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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요하네의 우산
김살로메 지음 / 문학의문학 / 2016년 12월
평점 :
책을 전해 받은지 보름이 훌쩍 넘었다 . 첫날에 몇 편의 단편을 읽고 쟁여두었었다 . 한동안 머릿속에 책이 안들어 온 탓도 있고 , 뭣보다 부담을 지우고도 싶었다 . 그렇다고 지금 그 부담감이 덜어진것 은 아니지만 , 그래도 일단 읽은 녀석들을 소화는 해야겠기에 부지런히 책정보를 털어 낼 볼 량으로 용기를 내본다 .
열 편의 단편이 차고차곡 담겨있었고 내가 의식하기론 확실히 작가로는 첫번째 소설집인 모양이라고 감히 느꼈다는 고백을 해야겠다 . 먼저 리뷰를 해주신 분의 글을 두어편 읽었는데 , 그마저 읽지 말 것을 그랬다고 남은 글을 읽으며 살짝 후회까지 했다 . 리뷰를 접한 시점에 , 그때 이미 내 안에서 이야기 흐름을 정해두었던지 뒤로 갈수록 먼저 생각한 것들이 흐려졌기에 그랬다 . 선입관이 이래서 나쁘달까 ?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단편소설의 세계를 좋아한다 . 아니 매우 애정한다 . 왜냐하면 단편에는 이야기의 열린 결말을 보여주는 때가 많은데 그게 작가의 의도인지 유행인지는 몰라도 , 읽어도 해소 안되는 질문들이 글 속에 있기에 그렇다 . 그리고 장편에선 끝이 대부분 완곡하다고 느낀다 . 닫힌 결말이랄까 , 어쨌든 해피엔딩이거나 새드엔딩이거나 , 속편이 없는 한 끝이 분명하게 있곤 하는 반면 단편에선 그 짧은 이야기 속에 결론보다는 질문으로 끝이 나는 때가 더 많기에 상상의 여지가 많아진다는게 내 단편소설 애정의 이유라고나 할까 . 그런데 이번 책읽기에선 단편인데 장편같은 느낌을 가졌다 . 곰곰 생각해보니 하나의 단편들 끝이 거개가 결론을 완벽하게 매듭짓는 형식으로 쓰였던 게 이유가 아닐까 한다 .
우선으로 표제작인 라요하네의 우산이 그렇게 느껴졌다 . 라요하네까지 가서 뭔가를 떨쳐내고자 갔던 지미의 여행기록이라면 기록인데 거기서 한방을 쓰게 되는 시메트리증후군을 가진 샌드리와의 만남과 함꼐여행한 사람들의 이야길 담으며 끝으론 샌드리 입원소식과 함께 그 둘이 얘기나눈 ' 자기앞의 생 ' 을 , 그 책의 마지막 장을 찾으러 가는 모습으로 끝을 맺는다 . 지미도 어쩌면 샌드리만큼은 아니어도 강박증으로 가는 길목에 서있었는지 모른다 . 그런 결말을 보여주려고 이야길 밀고 간게 아닐까 하는 마음이 먼저 들었다 . 그러면서 우리들은 모두 ' 병' 이 아니라는 주문을 달고 살며 자신의 병증을 키워가는건 아니겠냐는 재확인쯤으로 읽혔다 . 더 나중에 다시 읽으면 이 느낌도 희미하니 결론이 아닌 질문으로 느껴질지도 모르겠지만 ,
어쩌면 첫 소설집으로 묶으며 작가 자신과 글을 한발짝 떨어뜨려 놓고 싶었던 희망이 묻어난게 아닐까 싶기도 했다 . 그러자니 내 이야기가 아닌 담담한 글로 기능하길 바래서 오히려 글에 작가가 생각한 것들이 많이 묻어버린 감이 느껴졌었다 . 고전이나 전래동화처럼 인과와 응보가 분명한 결들이 읽힌다고나 할까 . 그것이 대체로 아쉬웠다 . 그러다보니 질문을 던질 여유가 없이 스스로 결말을 내고 그것을 우리에게 간곡한 이해를 주려고 하다보니 갑갑한 느낌이 뒤로 갈수록 있었는데 , 그런 면에선 구성을 잘한걸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
그러니 내가 제일로 원하던 식의 글은 호기심을 던져 놓고 끝낼 뻔한 ' 누가 빈지를 잠갔나 ' 를 최고로 쳐야겠다 . 제목에서도 그렇고 궁금증을 던지지 않나 ? 빈지라니 , 그 단어를 얼른 아는 분이 내 나이 또래에 많을지 나는 그것 역시나 궁금하다 . 글 속의 화자는 ' 약자 ' 라는 고향 동생과 카톡 연결이 되면서 그녀가 어린 나이에 왜 함께 자란 동네를 떠나게 되었는지 이야길 해주는데 , 그 이유란게 우리는 널문이라고 흔히 아는 그 ' 빈지문 ' 이 누군가에 의해 잠기는 일 때문이었다는 말을 한다 . 세월 이편의 언니라는 나 " 는 그 사실을 전혀 몰랐는데 , 이 ' 약자 ' 는 그게 언니가 한 일이 아니냐고 묻고 서로의 이야길 조합하며 사건을 풀어내간다 . 이 글 역시도 작가가 힘을 써 시점에 약간의 상상력을 보태는데 , 나는 그것이 조금 답답했달까 ... 그러한 끝의 여지는 독자에게 던져 줬으면 더 좋았지 않나 , 싶어서 ... 너무 친절한 작가 시점 였다고 해야겠다 .
그렇더라도 어떤 책이든 재미가 없으면 역시 읽히지 않는다는 만고 땡" 의 진리를 앞세워 보자면 , 가독성만큼은 상당히 뛰어나서 그런 염려를 걷어 낼 만한 힘이 있구나 느꼈다 . 오죽하면 근 20여년을 글을써오고 매번 놀라운 끝을 보여주는 , 또 내가 좋아하는 장르소설의 글보다 훨씬 잘 읽혔으니 말을 다했지싶다 . 그게 어쩌면 이 작가의 힘이 아닐까 싶었고 , 두번째 소설집에는 그런 필력이 강한 폭풍으로 불어오지 않을까 ! 하는 기대감이 무럭무럭 크게 됐다 .
리뷰를 쓰고보니 , 뭔가 잔뜩 무겁다 . 좀체 가벼운 글도 무겁게 읽는 내 탓이려니 하고 , 이해를 해주면 좋겠고 , 도움이 되는 글이길 바라게 된다 . 좀더 글과 자신의 거릴 의식을 않는 글을 쓰시길 힘껏 응원하며 ...부끄러운 리뷰를 접는다 .
나쁜 의도로 카메라를 설치 한 것은 아니었다 . 처음 의도는 만에 하나 있을지도 모를 안전사고에 대한 대비책이었다 .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예기치 않은 변수가 생겼을 때 고개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였다 .
어느 날 우연히 모니터를 보던 김은 예사롭지 않은 장면을 발견했다 . 사람들은 어둠 속에서 대체로 진실했다 . 음식을 빨리 먹는 사람 , 특정 음식을 탐하는 사람 , 아예 식사에는 관심이 없고 동행인의 몸에만 관심 있는 사람도 있었다 . ......어둠 속 피사체들에게서는 불허한 것을 탐하는 자의 희열 같은 게 묻어 나왔다 . 그곳에서 사람들은 너무 빨리 허위의 가면을 벗어던졌다 . 바꾸어 말하면 빛의 세계는 인간에게 다양한 가면을 쓰게 만든다는 것을 의미했다 .
ㅡ본문 39 쪽 [ 암흑 식당 ] 에서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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