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새벽부터 내리던 비가 지금까지 쉬지도 않고 내린다.

수요일, 비가 내리는...

 

 

오늘, 택배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제 주문을 했고, 오늘 배송될 거라고 알고 있었기에...

평소에는 책을 주문해도 알아서 오겠거니 하면서 별 기다림이 없었다.

읽고 싶은 책을 고르고 결제하는 순간까지가 즐겁다.

그런 게 계속 반복되다 보니 그저 책 구매는 일상이라고 생각이 되면서 기다림이 사라졌다.

 

그런데 어제 주문한 책은 이상하게 기다려진다.

출간 때부터 장바구니에 담아놓고 기다렸다가 구매한 책이라 그런지 몰라도,

그저 '읽고 싶다'는 단순한 이유로 구매한 책이라 그런지 몰라도...

기다렸다.

그런데 오늘 안 왔다. 오늘 배송되어야 맞는데...

이상하게 오늘 아침에 배송확인 문자도 안 오더라니...

내일은 오려나...

 

 

 

개포동 김갑수씨의 사정은 아직도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망설이고 있다.

방송에서 보는 허지웅의 모습과 말에 항상 웃고는 하지만

그가 쓴 글에는 어떤 마음으로 대해야 할지 모르겠다.

근데, 여전히 궁금하긴 하다.

 

 

 

 

 

 

김중혁의 신간 알림 문자를 받고 확인하다 표지가 눈에 들어왔다. 김중혁의 작품은 내가 온전히 소화한 적이 없다. 끝까지 다 읽은 책도 없다. 그래서 꼭 한 번은 넘고 싶은 산 같다.

조해진의 책, 목요일에 만나요... 꼭 목요일에 한 번씩 만나줘야 할 책 같다. 느낌이 그렇다는 것이다. 막상 뚜껑을 열고 나면 그 이상의 어떤 게 다가올지 모르겠지만... 

 

 

 

 

이동도서관에서 대출해 온 책이다.

한때 장르소설을 엄청 즐기기도 했는데, 취향도 변하나 보다.

장르소설은 일 년에 그냥 몇 권 읽는 정도...

스티븐 킹의 조이랜드는 다행스럽게도 관심 도서다.

이번에 안 읽으면 나중에도 읽기 싫어질 것 같아 서둘러 읽어보고 싶다.

 

 

 

 

 

 

한 달 넘게 심규선의 목소리를 듣고 있다. 부디...

귀에 너무 감긴다.

빗소리에 볼륨을 조금 더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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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 황태자비 납치사건 - 개정판
김진명 지음 / 새움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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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에 개정판이 나왔는데, 또 다시 출간된다니... 뭐가 더 변화되고 추가되었는지 궁금해서 읽어본다. 고구려 이후로 만나는 김진명의 도서 색깔 기대해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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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와 수증기 문학과지성 시인선 445
김경주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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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라고 표현해야 할까... 조금은 달라진 김경주 글의 분위기에 살짝 반할 듯하다. ^^ 비오는 오늘 같은 날, 잘 어울릴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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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예 12년> 

며칠 전에 영화 <노예 12년>을 보고 왔다. 원작을 다 읽지 않은 상태에서 영화와 비교할 수는 없지만, 실화라는 점에서 원작이 책이든 영화든 먼저 볼 수 있는 시간이 되는 것을 선택하고자 했다. 무비꼴라주에서나 상영할 법한 영화인가 보다. 시간표가 아예 잡히지 않는 극장도 있었다. 이곳 극장에서도 많아야 하루에 세 타임 정도. 그런데 놀라운 일은, 아카데미상 발표가 나자마자 하루에 다섯 타임으로 상영 횟수가 늘었다. ^^ 기뻐해야 하는 일인지 어떤 건지 그다지 마음의 동요가 없었는데, 막상 영화를 보고 나니 원작이 보고 싶어졌다. 순서가 거꾸로 되긴 했지만 결론은, 원작 때문에 이 영화가 보고 싶었던 게 맞다.

