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카소의 색 - 빛의 파편을 줍다
게리 반 하스 지음, 김유미 옮김 / 시드페이퍼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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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날의 피카소, 그 좌절과 모색의 시기를 그린 작품입니다. 그의 유년시절부터, 1차 세계 대전이 발발하던 무렵까지를 다루고 있습니다.


어 려서부터 피카소는 그런 말을 듣고 자랐다고 하네요. "네가 군인이 되길 원한다면 너는 으뜸가는 대장군이 될 것이요, 네가 성직자가 되길 원한다면 너는 교황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책에서 내내 "파블로"라고만 호칭되는 피카소(기다란 풀 네임도 소설 초반에 제시되어 있어요)는, 그처럼 두뇌의 회전도 빠르고, 체격도 당당한 헌헌장부의 모습으로 청년 시절을 보냈습니다. 또래들로부터는 남자, 여자 할 것 없이 따르는 이들도 많은 편이었고요. 그런 인물이 붓과 물감을 다루는 솜씨까지 뛰어났으니...


하지만 운명은 그에게 순탄한 전진의 항로만을 제공하지는 않았습니다. 재정적 후원의 보장(친지로부터의)까지 있었던 그의 친구(카를로스 카사게마스) 역시 결국에는 순탄한 길을 갈 수가 없었으니, 재능과 열정이라는 신의 축복도 "젊음"이라는 질풍 노도의 시련을 거치며 대부분은 살아남지 못하는 게 필연이 아닌가 하는 생각, 이 소설을 읽으면서 들었습니다. 꽃 처럼 피어나는 젊음은, 재능을 보존하고 갈고 닦아야 할 인재들에게는, 차라리 거세되어야 할 유혹에의 페로몬 샘이 아닌가. 비극적인 사고 없이 미술 수업만 제대로 마쳤다면, 친구 피카소에 못지 않은 대화가가 될 수도 있었을 카를로스의 최후를 보며 든 생각입니다. 작가 게리; 반 하스의 표현에 의하면, "신과 인간의 경계를 넘나들며 그 한계에 도전한" 파블로 피카소 같은 이들도, 그 젊은 시절 자칫하면 소중한 재능과 천재적인 작품 창출 모두를 무(無)로 화하게 할 위기에 여러 번 처하고, 어처구니없는 실수도 저지르는 게, 예외가 아닌 보통의 사례라는 인상까지 받았습니다. 

자화상. 왼쪽은 1901년, 오른쪽은 1896년입니다. 이 책에도 나오는 것처럼 1901년이면 빛의 도시 파리에 막 도착했을 무렵이죠.


주 위로부터 언제나 기대를 모았고 활력과 야망에 넘쳤으며, 외모나 기질 어느 면에서도 타인의 사랑을 받기에 충분했던 젊은 피카소는, 그러나 안전하고 검증된 길을 걷기보다, 신이 자신에게 부여한 재능을 최대로 발화할 수 있는 시련의 행로를 굳이 택합니다. 그것은 돈 한 푼 없이, 친구 카를로스 카사게마스와 함께 파리로 가서, 세 계 첨단의 조류와 유행을 접하고, 평론가나 미술 애호가의 눈에 들어 큰 성공을 누려보기도 하자는 것이었죠. 그러나 파리에 도착한 그들은, 이 모든 것이 고향 스페인에서 꿈꾸던 바의 이상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음을 깨닫게 되며, 특히 자신만의 순수 미학의 세계를 파고드는 길과 시장의 구미를 맞추는 일은 결코 양립하지 않음도 절감하기에 이릅니다.

뻬빠 숙모의 초상. 1901

그의 고국 스페인은 이미 많은 빼어난 화성(畵聖)들을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머나먼 앞선 시대의 엘 그레코와 프 란시스코 고야가 그들이죠. 아무리 천재인 피카소라고는 하나, 태어나면서부터 그의 입체파 터치와 관점을 완성한 채 자유로운 일필휘지가 가능하지는 않았겠죠? 이 책에서 배운 바로는, 그 역시 많은 대가로부터 쉼 없이 영향을 받고, 그들을 모방의 대상으로 삼았으며, 때로는 동시대의 앞선 거장(예컨대 마티스)로부터 심한 경계와 모욕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는 사실입니다(소설 후반부에, 앙리 마티스와의 격한 갈등의 모습이 나옵니다). (이 소설에서 다루는 시기는 아니지만)피카소가 노년에 이르러 확고한 명성을 다진 후에도, 고야의 <1808년 5월 3일의 처형>을 두고 노골적인 모방을 한 작품이라 하여 그의 <한국에서의 학살>이 많은 비난의 대상이 된 일도 있었습니다. 이미 이 시기부터, 고야는 피카소의 어린 영혼을 사로잡고 있었던 듯합니다. 영화감독 피터 잭슨은 <킹콩>을 리메이크하여 적절한 칭찬을 받은 반면, 구스 반 산트는 히치콕의 <사이코>를 어설프게 재현했다는 이유로 많은 비난의 대상이 되었던 일도 생각나더군요.

