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avie 338
서야 지음 / 신영미디어 / 2013년 11월
평점 :
품절


따듯한 이야기가 필요한 순간. 그래서 구매했다. 하나의 문장이 위로가 되어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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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식 전날
호즈미 지음 / 애니북스 / 2013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가끔, 큰 의미 없는 질문을 하나씩 던지고 싶어진다. 홀수가 좋아 짝수가 좋아? 음, 글쎄... 정말, ‘글쎄’다. 그다지 의미 없는 질문에 별 의미 없는 답이다. 하지만 홀수 짝수에 의미를 두지 않더라도 각각 홀수의 시작인 ‘하나’, 짝수의 시작인 ‘둘’이란 숫자의 의미는 확인하고 싶어진다. 하나와 둘. 하나를 가질 수도 있고 둘을 가질 수도 있지만, 하나만 남는다는 것과 둘이 남는다는 것은 다르다는 것을 확인하는 순간. 호즈미의 단편만화집 『결혼식 전날』은 그 ‘둘’에 관한, 그리고 ‘하나’에 관한 이야기다. 둘이었다가 하나가 되는 순간을 경험하는 이들의 이야기다. 성장이 있고 이별이 있다. 사랑이 있고 그리움이 있다. 눈물 나게 슬프기도 하지만 애틋하게 남겨진 감정이 있다. 그런 사람, 우리의 이야기다.

 

모두 여섯 편의 단편이 담겨 있는 만화다. 누군가의 하루를 듣는 듯한, 일상이 흘러가는 듯한 느낌으로 읽어가고 있는데 거의 마지막 부분에 다다르면 반전이 일어난다. 정말 몇 페이지 되지도 않는 그 짧은 순간에 이렇게 많은 감정을 담고 있다는 게 놀라울 뿐이다. 게다가 작은 반전이 그 이야기 끝에 눈물을 매달게 하거나 피식 바람 빠지는 웃음을 준다. ‘이걸 어떡하지?’ 싶은 눈물을 만든다. ‘뭐야 이거?’ 싶은 미소를 만든다. 슬픔과 기쁨, 그리고 또 다른 그 이상의 감정을 주인공들이 만들어내고 있다.

 

표제작 「결혼식 전날」은 제목 그대로다. 결혼식 바로 전날의 남자와 여자가 있다. 같이 밥을 먹고 이야기를 하고, 내일을 위한 웨딩드레스를 또 한 번 미리 입어본다. (여자는 며칠 전에도 웨딩드레스를 몇 번 입어봤다.) 초대 손님들의 자리 배치를 걱정한다. 내일 하루를 위해 그동안 준비해왔던 것을 이야기하는 남자와 여자, 그리고 마지막 인사. 눈물 나게 애틋한 그 인사에 눈시울이 붉어진다. 둘이었다가 하나가 되는 순간, 이별이지만 이별이 아닌 순간이 그렇게 찾아온다.

「아즈사 2호로 재회」는 아주 슬픈 이야기다. 그런 슬픔을 꾹꾹 눌러 담은 누군가의 뒷모습을 저절로 그리게 한다. 집에 혼자 있던 꼬맹이 아즈사에게 일 년에 한 번씩 아빠가 찾아온다. 오늘이 그날이다. 아즈사는 아빠와 함께 아이스크림도 먹고 빨래도 한다. 담배 사러 나갔다가 돌아오지 않았던 아빠를 엄마는 원망한다. 그렇게 아빠는 떠났고 오늘처럼 아즈사를 한 번씩 만나러 온다. 아즈사와 함께 하루를 보낸 아빠는 다시 떠난다. 아즈사는 또 기다리겠지. 일 년 후에 찾아올 아빠를...

