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추워졌다.

눈이 바람에 휘날리고 있더라. 우산이 휘어질 정도의 바람이 추위를 더 강하게 한다.

이런 날, 정말이지 이불 속에서 뒹굴거리며 책이나 파고 싶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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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위의 꿈들 - 길에서 만난 세상, 인권 르포르타주
정지아 지음 / 삶창(삶이보이는창) / 2013년 1월
평점 :
품절


 

택배 기사들의 이직률이 높다는 것을 우연히 알게 되었다. 자주 택배를 받다 보니 몇 번 택배 기사가 방문을 하면 인사를 주고받기도 하는데, 그런 시간은 오래 가지 못한다. 그 며칠 사이-혹은 몇 달 만에라도- 택배 기사가 바뀌었기 때문이다. 우리 집에 방문하시는 어느 택배 기사님은 한 가정의 가장이다. 어느 날, 엄마와 택배 기사가 주고받는 대화를 듣게 되었다. 한 달에 자동차 기름값이 100만원도 넘게 들어가고, 물량은 많고 택배비는 많이 오르지 않는다고 했다. 실제로 한 달 힘들게 배달해도 자기 손에 들어오는 돈은 100만원 남짓. 그 돈으로 살림을 하고 아이들을 키운다고 했다. 아이들 학원도 변변히 보내줄 수가 없어서 안타깝다는 말을 할 때는 고개 숙인 가장의 모습 그대로였다. 한참 자랄 나이의 아이들을 보면서 뭔들 해주고 싶지 않을까마는, 현실은 그런 바람을 들어주지 않는다. 그날 배송이 안 되면 불같이 화를 내를 고객, 혹시라도 물건이 상하거나 망가져서 오면 핏대 세워가면서 변상을 요구하는 목소리, 배송기한을 어기면 안 되기에 그날 배송 안 해도 배송완료로 처리하는 경우도 있다. 실제로 우리 집에 오시는 택배기사님 중 한분은 종종 이렇게 처리하기도 한다. 처음에는 나도 화를 내긴 했으나 지금은 이해하는 편이다. 썩는 물건 아니니-보통은 책이 대부분이라- 그냥 배송해달라고만 한다. 그들의 하루를 듣고 나니 나도 한발 물러서서 바라볼 수 있는 시선이 생긴다. 100만원 남짓의 한 달 생활비를 손에 쥐고도 택배기사를 그만둘 수 없는 그들의 모습을 『벼랑 위의 꿈들』이 다시 한 번 들려주고 있다.

 

저자가 만난 19명의 사람들의 생생한 삶의 현장이 그대로 담겨 있다. 그 안에서 그들은 아직은 사라지지 않았을 꿈을 꾸고 있다. 하루 3교대로 불면증과 불임, 유산의 아픔을 경험하면서도 간호사의 일에 기쁨을 찾는다. 이름 대신 ‘야 인마’로 불리는 외국인 선원은 불평등과 불이익을 고스란히 참아내야 고향으로 돈을 보낼 수가 있다. 최소한의 임금도 기대할 수 없는 택시운전사에게는 아이들의 웃음이 희망이다. 월 60만원의 급여로 꿈을 키우고 있는 드라마 보조작가는 1%의 꿈을 찾아 지금도 글을 쓰고 있다. 영화가 관객에게 전해주는 꿈이 자신에게도 보여주기를 바라는 영화 미술감독은 현실 속에서 자신의 꿈이 멀어지는 것을 두려워한다. 갓길에 세워놓고 새우잠을 청해야만 하는 화물트럭 운전사는 정해진 운임이 만들어지는 시스템을 희망한다. 한 칸의 책상 안에서 호흡하는 텔레마케터, 감정노동자라 불리는 이들 역시 기본적인 노동자의 대우를 원한다. 학자금 대출로 겨우 대학을 졸업하고 나니 엄청난 빚을 진 채무자가 되었다. 제대로 취업도 하기 전에 대출이자와 원금 상환에 대한 걱정을 한숨으로 채운다. 이들의 모습을 보는 것은 노동자라 불리는 우리들의 삶을 고스란히 마주하는 것이다.