제임스 사바르테스의 초상. 1901

절친 카를로스 카사게마스를 매개로 해서, 파블로 피카소는 여러 친구를 알게 됩니다. 그 중에는 위 작품의 주인공 작가 제이미 사바르테스도 있고, 이 소설에서 카사게마스를 죽음으로 몰고 가는 걸로 설정된 안나 포랭도 있습니다. 역사적 사실로는, 카사게마스의 자살에는 다른 여인이 연루되어 있었다고도 합니다.


파블로의 주위에는 여자가 끊이질 않았습니다. 심지어, 임차료를 내지 못해 거주지에서 축충당할 위기에 놓이자, 애인이었던 매춘부 페르낭드가 기지를 발휘하여 퇴거의 위기를 모면한 일화도 이 소설에 나오고 있습니다(두번째 연체 때엔 결국 쫓겨나죠). 기욤 아폴리네르의 소개로 여러 명사를 접촉하기도 하지만, 타고난 재능에 대한 자부심이 강했던 그는 누구와도 잘 융화하지 못합니다.


파 블로 피카소가 정치에도 상당한 정도로 관여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습니다. 이 소설은 갓 명성을 얻기 시작하는 그가, 1차 세계 대전 발발 소식을 접하고 친우들과 혼동스러운 감회에 젖는 걸로 마무리되고 있네요. 청색 시기를 통과하여 페르낭드 올리비에와의 장밋빛 시대로 접어드는 무렵의 그를 만나고 싶다면 이 소설이 좋을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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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나는 실수 - 성공을 위한 숨은 조력자 와튼스쿨 비즈니스 시리즈
폴 J. H. 슈메이커 지음, 김인수 옮김 / 매일경제신문사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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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워튼 스쿨 시리즈가 여러 곳에서 출간되어, 경영과 커머셜 분야의 의문 해소에 목마른 독자들에게 단비 같은 해갈을 해 주고 있습니다. 대가들의 진단과 해법은 언제나, 결국은 같은 결론에 이르더라도 그 논의의 전개 과정에서 근본의 의문까지 다 해결해 준다는 점이 다르다는 것, 이번에도 느끼게 되었어요. 며칠 전 조지 데이 교수의 <아웃사이드-인 전략>을 읽고 리뷰도 남겼는데, 이번에는 같은 와튼 스쿨 소속 슈메이커 교수의, 짧지만 심도 있는 저작을 또 읽었습니다. 


뜻하지 않은 실수로부터 위대한 발견이 나올 수 있다는 점은 익히 잘 알려져 있습니다. 요즘이야 그 남용이 심각한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지만, 개발 당시 "기적의 약"으로 꼽혔던 페니실린 역시, 뜻하지 않은 실험 과정상의 실수로, 우연의 산물로 세상에 나오게 되었죠. 이처럼, 실수는 비난이나 자책의 대상이라기보다, 성취와 업적을 위한 밑거름이 되는 수가 많습니다.


이 책의 내용은 아래의 표 하나로, 대체적인 요약이 가능합니다. (매경에서 나온 이 번역서에는 p64에 실려 있습니다)

우리 인생에 있어서, 단 한번의 결정으로 그 성패가 좌우되는 일은 없죠. 상황에 따라 위험하고 안이한 발상일 수 있지만, "다음 번의 도약을 위한 발판으로 사용할 수 있는" 실수를 저지르는 건 때에 따라 유익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이 책이 주장하는 바처럼, 실수도 유익할 실수를 "전략적으로" 골라 가면서 저질러야지, 마냥 슬랩스틱을 선뵌다면 그건 아무 의미 없는 바보짓일 뿐입니다. 어른들이 하는 말 중에 "그냥 경험이라 생각하고!"가 다 그런 뜻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행(row)을 보시면 "실수의 비용"이 얼마인가?로 기준을 삼습니다. (이 한국어 번역본에서 "편익 비용"이라고 옮겨 놨는데, 제 생각에는 바로 다음에 언급할 열[column]의 "잡재적 편익"과 중첩되는 부분이 있어서 한눈에 들어올 것 같지가 않습니다) 무슨 말인가 하면, 저 위의 표에도 나와 있듯, 이혼, 벤처 기업 파산 같은 실수는, 한번 저지르는 데에 치러야 할 대가가 엄청 큽니다. 반면, 주차 위반 딱지를 뗀다거나, 탑승해야 할 비행기를 놓치거나 하는 실수는. (안 하는 게 낫기는 하지만) 그런 일 좀 저절렀다고 큰 일이 벌어지거나 하진 않습니다. cost라는 건 그런 의미에서 사용됩니다. (역자 김인수씨는 아마 "기회 비용"과 분명히 구분한다는 의도에서 이런 번역어를 택한 것 같습니다만, 제 생각에는 불필요한 시도로 보입니다)


