까운 이들이 내민 단절의 상처가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 . 

우리도 난민이냐는 질문에 우리는 , 너는 그냥 민이야 . 하고 대답하는 해나 , 그 말을 듣고 아~ 난 강민 이지 하는 아이의 웃음 문 목소리가 명랑해서 괜히 슬펐다 . 회색 터번의 기도는 이뤄지지 않았다 . 그의 햄버거를 받아 먹던 미스터 킴도 연약한 정에 기대 있다가스르륵 삶을 놓고 만다 . 희망을 놓지 말라고 했는데 그렇다고 너무 기대는 말라고도 했던가 ? 이쪽 유령공간에서 다만 저쪽 유령 공간으로 넘어 갔을뿐이라니...목숨이 기도문보다 하찮은 시간을 본다 . 그가 믿던 신조차 어쩌지 못한 인간의 영역을 물끄러미 본다 . 삶이 너절하다 . 너무나 너절해서 아프다 . 

마지막까지 어느날 난민에서 , 어느 날 난 , 민!으로 바뀌길 희망하며 읽었다는 걸 깨닫는다 . 기다리면 그런 날이 올거라고 믿었던 사람들이 현실에 눈을 떠 성장이란 걸 하면서 스스로 떠나기도 하는 걸 보면 , 희망과 기다림이란 대체로 무용하구나 싶다 . 
 

 

삶이 너절할수록 간절해지는 것이 여행이라고 했던가 ? 여행을 꿈꾼다고 했던가 . 그림과 사진 속에서 소망하게 되는 평서문같은 날들 . 그런 것조차 꿈꿀 수 없는 난민의 세계 . 살아있는데도 유령 취급이라면 그것은 산 자의 시간일까 죽은 자의 시간일까 ? 돌아올리 없는 질문의 답을 기다리는 게 고작 다인 ... 허망함 . 무지개는 잠시만 곱고 예쁠 뿐 금새 흩어지고 만다 . 여기 등장인물들처럼 . 

 

 

 

 

 

 

사실 이쪽 편에 서서 보니 , 저쪽이나 이쪽이나 바라보는 방향만 다를 뿐 어차피 같은 시소에 올라 앉아 오르락내리락하고 있는 것 같았다 . 맞서서 힘을 겨룬다는 게 넓게 보면 균형을 맞추느라 안간힘 쓰는 것에 다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 젊었을 때는 상상조차 어려운 생각이었다 .

김 주임은 울타리 격인 하얀 펜스로 눈길을 돌렸다 . 언뜻 보면 유럽의 예쁜 정원 담장처럼 보이는 나직한 펜스였다 . 나무처럼 보이지만 재질은 철제였다 . 그걸 놓고도 의견이 분분했다 . 인근 주민들은 펜스가 너무 낮고 허술하다며 치안을 걱정했다 . 사실 지나친 우려였다 . 난민들은 어느 나라보다도 엄격한 이 나라 출입국 관리소의 일차 심사를 거쳐야 이곳에 올 수 있기 때문이었다 . 시민 단체는 주민들과는 다른 관점에서 펜스를 반대했다 . 철제 펜스가 강제 수용 시설을 연상시킨다는 것이었다 . 주민은 자신들의 안전에 , 시민 단체는 난민의 권익에 . 각자의 시각에 초점을 맞춘 비판이었다 .


( 본문 76 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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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8-04-01 23: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장소님, 오늘 부활절입니다. 부활 축하합니다.^^
하루종일 날씨가 비올 것처럼 흐리고, 조금 어두웠어요. 여긴 비가 오지 않았지만, 비오는 곳도 있었을 것 같아요. 기온은 높게 나왔을지 모르지만, 어제보다는 조금은 덜 따뜻한 느낌의 하루였어요.
주말 잘 보내셨나요. 편안한 밤 되세요.^^

[그장소] 2018-04-01 23:20   좋아요 1 | URL
서니데이님도 잘 보내셨나요? ㅎㅎ 비온다고 해서 계속 목 빼고 기다렸네요 . 저는 ..ㅎㅎ 여긴 아직 비소식 없고 이대로 월요일이 될거 같아요 . 만우절 이기도 했는데 유쾌하게 보내셨는지 모르겠어요!^^
모쪼록 편한 밤 되세요~^^♡

서니데이 2018-04-01 23:29   좋아요 1 | URL
오늘이 부활절이라서, 만우절을 못했어요.
아, 아쉬워라. 음... 내일할까요.^^

[그장소] 2018-04-01 23:30   좋아요 1 | URL
ㅋㅋㅋ만우절을 부활시켜랏~^^ ㅎㅎㅎ
내일 대체만우절로 ...
 