인간 남자와 고양이가 함께 사는 공간을 그린 「그 후」는 살짝 허망한 웃음을 만들어내고 있다. 배려하고 싶지만 귀찮아서 내버려둔 고양이의 마음이 오해였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데, 사람과 사람 사이를 보고 있는 듯해서 웃음이 난다. ‘아’라고 말했는데 ‘아~아~아~’라고 들리는 순간이 있다. 단어 하나, 문장 하나 빼고 말했더니 전혀 다른 내용의 메시지가 된다. 그런 순간이 일상에 무수히 많이 있지 않겠는가. 그래서 재미있는 일상이다. 고양이의 황당한 표정에 미소 지어진다.

「10월의 모형 정원」은 약간의 미스터리가 가미된 이야기다. 은둔하듯 사는 소설가 남자에게 어느 날 갑자기 찾아든 14살 소녀. 남자는 소녀에게 가라고 말했지만, 소녀는 가지 않고 계속 남자의 집으로 찾아온다. 잔소리도 하고 음식도 만들면서 남자의 집에 드나든다. 어느 날 전단 한 장을 보게 된 소설가는 놀란다. 자기 집에 찾아든 이 소녀는 누구란 말인가. 창문을 통해서 매일처럼 보이던 까마귀는 어디로 날아갔기에 갑자기 보이지 않는 건지. 그리고 이 둘의 이야기가 어떤 식으로 재탄생되는지 보여주는 새로운 소설의 탄생.

그리움을 담은 「모노크롬 형제」다. 오래전 학창시절에 한 여자를 동시에 사랑했던 쌍둥이형제의 이야기다. 그 여자가 죽었다는 소식에 형제는 장례식장을 찾아왔고, 둘이 술을 마신다. 이미 할아버지가 되는 나이의 두 사람인데 과거의 기억은 참 또렷하다. 동생은 그녀가 형과 사귀었다고 생각하고, 형은 그녀와 그런 사이였던 적이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동생은 그 말이 귀에 들리지 않는다. 오래 전 그때 그 시간의 이야기를 하면서 둘은 술잔을 기울인다. 그리고...

「꿈꾸는 허수아비」는 사람이 사물이라 여기는 것과 교감할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듯하다. 오빠와 여동생, 남매만 남은 상황에서 큰아버지 댁으로 옮겨가게 된다. 남의 집에서 생활하는 게 눈칫밥이 장난이 아닐 텐데, 어리기까지 한 여동생에게는 더했겠지. 어린 여동생은 집 앞 밀밭에 있는 허수아비를 엄마라 부르기 시작한다. 여동생은 하고 싶은 말, 풀어놓고 싶은 마음이 생길 때마다 허수아비에게 가서 이야기를 한다. 오랜 시간이 흘렀고, 오빠는 캔자스를 떠나 뉴욕에서 생활하던 중 보내는 이의 이름이 없는 엽서를 받는다. 엽서에는 오랫동안 소식을 전하지 않던 여동생의 결혼 소식이 적혀 있었다.

 

스포일러가 될까봐 이 짧은 이야기의 어디까지를 얘기해야할지 조심스럽다. 얼핏 보면 그냥 그런 이야기일 것 같은데... 맞다. 그냥 평범한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때로 많은 것들과 이별을 한다. 부모와 형제자매와 연인과 또, 더 많은 것들과. 그렇게 혼자가 되고 또 혼자 살아가게 된다. 그 과정이 쉬울까? 그 마음이 괜찮을까? 이 단편들이 유독 내 눈에 보여주고 있던 것은 주인공 두 사람 사이의 끈끈함이었다. 잘린 듯하지만 이어져 있고, 못 본 것 같지만 다 보고 있고, 말하지 않았지만 그 마음 알 것 같은 감정들이 우리가 호흡하는 공중에 부유하고 있다. 그렇게 부유하고 있다가 곧 소멸할 것 같지만 그렇지 않으리라는 것 또한 알고 있다. 지금 눈앞에서 사라진다고 해도 그것은 소멸이 아니라 각자의 마음속으로 들어가 보이지 않게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을.