열(column)을 보시면 "잠재적 편익"이라고 나와 있습니다. (여기서 이 "편익"에 대한 비용을 말하는 게 아니라는 의미에서도, 저 "편익 비용"이라는 번역어는 잘못된 것입니다. 두 용어에 똑같이 "편익"이라는 말을 집어 넣으면, 두 "편익"사이에 모종의 상관관계라도 있는 듯 착각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보다시피 원문에서는 저자가 그런 표현을 안 하고 있지 않습니까?) 이 말은 무슨 말인가. 당장 실수를 해서 어떤 편익(혹은, 좋은 결과)가 나오는 건 아니지만(그렇다면 그건 이미 "실수"가 아니죠), 가장 희망적인 상황에서 기대할 수 있는 좋은 결과를 상정 가능할 때, 그것의 가치를 뜻하는 겁니다. 위에서 비용이 큰 실수의 예를 보면, "마약 중독"의 경우 치러야 할 대가는 커도, 이런 실수를 함으로 해서 어떤 혹시나 하는 뜻밖의 큰 선물을 기대할 수 있는가 하면, 그런 건 당연히 전혀 없습니다. 바로 이런 게, "잠재적 효용"이 낮은 실수라는 거죠. 반면 "실직" 같은 걸 보시면, 일시적으로는 좌절이 올 수 있으나, 만약 당사자가 빼어난 능력의 소유자라면, 더 나은 기회를 얻을 실마리가 된다는 점에서 잠재적 편익이 크다는 게 저자의 설명입니다(저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뿐만 아니라, 실직의 "비용"이 작다고 하는 저자의 입장에도 동의하기 어렵고요. 다른 예를 드는 편이 나았을 건데요).


아무튼 저자의 분류에 의하면, 2×2의 테이블이 결정하는 것처럼, 실수에는 4가지의 유형이 있다는 거에요. 이 네 가지의 유형 중에, 저자가 독자들더러 "한번 저질러 보라고 줄기차게 강조"하는 건, 바로 D. 즉, 잠재적 편익이 크고, 치러야 할 비용은 낮은, "brilliant mistake", 영리한 실수를 의미합니다.


실제 사례가 많이 소개되어 있어서, 읽기에 딱딱하지 않고 재미있습니다. "모든 성공의 99%는 실수다."라는 혼다 창업자의 명언 같은 게 많이 실려 있어서 지식 쌓기에도 유용했구요. 다만, 예컨대 에디슨의 실수 같은 걸 D.로 분류할 수 있을까요? 에디슨의 전구 필라멘트 적합 소재 발견을 위한 노력은, 그 과정도 고통스러웠겠거니와 금전적 비용 지출도 장난 아니었을 것 같다는 점에서 말이죠. 저는 에디슨의 경우 B.에 분류하는 게 더 합당하다고 봅니다. 또한, 우리가 일상에서 접하는 것들 중 D.에 속하는 건 그야말로 찾기 어렵습니다. 우리가 더 흔한 자원으로 마음을 열고 받아들이고 "저질러야 할" 부류는 오히려, B."심각한실수" 입니다. (이 번역도 serious를  "심각한"이라고 올기면 오해를 부를 수 있습니다. 오히려 significant처럼, "유의미한" 정도로 옮기는 게 낫다고 봅니다)


이 책의 탁월한 점은 본문도 본문이지만, 책 부록에 나와 있는 p202의 "포트폴리오의 정당화"입니다. 학창 시절에 CAPM을 배운 분들이 많이 있을 겁니다. 왜 저수익 안전 자산(기대효용이 실질적으로 마이너스인)을 포트폴리오에 집어 넣어야 하는가? 저자는 바로 이 "영리한 실수" 이론을 통해, 일시적으로 나쁜 결과가 발생할 것이 뻔히 보이지만, 잠재적 편익 하나를 바라보고 구성에 편입하는 게 현명하고, "합리적인(요즘 여러 군데에서 도전받는 개념입니다만)" 선택이라는 점 분명히 강조합니다. brilliant mistake가 CAPM하고도 연결이 된다는 게 신기했는데요, 이런 다양한 사례를 제 한 몸에 포섭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참 유용한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오타가 눈에 거슬렸습니다.

p 59: 3
펜닐베니아 →  펜실베니아

p 60: 4
흘러내는 → 흘러내리는

p 80:10
사업 아이디 → 사업 아이디어


첨언하자면, 부록 1에 나오는 아인슈타인의 실수 운운은 저자의 과장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16번은, 비록 아인슈타인 본인이 그렇게 말했다고는 하지만, 요즘 학자들이 이 우주상수 팩터의 타당성을 전혀 다른 각도에서 재발견했다고 하지 않습니까? 잘 모르는 분야의 이야기는 하지 않는 편이 나았을 겁니다. 이런 "실수"가 책의 격을 떨어뜨려 보이게 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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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어루만지다 - 닫힌 마음, 상처난 마음 치유 에세이
정도연 지음 / 홍익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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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원불교 교무로 재직 중이신 정도연 님이 쓰신 수상록입니다. 원불교는 박중빈 대종사가 창도한 이래, 주로 전북 지방을 중심으로 활발한 포교 활동이 이뤄졌고, 현재는 홍라희 리움 미술관장 등 사회 곳곳에서 저명인사와 시민들이 신봉하는 한국 고유의 종교지요.