 

대한민국이란 땅, 그 길 위에서 저자가 만난 사람들의 목소리다. 나와 상관없는, 그저 남의 목소리가 아니다. 그래서 더 생생하게 들리는 것일 테다. 학자금 대출로 등록금을 마련해야 하는 이십대 청춘의 현실이며, 타향살이의 외로움에 떨며 사우디아라비아의 건설 현장에서 월급을 부쳐오던 우리네 아버지들의 과거다. 하교 후에도 교복을 입은 채로 편의점 알바를 하고 있는, 보호받지 못하는 사각지대의 청소년의 모습이다. 비정규직이라도 이력서를 낼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면 감사해야 하고, 매년 재계약 시기에 위장병이 도지는 우리의 현주소다. 거창한 꿈도 아닌데, 일상의 소박한 꿈마저 이루어지기 어려운 현실에서 허우적대고 있다. 잔잔한 파도만 일어도 헤엄치기 힘들 텐데, 매번 거친 파도가 인생을 감싸고 몰아친다. 달리고, 오르고, 오토바이의 페달을 밟고, 빙판이 목숨을 위협하는 커브길을 돌고 있는 오늘이다.

 

고공의 크레인 위에서 아찔한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는 게 노동자의 삶이 되어버렸다. 최소한의 생계와 인권, 존엄성을 보장해달라는 목소리를 내야만 협상이라도 시도해 볼 수 있는 사회다. 억대의 이익을 창출하면서도, 임원들의 연봉을 ‘억’소리 나게 올리면서도 노동자들을 해고하고 비정규직을 고용하는 거대 자본이 만들어낸 피눈물이다. 거창한 것도 아니다. 그저 평범하게 살아갈 수 있는 현실을 만나는 게 꿈인 사람들이다. 해고나 재계약의 걱정 없이 일할 수 있는 시간, 주말이나 휴일의 여유로움을 가족들과 보내는 소소한 행복, 몸은 고단해도 꿈이 사라지지 않는 삶을 희망하는 것. 우리들이 바란 소박한 꿈은 그런 것이다. 그런 우리의 삶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는 현실을 저자가 만난 사람들을 통해서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된다. 그 안에 무수히 많은 우리가 있다. 저임금에라도 출근할 수 있는 곳이 있다면 행복해하고, 비정규직의 불평등에라도 위안을 삼아야 하는, 학자금대출이라도 받아서 대학을 졸업해야 하는, 불편한 한손으로 운전대를 잡아야 하는 우리, 우리 가족, 우리 친구들의 모습이 있다. 슬프게도, 이런 우리의 꿈이 조만간 이루어진다거나 세상이 금방 바뀔 것 같지는 않다. 저자의 말도 같다. 저자가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었던 사람들에게서도 이런 시간을 금방 만날 것 같은 희망은 보지 못했던 듯하다. 말 그대로 그건 우리의 희망이고 꿈이다. 평등하게 주어지는 기회와 말 그대로 인권이 보장되는 사회를 만난다는 것 자체가 꿈이 되어버렸으니…….

 

그럼에도, 그 꿈을 놓을 수 없어서 오늘도 치열하게 삶을 이어간다. 나아지기를, 보장되기를, 빛을 만날 수 있는 꿈을 꾸면서. 그 꿈이 이루어져야 우리가 바라는 일상의 소박한 꿈이 동시에 이루어질 것임을 알기에 더욱 간절해진다. 『벼랑 위의 꿈들』이란 이 책의 제목처럼, 저자가 만난 사람들을 통해서 한발만 내딛으면 바로 떨어져버리는 벼랑 끝에 우리 꿈이 매달려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면, 이제는 그 꿈을 벼랑에서 끌어올릴 수 있는 희망을 보아야 하는 것이 우리의 몫으로 남았다. 저자가 만났던 성훈 씨의 말처럼, 연대는 그런 의미로 더욱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다. 우리는 여전히 희망을 꿈꾸어야 하며, 꿈꾸는 삶을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이다. 그렇게 살아갈 날을 만날 수 있는 희망을 놓지 않아야 한다. 그와 함께 같은 뜻을, 같은 마음을 가진 목소리가 똘똘 뭉치는 ‘연대’를 이루어야 한다는 게 지금 우리 앞에 주어진 과제라고 본다. 그래야 힘을 낸다. 그런 모습, 희망을 품고 오늘을 살아가고 같은 마음을 위해 연대하는 우리들의 모습은 또 다른 누군가의 희망이 된다. 시작은 있어도 끝은 없다. 우리의 모습이 누군가의 희망이 되고, 그 희망은 또 다른 누군가의 희망으로 이어질 것이기에 끝이 없음이다. 그 끝없는 희망과 연대를 바라면서 오늘도 우리의 인권을 위해, 소박한 꿈을 위해,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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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야 보니, 알라딘 올해의책 투표가 구매한 도서를 기준으로 투표하게 되었네.

