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기 좋은 방
용윤선 지음 / 달 / 2014년 5월
평점 :
절판


한 줄, 한 페이지 읽다가 결국에는 구매해버렸다. 차분한 그 느낌에, 커피향에, 어딘가 구석으로 처박혀 있으면서 함께 하고 싶은 글. 적어도 나에게는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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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러 작정하고 그랬던 건 아니었는데, 최근 읽은 몇 권의 책에서 재능에 관한, 그 재능이 발휘하는 천재성에 관한 언급을 계속 보게 되었다. 그 재능이란 것이 후천적으로 습득한 것일 수도 있지만 어쩌면 선천적으로 다른 사람보다 더 깊은 능력으로 타고난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어느 쪽으로든 분명하게 판단할 수는 없다. 그때의 감정에 따라 이쪽저쪽으로 휘둘리는 판단일 수도 있다. 그래서 누군가 그런 재능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때로는 긍정적으로 끄덕일 수도 있고, 부정적인 시선으로 그 화살을 나 자신에게 돌리기도 한다. 나에게 오지 않은, 오지 않을 그 어떤 것에 대해 조급함 보다는 좌절이 먼저 찾아오는 듯하다. 안 보면 그만인 것을, 안 해도 별 상관없는 일들 앞에서 괜한 감정만 소모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이럴 때 뻔하게 나올 수 있는 답은 하나인 것 같다. 각자의 색깔이 있다, 저마다 더 잘하는 게 있다, 괜찮다... 물론, 괜찮을 거다. 그래야만 한다. 안 그러면 자신에게 없는 것에 대해, 그걸 가진 사람을 보면서 생기는 그 부러움을 어떻게 감당하고 추스를 수 있겠나. 또 그런 감정을 어떻게 감당하느냐 하는 것 역시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는 그걸 좀 객관적으로 보고 넘어가고 싶어진다. 모두가 다 같을 수는 없으므로, 어떤 현상쯤으로 보고 넘기고 싶은 것. 그게 가장 안전한 방법, 나를 죽이지 않고 흘러갈 수 있는 방법 같아서. 외모든 타고난 재능이든 살면서 배운 현명함이든, 각자의 몫인 듯하다. 그 몫을 감당하는 것 역시도...

 

 

 

8살, 6살 남자 형제 조카가 있다. 큰 아이는 쌍꺼풀이 없는 눈, 동그란 얼굴, 보기 좋게 통통한 체형이다. 작은 아이는 쌍꺼풀이 있는 눈, 약간 갸름한 얼굴, 조금 마른 체형이다. 딱 봐도 알겠지만 두 아이의 외모가 풍기는 분위기가 다르다. 형제라는 것을 알고 있어서 그런지, 내 눈에는 두 아이의 얼굴이 닮아서 분명 형제라는 게 느껴지는데 보통 첫눈에는 전혀 다른 아이들로 보이기도 한다. 바로 그 외모 때문에. 첫눈에 작은 아이는 누가 봐도 잘생겼다, 예쁘다, 라는 말을 듣는다. 여러 명이 있어도 유독 눈에 띄는 얼굴이다. 그에 반해 큰 아이는 그저 평범한 외모다. 내 눈에 큰 아이가 더 귀엽고 예뻐 보인다. 실제로 나는 큰 아이를 더 예뻐한다.(비밀) 하지만 작은 아이와 함께 있으면 큰 아이가 옆에 있다는 것을 사람들이 잘 못 알아본다. 분명 같이 있는데 작은 아이에게 먼저(아니면 작은 아이에게만) 말을 건다. 외모에 대한 칭찬은 기본이면서 관심을 쏟는 상황...

어느 날 큰아이가 엄마(내 여동생)에게 심각하게 얘기했다고 한다.

“엄마, 나는 얼굴을 바꾸고 싶어요.”

큰 아이에게 어떤 얼굴로 바꾸고 싶으냐고 물었단다.

(이 질문을 할 때까지 심각하지 않았다. 그저 아이가 하는 말이니 웃으면서 그런(얼굴을 바꾸고 싶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는 엉뚱함이라고 여겼던 듯하다.)

“00(작은 아이)의 얼굴로 바꾸고 싶어요.”

전해 듣는 나도 가슴이 철렁했다. 이제 겨우 8살 아이가 동생과 함께 있을 때, 혹은 동생에게만 몰리는 시선에서 뭘 봤기에 그런 말을 할까 싶었다.