원불교의 가르침을 접하는 때가 보통 독자들이나 시민들이 가질 기회가 있을까요? FM 라디오 가청 주파수 중 가장 낮은 대역대를 사용하는 방송 중 WBC가 있습니다(권투 관련 세계 기구는 아닙니다). 이 방송이 원불교 포교를 목적으로 하는 곳이고, 아마 프로야구 중계를 자주 듣는 분들은 이닝 종료마다 나오는 "경전 말씀"에 익숙한 분이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그 말씀을 듣다 보면, 이규항 캐스터의 구수하고 그윽한 목소리 덕분인지는 모르겠으나, 그 은근하고 가슴을 울리는 가르침에 대해, 종교를 떠나 공감하곤 하던 경험이 있는 분들이 꽤나 될 것입니다. 토착 종교의 가르침이란 이처럼, 다른 언어의 필터를 거르지 않고 우리의 심성에 바로 어필하는 부분이 있어서인지, 외래 종교보다 더 깊은 깨우침과 영혼의 안식을 주는 일이 왕왕 있습니다.


정도연 님은 다양한 주제에 대해 수상록의 형식으로 가르침을 주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직장인들을 향해, 더 성장할 기회를 주지 않는다고 회사에 대해 투정 섞인 불만을 내지 말라는 가르침입니다. 이런 불만은, 잘못의 원인을 나 자신에게 찾지 않고, 외부에 돌리는 나쁜 버릇이 몸에 배인 탓이라는 거죠. 정 교무의 처방은 간단합니다. "업무 시간 짬짬이, 나 자신을 돌아 보고, 나 자신의 참된 모습을 발견할 기회를 가지라."는 겁니다. 나 자신이 누구인지 알고, 마음으로 원하는 바가 뭔지 알면, 세상과 타인에 대한 불만이 마음에 자리할 시간이 없다는 것입니다.


그는 "마음에 불을 안고 사는 사람들"이 외외로 많다고 진단합니다. 이 런 "불, 울화"란 보통 남이 나 자신을, 나의 생각대로 인정해 주지 않는 사람들이 자기 가슴에 품고 키우는 수가 많다는 건데요. 그런 사람들이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 정해져 있다는 게 정 교무의 말씀이네요. "다른 건 다 참아도, 남이 내 자존심을 건드리는 건 못 참는다."  이에 대해 정 교무는 따끔한 일침을 놓습니다. " 나의 자존심이 왜, 다른 사람의 평가에 의해 영향을 받아야만 하나? 그런 사람은 자존심이 부족한 사람이다." 옳은 말이죠. 요즘은 이련 경우를 두고 "자존감"이라는 다른 용어를 만들어 쓰기도 합니다만, 결과는 큰 차이가 없습니다. 자기 확신이 부족한 인간들이, 남의 말에 일일이 신경을 쓰고 반응을 보이게 마련입니다. 어떤 경우는, 올바른 지적을 해 줬음에도 불구하고 발끈 화를 내면서, "이런 말에 감정이 상하고 한때나마 상대에게 굴하는 반응을 보이다니 나는 자존감이 왜 이리 부족한지 모르겠다."는 어처구니없는 반응을 보이는 경우도 봤습니다. "반성할 줄 아는 겸허한 마음"과 "낮은 자존감"을 혼동하는 어리석음의 발로죠. 이런 사람들은 원불교의 온화하고 평온한 가르침도 아무 소용이 없는 경우가 많더군요.


정 교무는 주문의 힘도 강조합니다. 예전부터 자기 암시라는 이름으로 많이들 강조되던 것입니다만, 정 교무의 주장은 주로 자기 긍정의 내용을 담은 것입니다. 차분히 입으로 되뇌고, 마음 속에 새기는 주문이란 그 자체로 강력한 원인의 발생이며, 최소한 정신 건강을 바르게 가지는 데에 도움이 됩니다. 이를 위해 저자는 "생각을 멈출 것"도 빼놓지 않습니다. 여기서 생각을 멈춘다는 건, 일체의 판단을 중지한다는 뜻입니다. 판단을 중지할 때, 마음 속의 모든 번뇌가 사라지고, 타인을 미워하는 마음이 자취를 감추며, 내 자신을 참되게 존중하는 심성이 싹을 틔우게 되죠.


결국 모든 것은 우리 마음에 달렸습니다. 부처님 눈에는 부처님만 보이고, 돼지의 눈에는 돼지만 보이게 마련입니다. 일체유심조라는 세존의 말씀, 그리고 타인과 세상을 아끼기를 나 자신처럼 하라는 대종사의 가르침을 현대인이 잊지 않는다면, 헬기 참사나 갑을 간의 분쟁은 어느 새 다른 세상의 사정이 되지 않을지, 이 평온한 글과 단아한 책(하드커버입니다)을 보고 깊이 묵상에 잠겨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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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사이드 인 전략 - 와튼 스쿨 최고의 마케팅 명강의
조지 데이 & 크리스틴 무어먼 지음, 김현정 옮김, 이명우 감수 / 와이즈베리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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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션 심사자들이 한결같이 하는 이야기가 있죠.

"후보자들이 좋은 결과를 얻으려면, 자기가 제일 잘하는 솜씨를 보여야 해요. 하지만 다들, 어렵고 기교적인 곡, 남들이 '오블리가토'라 부르는 레퍼토리만 골라서 연습하고, 그러다가 콘테스트에서 무리를 범하곤 하죠."

오디션이란 대중 앞에 나서야 할 스타를 발굴하는 절차입니다. 이 연예인이란 직종은 일종의 축복을 받은 직책인 것이, 타인에게 사랑을 주는 위치가 아니라, 자신의 재능을 선보이고 타인으로부터 사랑을 받아 먹기만 하면 되는 자리라는 이유에서입니다.