구매한 책으로 투표를 한다고 생각하니 투표 결과에 신뢰감이 높아진다.

1년동안 구매한 책 하나하나 떠올려 보면서 매일 투표해야겠다고 생각하는 중... ^^

 

알라딘 다이어리를 받을까말까 고민하면서 미처 구매하지 못한 책들을 장바구니에 담고 계산을 한다.

다이어리 증정 가격에 맞출까말까... 아, 이것도 심란...

 

 

 

얼마전에 도서관에서 앨리스 먼로의 <미움,우정,구애,사랑,결혼>을 살펴보다가 당장에 읽기를 포기했다. 너무 두꺼워... 정여울의 최근작에서 이 책 속의 단편을 맛보았던 생각이 나서 찾아봤는데, 당장 읽기는 어려울 듯하다. 눈을 돌려 <행복한 그림자의 춤>이나 <디어 라이프>가 덜 부담스럽게 읽히지 않을까 고민하면서 찾아보게 된다.

 

 

 

 

보바리부인이 펭퀸클래식의 새옷을 입고 나왔다.

펭귄클래식의 까만표지 디자인만 보다가 오렌지색 표지를 만나니 낯설면서 새롭기도 하고 자꾸 눈에 들어오기도 하고... 다른 출판사 책으로 가지고 있었던 것 같은데 기억이 잘 안나서, 또 찾을 수도 없어서 이번에 다시 구매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중이다. 얼마 전에 펭퀸클래식 구매이벤트로 받은 컵이 왔는데, 그때 오렌지색 컵이 와서 뜬금없다 싶었는데... 이렇게 새옷 입고 나오려고 미리 준비가 되어 있었나보다... ^^

                                                                                               

 

 

 

 

 

 

 

 

 

기욤 뮈소의 새책, 내일... 이번에는 표지 디자인을 다른 사람이 했나보다. 전에는 줄곧 은알 그림으로 만나서 익숙했는데 조금 새롭다. 미나토 가나에의 신작 망향. 마스다 미리의 신간까지... 겨울 양식 준비 단단히 해야할 듯하다. 

 

 

 

 

 

 

 

 

요즘 화면에서 보는 문재인 아저씨는 뭔가 표정이 다르다. 조금은, 단단해진 느낌?...^^

<수업시간 그녀>를 아직도 구매하지 못했다. 읽어보고는 싶으나 뭔가가 자꾸 망설여지는 것 같은...

 

 

 

 

 

 

 

 

 

무무의 새책이 나왔다. 어떤 힐링의 메시지를 전달해줄지 궁금하면서 푸른 빛의 표지를 먼저 눈에 담는다.

불새 과학소설 시리즈를 얼마 전에 처음 봤는데, 가을부터 출간되고 있었구나. 불과 두달 전의 출간이었는데 전편 출간을 몰랐구나... 검은 표지가 눈을 확 빨아들일 듯하다.

 

 

<불안한 남자> 정치적 신념을 위해 두 얼굴로 살아온 인물을 묘파한 장편소설이라는데... 귀가 솔깃하다. 딱히 좋아하는 장르는 아니나 책 소개로 관심가는 도서...

카페에서 책읽기 두번째가 나왔다. 설마 했는데 계속 나오네.

전작을 읽어본 느낌으로는 가볍게 만나기 좋은 서평집이다.