내가 읽다가 만 책은 펭귄클래식이었는데, 다양하게 나왔구나 싶어서 골라 읽는 재미도 있을 듯하다. 원작도 그리 많지 않은 분량이다. 누군가의 얘기를 듣는 기분으로 귀를 기울이게 된다.(나는 아직 원작을 끝까지 읽지 못했다.) 억울하게 12년을 노예로 생활했던 이가 적었다는 그 마음, 억울함, 분노... 뭐든 공감하고 싶었다. 무엇보다, 인간을 사고파는 일이 가능했다는 건 어떤 의미로도 받아들일 수 없었다. 오늘날에도, 노예라고 부르지 않을 뿐이지 그런 악행이 어딘가에서 버젓이 계속되고 있다는 의심은 멈추지 않는다. 솔로몬 노섭이 플랫이란 이름으로 살아야 했던 그 시간, 어떻게든 목숨 부지하고 견뎌내야만 했던 시간이 생생하게 들려온다. 이런 일이 가능해? 언젠가부터 세상 속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대해 무조건적인 신뢰 보다는 의심부터 하는 버릇이 생기기도 한 건, 그 세상 속에서 가장 중요한 관계를 만들어갈 인간에 대한 믿음이 사라졌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솔로몬이 워싱턴으로 그 사람들을 따라갔던 건, 서커스와 함께 하는 자신의 연주, 좋은 보수, 그리고 그런 자리를 만들어준 사람에 대한 믿음이 있어서였는데...

무엇보다 인간을 사고팔면서 사유재산이라 부르고, 잠시 숨 돌릴 틈도 없이 노동력을 착취하는 일, 인간 이하의 모습으로 살아가게 하는 절대 이해 못할 일이 실제였다고 솔로몬 노섭이 증명한다. 두 시간이 넘는 상영시간이 지루함보다는 안타까움으로 내내 지켜보게 했다. 특히, 남녀 노예의 혼숙, 솔로몬의 옆자리에 누워있던 여자가 솔로몬의 손을 자기 가슴 쪽으로 끌어당기면서 보였던 눈빛, 그리고 흐느끼던 그녀의 울음소리를 쉽게 잊기 힘들 듯하다.

 

 

 

<우아한 거짓말>

영화를 보기에 앞서 원작을 다시 읽었다. 처음 출간했을 때 읽었으니 세세한 내용은 기억이 잘 안 났다. 그저 막연하게 ‘이런 내용이었지.’ 하는 느낌만 남아있었다. 그런데 다시 읽고 보니 김려령이라는 작가가 참 매력 있어 보인다. 지금껏 만났던 김려령의 작품은 쉽거나 가볍거나 했던 게 없었다. 심지어는 어린이 도서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웃음 코드를 만드는 것 같으면서도 허를 찌른다. ‘그냥 웃고 넘길래?’ 하고 따져 묻듯이... 거짓말이라는 무시무시한 단어 앞에 ‘우아한’이란, 참 어울리지 않는 수식어를 왜 붙였나 싶었는데 다 읽고 나니 알겠다. 그 우아한 거짓말로 사람을 죽일 수도 있다는 것을 직접 보여주고 있었다. 사람의 마음을 꿰뚫는 듯하면서, 결국은 죽은 이가 죽음을 준비하면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보여주는 느낌. 누군가는 죽었고, 누군가는 말로 살인이라도 가능하게 했고, 누군가는 알면서 침묵했다. 훈계하듯 가르치려 들지도 않았다. 좋은 말로 마무리하지도 않았다. 그저 보여주었다. 있는 그대로...