하지만 이런 입장에 설 수 있는 이들은 극소수에 불과합니다.

우 리들 대부분은, 타인에게 더 많은 선택을 받기 위해, 외모도 단장하고, 솜씨도 더 열심히 닦고 벼르며, 웨어를 판촉하기 위해 하루도 긴장을 풀 새가 없습니다. 다니엘 핑크가 그의 저서에서 "인간의 속성은 파는 것이다."라고까지 규정했습니다만, 과연 우리들 모두는 단 하루도 쉴 날이 없이 남에게 팔리기 위해 뛰어야 합니다.

기 업이라고 해서 다를 바 없습니다. 기적 같은 특허를 보유하여, 그 유효기간 동안 시장에 정보와 시방을 제공하기만 하면 된다거나, 거대 규모를 무기 삼아 가격 세팅을 자유로 행할 수 있는 여유로운 처지라면 모를까, 그렇지 못한 입장에서는 시장이 설정해 둔 가격에 맞추어 자신의 물건, 서비스가 팔리기를 노심초사할 수밖에 없죠.

그래서 기업은, 다름 아닌 마케팅 쪽으로 갖은 술수와 머리를 짜 내는 겁니다. 프라이스 세팅의 재량이 기업에게 허용되지 않는 건 개별 플레이어의 숙명이기 때문이죠. 


내가 잘하는 걸 시장에 내어 놓고, 그것이 팬케이크처럼 팔리길 기다린다? 한가한 입장입니다. 한때, 시장의 그 누구도 생산할 수 없는 아이템을 양 산하는 데에 성공했다 하여, 한번 인정받은 상표 하나로 rent seeking을 종신토록 할 수는 없습니다. 계속 변해야 살아남습니다. 어떻게 변해야 하는가? 고객이 원하는 방향, 고객이 내심에서 욕망하는 바를, 고객보다 먼저 선수를 쳐서 알아내는 데에까지 변해야 합니다. "내가 잘하는 걸 그냥 줄기차게 반복할 게 아니라, 남들이 인정해 주는 트렌드에 뼛속까지 맞추어 적응하고, 선도해야 한다." 이것이 오디션 참가자들(나아가 스타가 될 지망자들)과 우리 일반인이 처한 처지가 크게 다른 점이라 하겠습니다.


조지 데이 교수가 이번에 내어 놓은 저서는, 마케팅 분야의 각론이 아니라 총론, 그 중에서도 메타적 담론을 섬세하고 자상하게 펼친 역작이라 할 수 있겠네요. 470여쪽에 달하는 분량이 보기만 해도 믿음직하지만, 그 내용 역시 현장에서 치열하게 승부하는 비즈니스맨들의 가슴에, 한 단어 한 단어가 절절히 와 닿는 유용한 지침으로 가득합니다. 이미 시장의 형편이란, 포식자로 가득한 가망 없는 레드 오션에 불과합니다. 가격경쟁이란 모두를 파멸로 이끄는(어쩌면 그 중에서도 자신을 가장 먼저 링에 나가떨어지게 할) 소모전에 불과합니다. 고객의 충성을 이끌어 내야 하고, 그러려면 그 충성의 대상이 될 가치를 창조해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저 표지에도 나와 있듯 단순한 소비자, 조금이라도 금전적 유리함이 보이면 바로 발길을 돌리는 변덕스러운 고객이 아닌, "열광하는 팬을 만드는 비결"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저자들은 책 첫머리부터 "4대 고객 가치 요건"이라는 것을 제시합니다. 이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 번째 요건: 고객 가치 리더가 돼라

두 번째 요건: 고객을 위해 가치를 혁신하라

세 번째 요건: 고객을 자산으로 활용하라

네 번째 요건: 브랜드를 자산으로 활용하라


우선, 고객 가치 리더가 되라말은 무슨 뜻인가? 고객 스스로가, "돈이 아깝지 않다."고 느낄 만한 만족을 체험하게, 개발 단계에서부터 철저히 고객의 입장에서 감정 이입한 생산자가 되라는 주문입니다. 그 런데 위의 사진, 오른쪽의 도식에서 알 수 있듯, 이 과정은 일회성으로 종료되지 않고, 무한 루프상의 선순환 피드백을 밟는 알고리즘입니다. 조지 데이의 이 책에서 기존의 입장과 크게 달라진 부분은, 프로세스의 역동성을 강조하고 있는 점입니다. 화살표의 방향을 잘 보시면, 고객 가치 리더 부문이 모든 의사 결정 과정, 제품의 입안과 기획, 마케팅에 이르기까지 중추적 작용을 수행하며, 사실상 이 책에서 말하는 아웃사이드-인 전략의 핵심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이 그림을 보십시오. 저자들은 고객 가치의 본질을, 세 가지의 서로 다른(독립적인) 벡터의 조합으로 표시하고 있습니다.

㉠ 성능 벡터: 간단합니다. 우리가 잘 아는, 명품(사치품에 제한된 의미가 아닌)의 속성입니다. 얼마나 품질이 믿을만한가? 나는 잘 몰라도, 다른 (준거)소비자들 사이에서의 평판은 어떠한가? 이런 걸 걸치고 나가면 얼마나 선망의 눈길로 나를 바라봐 줄 것인가? 이 모든 고려 사항이 바로 "성능"에 포함됩니다. 