 

 

 

 

얼마간 책도 안 보고 어떤 책이 나왔는지조차 관심두지 않고 살았더니, 그 사이 정말 많은 책이 쏟아져 나왔더라.

그 중에는 그냥 관심에 머무르는 책도 있고, 읽고 싶은 책도 있다.

한권 한권 읽어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장바구니 비워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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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추워서 이불과 방바닥이 절친이 된다.

이런 추위를 가시게 해줄 게 책이라면, 그중에서도 로맨스는 더 땡긴다. ^^

 

 

 

 

 

 

 

 

 

 

한달에 딱 한 번만 구매하기로 마음 먹었으니까 지키도록 해야겠고...

나머지는 관심 목록으로만 남겨두어야 하나... 고민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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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걸리면 뉴스나 예능 프로그램을 본다. TV를 그렇게 자주 보는 편이 아닌데, 드라마는 더더욱 잘 안 보는 편이다. 한번으로 끝나는 게 아니고 다음 회를 기다리는 그 간절함이 싫어서 안 보기도 하는데, 가장 큰 이유는 재미를 느끼는 드라마를 못 만났기 때문이다. 그런 와중에 요즘 완전 꽂혀버린 드라마가 있다. <응답하라 1994>

 

 

 

우연히 3,4회를 보게 되었다. 이거 뭔가? 이 아이들 이름은 왜 이런가? 쓰레기, 칠봉이, 삼천포, 해태, 빙그레.(물론 이 아이들의 이름이 이렇게 나오는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뭔가 수상쩍은데 계속 보게 된다. 안 되겠다. 다시 편성표 찾아서 1,2회를 또 잠깐 봤다. 이거, 물건이구나. 한참을 웃기다가 울리기도 한다. ‘네 마음을 다 알고 있어.’ 라고 말하듯이 1994년, 혹은 스무 살 우리들의 이야기를 마구 풀어놓는다. 중독성 강한 드라마다. 공감할 수밖에 없는 요소들이 드라마 곳곳에서 매력을 발산하고 있다. 그 속으로 빠져들어 1994년의 나를 본다. 알아듣기 힘든 사투리도 저절로 해석이 될 만큼 몰입하게 된다. 웃기기만 한 게 아니라서 더 마음이 간다. 한참을 웃기다가 기어코 울려버린다. 낯선 곳, 낯선 이들, 낯설기 만한 환경이 만들어내는 것들이 이들에게 정을 만든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만든다. 마음을 나누게 한다.

 

 

 

1994년의 여름. 나는 경기도에 있는 언니 집으로 잠깐 놀러 갔었는데, 북한의 김일성이 죽었다는 뉴스속보를 봤다. 장난이라고 하기에는 속보가 너무 진지했다. 나는 언니에게 집으로 가는 기차표를 예매해야한다면서 서두르라고 했다. 언니는 황당한 표정으로 질문을 대신하고 있었다. 왜? 김일성이 죽었다잖아! 전쟁이 날지도 몰라, 엄마랑 이산가족 되기 싫단 말이야! 언니는 진짜 배꼽을 잡고 웃었다. 그렇게 쉽게 전쟁이 일어나지 않는다면서 날씨도 더운데 냉수나 마시라고 했다. 얼마 후 10월, 중간고사가 한참일 때 대형사고가 터졌다고 했다. 다리가 무너졌단다. 어디에서? 성수대교래. 아침 등굣길, 출근길에 웬 날벼락인가 싶은 마음으로 뉴스를 봤던 기억이 난다.

 

 

 

<응답하라 1994>를 끄덕임과 함께 보게 되는 이유는 이런 공감이다. 내 눈으로 보고 들었던 시간들이 고스란히 재연되고 있음이다. 잊혔던 사건들과 음악들이 그 시간으로 나를 불러낸다. 이어폰 한쪽씩 귀에 나누어 끼고, 마치 그때 그 시간이 전부인 것처럼 여겨졌던 때다. 역사박물관에서 볼 수 있을까? 아니, 그런 것은 박물관에 진열되지 않을 듯하다. 나정이가 입고 다니던 멜빵바지. 해태의 긴 허리띠와 부피가 큰 가방, 바닥 청소도 가능하게 만드는 통 큰 바지. 빙그레가 빠져 있는 부활의 음악. 윤진이가 팬심으로 강해져버리는 서태지의 시대. 먼지 풀풀 날리면서도 응원석에 앉아있게 했던 칠봉이의 대학야구. 환호성 속에 열광하던 농구 경기. 검기 손가락을 흔들며 윙크를 날리던 차인표 아저씨의 가죽점퍼. 휴대폰이 보급되기 바로 직전의 호출기. 호출을 확인하거나 음성메시지를 듣기 위해 공중전화 박스에 줄지어선 사람들. 오래 전 한때를 생각나게 하는 김동률의 노래. 그리고 첫사랑.

