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면아이의 상처 치유하기
마거릿 폴 지음, 정은아 옮김 / 소울메이트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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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이성적으로는 "내일 일찍 일어나서 자료를 챙기고, 회의에서 제기될 어떤 안건에 대해서도 만반의 준비를 갖추어야지." 하는 결의를 다집니다. 그러나 막상 새벽녘이 되면, 시틀 르 걷고 단호하게 일어나기를 망설입니다. "이 회사에서 과연 내 능력에 맞는 대우를 내게 충분히 해 주었던가? 그저 남들 하는 만큼만 일하고 때 되면 적당히 승진이나 챙기는 게..." 이상하게 내 마음의 한 구석에선, 5분만 더 자는 게 그간 상처 입은 자존심을 보상 받는 길인 양 뒤척이고 또 망설입니다. 이건 옳지 않습니다. 일단 맡은 바 소임이 있는 이상, 내 능력의 최대치를 발휘하는 게 나 자신에게 떳떳한 자세입니다. 결국 성숙하고 어른스러운, 행동을 의지에 맞게 통제할 줄 아는 내가 이깁니다. 그러나 따스하고 포근한 침대 안으로 마냥 날 머물게 하려던 건 대체 누구였을까요?


저자 마거릿 폴 박사는 이런 현상을 대중에게 쉽게 전달하기 위해, 성인자아(Inner Adult. 저자는 다소 독특하게 이 단어를 대문자로 표기합니다), 내면아이(Inner Child)라 는 두 실체를 상정합니다. 내면아이는 우리 안에서 끊임 없이, 상처 입은 자신에게 무엇인가를 보상해 달라고 조르는 존재입니다. 우리가 진정한 자아라고 생각하는 "성인자아"는 이런 내면 아이의 페이스에 끌려 다니지 않기 위해 무진 애를 씁니다. 우리의 갈등과 스트레스는 다 이 둘의 밀고 당기는 싸움에서 유래합니다.


이성적으로 우리는 타인과의 관계에서 매번, 혹은 감당 못 할 만큼의 상처를 입지는 않습니다. 그런 드문 경우라면 현장에서 상대에게 해명을 요구하거나, 사적 자치 차원에서 해결이 안 될 시에는 법정 싸움으로 끌고 가면 됩니다. 합 리성이 어느 정도 통하는 사회에서 생활을 영위하는 사람이라면, 특별히 상처를 입을 일이 자주 생기지 않습니다. 기대에 못 미치더라도, 내가 그 과실을 누리기에 객관적으로 부족했으니 나의 차지가 못 된 것입니다. 상처를 받을 이유는 없습니다. 우리의 성인 자아는 이 점을 이해합니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입니다. 하루의 일과를 마치고 귀가한 우리는, 그날 동안 직장이나 다른 공간에서 입은 상처 때문에 잠을 못 이루는 일도 부지기수입니다. 뿐만 아니라, 이 상처(특별히 발생해야 할 합리적인 이유가 없는)를 달래고 보상 받기 위해, 때로는 나 자신에게 피해가 올 만한 선택도 저지르곤 합니다. 그 예가 바로 저 위의, 출근 시간 임박해서 미리미리 자료를 챙기지 않고 별 효용도 없는 토막잠에 빠지는 선택입니다.


이 "내면아이"를 처음 발견해 낸 사람은, 저자에 의하면 칼 융이라고 합니다. 융은 물론 "내면 아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았습니다(이 용어는 저자가 독자와의 웡활한 소통을 위해 고안한 것입니다). 융의 명명으로는, 이 "내면아이"는 전의식(前意識 .preconsciousness)라고 칭했습니다. 이 전의식이란, 무의식과 의식 가운데 단계에 자리한 것으로서, 우리의 감정, 직관, 느낌 같은 걸 모두 대변하는 기제입니다.


우 리가 어떤 때 불행해지고 고통을 느끼는가 하면, 바로 이 내면아이와 성인자아가 다른 방향으로 따로 놀 때입니다. 어떤 사람이 극심하 불운이나 실패를 경험한다 해도, 냉철한 판단을 하는 성인자아의 보조에 내면아이가 잘 따르고 있을 때에는 마음이 평안합니다. 설령 객관적 상황이 호전되지 않고 있더라도 해도 말입니다. 반 대로, 비록 객관적으로는 아무 문제나 불안 요인 없는 평탄한 삶을 사는 이라고 해도, 어떤 이유에서건 내면아이가 성인자아와 다른 방향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을 때에 그 사람은 불행하고 고통을 느낍니다. 패닉 상태에 빠진다든가. 과거의 어떤 트라무마 때문에 갑자기 몸서리를 친다든가, 뭔가 보상을 받아야겠다는 충동 때문에 비이성적  도발을 한다든가, 이런 경우가 다 두 "내면"이 따로 놀아서 발생하는 결과들입니다.


이는 다른 말로 하면, 내면아이가 어떤 식으로건 적절한 대우를 받게 하지 않으면, 그 사람은 극심한 만성적 스트레스 아래 놓여 신체적으로 심각한 질병에 걸리거나, 아니면 비이성적 돌출 행동으로 큰 사고를 치거나 둘 중의 하나의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사람에 따라서 겪는 고통의 양상도 다양합니다. 성인자아가 너무 높은 기준으로 형성된 사람은, 비록 내면아이가 비교적 순한 기질을 지녀도 만성적인 둘 사이의 괴리에 고통을 겪을 수밖에 없죠. 반면, 아예 성인자아가 형성되지 않고, 내면아이가 그의 모든 판단과 선택을 맡아하는 경우도 봅니다. 이런 사람도 성인자아 유사한 의식과 내면아이 사이의 갈등을 잠시는 겪게 되는데, 그 잠시의 불균형과 갈등을 참지 못하고 "그냥 저질러 버리"는 걸로 나름의 "해결"을 모색합니다. 이런 사람은, 학교나 직장 등 소속 집단이나 강제 규준을 정해 주는 환경에 머물면 몹시 괴로워합니다. 내면아이가 그를 한시도 가만 내버려 두지 않기 때문이죠. 결국 직장에서 해고되고, 집에 홀로 놓여 은둔자가 되는 그 순간, 그는 행복감을 느낍니다. 그러면서 "전보다 더 나은, 행복한 내가 되었다"며 최면을 겁니다. 내면아이에 일체의 인격이 매몰되고 굴복하는 끔찍한 경우입니다.


성인자아와 내면아이가 단절되면, 사람은 일단 고통을 느낀다는 건 앞에 적었습니다. 만 약 어떤 조치를 취하지 않고, 내면아이를 그냥 방치하면 어떻게 될까요? 저자가 이 전의식을 굳이 "내면아이"라고 이름 붙인 이유는, 이 전의식이 끊임 없이 누군가의 위로와 보호를 받기를 요구하기 때문입니다. 일차적으로 내면아이는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는, 나의 성인자아에 관심과 보호를 요청합니다. 바로 여기에서 저자가 강조하는바, "끊임 없이 내면아이를 달래주고 보호하라."는 주문이 나옵니다. 자, 여기서, 만약 내면아이가 성인자아의 보호를 받지 몫하면 어떻게 될까요? (성인자아가 어느 정도 형성이 된 사람의 경우입니다. 없거나 발달장애를 보인 이라면 바로 내면자아의 폭주가 발생함니다) 이 내면아이는 타인의 보호와 관심을 요구하게 됩니다. 여기서 큰 위험이 이어집니다. 남에게 터무니없는 요구를 하다가 만족이 안 되면 격분, 자해, 망상적 분노 표출을 일삼는 사람은, 바로 내면아이를 타인으로부터 보호 받고자 하는 성향이 강한 이들입니다. 연애나 결혼에서 실패하는 여성들 중 이런 타입을 우리는 흔히 봅니다. 이런 사람들을 잘 조종하는 유형이 바로 사이코패스입니다. 이런 사람들이 특히 위험하다는 건, 사이코패스의 가장 손쉬운 표적이 된다는 점에서입니다.