㉡가격 벡터: 산업 혁명 이래 가장 구매자에게 절실했던 요건은 바로 싼 가격(따라서 높은 접근성)이었습니다. 이에는 물론 싼 가격이 핵심이지만, 빠른 배송 조건도 포함된다는 게 저자의 설명입니다.

관계 백터: 말은 생소하지만 우리 모두가 공감하는 요건이에요. 한번 팔고 그만이 아니라, 제품의 유지 관리에 대한 욕구를 만족시켜주는 기업의 애티튜드, 혹은 그 결과물로서의 서비스를 말합니다. 가격이나 선능 모두에 만족하지 못해도 우리가 국내 가전을 사는 이유는 바로 AS 때문이죠.


이 벡터는 물론 출발점을 공유하는 세 개의 반직선이라서, 그 뻗는 반경이 길면 길수록 좋습니다. 그러나 소비자의 예산이라는 원초적 제약이 있으므로, 상품에 따라, 혹은 소비자 개인의 처지에 따라, 어떤 최저점을 만족시키는 선에서 타협할 것인지, 아니면 다른 성분에 무관하게 한 방향의 신장을 최고 역점에 둘 것인지는 일정하지 않겠습니다.


요즘 귀가 따갑도록 듣는 혁신의 가치 역시, 이 책에서 강조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 금까지의 논의에서도 알 수 있듯이, 혁신이라고 무작정 물량 투입 위주로 갈 것이 아니라, 그 방향성을 잘 잡아야 합니다. 시장과 고객에 철저히 눈을 주고 주시하되, 일단 고객이 원하는 핵심 가치를 파악한 후에는, 그 가치 설정에 있어 유리한 포스트를 선점하는 리더가 되어야 한다는 겁니다. 비록 기업 내부에서 소중히 여기는 가치를 우선적으로 시장에 들이댈 수는 없지만(기업은 설사 탑 레벨의 선도자라 해도, 시장 지배적 사업자가 아닌 이상, 제 편할 대로 상품을 만들고 거둘 수는 없습니다. 이 책에 나와 있지는 않으나, 작년 처참한 실패를 맛보았던 불랙 신라면을 출시한, 그러면서도 '소비자의 인식 부족'을 탓하는 군소리를 남기며 퇴장한 농심의 경우가 그 좋지 않은 예라 할 수 있습니다), 눈치 빠르고 기민하게 선도가치를 선점한 후에는, 오로지 고객의 기호만 만족시키며, 상황에 끌려 다니지 않은 채 다른 경쟁자를 압도할 수 있습니다.


일 단 충성스럽게 확보된 고객을 확보한 후에는, 이를 자산으로 삼아 시장에서의 위치를 더욱 굳힙니다. 그 후, 대체 불가능한 독보적 존재가 된 브랜드를 최종의 자산으로 삼고, 이 불확실성으로 가득한 변덕스러운 경제 전장에서 그 어떤 인플레나 불경기에도 흔들리지 않는, 대차대조표 차변상의 최고 핵심 항목으로 올려 놓는 일에 성공한다면, 바로 그것이 일등 글로벌 기업의 미션 완수라고 하겠습니다.


2부에서 4대 원칙의 총론적 서술이 있었다면, 3부에서는 현장에서의 응용을 위한 방법론이 제시됩니다. 사례가 많아서, 앞에서 배운 원칙을 피부에 와 닿는 실감으로 복습할 수 있습니다.


아마 어떤 분들은 그런 의문을 가질 것입니다. 무려 그 예전의 피터 드러커가 한 말, "시장 중심(market orientation)과는 무엇이 다른가? 그 해답을 저자들은 특별히 배려한 편집으로 독자에게 설명해 줍니다.

사진을 보시면, 세 가지 항목으로 요약이 됩니다만, 보는 관점에 따라 상당 부분이 중복된다고 여겨질 수 있어요, 제가 제 개인적 관점에 따라 다시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시장 지향은 일회성이나, 아웃사이드-인은 (제가 앞에서도 말한 대로) 무한 반복 루프상에 존재한다.

2. 시장 지향은 일단 균형점이 발견된 후에는 정체적이지만, 아웃사이드-인은 역동적이고, 따라서 혁신친화적이다.

3. 시장 지향은 수동적으로 시장의 눈치를 살피지만, 아웃사이드-인은 주체적으로 가치를 창출한다.


그 외에도 책에서는 강조하기를, 아웃사이드-인 조직은 관료적 경직성이 없고, 누구나 모든 방향에서 의사 개진, 아이디어 제안, 정책 결정에 자유로이 참여할 수 있다고 합니다. 요즘 어디서나 강조하는 의사 결정의 신속성과 직결되는 특성입니다. 고객에 밀착하여 정보를 얻어내고, 모든 직원이 정보원 구실을 하며, 얻은 정보는 첧저히 공유하여 생산성을 배가합니다. 아래 사진을 보세요.

인사이드-아웃 기업의 특징은, 경쟁 기업에 대한 통찰을 게을리한다는 데에도 있습니다. 하긴, 가치 창조를 소명으로 하는 기업이, 라이벌에 대한 주시라고 태만히할까요?