ㅡ 오늘 도착한 책 , I ㅡ

#폴리아모리
#후카미기쿠에
#곽규환_진효아옮김
#해피북미디어
#산지니_출판사이벤트
#비독점다자연애
#소유하지않는사랑


다른 사랑의 가능성을 보기 . 사랑에 관한 낯설고 적극적인 질문을 찾아서 폴리아모리스트의 윤리관과 사고방식 알기 .

어린 시절엔 여럿을 좋아해도 이상하지 않은데 왜 어른이 되면 한 사람만 사랑하게 되는 걸까 ? 그러게 .... ㅎㅎㅎ
재미있을 거 같다 . 이 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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ㅡ오늘 도착한 책 , 선물 ㅡ

#질문의책
#파블로네루다_시집
#정현종옮김
#문학동네
#The_Book_of_Questions
#질문의시_74편
#고마워요




우리가 같은 책을 보게되는 건 신기에 가까운 일 . 그만큼 서로 책 취향이 다른데도 서로 열열하게 응원을 해준다 .
우연히 이웃의 피드를 보고 혹했던 책을 득달같이 찾아 휘리릭 보내준 벗님 ㅡ ^^

예쁜 선물 상자에 봄의 정원을 같이 보내주셨는데 , 그건 따로 찍어
올려야겠다 . 분홍리본의 시절 같아 ~~( 응?)


네루다의 웃기고 초현실적이며 신비로운 질문의 시에 빠져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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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ngmeKim 2018-04-02 09: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 제목만 봐도 참 흥미로워보이는 책인데, 어땠나요? 제가 어렸을 때 질문을 너무 많이해서, 야단을 구수하게 들었거든요. 질문을 하면 안되는 것인 줄 알았는데, 요즘엔 질문의 중요성을 언급하니까, 야단 들어도 질문은 계속해서 질문하는 방법을 터득할껄.. 하는 후회가 밀려와요 책 제목은 질문의 책인데, 시가 담겨 있나봐요-!! 어떤식으로 발상을 전환시켜줄지도 궁금하고, 여러가지로 궁금하네요~

[그장소] 2018-04-02 10:31   좋아요 0 | URL
말 그대로 질문의 책이네요 . 호기심 가득한! 이 책은 이해를 위한 시로 읽으면 안될거 같아요 . 그냥 우주처럼 블랙홀처럼 받아들여야지 ..ㅎㅎ 알쏭달쏭 시!!^^
 
아킬레우스의 노래
매들린 밀러 지음, 이은선 옮김 / 이봄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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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 아킬레우스의 노래 ㅡ 매들린 밀러 , 이은선 옮김 , 이봄


 

그는 흙처럼 짙은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

" 같이 가줄래 ?" 그가 물었다 .
그칠 줄 모르는 사랑과 비애의 아픔 . 다른 생이었다면 나는 거절할 수 있었을지 모른다 . 머리를 쥐어뜯고 비명을 지르며 그의 선택을 그 혼자 책임지게 할 수 있었을지 모른다 . 하지만 이번 생에서는 아니었다 . 그는 트로이아로 건너갈 테고 나는 심지어 저승까지 그를 따라갈 것이었다 . " 응 . " 나는 속삭였다 . " 그래 ."
(본문 218 쪽 )

" 내가 써두었다 . " 그녀가 말한다 . 처음에 나는 무슨 뜻인지 이해하지 못한다 . 하지만 그녀가 비석 위에 새긴 이름이 내 눈에 들어온다 .  아킬레우스 라고 적혀 있다 . 그리고 그 옆에 파트로클로스가 있다 .
" 가거라 . " 그녀가 말한다 . " 그 아이가 널 기다리고 있다 . "

 

(본문 468 쪽 )