곧 개봉할 영화는 어떨까... 개인적으로 김희애라는 배우나 영화가 원작을 얼마나 새롭게 했을까 하는 기대감보다는 이 영화 속에서 등장하는 세 명의 아역배우와 유아인이 궁금하다. 극장에서 예고편을 보니 유아인이 잠깐 등장하더라. 긴 머리 휘날리듯 넘기는 그 장면을 보니 아마도 유아인은 원작 속의 ‘오대오(추상박)’ 역할인 듯하다. 그리고 세 명의 아역배우들. 김유정과 고아성, 김향기. 주인공들의 입장에서, 그 나이의 여학생의 모습을, 다 알아채기 어려운 그 심리를 얼마나 잘, 자연스럽게 표현해줄지 많이 궁금하다.

 

 

 

<여자만화구두>

아, 이 원작 정말 로맨스소설스럽다. 이야기가 만화의 컷과 대사, 지문으로 바뀐 것뿐이다. 출간 당시에 읽고 얼마나 설렜던지. 어렸을 때나 만화를 보고 커서는 별로 관심 갖지 않았는데, 이 책으로 만화에 대한 선입견도 버리고 하나의 작품으로 대하게 되었다. 이십대의 여자 신지후가 회사 선배인 오태수 대리를 좋아하는 마음이 두근거린다. 표현하지 못하고 입만 벙싯벙싯. 하지만 좋아하는 마음이 어떻게 숨겨지겠나. 그런데 상대는 오대리다. 오대리는 사랑에 대한 기대감이 없는 편에 속한다. 회사 동료에게 연애나 결혼에 대해 현실적인 마음을 늘어놓는다. 그런 오대리에게 꽂힌 신지후라니 마음이 아파지려고 하는데, 여기서 뭔가 통해야 한다. 소소한 에피소드와 함께 하는 시간으로 둘은 해피엔딩을 맞이한다. 아~ 기뻐라~ ^^

이 원작이 10분짜리 미니드라마로 만들어졌다. 현재 4회까지 방송되었다. 1회부터 4회까지 다 방송되었다 하더라도 그 시간은 일일드라마 1회 분량에 가깝다. 그래서 일주일에 두 번, 그것도 10분씩 보는 맛이 아주 간질간질하다. 처음 캐스팅을 보고 화들짝 놀라서 안 보려고 했다. 내가 생각했던 신지후는 배우 서지혜였으니까. 원작을 많이 비켜갈 거라는 생각에 안보다가 우연히, 정말 딱 10분씩 봤던 1,2회에서 마음이 움직이더라. 원작과 똑같은 장면을 넣기도 했고, 드라마적인 장면이나 설정이 새롭게 보인 것도 있다. 원작에 충실하게 만들어내든, 원작을 재해석해서 새로운 드라마로 만들든, 이제 내 눈에는 그게 중요해 보이지 않는다. 보면서 살짝 설렜다. 이제 점점, 아니라고 생각했던 자신들의 마음을 인정하는 순간을 볼 듯하다. 기다리기 지루해서 매주 2회 분량을 몰아서 보고 있는데, 이것도 성에 안 찬다. 그리고 슬픈 일은, 10분짜리 이 드라마가 금방 끝날 거라는 거. ㅠㅠ

이 드라마의 원작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실망보다는 입꼬리에 웃음이 걸리게 만족감을 주었으면 하는, 지극히 사심 가득한 바람으로 남은 시간도 챙겨봐야지.

 

 

 

<두근두근 내 인생>

이런 책을 만나게 되다니...! 펼쳐들기까지 아무런 기대도 그럴싸한 정보도 없었다. 어쩌다 보니 구입한 책이고, 어쩌다 보니 출간된 지 반년이나 흐른 후에 읽게 된 책이다. 아, 페이지가 줄어들어 아깝다는 건 이런 책을 두고 하는 말이라는 게 그대로 알아질 정도였다. 김애란이란 작가의 이름을 단 한 번에 기억하게 만든 작품이기도 하다. 나이를 먹어가는 속도와 몸이 늙어가는 속도가 다른 아름이의 그 이름을 잊을 수가 없다. 누가 강요하지 않았어도 이 책에 대해 저절로 말을 하고 싶을 정도로 입이 근질근질했던 기억이 난다. 취향 차이가 있으니까 다른 사람들에게 선뜻 책 추천 안 하는데, 이 책은 고민 없이 추천하고는 했다. 뭐, 읽는 건 각자의 몫이지만 그래도 한번은 읽어봐도 좋을 책이라고 감히 말하고는 했다. 그래서였다. 영화화된다고 했을 때, 닥치고 기다렸던 이유는...