그리고 얼마 후에 비슷한 일이 또 있었다.

“엄마, 나는 이름을 바꾸고 싶어요.”

(큰 아이의 이름은 수학을 공부할 때 나오는 이름이다. 혹시나 학교에서 친구들의 놀림이 되었나 싶은 마음에 걱정했단다.)

어떤 이름으로 바꾸고 싶으냐는 엄마의 물음에 아이가 대답한 건,

“00(작은 아이의 이름)으로 바꾸고 싶어요.”

라고 말했단다.

그러니까, 큰 아이가 생각했을 때 작은 아이의 외모가 질투의 대상이었을까. 굳이 보고 싶지 않아도, 같이 다닐 때마다 항상 사람들의 관심이 저절로 쏠리는 동생을 보면서 어떤 마음이었을까. 그렇다고 그 질투 때문에 동생을 함부로 한다거나 하는 건 아니다. 그저 평범한 형제 사이로 보인다. 같이 놀고, 장난치고, 먹고, 돌봐주고. 그런데도 가슴 속에 담아두는 상처가 생기기 마련인가보다. 외모 때문에, 사람들의 시선이나 무심코 던지는 한 마디 때문에.

큰 아이는 4살 때 한글을 더듬더듬 익히기 시작하더니 곧 책을 읽을 수 있을 정도의 수준이 되었다. 그 아이가 한글에 대해 뛰어난 재능을 가졌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내 주변의 또래 아이들보다 훨씬 일찍 한글을 알았구나, 하는 정도였다. 꼼꼼한 성격에 종이접기에 취미를 붙였다. 지금은 책을 보고 종이접기를 즐길 정도가 된 듯하다. 얼마 전에 와서 접어준 꽃을 보고 놀라기도 했다. (나는 손으로 하는 건 정말 못한다. 내손만 닿으면 바로 쓰레기통으로 직행하는 수준이다.) 요즘 아이들 종이접기 수준이 다 그 정도인가 했는데, 꼭 그런 것만도 아닐 것이다. 엄청나게 말을 안 듣는 개구쟁이이기도 하지만, 차분하게 뭔가를 하는 모습이나 공부하는 모습을 볼 때면 그게 저 아이의 장점이구나 하는 생각을 한다. 큰 아이가 가진 장점이 반짝반짝 빛났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을 가져본다.

반면 작은 아이는 아직도 한글을 잘 모른다. 겨우 자기 이름을 쓰는 정도다. 그런데도 당당하다. 형에게 책을 읽어달라고 하면서, 형이 귀찮아하면 “나는 책을 못 읽으니까 형아가 읽어줘야지!” 라며 큰 소리 친다. 얌전하게 앉아서 뭘 하는 성격은 아닌 것 같다. 뭘 하더라도 항상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굳이 공부 쪽으로 생각해보자면, 작은 아이는 공부보다는 다른 것을 더 개발하도록 살펴봐야 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드는 정도? 이 아이는 상당히 긍정적이다. 혼나서 울 때 말고는 항상 웃고 있다. 뭐가 그리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해봐도 모르겠다. 항상 웃고 있어서 웃는 모습이 이 아이의 일상처럼 보인다. 어쩌면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있는 게 이 아이의 장점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다. 아직 한글을 몰라도, 공부를 못 해도, 이 아이만의 매력이 넘치는 모습을 더 많이 봤으면 좋겠다.

 

 

 

 

 

 

 

 

 

 

 

 

사쿠라기 시노의 <순수의 영역>과 히가시노 게이고의 <몽환화>를 읽으면서 두 아이를 많이 생각했다. 너무 다르게 보이는 두 아이의 장점이 앞으로 어떻게 작용할지 궁금하면서 살짝 두렵기도 했다. 혹시라도 그 장점이 다른 이유로 방해받고 묻힐 수도 있을까봐... 두 작품에서 풀어내는 이야기는 많고 다양했지만 유독 내 눈에 들어왔던 단어 두 개, 소설 속에서 ‘재능’과 ‘천재’라는 단어가 풀어내는 그 욕망과 무모함이 어떤 결말을 만들어낼지 궁금하게 했다. 예상했을 수도 있지만, 그 욕망의 끝은 결코 좋지 않았다. 하지만 그 끝을 알고 있으면서도 한번쯤은 갈망하는 어떤 것을 이루기 위해 손을 뻗고 싶은 것이 인간의 모습 아닐까 조심스럽게 생각했다. 객관적으로 본다고 해도, 내 몫이니까 감당해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 이상을 보고 싶은 것이 인간의 마음이 아닐까 하고. 그러면서도, 그럼 안 된다는 생각에 그 위험을 붙잡아야 하는(붙잡는 척하는) 것이 이 마음의 아이러니다. 어떤 게 맞는 거라고 앞으로도 분명하게 말하기 어려울지도 모를...