저자의 의도와 좀 어긋날지는 모르겠지만, 사실 영어의 일상용법에서 inside-out과 outside-in은 같은 의미입니다. 둘 다, "철저히 뒤집어서"라는 뜻이죠. 만약 어떤 기업이, 그 능력과 기량이 탁월해서 "나는 그저 내가 잘하는 것만 시장에 시혜를 베풀듯이 만들고, 내 영혼(기업도 영혼이 있어야 한다니까요!)에 거리끼는 바는 손대지 않고 살테야!"라고 한다면, 그게 남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는 이상, 남 좋고 나 피곤하지 않아서 최상의 선택일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무한 경쟁의 시대입니다. 남 잘하는 점은 철저히 벤치마킹의 대상으로 삼아서, 나의 장점으로 만들고, 한 걸음 더 나아가 개량하여 절대 우위를 확보하는 세상입입니다. 내 장점은 하루만 지나고 나면 더 이상 나만의 장점이 아니라는, 시장과 세상의 역동성에 문제(?) 가 있는 것입니다. 저는 궁극적으로, 아웃사이드-인 프로세스 안에, "내가 잘하는 걸 남이 절대 따라하지 못하게 완성한다는 의미에서의" 인사이드-아웃이 포함된다고 봅니다. 이 원칙은, 요즘 자계서에서 귀가따갑게 강조하는 "온리원이 되라"는 명제와도 무관하지 않죠. 궁극적으로 기업은, 아웃사이드-인의 겸허한 자세로 자체 혁신을 기울이되, 그 소프트웨어의 창의성 면에서는 "인사이드의 순일성"도 유지해야, 그 독자성과 정체성을 대체 불가능의 것으로 만들 수 있을 겁니다. 싸이의 말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모두 연예인이 되는 맛에 사는 겁니다. 결과가 나오든 안 나오든 간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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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케아, 북유럽 스타일 경영을 말하다
앤더스 달빅 지음, 김은화 옮김 / 한빛비즈 / 2013년 11월
평점 :
절판


우리는 흔히 그런 이야기를 합니다.

"착한 경영은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한 해답은, 제가 최근에 읽은 필립 코틀러의 책에서 찾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사회적 책임이란 이미 선택이 아닌, 단순한 옵션이 아닌, 기업의 생존을 위한 필수 조건이다."


잘 알다시피, 이케아는 이른바 뷱유럽식 경영을 전세계에 전파하고, 특히 우리가 머리 속에 남은 대로 "불편을 파는" 경영으로 유명한 기업이기도 합니다. 이런 이케아의 성공은, 지나친 편익은 오히려 소비자에게 역감정, 반작용을 불러일으킨다는 오랜 진리를 확인시켜 준 데서 비롯했다고 많은 경영자들은 이야기합니다. 이 책은, 지난 20년 간 이케아를 이끌어왔던 CEO 앤더스 달빅의 육성으로 친히, 우리에게 참된 경영과 수익 높은 성공 매니지먼트가 무엇인지 알려 주고 있습니다.


흔히 성공하는 경영자는 두 가지 점에서 신뢰와 존경을 얻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소비자의 신뢰, 그리고 직원의 존경을 얻어야 한다고요.


그럼, 달빅이 이야기하는 경영은 무엇인가? 첫째 그는 훌륭한 비전, 강하고 역동적인 기업문화를 힘주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구체적으로, 단기의 이익 창출에 급급하지 않은, 보다 장기적이고 지속적이며, 현재의 이익이 미래의 그것과 상충하지 않는 지속가능한 기업 발전을 뜻한다는 게 달빅의 설명입니다. 보통 현재의 이익에 근시안적으로 집중하다 보면, 미래의 평판을 놓치게 됩니다. 경쟁의 장에서, 치열한 각축이 벌어지는 시장에서, 단기의 이익에 집착하다 보면, 결국 미래에는 "그 기업은 시장에서의 생존을 위해, 모든 다른 파트너의 이익을 경시하는 불건전하고 부도덕한 기업"이라는 악성의 평가를 면할 수가 없습니다.


다음으로, 그는 품질을 어떤 경우에도 희생하지 않습니다. 보통 이케아가 성공한 이유로, 고객의 적극적인 참여와 성취 의식을 처음 소비자 스스로가 확인하게 해 준, "불편의 판매"에 있다고들 이야기합니다. 판매자와 제조가가 그저 일정한 가격과 정해진 품질에 공급하기만 하는 제품의 기계적인 소비에 싫증이 난 소비자를 향해, 이케아는 처음으로 공공연한 불편을 판매한 회사로 유명하죠.  그러나 단지 이것만으로 이케아가 그처럼 성공한 것은 아니라고 봐야겠습니다.


이케아가 성공한 것은 다른 데에 비결이 있습니다. 첫째는 성공적인 비즈니스 모델의 창출이고, 다른 하나는 독창적인 모델군을 만들었다는 것이죠. 이 말은 결국, 이케아는 다른 회사, 경쟁자들이 하지 않은 시도에 성공하였고, 다른 회사 경영자들이나 과거의 승리자들이 해낸 성취는 그것대로 다 이뤄냈기에 오늘의 성취가 가능했다는 뜻입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크게 와 닿았던 바는 이 명제였습니다.