영화가 언제 개봉할지는 모른다. 지금 내가 알고 있는 건 캐스팅되었다는 두 주연배우뿐이다. 아름이의 철없던 엄마 아빠의 모습을 이들이 어떻게 보여줄지 기대보다는 걱정이 앞선다는 게 슬플 뿐...

 

 

내가 읽은 책이 영화나 드라마, 혹은 다른 영상으로 만들어진다고 하면 궁금해지는 게 사실이다. 책과 얼마나 다를까, 원작의 느낌을 얼마나 잘 살려놨을까, 원작을 넘어서는 작품으로 만날 수 있지는 않을까... 기대 반 걱정 반으로 기다리는 마음. 역시 설렘이다. 그래서 기다리는 듯하다. 어찌되었든 뚜껑은 열어보고 싶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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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게 - 어느 은둔자의 고백
리즈 무어 지음, 이순영 옮김 / 문예출판사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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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몸무게가 2kg이 늘었다. 평소에 3kg 정도만 더 줄여야겠다고 마음먹은 상태였는데, 오히려 2kg이 더 늘었으니 이제는 5kg을 더 줄여야 한다. 몸무게가 늘어가는 것을 굳이 체중계에 올라가지 않아도 알고 있다. 거의 한달 가까이 폭식을 하고 있었고 평소에 먹는 양보다 훨씬 많다는 것을 체중계보다 내 몸이 더 잘 알고 있다. 머릿속이 어지러울 때 보통 잠을 자려고 했던 것에 비추어보면, 이번의 폭식은 예외의 일이다. 한때 폭식으로 평균 몸무게의 10kg 정도를 늘여본 적이 있던 터라, 다시 그때의 몸으로 되돌아가는 것은 결코 원하지 않는다. 한 번의 경험으로 그 기억은 충분하다. 하지만 나를 비롯한 다른 이들이 음식으로 뱃속을 채우는 그 많은 이유들 중의 하나가 허기짐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마음속에 채워 넣을 것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때, 음식으로 뱃속을 채워 넣는다. 마치 음식이 그 모든 허기짐을 채워줄 수 있을 것 같은 착각이 든다. 말 그대로 착각이다. 뱃속에 채워진 음식이 순간적인 포만감은 줄 지언즉, 영원성을 주지는 않는다.

 

무엇이 시작이었을까. 이 남자, 아서 오프. 몸무게가 250kg에 육박한다. 그마저도 넘을지 모른다. 체중계에 올라간 지가 몇 년은 되었으니 아마도 그 정도일 거라 추측할 뿐이다. 한때 대학교수였고 불미스러운 소문으로 학교를 그만둔 뒤, 그는 은둔자가 된다. 집안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는 방식으로 세상과는 철저히 고립된 생활을 한다. 움직이지 않았고, 우편물을 수거할 때 말고는 현관문 밖으로 나가지도 않았고, 대량의 음식을 흡입했다. 그리고 초고도 비만의 거구가 되었다. 그런 아서에게 유일한 소통의 대상은 20여 년 전에 알고 지냈던, 사랑했던 제자 샬린뿐이다. 둘은 그사이에 서로 얼굴을 본 적이 없다. 편지가 오고갔을 뿐이다. 그마저도 연락이 끊긴 상태에서 어느 날 샬린에게 전화가 온다. 자신의 아들의 대학 진로 문제에 대해 도움을 청하고 싶다고 한다. 그렇게 몇 번의 전화가 왔지만 그게 끝이다. 이야기는 거기서 멈춘다. 잠깐 아서를 설레게 했던 샬린 소식은 다시 끊어졌고 아서는 평소의 삶으로 돌아온다.