 

 

가능하면 챙겨보고 싶은 TV프로그램 중의 하나인 <진짜사나이>의 군대 무식자 헨리도, 음악 천재라는 것을 보여주듯이 손대는 악기마다 연주할 수 있는 놀라움을 발휘하면서 입을 다물지 못하게 한다. 그는 더 이상 ‘군대 무식자’라는 수식어보다 ‘음악 천재’라는 수식어가 앞서 오는 사람이 되어 버린 듯했다. 그럴 때마다 쌍엄지를 추켜들도록 만들더니 요즘에는 방귀를 조절하지 못하는 민망함으로 함박웃음을 주더라. 방귀에 대해 심각한 대화를 해야 할 정도로(혹 그게 예능의 설정이라 하더라도) 중요한 문제일지도 모른다. 음악 천재도 방귀 조절을 못하는 단점 하나 있을 수 있구나, 하는 마음으로 배시시 웃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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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는 존재 1 - 담박한 그림맛, 찰진 글맛 / 삶과 욕망이 어우러진 매콤한 이야기 한 사발
들개이빨 지음 / 애니북스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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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이런 간절한 갈망. 식탐이라고 하지만 그 안에 모든 욕망이 가득한 듯하다. 함께 온 김치라면 맛있게 먹었다. 반전과 함께 하는 즐거움으로 이 더위를 날리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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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다닐 때, 그런 선배가 있었다.

어떤 제품을 사용하더라도 꼭 제품사용 설명서를 먼저 정독하고 물건을 대했다.

특히나 전자제품 같은 경우 설명서를 첫 페이지에서부터 마지막 페이지까지 정독한 후에 물건을 개봉했다.

 

 

 

 

 

 

 

 

나는 속으로, '뭐가 이리 꼼꼼해?' 라고 잠깐 생각했었고, 곧 그러려니 했다.

사람이 외모부터 성격까지 다 다를수밖에 없으니, 저런 모습도 당연하게 볼 수 있는 거라고 생각했다.

나 같으면 제품사용 설명서 대충 읽거나 아예 읽지 않고 제품 사용하는 경우가 보통이다.

그러다 그 제품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을 때 사용설명서를 펼치거나 한다.

그 선배가 그런 꼼꼼함을 보였던 것을 다른 사람들은 이상하게 생각하기도 했는데

결과적으로 보면 그 선배는 제품을 사용하는데 있어서 실수가 거의 없었다.

마치 예습 철저히 하고 시험 보는 사람처럼... ^^

 

 

알라딘 이용한지 10년이 훨씬 넘었다.

작년에는 알라딘과 10년 계약까지 체결했다.

2023년까지 플래티넘회원 등급을 부여받았다.

주구장창 알라딘을 애용할 거라는 마음의 자세를 다잡았다. (원래 그랬지만서도... ^^)

 

그렇게 애용하던 알라딘에서 늘 궁금한 게 있었다.

'왜 알라딘에서는 현금영수증 발행을 안해주지?'

 

 

처음 사용할 때는 모든 결제를 카드로 해결했기 때문에 현금영수증이란 단어는 떠올릴 필요조차 없었다.

그러다가 최근 몇 년동안 알라딘에서 구매하면서 카드 외 다른 결제수단을 종종 이용하게 되었다.

알라딘 상품권, 네이버책쿠폰, 문화상품권, 도서상품권, 알라딘 적립금, 등등...

그렇게 사용하면서 결제 과정에서 현금영수증 신청하는 항목이 안 보이더라.

(이건 알라딘 주문시 결제과정에서 현금영수증 신청하는 항목이 없었던 게 아니라, 내가 못 봤던 거다.