"기업에는 영혼이 있어야 한다."

잉바르 캄프라드(1926~현재)는 처음부터 다음과 같은 점을 염두에 두고 회사를 창업했고, 현직에서 물러날 때까지 경영의 최고 방침으로 유지했습니다.

1) 어려운 사람들을 위한 기업 경영을 도모한다.

2) 매출 순이익을 최대로 하는 행위는 이케아의 목표가 아니다. 얻은 수익은 반드시, 고객을 위한 저렴하고 가치 있는 상품 제조를 위해 재투자된다.

3) 직원 사이에는 불필요한 직급 체제를 두지 않고, 관료제를 배격한다.

4) 직원은 현장을 알아야 한다.

5) 급여는 고정급이 가장 좋고, 성과급 등 가변 요소는 최소한으로 억제되어야 한다.

6) 고객이란, 시간은 많고 돈은 적은 법이다.

7) 새로운 도전을 위해 몸을 사리지 말고 용기를 발휘하라.


이상의 7가지 명제를 잘 종합하면, 결국 올바른 영혼을 가진 기업이 되어, 개별 고객, 시민 사회로부터 사랑 받고 공생을 꾀하는 우량 기업이 된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이케아는 지금도 비상장업체이며, 이것은 경영의 불투명성을 드러낸다기보다(한국 기업이라면 그럴 수 있죠),배타적인 주주나 이해관계자들의 입김에 휘둘리지 않고 오로지 초심을 유지하며, 고객만을 염두에 두는 경영을 펴나가겠다는 다짐입니다. 그러나 1998년을 기점으로, 이케아는 원했든 그렇지 않든(저자의 표현을 빌리면, "행운이든 불행이었든 간에") 국제적인 대규모 기업으로 탈바꿈했습니다. 


1)을 먼저 보겠습니다. 처음에 이케아는 스웨덴의 아주 작은 수공업체로 그 출발을 가진 업체였는데요. 창업주 캄프라드는, 철저히 다음의 원칙을 고집했습니다. "가구는 많은 사람들에게 있어 생필품이다. 화려하고 비쌀 이유가 없다." 처음에 경쟁 업체들은 이런 괴상한 저가 정책으로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이 작은 초보자를 무시했습니다만, 소비자들의 니즈 핵심을 찌른 이런 전략은 금세 스웨덴 전역을 파고 들었습니다. 경쟁업체들은 원자재 공급자측에 압력을 가했습니다. "이케아라는 업체에 물건을 팔지 마라." 이 카르텔은 대단히 성공적이어서, 이케아는 스웨덴 국내에서 구매선을 찾을 수 없었죠. 여기서 이케아의 영혼의 특성 7)이 그 색깔을 드러내기 시작합니다. "위협이나 압력에 굴하지 말고, 반드시 출구와 활로를 찾으라!" 그 들은 발트해를 건너 공산주의 국가(그 당시) 폴란드에서 자재를 사기로 결정합니다. 이는 상당히 절묘한 위기 타개책이었는데, 우선 가격이 상당히 쌌다는 점에서입니다. 폴란드는 공산권과만 교역을 행했으므로, 외화 획득을 위한 마땅한 경로가 없었습니다. 이케아가 구매선을 확보하려 하자 대단히 반색하고 나섰고, 이케아 내부적으로도 "구매부서"가 여타의 다른 섹터를 누르고 가장 중요한 비중으로 떠오르게 된 계기라고 하는군요. 현재는 이케아가 자체 생산라인을 확보하고 있으므로 이는 이미 옛 시절의 사정이 되었지만요. 가격이 싸다는 점만으로 마냥 만족할 것은 아니었습니다. 공산권의 정책이라 시장 사정에 따라 융통성 있게 움직이는 게 아니고, 당국자의 변덕과 우연에 의해 공급량이 제멋대로이기가 쉬웠고, 무엇보다 품질이 열악했다고 합니다. 이 점은 향후 이케아의 평판을 "재고 부족, 품질 의문"이라는 취약 포인트에 오랜 동안 묶어 놓았습니다.


한편으로, 이케아는 이런 특이한 처지를 오히려 기회로 삼아, 스웨덴 국내에서 점차 시장 점유율을 높여 나갔습니다. 안정적인 재고 창고를 확보할 수 없었기에, 그들은 우편 주문 판매 방식에 의존하고, 고객에게 더 많은 일을 맡기는 대신 가격을 엄청나게 낮추는 데에 성공했죠. 여기서 발달한 플랫 팩 방식은 지금도 가구 산업을 떠나 전 분야에 걽쳐 강한 영감을 주었습니다.


평판이란 마케팅상의 미미한 요소에 그치지 않습니다. 더 넓은 의미로 지켜 보아야 합니다. CSR은 필립 코틀러나 고 피터 드러커의 명제에서만 유효한 게 아닙니다. 우리가 살아 숨쉬는 그 모든 비즈니스의 현장에서, 이 연대와 공유의 리더십은 유효하죠. 우리는 지금 경영학의 새로운 지평을 관찰하고 있습니다. 열띤 시선과 벅찬 가슴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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