 

샬린의 아들 켈 켈러. 열아홉의 고등학생이다. 공부는 못하지만 야구는 잘한다. 대학이 아닌 야구로 진로를 정하고자 하지만 엄마는 대학을 원한다. 하지만 켈에게는 자신의 진로만큼이나 엄마의 상태가 걱정이다. 술과 약에 취해 거의 정신을 놓고 사는 엄마. 맨 정신일 때는 오직 자신의 대학 진로 문제만이 전부인 엄마. 엄마는 언제부터 술에 중독이 되었고, 엄마를 이 지경까지 만들어놓은 것은 무엇일까. 열아홉 소년이 짊어지기에는 이 환경이 상당히 무겁다. 내일이 보이지 않는다. 지금 켈에게는 야구만이 있을 뿐이다. 어떤 식으로든 이 위기를 극복해야 할 텐데...

 

철저하게 자기만의 세상에서 사는 것처럼 보이는 세 사람이다. 샬린, 켈, 아서. 술과 약에 중독된 샬린, 운동이 살길인 것처럼 보이는 켈, 음식만이 전부일 것 같은 아서. 고립된 하나의 세상에서 유일한 생존자들 같았다. 각자의 세상에서 혼자인 것 같은 사람들. 이들에게 뭔가 하나가 주어져야 한다면 오직 그것을 택하겠다는 마음처럼 보이는 한가지씩이었다. 이들에게 공통된 질문은 ‘왜?’였다. 무엇이 이들을 그렇게 만들었을까 하는 궁금증. 하지만 이미 알고 있다. 이야기가 계속될수록, 이들의 하루하루 모습이 계속될수록 비춰지는 것은 결핍으로 인한 그 빈 공간을 채워주고 있는 것이라는 것이다. 그게 각자에게 술이나 운동이나 음식으로 대체되는 것이다. 이들 모두 혼자였다. 가족이 있으나 없는 것과 같은 아서, 켈과 샬린은 모자사이지만 서로 조화를 이룰 수 없는 가족관계다. 모든 것은 처음 시작점으로 돌아가야만 한다는 것처럼, 처음의 모습을 보여준다. 제대로 완성되지 못했던 가족은 그 결핍의 모습을 계속 이어간다. 결핍은 외로움을 가져오고 그 외로움을 채워줄 것들로 가득한 중독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계속되는 허기짐.

 

켈과 아서, 두 사람의 고백 같은 독백으로 계속되는 이야기 속에서 그 처음을 찾아낸다. 아서에게는 비만의 엄마가 있었고 아버지는 집을 나갔다. 지금까지도 아버지를 만나지는 않는다. 켈의 아버지는 켈이 4살 때 집을 나갔고 엄마인 샬린은 빈곤의 마을이 아닌 좋은 환경의 고등학교에 켈을 입학시킨다. 뭔가 점점 아귀가 맞지 않는 삶이 이어졌고, 지금 두 사람의 모습에 이르게 된 것이다. 쓰레기장 같은 집, 푹 꺼진 소파, 울리지 않는 전화벨, 집안에서 몇 발자국만 걸어도 숨이 차는 아서. 분위기가 어두운 집, 늘 TV 앞에서 술에 취한 채로 앉아있는 엄마, 자신과는 전혀 다른 환경의 동급생들을 바라봐야 하는 켈. 전혀 접점이 없는 아서와 켈이 서로 자기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그 사이에 샬린이 있었다. 샬린이 아서와 주고받는 편지들, 켈의 진로문제를 꺼내면서 시작된 통화 사이에 뭔가가 있다.