자 그러면, 어떻게 해야 이 내면아이를 잘 달래고 도닥여서, 사고를 치지 않게 만들어야 할까요> 문제청소년이 있으면 일단 그 애한테 문제를 맡겨서야 일이 해결될 리가 없습니다. 어른이 나서야 합니다. 내면아이도 마찬가지, 극심한 내면적 갈등 때문에 일상이 힘들 정도인 사람들은, 일단 전문가를 찾아가 봐야 합니다. (꼭 약물치료가 권해지거나 처방되는 건 아닙니다) 지금껏 성인자아가 내면아이를 돌보지 않고 방치했다는 말이니, 다른 사람(의 성인자아) 도움이라도 받아서 달래야 하겠습니다. 그러나 다른 사람의 도움에 언제까지나 의존할 수 있을까요? 결국은 아이는 부모 곁으로 돌아가야 올바른 훈육이 이뤄지듯, 내면아이 역시 그를 버린(!) 성인자아의 도움을 받아야 문제가 해결됩니다. 이를 위해서 당신은, 당신의 성인자아를 먼저 돌아봐야겠습니다. 괜한 강박 관념, 죄의식 때문에 스스로를 쓸데없이 옭아매고 있지는 않나요? 만약 그렇다면 그건 언제부터 생긴 버릇이나 태도입니까? 지나치게 엄격한 아버지? 충분한 애정을 쏟지 않았던 어머니? 학급에서 유난히 당신을 부당하게 대우한 담임 선생님? 이들 중 누구 한 사람과의 잘못된 관계를 교정해야 합니다. 과거의 그를 찾아갈 수는 없고, 마음에서 자꾸 잊으려 들고 지우려 하는 괴로운 기억을 정면으로 끄집어 내십시오. 그건 더 이상 당신에게 해를 끼치지 않으나, 벽장이나 골방 속에 묻혀 있으면 귀신이 되어 당신을 어둠에서 지배하는 것입니다. 당신이 해야 할 일은, 먼저 성인자아를 점검하는 과제입니다.


책에는 다양한 내담자의 사례가 나와 있습니다. 어려서 부모에게 끔찍한 학대를 입은 이들도 있고, 성 장 과정에서 타인에게 부당한 상처를 입어 끝내 극복 못한 채 성인으로서의 생활을 영위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중요한 건, 당신이 겪고 있는 고통이 당신 혼자만의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상처를 드러내고 인정할 때, 성인자아의 자존, 내면아이의 격정이 차례로 위안되고 치유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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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가난을 경영하라 - 100세 인생을 즐길까? 100년 가난에 시달릴까?
김광주 지음 / 원앤원북스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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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가난을 경영하라"니 얼핏 들어선 어색한 느낌도 가지게 됩니다. 지난 시절 우리는 가 난을 숙명으로 생각하고, "가난 구제는 나라도 못 한다."는 식의 소극적이고 불건강한 attitude로 대하고 살아 왔다고 합니다. 그런데, 대한민국 건국 이후 잠시의 과도기를 거치다가,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 볼 수 없는 불 같은 산업화의 기세를 타서, 놀랄 만큼 빠른 속도로 절대 빈곤선을 탈피하는 저력을 세계인이 보는 앞에 과시했습니다. 이제 가난은 우리 조상들이 그랬던 것처럼 보편적이고 친숙한 대상이 아니라, 질병이나 촌스러움처럼 가급적 멀리할 수 있고 극복이 가능한 상황으로 바뀌었습니다. 우리는 누구나 부자가 되고, 여느 타인 못지 않게 윤택한 삶을 영위하기를 꿈꾸며, 또 열심히 노력하는 이에게 그런 결과가 당연한 대가로 귀속됨을 믿어 의심치 않아 왔습니다.


그런데 저자 김광주 선생님은, 우리 독자에게 이런 기대와는 전혀 다른, 겉으로 보아 다소 충격적으로까지 다가오는 주장을 펴고 계십니다. "가난을 경영하라!" 이 가난이라는 게, 100년을 두고 당신 인생에 근접 거리로 세팅될 불가피한 외투와도 같다는 뜻으로도 들립니다. 100년 가난이라니, 그 말만으로도 끔찍하게 느껴집니다. 거침 없이 잘 달릴 것만 같던 우리 대한민국 호의 궤도에, 어떤 적신호와 장애가 놓여 있기에 이런 말씀을 하시는 걸까요?


저자의 대전제는 이것입니다.

1. 우리의 수명은 앞으로 100세를 바라볼 만큼 늘어난다.

2. 수명은 백 세 가까이 늘어나지만, 경제 활동을 지속할 수 있는 전망은 턱없이 축소되고 있다.

백 세는 고사하고, 법정 정년인 50대도 위협 받은 지 예전이다.

3. 산업 전반에 걸쳐 경쟁이 치열해지고, 한국과 같은 산업 성숙 국가는 성장 동력원을 찾기가 어려워,

거시 경제의 지속적 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이와 같은 상황이라면, 장년 이후의 세대, 더군다나 현업에서 은퇴한 연령층이라면, 소수를 제외하고는 넉넉한 삶을 유지하기가 힘듭니다. 저자가 말하는 "상시 가난"이란 바로 이런 상황을 두고 일컬음입니다.

먼 과거처럼 물리적 생존을 걱정하는 단계야 벗어났다고 해도, 언제나 재무 상황의 악화, 뜻하지 않은 비용의 지출, 자식, 손자 등 직계 비속들에 대한 추가 지원 상황을 염두에 두어야만 합니다. 마치 북한과의 군사적 대치를 상시적 리스크로 삼고 국가의 운영이 이뤄지듯, 우리 개개인들도 언제 파멸의 위기로 우리를 엄습할지 모르는 이 "가난"의 팩터를, 앞으로는 전략 결정의 최우선 변수로 고려해야만 한다는 주장입니다.


가 난은 불쾌합니다. 곁에 두고 잘 구슬려 지내기보다는, 가능하면 다른 것으로 바꾸고 싶고, 더 나은 상태로 극복해 가고 싶은 게 인지상정입니다. 저자는 그러나, 이런 가난이라는 상황 변수, 아니 상수적 인자가, 결코 우리 주변을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합니다. 개인에게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라, 사회 구조적 요인이 상시적이고 전반적 가난을 개인개인에게 부과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는 뜻입니다.사람이 지구라는 행성에 두 발을 디디면 중력의 법칙에 복종할 수밖에 없듯, 가난 역시 후기산업적 성숙 단계에 들어선 경제 단위에서는 필연적으로 모든 성원을 지배하는 환경 요인이라는 주장이죠.


가난이 우리 곁을 떠나지 않는, 다소 달갑지 않은 동반자라면, 우리는 이를 어떻게 대하고 처리해야 할까요? 저자는 이 "가난"을 관리하고 경영하는, 구체적 방법론을 우리에게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 대부분은 매우 실용적이고, 해당 연령층에게는 바로 일상에서 실천으로 옮길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들이라서, 노후 설계에 많은 고민을 가진 분들, 젊은 층 중에서도 장기 재무 설계를 고민 중인 분들에게는 큰 도움이 될 내용들입니다.