10년 넘게 수도없이 주문해왔으면서도 못봤다는 게 나조차도 이해할 수 없지만, 사실이다.

이렇게 멘붕이 깊어지고 있다. ㅡ.ㅡ;;;)

 

 

암튼, 그래서 생각했던 것이,

알라딘은 환전하면 따로 상품권으로 표시되는 게 아니고 알라딘 적립금으로 한꺼번에 표시되기 때문에

적립금으로 결제해서 현금영수증 발행이 안되나보다, 그래서 내가 주문할 때 적립금으로 결제하면 현금영수증 발행하는 항목이 자동으로 안 보이게 되었나보다, 라고 생각했다.

(평소에는 질문도 자주 넣으면서 왜 이런 것은 궁금해 하면서도 한번도 문의해볼 생각을 안 했을까...)

 

 

어제, 바로 그 현금영수증 발행 때문에 멘붕이 왔다.

알라딘 이용한지 10년이 넘었건만, 이걸 나만 몰랐나 싶어서 상당한 시간 좌절을 하고 있는 중이다.

어제 책을 주문하다가 보니 이상한 문구가 눈에 보인다.

어제 책 주문하면서 알라딘 상품권, 문화상품권, 알라딘 적립금, 쿠폰,

이렇게 4종류의 결제수단을 이용했다.

그런데 '현금영수증은 결제완료 후 '증빙서류 신청하기에서 신청'하라는 문구가 보인다.

이건 뭐지?

원래 있었던 문구였나?

낯선 문구에 이상하다 싶으면서도 기억해뒀다가 결제 완료 후에 '증빙서류 신청하기'를 클릭해봤다.

 

 

럴수럴수 이럴수... ㅠㅠ

거기서도 현금영수증을 발행 받을 수 있는 거였다. (아, 정말... ㅠㅠ 한참을 더 울어야 해...)

 

근데, 이런 거... 이런 경험...

나만 한 건 아니지??? ㅠㅠ

 

혹시나 나처럼 몰라서...

알라딘 결제과정에서 현금영수증 발행받지 못하고 그냥 지나쳤다면,

이제라도 발급받기를 바라는 마음에 나의 바보 같은 경험을 공유해본다. (아자아자!!)

 

결제 완료 후, 아직 배송 시작 전 단계에서 신청할 경우에는

주문배송 페이지에서 '증빙서류 신청조회' 클릭하면 된다.

 

배송이 완료된 경우라면 주문배송 페이지에서 '거래명세서'를  클릭하면 된다.

 

그러면 새로운 팝업창이 뜨면서 거래명세서가 나온다.

그럼 맨 위쪽 첫번째 항목 현금영수증 클릭하면 현금영수증 발행 페이지로 전환된다.

총 주문 금액에서 현금영수증 발행될 수 있는 금액이 새로 확인되고

그 밑에서 형금영수증 발행받을 휴대폰 번호나 형금영수증 카드번호를 입력하면 끝.

 

주의할 점은, 상품 출고 후 2일~3개월 이내의 것만 신청할 수가 있다는 것.

그러니까 주문 완료 후에는 잊지 말고 꼭! 현금영수증 발행 받아야 한다는 진리. ^^

 

그리고 내가 지난 주문건, 어제 한꺼번에 다 신청하면서 확인해 보니

주문금액과 현금영수증 발행되는 금액이 다를 때가 있었다.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이런 경우 적립금(마일리지에서 전환된 적립금, 이벤트성 발급된 적립금, 등등)으로 결제된 경우이거나

쿠폰 사용 금액이 빠진 듯하다.

 

 

혹시라도 나처럼 모르고 지나간 경우라도 3개월 이내의 것은 발행받을 수 있으니,

꼭 확인해보시고 소득공제에 보탬이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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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6-09 21: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6-09 21: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그렇게혜윰 2014-06-10 04: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몰랐어요! 고맙습니다^^
덕분에 발급받았네요. 근데 3개월은 아닌지 두 건만ㅠㅠ 담부턴 제때 챙겨야겠어요!!!

구단씨 2014-06-11 00:01   좋아요 0 | URL
아핫~!
저만 몰랐던 건 아니었군요. ^^ (다행 다행...)