신화를 다르게 각색했다고 해서 호기심이 동했지만 이 정도일줄은 몰랐다 . 신화이야기 하면 문장이 사실 그렇게 착 달라붙는 몰입력을 보이기 힘들지 않나 . 적어도 나는 그렇다 . 그런데 이 책은 펼쳐 들자마자 기존의 신화 같지 않은 문체와 흡입력으로 나를 끌었다 . 작가는 이 신화를 다룬 여러 화가의 그림을 보고 흥미로운 지점을 찾아냈고 이 소설이 탄생했다고 한다 . 한점 그림에서 시작된 상상력 . 마차를 타고 전장을 누비는 아킬레우스 . 그리고 또 다른 아킬레우스 ( 파트로클로스 ) . 최고의 전사는 단 한명에 주어지는 이름인데 죽음은 둘이라는 야릇한 예언 . 그 예언을 어떻게든 비켜가려고 애쓰는 연인과 어머니 . 그들을 중심으로 이야기가가 쫘악 펼쳐진다 . 


귀족 아들의 죽음에 책임을 지고 유배된 메노이티오스의 아들 파트로클로스 , 변명이나 거짓을 모르던 소년 . 조금만 영악하고 조금만 비열했다면 그는 아킬레우스를 비켜갈 수 있었을까 ? 신들의 신탁을 받은 최고의 전사 아리스토스 아카이오이 운명을 타고난 아킬레우스를 ...아킬레우스의 어머니이자 님프인 테티스의 파트로클로스에 대한 증오를 마지막에 가셔야 나는 이해하게 된다 . 신과 인간 사이에서 그들의 운명을 아는 , 아들에게 죽음을 받아드리게 만들 연인으로서의 파트로클로스가 테티스는 얼마나 미웠을까 . 그러면서도 그가 아니면 운명이나 예언이 완성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던 어머니 테티스의 슬픔 . 


파트로클로스는 아킬레우스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움직이지만 그 움직임이 결국은 운명의 수레바퀴였음을 모르고 달린다 . 아킬레우스의 갑옷과 마차 , 창을 들고 ... 죽음을 향해서! 아킬레우스는 곧 돌아올 거라고 믿고 기다리지만 돌아온 건 파트로클로스의 싸늘한 주검 . 아킬레우스는 복수를 하고 신화처럼 죽는다 . 신들의 잔인한 장난 . 


역사서처럼 이미 쓰인 과거처럼 , 이들의 운명과 끝을 알면서도 읽고야마는 내가 있다 .  이미 쓰인 신화를 바꿀 수없는 인간인 우리에게 작가가 열어주는 매혹적인 틈새를 엿본다 . 다르게보면 어쩌면 다른 사실도 보일지 모른다는 또다른 예언만 같다 . 거친 남성들의 세계가 이렇게나 말랑하고 따듯할 수 있다니 ... 책을 끝내고도 여운은 쓴 커피처럼 길고 길었다 .  이 아름다운 청년들이 나는 여전히 케이론의 아래에서 행복하게 웃고 있기를 소망하게 된다 . 따사로운 햇살아래를 달리고 시원한 호수에서 물장구를 치며 환하게 웃고 있다면 ! 어쩌면 우리가 소망하는 한 그들은 죽어도 죽은 게 아닐지도 모르겠다 . 그들의 죽음을 다르게 받아들여보자 그런다 . 그것이 죽음이 끝이 아닐 이유 아니겠나 하고 ...


 

가지 마요 . 그들에게 애원한다 . 그렇게 떠나면 내가 편히 쉴 수 없잖아요 .  
(본문 458 쪽 )

오탈자 ㅡ p. 391 / 위에서부터 열번째 줄 ㅡ> 가르려드리기도 하였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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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8-03-28 21: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이야기의 교훈은 그런 걸지도 모릅니다.

˝ 타인의 물품을 허락없이 사용하면 안됨˝

또는

˝위험.
남의 옷을 함부로 입지 마시오.˝

그렇지만 이렇게 답안을 작성하면 과락 주시겠지요.
뭐든 아닌 것 같아도 정해진 답이라는 것이 있는 것 같습니다. 시험에는.^^;

그장소님, 편안한 밤 되세요.^^

[그장소] 2018-03-28 21:30   좋아요 1 | URL
틈새를 노리고 , 계속 생각하고 생각하라~ 는 주문이 필요할 것도 같아요!^^
예언된 운명이라는 정답지 , 뻔한 답도 인간은 안간힘을 쓰기에 멋진거 같아요!^^
서니데이님도 좋은 밤 되세요!
 