저자가 잘 정리하여 독자에게 제시하는 팩트사항 중 가장 충격적인 것은, 한국의 저축률이 다른 OECD 선진국에 비해서는 물론, 여타의 개발 도상국에 비해서도 현저히 그 절대수치가 떨어진다는 사실입니다. 한국인들은, 저축을 하지 않거나, 못 하고 있습니다. 버는 것에 비해, 씀씀이가 너무 많습니다. 때로는 가처분 소득 대비 지출이 너무 많기 때문에, 빚을 내어 무리한 레버리징을 하기까지 합니다. 이러니 소비의 효용을 채 누릴 시간도 없이, 금융기관에 이자 갚는 데에 막대한 출혈을 보입니다. 위험하고 무모하며, 당장 경제 활동을 하는 동안에는 문제의 소지가 그나마 적겠으나, 장노년에 접어들면 이는 커다란 족쇄로 해당 개인을 짓누을 것입니다.


저 자는 일단 총제척인 솔루션을 제공하기에 앞서, "닥치고 저축!"이라는 명쾌한 구호로 상황을 정리해 줍니다. 남들이 이러이러한 데에 써 댄다고 덩달아 써서는 안 됩니다. 이것저것 편한 대로 쓰고 나서 남는 돈으로 저축하겠다는 생각은 금전 관념 빵점의 낙오자 사고 방식입니다. 눈 질끈 감고, 소득의 일정 부분은 무조건 선(先) 저축의 share로 떼어 놓고 시작해야 합니다. 이렇게 해도 가난을 완전 탈피할 수 있는 게 아니라, 100년 인생을 가난의 노예로 살아가지 않기 위한 첫 걸음마 떼기에 불과합니다. 가처분 소득 중 일정 부분을 "강제 저축"에 할당하지 않는 이상, 그 사람은 가난을 효과적으로 경영하기는커녕 가난의 노예로 일생을 지배당할 가능성이 크다 하겠습니다.


다음으로, 저자는 기존의 경제환경을 바라보는 낡은 틀을 송두리째 집어 던질 것을 권유합니다. 소위 교육 투자 부문에 너무 많은 지출을 하는 건 곤란하다는 것입니다. 투자란 투입한 비용 대비 일정 수익이 시실현되어야 그게 성공적인 투자이고, 최소한 "삽질'이라는 혹평을 면할 수 있습니다. 많은 돈을 들여 과외를 시키고, 명문대 진학에 성공하고, 외국 유학을 보내어도, 현지에서 마땅한 직종을 찾는 건 하늘의 별따기입니다. 교육을 시키는 건 장차 훌륭한 경제 활동 인력을 양성하기 위함인데, 고작 스펙 리스트에 일정 항목 추가하는 정도로 그 보람이 제한된다면, 그 교육 지출은 완전히 실패한 투자입니다. 그 렇다면 청년 인력이 제 정력을 쏟아야 할 진정한 블루 오션으로 바람직한 방향은 무엇인가? 바로 기술 개발 창업 등 남들이 전혀 손을 뻗지 않았던 미개척의 벤처 산업입니다. 블루 오션이 아직도 이 시대에 남아 있다면, 저자는 이 분야 외에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고 합니다. 스펙 쌓기나 무리한 유학 등 교육 투자 쪽의 선택은 이미 시대에 뒤떨어진 사고라는 게 저자의 확고한 주장입니다. 이는 1) 젊은 층에게는 진로 모색의 전략을 세우는 데에 도움이 되고, 2) 장년층에게는 자녀 교육의 바람직한 방향 설정에 바른 좌표를 제시합니다.


그럼, 우리를 불길하게 에워싸고 있는 이 가난, 상시적 리스크로 파악해야 할 이 가난이, 구체적으로 담고 있는 속성, 내용은 무엇인가? 저자는 가난을 구성하는 4대 리스크를 제시하며, 가난이라는 강적을 맞아 효과적으로 경영, 관리할 구제적인 처방을 조목조목 제시합니다.

1) 패밀리 리스크

2) 셀프 리스크

3) 하드웨어 리스크

4) 소셜 리스크


하나하나 내용을 살펴 보겠습니다.

첫째 패밀리 리스크는, 크게 부부 리스크, 자녀 리스크, 그리고 이 둘이 중첩되어 독자적인 양상으로 발전라는 가족 리스크(좁은 의미입니다)가 있습니다.


부부란 촌수로 무촌이며, 서로가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일생의 동반자요, 어떤 시련과 역경에서도 믿고 의존할 수 있는 영원한 전략적 동지가 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가장 가깝기에 오히려 더 잦은 빈도, 더 치명적인 악영향을 주고 받으며 위기로 치닫는 게 부부이기도 합니다. 저자는 다소 희화적인 분위기로, 신혼 여행을 떠나는 바로 그 현장(공항)에서 다툼 끝에 갈라서고 마는 젊은 부부들의 예를 들고 있습니다. 허니문이 비터문으로, 천국이 지옥으로 바뀌는 가장 참혹한 상황으로서, 제삼자 입장에서도 이 어이 없는 광경에 도저히 웃음이 나올 수가 없는 게 이런 경우입니다. 신혼 부부가 이처럼 초고속 파경을 맞는 것은, 혼수 준비 등 예비 단계에서 비합리적인 지출 양상을 보였기 때문입니다. 따지고 보면 성격 차이다 뭐다 해도, 금전 관리의 비계획성 무체계성이 낳은 비극에 다름 아닙니다. 결국 확고하고 효율적인 재무 관리 감각이 그 모든 비극을 총체적으로 예방하는 근본 처방이 될 수 있는 것입니다.


자 녀 리스크는 앞에서도 설명했습니다. 그저 내 자녀를 성공적인 사회인, 경제인으로 키워야 한다는 욕심 때문에, 교육 분야에 과다한 지출을  함으로써, 자녀나 부모 모두에게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하는 리스크를 통틀어 가리킵니다. 교육이 일종의 신분 표식 부여 기능을 멈춘 지는 오래되었고, 투자의 개념으로 바라보아 합리적인 스케일의 설정, 그에 따른 지출 집행이 가장 바람직하다는 게 저자의 결론입니다.


마 지막으로 가족 리스크는, 결국 가족 성원 간의 비전 차이가 유발하는 비중이 크다는 게 저자의 주장입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과연 무엇이 블루오션이고 장기적 관점에서 항상 소득을 기대할 수 있는지에 대한 바른 전망과, 이에 따 른 합의가 중요하다는 주장입니다. 여기서 저자는 대단히 흥미로운 대안 하나를 제시하고 있는데, 그것은 가족 기업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소개입니다. 가족 기업이라면 물론 크게는 대규모 기업 집단도 있을 것이고, 한국에서 흔히 보는 중소기업은 대체로 가족, 친족 중심의 경영 형태입니다. 그러나 저자는 여기에 소규모 자영업 패턴을 하나더 끼워 넣습니다. 가족이 경영하는 자영업이란 왠지 초라하고 영세한 느낌을 주지만, 서구 선진국이나 일본의 예에서 보듯 오히려 전통 있는 경제 생산의 단위로서 지역 공동체에서 존경 받는 대단한 위상인 경우가 더 많습니다. 활동의 능률 면에서도 단호한 동기 부여가 되며, 영업 기밀 유지 등 타 물적 결합 기업이 따를 수 없는 장점이 많을 것입니다. 만약그를 향한 부정적 인식이 바뀌어진다면. 가족 기업은 은퇴라는 게 없는, 평생에 걸친 가난 경영 수단으로 가장 바람직한 대안 중의 하나입니다.