2014-06-26 08: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6-26 11: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드라마 쓰는 남자, 드라마 찍는 여자
변정완 지음 / 청어람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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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쓰는 남자 드라마 쓰는 여자』

 

방송국, 혹은 드라마, 대본, 연출, 배우, 작가, 피디. 엄마가 매일처럼 보는 드라마를 떠올려보면 어김없이 따라오는 단어들. 제목에서 이미 눈치 챌 수 있듯이 드라마 쓰는 남자(작가)와 드라마 찍는 여자(피디)의 이야기다. 짐 떠안듯 맡아버린 드라마가 망해버려 종방연조차 초라하게 치러야 했던 명수현 피디. 그에 반해 시놉시스도 보지 않고 드라마 계약이 가능할 정도로 톱의 자리에 앉아있는 드라마 작가 류민. 수현은 얼떨결에 맡아 망해버린 드라마로 자신의 드라마 역사를 쓸 수 없었고, 드라마 제작에 참여했던 삼촌에게 남겨진 빚더미를 그대로 볼 수만도 없었다. 기회는 단 한 번, 그 기회를 만들어줄 사람도 단 한 명, 드라마 작가 류민을 잡아야만 했다. 잔존심이고 뭐고 다 내려놓고 베일에 싸여있는 그를 찾아다닌 끝에 만나게 되지만 그는 순순히 수현의 손을 잡아주지 않는다.

 

그래도... ^^ 그렇게 끝나면 또 재미없는 게 이야기의 매력이 아니겠어. 콧대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라 있는, 철저하게 갑의 자세로 서있는 류민, 류민 앞에서는 을이 될 수밖에 없지만 그래도 자신의 꿈을 위해 을의 바른 자세로 서 있는 수현. 두 사람이 함께 드라마를 만들어보자고 으쌰으쌰하면서 한 공간에 함께 하는 시간이 이어지고, 드라마뿐만 아니라 눈까지 맞아버렸네. 아, 이럴 경우 더 완성도 높은 드라마가 만들어질까? 기획부터 시작해서 머리 맞대고 최고의 작품을 만들고 싶은 두 사람일 텐데, 마음까지 하나가 되면 더없이 좋은 시너지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까 추측하지만... 뭐... ^^

 

큰 무리 없이 술술 읽히면서 소설로의 재미를 주는 작품이다. 어느 정도 드라마를 만드는 사람들의 고충도 보게 하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신뢰가 관계에 있어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도 생각하게 한다. 유명세가 주는 만족감에는 한계가 있어 보이고, 오히려 그 이면의 것들을 보게 한다. 유명해지고 돈을 많이 벌고 승승장구 하는 게 꼭 좋은 것만 함께 따라오는 건 아니라는 것... 무엇보다도 류민이 가졌던, 드라마 작가로써의 그의 천재적인 재능이 그의 삶을 완벽하게 해줄 것 같았는데, 그게 아니었다는 것이 나의 시선을 붙잡는다. 재능이 일에 있어서 그 사람의 성공을 만들 수는 있어도 그 외의 것을 차단시키는 역할도 할 수 있다는 거, 동전의 양면 같았다. 결국에는 좋은 사람과 함께 호흡하면서 또 그 관계의 회복을 배워가고 있었으니 해피엔딩이었지만...

 

드라마작가였다는 이력과 드라마를 만들기 위해 뭉친 사람들의 소재가 맘에 들어 읽게 된 소설이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 읽다 보면 어떤 장면이나 행동이 드라마를 보는 듯한 느낌을 주기도 하지만 소설로 읽어가는 매력은 떨어진다. 특히 두 사람이 서로의 눈빛이 통하는 그 시작이 자연스러워 보이지 않았다. 같이 일하기로 하면서 합숙(?)하듯 시작된 생활에서 각자의 생활을 하고 가끔 회의하면서 얼굴 마주하다 뜬금없이 마음이 통해? 물론 그럴 수도 있지. 무리한 설정은 아니라고 본다. 근데 그 과정에 있어서의 묘사가 한 덩어리로 빠져나간 느낌이다. 작가가 소설로 내놓은 첫 작품이고 내가 가진 취향의 문제일 수도 있다. 이 소설과 내가 충분히 통하지 못했음이 안타깝지만, 기본 글 실력 어디 가는 거 아니니 작가의 다음 작품도 기다려본다. 드라마를 연상하게 되는 게 아닌 소설로의 매력이 더 많이 담긴 작품으로 만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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