 

여섯 편의 단편 속에 있는 이들은 모두 둘이다. 남매, 아빠와 딸, 형제, 동물과 사람, 사물과 사람. 모두 평범한 일상 속에서 주고받는 대화, 감정, 상황을 담고 있다. 특별할 것 없다고 보이는 이들의 이야기가 가슴 속으로 스며드는 이유는 뭘까. 너무 평범해서 이야기의 소재로 사용될 수 있을까 싶기도 하지만 그 안에서 발견하는 매력이 있다. 둘 사이의 관계와 그 흐름이 두 눈과 귀가 따라가게 한다. 그들의 이야기를 듣게 하고 있다는 것이다. 무슨 얘기가 더 나올까, 이들의 마음이 무엇일까, 그 일상을 품어내는 힘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싶은 기대감이 생기게 한다. 너무 잔잔하게 흘러가서 언제 시작되고 어디서 끝나는지도 모르게 페이지를 덮고 있게 한다. 그 이야기들의 가운데에 반전이 있다. 울컥거리게 하면서 묵직한 눈물 한 방울 떨어뜨리게 한다. 읽는 순간, 그 마음을 듣는 순간의 진심이 그렇게 나오고 있다. 마주치고 싶지 않지만 결국은 마주하게 되는 타이밍. 삶에서 그런 순간 참 많이도 만나게 되지만 이렇게 한 번씩 만날 때마다 감정의 소용돌이는 매번 깊어지는 듯하다. 피해갈 수 없다는 것을 아니까.

 

단편소설이 아닌 단편만화의 맛을 이렇게 만날 수도 있다는 게 즐겁다. 기뻐도 눈물이 나고 슬퍼도 웃음이 난다는 것을 제대로 보여주는 이야기다. 어떤 관계를 만들어내는 것 역시나 진심이라는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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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년 넘게 사용하던 휴대폰 번호를 바꿨다. 본의 아니게 그렇게 된 것이다. 굳이 바꿀 이유가 내게는 없었다. 그냥 그대로 익숙하고 편하게 사용해왔던 것인데, 자의로든 타의로든 일단 바꾸고 났더니, 낯설다. 겨우 숫자 두 개 바뀌었을 뿐인데도 잘 생각이 나지 않는다. 자꾸만 입에 붙게 기억해내려 해도 어색하다. 온라인 몇 곳에 로그인을 하고 변경 가능한 곳은 다 변경해서 적어 넣었다. 나머지는 사용할 때 생각나면 그때 다시 하면 되는데 그것 역시나 미지수다. 언제 생각날지 알게 뭐람. 자꾸 생각하면 마음만 불안해질 것 같아서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심정으로 잊으려고 한다. 바뀐 번호쯤이야, 죽고 사는 문제가 아니니 뭐 별건가.

 

 

조울증에라도 걸린 것처럼 어젯밤부터 날씨는 변덕이 심하다. 어젯밤에는 우르르쾅쾅 천둥번개가 소란을 피우더니 오늘 낮에는 해가 뜨고 맑았다가 바람이 불었다가 비가 내렸다가 다시 또 흐렸다가, 지금은 또 비가 내린다. 추워질 거라는 일기예보가 맞아떨어지는가 보다. 춥다. 이렇게 추운 날에 이가 시릴 정도로 시원한 생맥주 한잔이 생각나는 밤. 책은 읽지 싫지만 읽고 싶은 마음도 생기고, 잠을 자고 싶지만 잠들지 못하는 시간은 또 한 번 이어지기도 하고, 뜬금없이 배가 고파지는 이상한 시간이다.

 

 

날짜별로 구매해야 할 책을 정리해놓다가 바로 옆에 있는 책탑을 잠깐 쳐다봤다. 도서관에서 대출해온 책, 서평도서로 받은 책, 읽고 싶어서 꺼내놓은 책이 나란히 쌓여있다. 그런데 뭘 먼저 읽어야할지 몰라서 이 책 뒤적이다가 저 책 뒤적이다가 시간만 보냈다. 제대로 한권을 읽지도 못하고. 그러다 자꾸 또 신간에 눈 돌리고 있다. 읽고 싶은 책, 사고 싶은 책은 너무 많으니까...