둘째로 셀프 리스크입니다. 저 자는 단호하게 "당신 자신이야말로 가장 유망하고 퀼리티 높은 상품임을 알아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100년을 살아야 할 당신은, 어느 조직에서라도 소모품으로 그치고 말 자원이 아닙니다. 100년을 사는 동안, 끊임 없이 경제 활동을 벌이고, 그로부터 소득을 창출하여, 나와 내 가족을 부양하고 여유를 누리게 해야 할 기능, 의무를 지닌 존재입니다. 100년 동안 현업에서 뛰다시피 해야 할 인생이라면 과연 무엇을 해야 하겠습니까? 끊임 없는 자기계발입니다. 자신을 최상의 상품으로 가꿔 나가는 일이야말로, 100년 수명 시대 누구에게나 존재 이유로 작용합니다.


셋째로 하드웨어 리스크입니다. 지난 세대의 가치관은, 번듯하고 자리를 많이 차지하며 허울이 좋은 유체동산을 잔 뜩 장만하는 것으로 성공의 척도를 삼았습니다, 그 결과가 바로 "가진 것이라고는 집밖에 없는" 현재의 노년들이 직면한 위험입니다. 시설이건 동산이건, 유형자산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노후하고 감각상각을 거치게 마련입니다. 자연스레 가치가 하락하는 자산을 붙들고 있어 봐야 손해만 초래합니다. 또한 저자는, 기술은 유한하나, 플랫폼은 무한하다는 주장도 하고 있습니다. 결국 문제는 하드웨어가 아니라, 그를 지배하는 소프트웨어이며, 나아가 아이템이고 아이디어입니다. 창의력이란 설사 화재 등 재앙으로 물적 재산을 남김 없이 날린 후에도, 자신의 머리 속에 자리하여 끝없는 부가가치 창출을 돕는 원천입니다. 하드웨어에 대한 낡은 집착을 버리는 게, 최고의 상품으로서 자신을 가꾸는 지름길이라는 점에서, 이 셋째 리스트는 그 처방과 결론에 있어 위 둘째 요소와 궤를 같이합니다.


넷 쩨로 소셜 리스크입니다. 저자는 두 가지로 소셜의 의미를 보는데, 하나는 종래의 대면접촉 인맥, 이른바 오프라인 커넥션을 이릅니다. 다른 하나는 온라인 혁명으로 이제 SNS라는 신 네트웍을 통해 새로이 개인개인이 구축하는 인맥을 지칭합니다. 사람이 사회적 활동을 함에 있어, 고립된 개인의 플레이는 기대만큼의 소출을 내지 못합니다. 저자의 표현에 따르면 "1인이 100만원을 버는 방식이 아니라, 10인이 1000만원을 버는 방식이 지배적인 게 지금의 세상이다."고 합니다. 이러니 소셜 네트웍이란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필수인데, 문제는 과도하고 효율적이지 못한 인맥은, 시너지 효과는커녕 오히려 규모의 불경제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다 시 가난이라는 불길한 그림자가 우리를 드리웁니다. 가능하면 그 그늘에서 벗어나, 생명력 가득한 태양의 기운을 쬐고 싶습니다. 그런데 태양광선도 과도하게 받으면 피부암 등 부작용이 생깁니다. 그늘이란 잘만 활용하면 오히려 우리의 유쾌한 생존을 도모함에 있어 필수 요소이자 동반자입니다. 누군가는 그런 말을 했습니다. "인간의 생명은 유한하기에 가치 있다. 만약 인간이 불멸의 존재라면, 그가 영위하는 시간은 오류와 타락으로 가득한, 쓸모 없는 수치에 불과할 것이다." 가난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가난이 있기에우리는 부의 소중함을 알고, 절제와 합리적 선택의 소중함을 압니다. 이런 의미에서 100년을 우리와 함께할 가난은 퇴치해야 할 적이 아니라, 스승이자 친구이며 애인이 될 수도 있습니다. 단, 잘 관리하고 경영한다는 전제 아래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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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한 잔과 함께하는 에니어그램
정신실 지음 / 죠이선교회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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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 람에게는 참된 자아가 있고(기독교인은 이 자아를 가리켜, 하나님이 당신의 모상을 우리를 빚을 때 정해 주신 바로 그 참된 모습이라고 할 것입니다), 다른 사람과의 관계 지음 과정에서 생긴 "가면", "페르소나"가 있다고 합니다. 이 가면, 페르소나, "성격"이란, 자신의 결핍, 약점을 감추거나 보상하려는 의도로, 혹은 사회나 타인과 어울려 살며 나름 그 속에서의 생존을 도모하려는 방편으로, "가짜 자아"를 편한 대로 얼굴 위에 뒤집어 쓴 위장입니다. 문제는, 이 가면과 가면이 만나, 가면끼리의 충돌과 대립, 갈등을 벌이는 탓에, 가면이 다치는 게 아니라 그 속에 있는 우리의 참 자아가 다치는 게 문제입니다.

자 아가 다치는 건, 육체에 상처를 입는 것만큼이나, 아니 그 이상으로, 우리를 아프게 하기에, 우리는 소위 힐링이란 것을 시도하죠. 하지만 근본의 질환을 치유하지 않는 대증 요법의 처방이, 그 효력을 오래 가게 할 리가 없습니다. 근원적 요인을 알아 내어서, 거기에 메스를 들이대든지, 상처를 아물게 해야 합니다. 그렇게 하려면, 성격이란 가면의 본질이 뭔지를 알아야 합니다. 내가 어떤 유형의 가면을 뒤집어 쓰고 있으며, 그 가면의 특징과 성향이 뭔지를 알면, 나 혹은 타인이 특정 상황에서 왜 이러이러한 반응과 태도를 드러내는지 알 수 있습니다.

(이미지 출처: http://myjay.byus.net/xe/jungsinsil)


저 사람과 나는 각각 이런 가면을 쓰고 있기 때문에, 잘 맞거나, 혹은 잘 안 맞는 것이구나. 이런 상황에서 이 가면은 이런 식으로 대응하는 게 보통이고, 저 가면은 저렇게 나올 수밖에 없다.... 나를 공격하는 건, 혹은 반대로 나를 편하게 하는 건, 저 사람의 저 가면이 행하는 기능이지, 그 사람의 참된 자아가 나를 불편하게 하는 게 아니다.


이런 깨달음에 다다를 때 우리는,
1) 갈등의 원인과 발생 과정을 알고 이해했으니 내가 마음에 상처를 입지 않고


2) 그 사람의 가면이 미울 뿐, 가면 뒤에 숨은 참된 자아가 그러는 게 아니니
내가 얼마든지 그를 용서할 수 있겠으며


3) (신앙인이라면) 모두 다 주님의 모습을 따라 만들어진 피조물인데
너와 내가 다를 바 없는 모두 다 귀한 존재라서
서로 사랑할 수 있고, 또 그래야 한다는 종교상의 가르침과,
자신이 세상에서 실제로 처한 현실,
이 둘을 조화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 책에서, 책임감을 중시하는 육미(제 6유형)가 말하는 것처럼, "그럼 참된 자아를 찾는 게 우선이지, 왜 가짜 모습을 (이 에니어그램을 통해) 굳이 알아야 하"는 걸까요? 그에 대한 답도 아주 명쾌합니다. 가면이 뭔지를 정확히 알아야, 타인의 가면과 실체를 구별할 수 있고, 나 자신이 그 가면을 언제든 벗을 수 있기 때문이죠. 거짓된 껍데기가 뭔지를 알면, 이를 제외하고 남은 모든 것은, 원초의, 참된, 나 자신이라는 논리입니다.