의식의 강
올리버 색스 지음, 양병찬 옮김 / 알마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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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  의식의 강  ㅡ 올리버 색스 , 양병찬옮김 , 알마


다윈은 이 서문에서 자신의 좌우명을 분명한 어조로 제시했다 . " 대상을 더욱 잘 설명하라 , 할 수 있는 데까지 . "

다윈은 난초와 꽃을 전례 없이 면밀하게 관찰하고 분석하여 < 종의 기원 > 보다 훨씬 자세한 내용이 담긴 책으로 펴냈다 . 이는 그가 현학적이거나 강박적인 인물이어서가 아니라 , 세밀하지 않으면 유의미하지 않다고 느끼는 성격의 소유자이기 때문이었다 . 사람들은 ' 신이 세세한 것이 관여한다 ' 고 믿었지만 , 다윈은 ' 그건 신이 하는 일이 아니라 자연선택의 소관 사항 ' 이라고 생각했다 . 
(본문  22 쪽 )

" 목련나무는 아주 오래된 꽃식물이란다 . 거의 1억 년 전에 나타났는데 , 그때는 벌 같은 곤충이 아직 진화하지 않았던 거야 . 벌이 없으니 색깔과 향기도 필요 없었고 , 그냥 주변에서 어슬렁거리던 딱정벌레에게 꽃가루 배달을 맡겼단다 . 벌과 나비와 ( 색깔과 향기가 있는 ) 꽃들은 아직 때가 되지 않아 다음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어 . 그들은 수백만 년에 걸쳐 아주 조금씩 진화할 예정이었거든 . " 
' 벌과 나비가 없고 , 꽃의 향기와 색깔이 없었던 세상 ' 이라는 아이디어는 내게 경외감을 심어줬다 .
' 영겁의 세월 ' 이라는 개념과  ' 하나하나는 작고 지향성이 없지만 , 축적되면 새로운 세상 (엄청나게 풍부하고 다양한 세상 ) 을 만들 수 있는 변화 ' 의 힘은 중독성이 있었다 . 진화론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신의 계획에 대한 믿음이 제공하지 못한 ) 심오한 의미와 만족감을 제공했다 . 

(본문 35 쪽 )

마르타 아르헤리치의 평전에 보면 신에 대한 유머가 잠시 나온다 . 신도 아닌 인간들이 ' 신을 위한 어떤 계획이 있다 ' 는 말을 해서 한마디로 정리키 어려운 신의 복잡한 유희를 우회적 유머로 삼아 보여주고 있는 페이지에서 난데없이 웃음이 터졌던 기억이 있다  .  다윈은 마다가스카르 섬과 오랜 관찰의 업적 끝에 도달한 식물 진화의 비밀 , 일부 또는 많은 것을 올리버 색스는 자기 집 앞 정원에서 찾고 놀라워 한다 . 신의 장난이 이렇듯 기발하다 . 먼저 세상에 저질러 놓으면 인간이 알아서 발견할 것이다 . 어쩌면 올리버 색스는 인간이 할 수 있는 유희를 신을 통해 보여주려 한걸까 ? 모르겠다 . 나중에 저 세상에 가서 그를 만날 수 있다면 물어 봐야겠다 . 물론 만날 수 있다면 !!

내가 가장 흥미롭게 읽은 부분은 스피드를 다룬 부분이었다 . 이 책은 한 단락씩도 의미가 있게 읽히지만 전체를 다 완주하고 나면 그때서야 하나하나의 스톱 영상이 주르륵 이어져 매끄러운 영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걸 체감하게 한다는 점에서 매우 읽는 재미를 선사한다 .  먼저 색스는 지식을 마치 사물의 발견처럼 늘어놓고 거기서 발견의 의의 , 흥미 유발의 순간을 다윈의 식물학에서 제공한다 . 발견에서 더 나아감의 순간이 필요한 부분이 바로 스피드라는 장에서 도약을 하는 걸 볼 수 있었다 . 관찰과 분석 다음 원심 분리기 속에 의(지)식을 넣고 힘을 가하고 그것들이 분리되는 과정을 충실한 시간 이론등으로 다진 후 다시 의견을 의심하는 과정 , 그것들이 인류의 의식 속에 묻히거나 드러나는 순간들을 스트로브 기법과 이어진 동영상처럼 보여주고 있었다 . 