 

 

 

 

 

 

 

 

 

 

 

삼천포의 이름만 드러난 상태에서 도대체 누가 나정이의 남편인 김재준이 될 것인가 하는 궁금증으로 시선을 놓지 못하게 한다. 그때의 하숙생이 아닌 설마 제3의 인물이 되지는 않겠지? 개인적으로 쓰레기오빠가 나정이 남편이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첫사랑은 이루어져야 한다는-순전히 나정이 입장의 첫사랑이지만- 공식이 성립된다는 것을 보고 싶은 간절함에... ^^

 

 

 

11회까지 보면서 많이 웃고 울었다. 그들의, 1994년에 머무른 것이 아닌 흐르는 시간이다. 1994년부터 흘러와 2013년, 마흔의 나이를 바라보는 그들의 모습이 있다. 스무 살 청춘의 파릇파릇함과 세상을 향해 뛰어든 많은 모습들이 이들을 성장하게 하는 듯하다. 많은 시행착오를 겪고 감정의 흔들림을 경험하고 세상에서 살아가는 방법을 습득하느라 부딪히는 것들. <응답하라 1994> 속에 스무 살의 모습이 있다. 나의 스무 살, 또 다른 이들의 무수히 많은 스무 살이 그 안에 있다. 그 안에서 쓰레기 오빠는 스무 살 청춘들의 멘토 같았다. 그래봤자 몇 년 더 살아온 시간일 뿐이라고 말할지 모르지만, 이방인처럼 서울 땅에 모여든 이들에게 먼저 대학생활을 시작하고 서울생활을 시작한 쓰레기 오빠는 선생님 역할처럼 보인다. 많을 것을 물어볼 수 있고, 고민을 나눌 수 있고, 좀 더 나은 방법에 대한 답을 구하고 싶은 대상. 하고 싶은 것도 없고, 하고 싶은 게 뭔지도 모를 빙그레에게 쓰레기 오빠는 도전이라는 답을 던져주었다. 이것도 하고 안 되면 저것도 하고, 어려운 것도 어렵지 않게 시도하게 만드는 마법의 언어를 구사하는 것처럼 보인다.

 

 

 

대학교만 입학하면 뭐든 다 잘 될 것 같은 기대감으로 스무 살을 맞이했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 것도 달라진 것은 없었다. 그저 연장선으로 시간만 흘러가고 있었을 뿐이다. 휴학하고 말았던 빙그레의 고민, 쓰레기 오빠를 향한 나정이의 마음, 기어이 고백해버린 칠봉이의 도전, 앙숙처럼 티격태격 목을 조르고 졸리다가 연인이 된 윤진이와 삼천포, 의리를 불살라버리겠다는 듯 사투리 속사포로 공격하던 해태. 이들의 그 열정이 어디서 나오는 것인지 궁금해질 때마다 저절로 타임슬립하게 된다. 나의 1994년으로.

 

 

 

요즘 아이들이 이 드라마를 볼까 궁금하지만, 역시 본다고 하더라도 이해하기 어려운 장면들, 공감하지 못하는 내용들 많이 있을 것 같다. 큰 조카가 1996년생이다. 지금 그 아이가 대학입시생이니 곧 만날 스무 살, <응답하라 1994>의 스무 살을 만나게 되는 셈이다. 이십년의 간극을 두고 시작하는 스무 살. 여러 가지 일들이 일어났던 그때의 일들이 이 드라마 한편으로 파노라마처럼 내 머릿속을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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