아 무리 맞는 말씀이고 진리라고 해도, 서술하는 품이 까다롭고 어려우면 우리 마음에 잘 와 닿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저자 정신실 사모님은, 자신을 캐릭터 "모님"으로 등장시키고, 아홉 가지 유형에 해당하는 캐릭터 아홉을 차례로 혹은 동시에 무대에 올려, 이 책 내내, 친근하고 자연스러운, 때로는 심각한, 대화를 주고받게 하고 있습니다. 정신실 사모님이 하시려는 말씀은, 캐릭터 모님의, 자상한 그러나 예리한 어조로 조곤조곤 전달됩니다. 우리들 독자는 책 처음에 나온 표를 보고, 내 성격, 가면이 어느 유형인지 판단한 다음, 나를 대변하는 캐릭터가 모님과 나누는 대화를 들으면 됩니다. 저는 오랜 시간 동안 마음에서 해결되지 않던 답답함이나 궁금함이, 이 대목을 읽으면서 말끔히 가시는 느낌이었습니다. 우리가 살아오면서 나를 힘들게 했던(혹은 나를 기쁘게 해 주었던) 다른 사람들 역시, 이 아홉 가지 유형 안에 고스란히 들어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특히 힘들었던 과거의 체험을 떠올리며, 캐릭터(나를 힘들게 한 그 사람을 대변하는)와 모님이 나누는 대화를 읽고 "그래서 그 사람이 그랬던 거였군." 하며 이해할 수 있습니다.

사람의 성격을 분석하는 도식이라고 하면, 그저 심심풀이 삼아 즐기는 화제라고 생각했는데, 이 책을 통해 (개인적으로) 처음 알게 된 "에니어그램"이라는 패러다임에 이런 깊은 의미가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아니, 더 정확하게 제 느낌을 말하자면, "에니어그램" 자체가 놀라웠다기보다, 저자 정신실 사모님의 그 깊은 사고, 자상한 배려(사모님의 주변 인물들, 웹 저작물과 이 책의 독자들을 향한), 논의 주제에 대한 체계적인 분석, 정리, 이 모든 역량에 대해 놀랐다고 해야겠어요. 저는 신앙인이 아니라서 그 부분에 대한 언급은 안 했지만, 기독교 신앙을 지닌 독자들이라면 그 치열하고도 순수한, 주님에의 외바라기를 도모하는 자세에도 깊은 찬탄과 공감을 표할 것 같습니다.

정신실 사모님은 부군 김종필 목사님과 함께 <와우 결혼>이라는 책을 쓰신 적도 있습니다. 이 책 역시 "어쩌면 부부 사이의 행복과 그를 위한 바른 길, 거기에 신앙인으로서 갖춰야 할 미묘한 고민 등을 깊이 생각하고 조목조목 써 내려 가실 수 있을까?" 하는 감동을 제게 준 책이었는데요. 부끄럽게도 책을 다 읽고 나서야 두 책이 같은 분의 솜씨임을 알 수 있었습니다.

정 신실 사모님의 생각과 글은, 비신앙인이 흔히 오해하듯 신앙인 자신만의 기준에 갇혀 타인을 이해하려 들지 않는다는 고정 관념을 완전히 깨 주는 내용입니다. 나의 상처를 치유해 주는 자상한 본문도 좋았지만, 책 말미에 실린 후기에 물씬 배어 나오는 그 진지한 실천적 고민의 흔적들이 제게는 정말 큰 감동을 주었습니다. 스스로를 보수적인 개신교인이라 칭하시면서, 문화적으로 정서적으로 이질감이 느껴지는 이런 "가톨릭적" 영성 도구를 흔쾌히 받아들여, 누구나 받아들일 수 있게 자신의 버전으로 풀어 주시는 모습, 정말 감탄스러웠습니다. 이성적이고 냉철한 면모와, 올바르고 정의로운 것을 향한 끓는 듯한 열망이 한 영혼 안에 공존하는 모습이, 쉽게 볼 수 있는 예가 아니라는 점에서 더욱 그러했습니다. 독자로서 참 이런 글, 이런 책을 읽게 해 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게 만드시더군요.

내 성격을 알고 싶으면, 타인과의 관계에서 상처를 받지 않으려면 이 책을 읽어 보십시오. 진짜 큰 도움이 될 겁니다. 기독교 신앙이 아직 낯설거나 거리감이 느껴지는 독자들도 아무 개의할 것 없습니다. 내 성격을 내가 알고 다스리는 데에 이만한 길잡이가 없습니다. 읽는 과정에 아마 "참 기독교인의 모습이 이런 것이구나!'하며 새로운 각성도 밀려올 것입니다.


PS

언제나 느끼는 거지만, 죠이선교회의 책들은 편집도 참 예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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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정부지원금 받기 프로젝트 - 어려울 때일수록 정부지원금이 답이다
김영모 지음 / 황금부엉이 / 2014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1. 누구를 위한 책인가?


이 책은, 좋은 기술이나 혁신성 있는 상품 개발 아이디어를 가진,

㈀ 창업 예비자 (아직 창업을 하지 않고 예비 단계에 있거나, 갓 창업을 한 사업자)

㈁ 기존 사업자 


이 두 그룹을 대상으로 하여,

어떻게 하면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는지,

구체적인 방법(아주 자세한 사항까지 다 나와 있습니다)을 가르쳐 주는 책입니다.


사업자의 자격은 어떠한가?

㉠ 원칙적으로, 좋은 아이디어와 기술(완성 단계가 아니라도 됩니다)을 가진 사업자는

누구나 제한 없이 지원할 수 있습니다.'


㉡ 법인인가 개인인가에도 제한을 두지 않습니다.

단, 법인 사업자는 자금력, 사업의 안정성 등 여러 면에서

개인 사업자보다는 사실상 우대를 받을 가능성이 큽니다(해당 정부 기관의 평가 면에서).

저자 김영모 선생은, 이런 의미에서, 되도록이면 법인 사업자 형태로 지원하는 것이 나음을

권하고 있습니다.


법령에서 정한 결격 사유가 있으면 안 됩니다.

예를 들어, 국세, 지방세 등의 체납 사실이 있다거나,

금융 기관과의 채무 관계 면에서 그 불이행 상태가 확정되었다든지 (다툼이 있는 단계를 넘어, 법원에서의 패소 확정 판결 등),

부채비율이 1,000%를 넘었다든지

자본 잠식 상태로 접어들었다든지 (법인의 경우)

이런 사업자의 경우, 자격에 결격이 생기는 게 보통입니다.

(구체적으로는 차이가 날 수 있으므로 법령을 확인해 봐야 하지만 - 이 책에 자세히 나옵니다

대체로 이런 사유가 있을 경우 지원을 받을 수 없습니다)

단, 신용 회복 절차에 관한 협약이 완료되었다든가,

창업을 한 지 2년 미만인 기업은 예외로 취급될 수 있습니다.


업종에 제한이 있습니다.

우리 상식에 비추어, 정부가 지원까지 할 필요는 없는 경우가 이에 해당합니다.

(예: 미용업, 치킨, 피자 등 요식업, 갬블링, 목욕업 등)




2. 지원에는 구체적으로 어떤 것이 있는가?



자금 지원입니다.


기업 운영에 있어 언제나 가장 절실한 문제는 자금의 조달입니다.

이 자금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

원칙적으로 기업은 금융기관으로부터 융자를 받는 게 보통이고,

또 금융기관이라는 곳의 존재 이유도 거기 있습니다만,

대출의 벽이 너무나 높은 게 현실이죠.


중소기업, 개인 사업자들의 이런 현실적 애로를 해소하기 위해,

정부는 자금 지원의 방법을 두 가지로 마련하고 있습니다.


출연자금지원 (거의 무상 지원)

융자자금지원 (상대적으로 유리한 조건의 유상 지원)


출연자금지원은, 이 책의 핵심 내용입니다.


이 출연자금은


첫째, 만약 기술 개발이 성공적으로 끝나면,

그 지원액 원금의 10%를, 기술료 명목으로 반환하면, 정부에 대한 모든 의무는 해소됩니다.