 

이야기는 점점 환기되는 듯, 조금씩 새로운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아서의 집에 찾아온 청소용역인 욜란다의 등장은 고립된 삶을 즐기는 듯 보였던 아서에게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한다. 어쩌면 그 전에 아서를 방문하겠다고 말한 샬린이 시작이었는지 모른다. 소망하는 것을 채우지 못한 결핍이 만들어낸 샬린의 허황된 망상, 그런 샬린을 맞을 준비를 하는 아서.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는 두 마음은 외로움으로 고립된 삶을 살아가던 한 사람을 집밖으로 걸음하게 하는 계기를 만든다. 누군가의 등장을 받아들이고, 진심을 담은 이야기를 하고, 십몇 년 동안 움직이지 않았던 걸음을 내딛게 만들고 있다. 각자가 만들어낸 중독을 하나하나 떨쳐내게 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제 정말 혼자가 된 켈은 동급생들과의 다른 관계를 만들어갈 시선이 생긴 듯하다. 여자친구인 린지와의 관계가 어긋나고 멈출 것 같았는데, 의외의 전개에 희망적이 내일을 기대하게 한다. 소통의 좋은 예를 그대로 보여준 듯하다. 모든 것을 꺼내어놓고 이야기했을 때 형성되는 관계의 모습이었다. 자신의 아버지일지 모를 이에 대한 기대감이 사그라졌을 때 실망이 아닌, 세상을 배우는 시선이 채워졌다. 테스트에서 좋은 결과를 받지 못할 것을 예상하면서 차선의 선택을 준비한다. 자신이 가진 삶의 무게가 가늠이 되어졌을까. 온전하지 못한 가족이 만들어낸 삶의 공허와 결핍, 외로움이 이들 각자에게 준 것은 그리 반길만한 것은 아니었다. 세상과 소통하지 못할 것 같은 두려움까지 안겨주었으니, 결국은 버려야 할 것들만 안겨준 것이다. 아픔과 고통이 함께였지만, 많은 경험이 지나갔다. 아서의 비만은 점점 가벼워질 것 같고, 진짜 혼자가 된 켈은 단단한 심장으로 세상과 소통할 것 같다. 결국은 결핍이나 외로움, 삶의 무게, 모두가 자기 자신에게서 시작되고 자기 자신이 뛰어 넘어야 할 벽이라는 것.

 

어느 날 아침, 켈이 친구 디의 집에서 아침의 빛을 차단한 검은 커튼을 열었을 때, 알았다. 아, 이제 다시 시작이겠구나. 좋은 않은 결과를 받는 일에도 다시 어두워진 커튼을 열겠구나 싶었다. 혼자가 아닌 사람들 속으로 다시 뛰어들었으니, 같이 호흡하고 손을 마주잡을 수 있는 용기가 생겼지 않겠는가. 반면, 아서가 호스트가 될 디너파티도 궁금해진다. 욜란다와 함께 준비하는 음식들, 처음으로 찾아오는 손님들, 사람의 말소리가 들리는 집, 모두가. 사람과 함께 어우러지는, 자신이 예전에 살았던 삶 속으로 다시 들어가는 아서를 그리게 된다. 문 하나만 열면 되는 것이었는데, 너무 오랜 시간을 닫힌 문 너머의 것들을 안 보려 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상당히 잘, 재미있게 읽히는 책이었으나 쉽지만은 않은 책이기도 했다. 켈과 아서. 두 사람이 있는 공간의 물리적인 거리만큼이나 접점을 찾기 어려울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오히려 너무 다른 두 사람의 환경과 모습들이 두 사람의 공통점을 대변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으니 쉬울 리가 없다. 그렇게 다른 모습 안에서 뚜렷하게 보이는 것들이 내가 봐야할 것들이었다. 서로 다른 듯한 모습, 하지만 품고 있는 마음속의 허기짐, 그걸 채우는 방식들. 결국은 내가 나를 뛰어 넘어 그 시간을 극복해야 한다는 것. 무언가를 극복하고 회복해야 하는 순간에 만나기에는 더없이 좋은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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