 

 

 

 

더글라스 케네디의 신간이 나왔다. 그의 작품을 정독한 게 없다. 그저 휘리릭 넘겨보다가 말다가, 그렇게 멈춘 게 전부다. 빅피쳐만한 게 없다는 주변 사람들의 말이 맞는가보다 하고 끄덕이는 중이다. 그런데 책이 참 자주 나오는 작가...

어쿠스틱 라이프는 ㅎㅎㅎ 일단 웃음이 좀 난다. 이 책 역시라 계속되는 시리즈를 보다 말다 하니까. 연재는 안 보니까 넘기고, 책으로라도 챙겨보고 싶은데 잘 되지는 않고... 그래도 6권이 나왔다는 건 반가운 거니까. 혀끝의 남자는 표지가 매력적. ^^ 백민석의 소설집인데, 단편을 맛보고 싶을 때 골라잡으면 좋을 듯해서 넣어본다. 김소연의 시집. 와우~ 반가움. 조근조근 풀어내는 에세이만큼이나 구절들이 마음을 녹이는 그녀의 시.

 

 

 

국방부 출입기자가 썼다는 한국군 코멘터리가 궁금하다. ^^

요즘 진짜사나이 보면서 군인, 군대에 대해서 조금은 다른 시선을 갖게 되기도 하는데 그게 전부는 아닐 것이다. 보이는 게 다는 아닐 테니까. 하지만 어떤 벽 하나 크게 세워놓고 아주 모르는 것보다는 나을 듯하다. 듣고 싶은 이야기다.

다나베 세이코의 신간이 나왔다. 고독한 밤의 코코아. 제목은 좋으나... 실제로 내가 즐기면서 자주 만나고 싶은 작품은 아니다. 비슷한 시리즈처럼 보이는 표지 디자인과 다나베 세이코라는 이름으로 한번은 보고 넘어가고 싶게 하지만... 뭐, 거기까지.

 

 

 

김두식의 다른 길이 있다... 김두식의 이야기를 오랜만에 다시 만난다.  이번에는 인터뷰집이다. 전작과는 조금 다른 분위기일지 모르겠으나, 그가 하는 이야기의 분위기는 비슷하지 않을까? ^^ 낯설지 않게 만나볼 수 있을 듯.

로지 프로젝트는 책 구매하면서 샘플북으로 받았는데 앞부분 펼쳐보니 흥미롭다. 재미있을 것 같아서 샘플북을 끝까지 읽어볼 예정이다. 그 후에도 마음이 동한다면 정식 출간책으로 만날 수도 있을 것 같다.

 

 

 

예판기간이 거의 다 끝나간다.

김연수의 사월의 미 칠월의 솔.

김동영의 잘 지내라는 말도 없이.

유홍준의 명작순례.

가장 읽어보고 싶은 책들이다...

 

 

 

 

 

 

주말에 조카들이 다녀갔다.

덕분에 어린이책을 몇권 털리고, 온라인 주문도 털렸다. 내일쯤이면 배송되고 좋아라 하겠지. 덕분에 나도 어린이책을 좀 읽어보게 된다. 생각보다 재밌는 어린이책이 은근히 많다. ^^

 

 

 

비가 제법 오려나보다. 빗소리 점점 커지고,

쉬었다 가듯이 멈췄다가 다시 내리기를 반복하고 있다.

겨울이 추운 건 당연한데, 조금은 덜 추웠으면 하는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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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니까 춥고, 따뜻한 방바닥이 그립고...

노란 고구마가 땡기는 시간...

 

얼마 전에 읽은 폭탄의 기운이 사라지길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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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식 전날
호즈미 지음 / 애니북스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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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만화의 맛, 이런 것인가 보다. 너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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