또한, 혹시 기술 개발이 실패로 끝난다 해도,

최선을 다해, 감독 기관의 지시에 따라 성의를 다했다면,

해당 기업은 당해 자금을 반환할 의무가 없습니다.


출연자금 지원은 이 점에서 기업과 사업자에게 아주 유리한 제도입니다.'


물론, 지원 액수의 한도에는 제한이 있습니다.

정부 지원금만으로 창업을 하거나, 기술 개발에 필요한 운전 자금을 다 충당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당장 얼마의 액수라도 아쉬운 사업자에게는

거의 무상이라고 할 만한 정부 지원금이 1, 2억이라도 확보됨에 따라

어려운 고비를 잘 넘길 수도 있는 것입니다.



융자자금지원은 우리가 생각하는 "대출"의 형태입니다.


이는, 인적(人的)인 일정 요건과, 물적 담보만 있으면,

비교적 간단한 절차를 거쳐 집행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유리한 이자율을 적용 받고, 정부 기관이 주체(계약 당사자)이며,

상환 방법에 있어 융통성이 조금 있다는 것 말고는

은행권 대출과 큰 차이가 없습니다. (만기 후 원금 상환 의무, 매월 이자 납부 등)


이 융자 자금 지원은, 위에서 본 업종 제한도 거의 없다는 점에서,

해당 직종에 종사하는 분들께는 유리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많은 창업 예비자들, 기존 사업자들이

좋은 아이디어와 구상을 갖고 있으나 단지 운전 자금의 부족 때문에 고생할 경우,

출연자금지원이 보다 직접적이고 효과적인 도움을 줄 것임은 당연합니다.


이 책은 주로 ㈀ 출연자금지원을 필요로 하는,

기술관련 사업자(우리가 흔히 "벤처사업가"라고 하는 분들)이

어떻게 하면 보다 높은 확률로 ㈀ 출연자금지원을 받을 수 있는지

그 방법을 가르쳐 주는 책입니다.



기술 지원


이에는, 상품이나 서비스 개발을 위한 구체적인 노하우, 자문을

전문 기관에서 파견된, 전문가들이 직접 지원을 해 주는 형태입니다.

주관 기관은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 입니다.

(링크를 누르시면 해당 기관의 홈페이지로 이동합니다만,

실제로 사업자, 혹은 신청자가 이곳을 방문할 필요는 없습니다.

사업자들의 지원 신청을 받는 소관 부서는 따로 있기 때문입니다.

자세히 후술하겠습니다)


제품의 개발, 사이트 구축 등 기술적 요소 뿐 아니라,

경영 전반의 자문까지 응해 줍니다

(위기 관리 대처 능력, 재무건전성 진단, 기타 경영 혁신 자문 등 다양함).


자세한 내용은 책의 해당 부분을 보시거나,

후술할 "중소기업 건강 관리 시스템"에서 봐 주세요.



3. 자금 지원, 그리고 기술 지원은 어떤 형태로 제공되는가?


바로 이 사항이, 기업이나 사업자에게는 가장 큰 관심사입니다.


크게 두 가지 루트입니다.

개별 사업 공고를 보고,

내가 운영하는 사업, 혹은 아이디어에 적합한 사업을 골라

양식에 맞추어 지원한다.


중소기업 건강 관리 시스템에 신청 지원한다.


ⓐ는 중소기업원에서, 그때그때 사업별 특성에 따라,

이러이러한 사업을 지원하니 해당하는 기업은 신청하라는 공고가 납니다.

이 때를 놓치지 않고 지원하려는 분들께 해당되는 경로죠.

신청할 수 있는 자격은 해당 공고에서 자세히 정해 주고 있겠지만

대체로는 제가 맨 위에 적은 사업자들에게 자격이 주어집니다.


ⓑ는 위와 다릅니다.
연중 신청을 받습니다(원칙적으로 매달 초입니다).

신청할 수 있는 자격은 정해져 있습니다.

ㄱ. 창업 후 2년 이상이 지난 기업

ㄴ. 상시 5인 이상을 채용하는 기업

ㄷ. 건강 진단에 적합한 업종을 영위하는 기업


ⓑ의 경우 뿐 아니라, 이 책에서 설명하는 모든 경우에,

과연 내가 해당 업종인지 아닌지를 쉽게 알려면,

먼저 제외 업종 해당자인지 아닌지부터 살펴야 합니다

(책에 나와 있습니다. 아니면 해당 법령을 직접 찾아 그곳의 별표를 보아야 합니다).

보통 제외 업종이라면, 위에서 말한 미용업, 요식업, 갬블링 등입니다

(융자 지원은 별도로 가능할 수 있겠습니다만).


그 다음에, 제외 대상 업종이 아님이 확인되었다면,

이때 비로소 법령에서 배려하는 업종에 자신이 해당되는지를 살펴야

시간과 노력을 절약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4. 구체적으로 어떤 절차를 밟아 신청하는가?


개별 사업 공고는, 공고가 나는 매체를 살펴야 합니다.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가장 간편한 장소는 이곳

기업마당입니다. 클릭하면 해당 사이트로 이동할 수 있습니다.

수시로 사이트에 들러서 정보를 확인하고

나에게 적합한 사업 공고가 났는지 확인해야 하지만,

이메일이나 문자 메시지 알림을 신청하면 더욱 편하게 정보를 받을 수 있습니다.


신청을 받는 곳은 여기가 아니라 따로 있습니다.

중소기업기술개발 종합관리시스템 (클릭하면 해당 사이트로 이동합니다)





중소기업 건강 관리 시스템은 위와는 다른 루트입니다.

직접 진단 기관을 방문해야 합니다.

여기서 진단 기관은

ㄱ. 중소기업청 지청 (예: 서울지청, 부울지청, 대구경북지청 등)

ㄴ. 중소기업 진흥공단 본부, 지부

ㄷ. 신용보증기금 영업점

ㄹ. 기술보증기금 기술평가센터


이 네 기관입니다. 이들 중 가까운 곳을 직접 방문해서 신청해야 합니다.

준비물은

ㄱ. 건강진단 신청서

(이것을 작성하기 전에, 내가 결격 사유가 혹시 있는지 체크리스트를 먼저 거칩니다)


ㄴ. 사전동의서

아무래도 기업 영업 사항에 외부 기관이 접근하는 일이다 보니

사전 동의서가 요구될 수밖에 없죠.


ㄷ. 사업자의 인감


이 세 가지입니다.

그 외 사업자등록증이나 위에 적은 요건 구비(5인 이상 상시 채용 등)를 증빙할 서류도

반드시 지참해야겠습니다.



5. 사업 계획서가 중요하다던데...


사업 계획서는 정부 지원금을 받기 위한 핵심 요건입니다.


이 책의 내용도, 사업 계획서를 어떻게 하면 잘 써서

평가 기관으로부터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는지,

주로 이 부분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사업 계획서를 작성하는 요령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한글 맞춤법에 의거한 정확한 표현을 써야 한다.

(정부 기관에 제출하는 공문서이므로 당연한 요구입니다)


둘째, 미사여구는 가급적 피한다.


셋째, 의도적 모호성을 띤 표현은 절대 피해야 한다.

(의도적 모호성이란, 해당 사업 공고 내용에 적합한지 아닌지를

분명히 밝히지 않고, 그 부적함성을 감추기 위해, 혹은 그런 오해를 유발할 만큼

모호한 표현을 쓰는 걸 말합니다

이런 경우는 예외 없이 감점이나 탈락 대상이 된다고 합니다

또한 가급적이면 추상적인 표현을 삼가고

구체적이며 기술적인 용어를 구사해야 합니다)


분량상 이 책의 거의 36% 정도는

모범적이고 심사 주체 기관이 선호할 만한

양식과 내용을 갖춘 사업 계획서를 작성하는 방법 기술에 할당되어 있습니다.