의식하고 있다 . 의식을 한다 .ㅡ의식을 의식하는 순간을 우리는 언제 인식하게 될까 ? 매순간 잔물결처럼 일렁이는 의식이라는 것을 어느 순간 잡아 채 말로 글로 옮기게 될까 ? 바로 그렇게 해야겠다 느끼는 순간에 ? 그 순간에 생각(의식)이 잉태될까 ? 아님 출산이 되는 걸까 ? 색스의 글을 읽으며 나도 떠도는 의식들을 붙잡아 매는 순간에 대해 계속 생각을 해야했다 . 대부분은 생각을 그냥 흘려보내지만 색스는 그런 순간들을 글과 책으로 남기려 애썼다 . 그가 죽기 전까지 매우 건강한 신체를 가진 사람이었다면 이런 일들이 가능했을지 오히려 신체의 병적 구속이 그의 의식을 풀어 집요하게 표현하게끔 만든건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하면서 책장을 넘겼다 .

그의 의식에 등장하는 많은 인물들 목록만 봐도 어마어마하다 . 이 책에선 친절하게도 찾아보기 장을 붙여 주어 쉽게 일별하고 찾아볼 수 있도록 구성이 되어있는데 , 소설가부터 이론가 , 과학자 , 의학자 , 미술가 등등 잔뜩 언급이 되면서도 글이 매끄럽다 . 나는 주어진 글을 읽으면서도 순간 순간 생각나는 것들을 그냥 흘려보냈는데 , 그는 이 많은 인물들의 말을 바구니에 다 담아 한 권으로 묶어냈다 .
책을 덮고 느낀 건 나는 죽어도 이렇게 못하겠지 하는 패배감. 그의 글을 백분의 일이라도 잘 전달 할 수 있을까 계속 걱정했는데 역시 역부족이라는 거 .  읽기는 재미있었지만 그 말들 전부를 다 나는 표현할 수 없다는 사실 하나를 확실하게 건졌다 . 

" 모든 과학은 일종의 다락방을 갖고 있으며 , ' 당장 쓸모없어 보이는 것 ' 과 ' 별로 적당하지 않아 보이는 것 ' 들을 거의 반사적으로 그 속에 집어던진다 . 우리는 수많은 보물들을 사용해보지도 않고 끊임없이 다락방에 쳐넣어 , 결국에는 과학의 발달을 가로막게 된다 ." 

(본문 217 쪽 )

다윈은 " 활동적인 이론가만이 훌륭한 관찰자가 될 수 있다 " 고 입버릇처럼 말했으며 , 그의 아들 프랜시스는 아버지를 일컬어 " 이론화 능력으로 단단히 무장하고 , 가장 사소한 문제점을 비집고 들어가려고 별렀던 인물 " 이라고 했다 . 나름 주관이 있는 프랜시스의 눈에는 이론을 지나치리만큼 중시하는 다위의 행동이 ' 대포로 파리 잡는 격 ' 으로 보였던 모양이다 . 아버지에 대한 그의 날카로운 지적은 다음과 같이 이어졌다 . " 아무리 사소한 팩트라도 이론의 흐름에 끼워 넣으려다 보니 , 중요성이 부풀려지기 일쑤였다 " 

(본문 222 , 223 쪽 )


위대한 학자들도 가까운 사람에겐 단점이 보이는 것처럼 , 나도 이론의 끼워넣기를 하려다 중요성을 부풀리게 될까봐 , 서툰 글을 그만 끝내야겠다 .  의식의 흐름은 누가 가르쳐 줄 수 있는게 아닌고로 직접 느끼고 체감을 해야한다는 것을 마지막으로 올리버 색스의 다락방 뒤지기를 그만 끝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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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8-03-27 19: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장소님, 요즘 공기가 진짜 별로네요. 어쩐지 삶의 질에 영향을 주는 것 같은데, 앞으로도 이런 날이 봄에 자주 오면 어쩌지, 하는 마음이 듭니다. 그래도 오후가 되면 조금 낫긴 한데, 내일은 조금 나을 거래요. 감기 조심하세요.^^
저녁 맛있게 드시고, 좋은 시간 보내세요.^^

[그장소] 2018-03-27 19:30   좋아요 1 | URL
그쵸~ 갈수록 더하면 더했지 덜해지긴 힘들겠죠? 이미 가속화된 악몽 속에 우리는 살고 있단 생각을 가끔해요 .숨쉬는게 큰 일이 될테니...말예요 . 서니데이님도 좋은 시간 보내세요~^^ 안부 감사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