지원자들은 반드시 살피고, 자신의 계획서를 적어야겠습니다.


경쟁이 워낙 치열하므로, 사업 계획서 단계에서 합격 여부가 결정되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6. 무슨 아이템으로 도전해야 하나?


사실 사업 계획서 작성이다, 공고 확인이다, 이런 문제 이전에

내가 도대체 무슨 아이디어로 지원금을 받으려고 하는지

그 내용을 결정하고 구체화하는 게 먼저입니다.


이 내용이 결정되지도 않았다면,

마치 상갓집에 가서 애타게 곡을 한 후, 누가 죽은 거냐고 묻는 모습이나 마찬가지라고 하겠습니다.


저자 김영모 선생은 이런 충고를 합니다.

"내가 지금 영위하고 있는 사업과 구체적인 연관을 띤

사업 프로젯트를 가지고 도전해야 한다.'


다른 말로 하면, 아무리 아이디어가 기발하고 전망이 좋아도,

내가 지금 하는 사업과 직접 관계가 없으면 곤란하다는 뜻입니다.


그 이유는 이렇습니다,.

ㄱ. 심사 기관이, 사업자가 영위하는 업종과 동떨어진 아이디어에 대해서는 점수를 후하게 주지 않는다,.

ㄴ. 어차피 사업자도, 자기가 현재 벌여 놓고 있는 사업에 대해

고민하고 생각하는 시간이 많으므로, 그 영역에서 좋은 아이디어가 나올 가능성이 더 크다.

동떨어진 분야는 어차피 잘 모르는 곳이므로, 냉정히 살피면 부실한 데가 반드시 나온다.


일단 연관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정부의 심사 주체는

ㄱ. 그 사업이 필요성이 있는가?

(이 사업이 번창하면, 국민 경제에 어느 정도 공헌할 수 있는지 등)

ㄴ. 기존에 나온 사업들과 과연 차별성이 있는가?

ㄷ. 시장에 상품으로 나오면, 과연 소비자들로부터 선호될 만한 사업성(시장성)이 있는가?


이 세 가지 기준으로 주로 판단한다고 합니다.


따라서 사업자는, 이 세 가지 요건을 항상 염두에 두고

평소부터 프로젝트를 구상해야 한다는 게 저자의 조언입니다.



7. 절차는 어떠한가?


사업자가 통과해야 할 관문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 서면 평가

㉡ 대면 평가 

㉢ 현장 평가

이 중 은 전문기관이 주관하며,

은 관리기관의 소임입니다.


여기서 전문기관은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http://www.tipa.or.kr/index_p.jsp)이며,

관리기관은 중소기업청 (http://www.smba.go.kr/kr/index.do)입니다.


에서 가장 중요한 건 사업 계획서 작성임은 더 강조할 필요가 없겠습니다.

보통 의 순으로 이뤄지나, 구체적인 사업 공고 내용에 따라 순서가 바뀔 수도 있습니다.




8. 사업계획서의 다른 용도는?


사업 계획서를 수 개월에 걸쳐 애써 작성했는데,

만약 심사에서 불합격하면 대단히 낭패입니다.


그러나 이를 "재활용"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ㄱ. 벤처기업 인증을 받는 데에 사용한다.

ㄴ. 중소기업 진흥공단에서 수시로 집행하는 정책 자금 신청시에 사용한다.

ㄷ. 부설 연구소를 설치하고 이를 인가 받을 경우에 사용한다.


저자 김영모 선생은 특히 세번째 경우를 매우 강조합니다.

부설연구소란 쉽게 말해 기업의 R&D 기관인데,

이런 기관은 기업의 활동에 직접 기여할 뿐 아니라,

이로 인한 각종 혜택이 많다는 점 때문입니다.


그러나 기업의 사정에 따라 부설연구소를 갖추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는 연구전담부서라도 신청하라는 게 김 선생의 조언입니다.

저자에 따르면, 둘은 특히 세제 혜택 면에서 큰 차이가 없다는 것입니다.


이 책의 p403에 의하면
부설연구소와 연구전담부서의 세제상 혜택의 차이는 단 하나입니다.

"연구소 건립을 위한 부동산 취득시, 취득세의 면제"

그런데, 어차피 연구전담부서의 경우는 부동산 신규 취득이나 전용이 해당 자체가 없으므로,

최소한 세제상 혜택의 면에서는, 이 둘은 동일하다고 봐야겠습니다.



9, 맺음말


저자는 그런 말을 하고 있습니다.

"흔히 정부 지원금은, 받는 절차가 아주 까다롭거나, 

어차피 지원 받는 사람, 기업이 정해져 있다고 생각해서

많은 기업인들은 아예 관심도 안 갖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현실은 어떨까요?

책을 보면, 정말 많은 경우에 현실적인 지원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기존 사업자로서 상당 기간 사업을 영위해 온 분들은 그런 분들대로,

이제 갓 사업을 시작하려는 젊은 층을 위해서는 또 그들에 맞는 방식으로,

정부와 지자체(예를 들어, 서울특별시 차원에서도 다양한 방법으로 청년 창업을 지원 중입니다)는

알고 보면 무시 못할 만큼 유용하고 직접적인 지원 방안을 마련하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좋은 아이디어가 있고, 구체적인 절차에 조금만 관심을 기울인다면,

한 푼이 아쉬운 사업자의 입장에서, 적시의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또한, 사업이 위기에 빠져 있다거나,

해당 기관의 표현을 빌리면 "성장통"을 앓고 있는 중소기업에.

적절한 자금 지원이나 경영상의 컨설팅이 행해진다면,

정신적인 면에서나 사기 진작상으로도 도움이 분명히 될 것입니다.


책에는 방대한 내용이 백과사전처럼 담겨 있어서,

최신 정보, 유관 기관의 담당자 이름, 연락처 까지 망라되어 있습니다.


이 책을 읽고 경영의 최전선에서 고민하는 이들의 노고가 조금이라도 줄어 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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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의 자격 - 내가 제대로 키우고 있는 건가
최효찬.이미미 지음 / 와이즈베리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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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떤 소설을 읽어 보니, 아들이 위기에 처한 아버지의 목숨을, 자신의 위험을 무릅쓰고 구해 주면서 "낳아 주신 은혜에 대해 조금이라도  그 빚을 갚았다."고 말하는 대사를 봤습니다. "부모의 자격"이라는 타이틀을 단 이 책을 보면서, 처음에는 좀 마음이 무거워지기도 했습니다. 낳아 주신 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하는 부모님인데, 그 부모 노릇을 하기 위해 또 다른 무슨 자격 같은 걸 꼭 갖춰야 하는 걸까요? 부모에 "자격"이 있다는 그 말 자체가 생소하고, 위화감을 느끼게 합니다. 저자를 보니 최효찬 소장님입니다. 평소에 우리 교육 문제, "교육"에만 치중하다가 사회 전반의 도덕성, 경제 기반이 붕괴하기에 이르렀다는 우려를 낳게 하는 우리의 현실에 대해, 명쾌하고 학문적 기반을 갖춘 진단을 여럿 내어 놓은 분이죠. 모두가 걱정하고 모두가 불만족스러워하지만, 아무도 그 근본 문제에 대해 선뜻 답을 내놓기를, 행동에 옮기기를 주저하는 교육 문제, 과연 어디서부터 그 시작을 잡아야 할까요?


우선 저자는, 재수, 삼수를 해서라도 명문대학에 가야만 한다는 강박 관념의 허상부터 지적합니다. 한국 사회를 비판하는 입장이건, 그렇지 않은 입장이건, 이 사회가 학벌 위주로 단단하게,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이 꾸려져 있다는 사실에는 대체로 공감합니다. 대학 입학 당시부터 대학의 서열화, 그 대학에 입학한 학생들의 신분(카스트) 서열화가 이루어지고, 이로 인해 수많은 문제가 파생합니다. 그 와중에, 심적 부담을 이기지 못해 자살하는 학생마저 나오는 현실입니다. 내 자신의 인생이 행복해 지기 위해 점수도 올리고 명문대도 가는 것인데, 우리의  현실은 주와 객, 목적과 수단이 도치되어, 점수를 위해 생명포포함한 다른 모든 가치를 희생해도 무방하다는 쪽으로 흐르고 말았습니다. 설사 좋은 대학을 나와 남들이 부러워하는 직장, 직종에 종사한다 한들, 성장 과정서 바르게 함양되지 않은 인성 정립과, 사춘기에 적정한 자양을 흡수하지 못해 영혼에 새겨진 상처의 힐링은, 이후 어떤 물질적 보상, 세속적 성취를 통해 가능할 수 있을까요?


특히, 얼마 전 친 어머니를 죽음에 이르게 한 어느 학생의 예는, 많은 이들에게 충격과 자성의 기회를 마련해 주기도 했습니다. "너는 그저 공부만 열심히 해서, 명문 대학에만 진학하면 된다." 만약 누가 "부모의 자격"를, 이런 학업 뒷바라지 차원에서 거론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 어머니는 유관 기관에서 훈장을 주어도 아깝지 않은 훌륭한 자격을 갖춘 부모였을 텝니다. 그러나 그 아들은, 어머니가 자신을 위해서 그처럼 각별한 모습을 보였음을 잘 알고 있음에도, "내가 원하는 자아"와 "어머니가 원하는 자아" 사이의 갈등, 긴장을 이기지 못하고, 끔찍한 일을 저지르고 말았습니다. 점수 따기 경쟁의 와중에 자신과 부모, 그리고 주변 모두의 삶을 망치고 만 것입니다.



 

책은 이 모든 암울한 현실, 끝이 보이지 않는 악순환의 고리를 두고, "당신이 생각하는 그 방향이 옳은 것"이라며 독자에게 실증적 해법을 제시합니다. 현재 문과 계열에서 입학 점수 피라미드의 서열상 가장 높은 위상을 점하고 있는 서울대 경영학과 신입생들을 상대로 조사를 한 바가 이 책에 실려 있습니다. 이 결과를 보면, 신입생 중에 어려서부터 내내 1등만을 도맡아 하거나, 부모님이 특별히 베푼 배려로 해당 학과에 입학한 경우는, 생각보다 그 비중이 높지는 않다는 것입니다. 예 외적인 경우이긴 하겠으나, 집에 오면 게임이나 기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게 전혀 간섭 없이 방임하고, 휴일에는 신나게 축구를 하게 해 준 부모님도 있었다고 합니다. 그분들의 말은 "그렇게 해서 풀린 스트레스, 좋은 기분, 컨디션 이런 게 2~3주는 가거든요."입니다. 설사 아이가 공부를 하겠답시고 방 안에 틀어 박혀 있어도, 그 동안 딴 생각으로 가득하거나,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해 받은 스트레스를 다른 데서 풒어야 한다."는 네거티브 이펙트로만 그 머리가 채워져 있다면, 앞으로의 공부 능률 상승을 기대할 수 없죠(극단적으로는 위에 예로 든 학생의 비극을 초래할 수도 있겠구요). 여기서 알 수 있는 것은, 흔히 "강남 엄마식"이라고 하는 아이들 관리법을 모두가 따를 필요가 없다는 점입니다.

신 교수님은 언제 뵈어도 지적이고 안정된 풍모를 보이시는군요.


소위 "부모의 자격"을 갖추기 위해, 경쟁적으로 이뤄지는 자식들의 "대리 경주마 노릇"은, 그 효과도 의문스러울 뿐더러, 나중에 따로 치러야 하는 부작용의 비용도 만만치 않고, 실제로 부모나 아이 모두 각양각색일 자질과 체질, 성향을 고려하면 따라할 수도 없다는 게 저자의 결론입니다. 아이를 강제로 혹사하고, 원치 않는 행동을 기계적으로 조련하고, 궁극적으로는 부모와 아이 모두 삶과 행복으로부터 소외되게 만드는 "미친 질주"는, 그 과정이나 성과 면에서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시지포스의 도로(徒勞)에 지나지 않는다는 거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이 순간에도 모든 부모님들은 아이들 교육을 위해 그저 노심초사입니다. 아빠는 "내가 벌어오는 수입이 부족해서 아이 사교육에 들이는 비용 조달에 지장이 있을지" 애를 태우고, 엄마는 그저 또래들과 정보를 교환하느라 여념이 없습니다. "일반고에서 1등급하는 것과 특목고 1등급은 차원이 달라." "수능은 어차피 재수생한테 안 되고, 수시(그 중에서도 입사관 전형)는 자사고 애들한테 다 밀리게 되어 있지." "이렇게 애를 쓰는데 스카이를 못 가면 어쩌지? 어떤 엄마 자살했다고 신문에 날지 모르니 다들 알아서 봐." 마지막 말씀이 압권입니다. 아이를 제대로 뒷바라지 못 하면, 그게 부모 자격을 이미 상실한 것이고, 아이한테 해 줘야 할 도리, 나아가 이 사회 성원으로서 제 구실을 못한 낙오자라고 스스로를 단죄하기에 이른 것입니다. 누가 강제한 게 아니라, 우리들 스스로가 이런 불문율, 철의 규약을 이미 합의 하에 생성하여, 법보다, 도덕보다, 종교보다 강한 구속력으로 자신을 옭아매고 있었습니다.


저자들 역시(최 박사님의 저서를 여럿 읽어 온 독자들은 아시겠지만) 명문 대학을 나오고, 한국에서 상위 몇 %안에 드는 엘리트들입니다. 이런 분의 입에서 나오는 말이니만큼, 그 말이 주는 설득력은 남다릅니다. 원하는 대학을 가도 불행해지는 아이가 있으며, 남들이 선망하는 직장을 잡아도 그 안에서 행복을 찾지 못하는 이가 있습니다. 행복은 철저히 주관적인 것이며, 다른 이가 세워 둔 표준에 억지로 맞춘다고 없던 행복이 달성될 수 있는 게 아니죠. 저자들의 주장은 그것입니다. 1) 과연 내가 원하는 삶이 남들 따라만 한다고 이뤄질까? 2) 기계적이고 강요된 방식의 공부가, 과연 원하는 성적을 이뤄 낼 수 있을까? 이 두 문제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주체적 사고와 관점으로 기울여 보라는 것입니다.


입 시 경쟁의 가혹한 장은 그 자체로 참고 봐 주기 끔찍한 무질서입니다. 자살이니 죽음이니 하는 사례가 아무리 예외, 소수의 몫일 뿐이라 해도, 마치 환경의 피폐를 지표식물처럼 미리 감지하고 모두에게 경고하는 타산지석으로 새기지 못할 바 없습니다. 현재 한국의 눈부신 발전은 분명 엘리트 위주, 수월주의 교육으로 달성되어 왔고, 글로벌 거목으로 우 뚝 선 삼성의 성공 사례가 강남 엄마들이 악착같이 길러낸 인재들이 그 밑거름이 되었음도 분명합니다. 하지만 이제는 획일화된, 그래서 전체의 피폐를 부르는 제로 섬 게임보다, 타인에게 악영향을 끼치지 않으면서 나의 행복도 도모하는 상생의 터전을 고민할 시점입니다. 저자가 우리에게 일러 주는 메시지는 이런 절충적인 것으로 해석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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