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창업으로 세상에 뛰어들어라 - 청년 창업으로 네 꿈을 펼쳐라
유연호 지음 / 원앤원북스 / 2014년 2월
평점 :
절판


제목은 20대를 주로 겨냥한 것처럼 보이지만, 내용을 읽어 보면 2030세대 전체를 아우르고 있습니다. 변 화하는 시대에, 어떤 유형의 창업이라야 경쟁에서 살아 남을 수 있을지, 그 비전과 방향성을 제시해 주는 내용인데요. 내용을 끝까지 읽다 보니, 4050세대라도 혹시 창업을 준비하는 분이라면, 구세대의 패턴에 끌려 다니지 말고, 이 책에 제시된 2030 감각과 방식을 따라야 성공할 수 있다는 메시지로 해석되었습니다. 결론적으로, 성공하는 "젊은" 창업은 이래야 한다는 게 이 책의 핵심입니다.


어떻게 해야 성공하는 창업인가? 저자가 주장하는 바는, 앞을 내다보고 젊은 감각을 따르는 방식이라야 한다는 거죠. 책의 첫머리에서, 저자는 이렇게 정리하고 있습니다.


1. 4050세대는 장소 중심의 고착된 창업을 고집한다.

2. 2030세대는 "공간" 중심, 아이디어 위주 창업을 선호한다.


장 소와 공간이 어떻게 다른가. 저자가 사용하는 의미에서, "장소"란 고착된 실체 개념입니다. 이른바 "목 좋은 곳"을 말합니다. 예전에 어느 외국 영화 관계자가 한국을 방문해서, 곽정환 씨 소유의 서울극장을 보더니, "이곳은 정말 손님이 안 들래야 안 들 수가 없는 노루목이다."라며 감탄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멀티플렉스 체제로 바뀐 지금은, 단일 극장이 어느 길목에 들어서 있는지가 중요하지 않고, 건물 내에서 어떤 시스템으로 컨텐츠가 운용되는지가 훨씬 중요한 세상이 되었죠. 서울극장처럼 좋은 길목을 잡아 두고두고 수익을 내는 방식이 4050이라면, 멀티플렉스 스타일은 2030입니다(자본의 스케일 문제는 일단 넘어가고요). CGV가 한국에 처음 이 시스템을 도입했을 때만 해도 관계자나 관객 모두 낯설어한 방식이었을 텐데요. 이제는 보편적으로 정착한, 그것 외에는 상상이 힘든 표준 업태가 되어버렸죠. 여기서 알 수 있는 교훈은, 현재 기준으로 다른 이들보다 몇 발짝 앞서가는 젊은 감각이라야, 앞으로의 생존이 유망한 창업이라는 점입니다.


고착된 점포를 고집하는 방식은, 당장 지금부터도 문제를 낳고 있습니다. 한국에는 예전부터 부동산(점포) 양수도의 공식적인 매매대금 수수 외에, 양수인이 "권리금"이라는 별도 명목의 프리미엄을 지불하는 게 관행이었습니다. 회계 용어로는 "영업권"이라는 항목인데요. 이게 한창 경기가 좋을 때는 성행하다가, 한국 사회가 장기 불황으로 접어든 이후에는 잠시 뜸해졌죠. 아직 불황을 탈출 못 하고 있는 형편인데도,  (회사에서 밀려 나와) 창업을 준비하는 분들이 워낙 많다 보니, 권리금의 수수 관행이 아주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특히 공인중개사 사무실을 중심으로). 저자는, 구세대 창업은 이처럼 권리금 떼고 인테리어 비용 들이고 하는 통에 종잣돈을 다 날리고, 수익은 수익대로 박하게 거두는 함정에서 벗어나지 못하기 쉬움을 지적합니다.


그렇다면, 신세대 창업은 이런 전통 방식과 어떤 점에서 차이가 나는가? 여기서 말하는 "공간 중심"이란, 아이디어가 효력을 미치는 모든 공간을 의미합니다. 내 가 서울 구로구에서 플랫폼을 돌려도, 나의 플랫폼이 구독자를 가지는 저 먼 전남 영광에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방식이죠. 정작 나는 내가 사는 곳에 점포는커녕 어떤 시설도 구비하고 있지 않지만, 거창하고 화려한 홀보다 더 큰 매상을 올리고 있다는 뜻입니다.


구체적으로, 이 책에서 예를 들고 있는 " 배달의 민족"이라는 어플을 보겠습니다. 이 어플은, 어플 구독자가 살고 있는 지역 중심으로, 중식, 피자, 치킨 등 각종 음식 배달 업체를 소개해 주는 기능입니다. "배달의 민족"이라는 이름도 참 재미있게 지었거니와, 어플이 딱딱하게 정보 중심으로만 구성되어 있지 않고, 마치 작은 게임이라도 하는 것처럼 "재미있게" 짜여져 있습니다. 이러다 보니 입소문으로 널리 어플이 퍼지고, 플랫폼에 입주하는 업체들도 늘어나서, 이 어플은 (저자의 표현을 빌리면) "치킨을 튀기지도 않고, 피자를 굽 지도 않으며, 면빨을 뽑지도 않으면서, 그 어떤 창업주보다도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습니다. 이 어플을 개발한 분은, "어떤 장소도 돈 주고 사들이지 않았으면서, 누구보다 많은 공간을 효과적으로 지배하는" 업주입니다. 그는 권리금이라는 본전 생각에 전전긍긍하지도 않고, 임대차 계약 만료시 비싼 인테리어 설치비와 철거 비용을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재미삼아 개발한 어플이라는 아이디어로, 그는 이처럼 나이 든 세대가 상상 못할 만큼의 큰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여기서 잊지 않아야 할 점 또 하나는, 신세대 창업은 그 소비자의 재미를 최우선으로 생각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서 울보다 오히려 자영업 간의 경쟁이 치열한 부산 지역에 내려가 보면, 점포들의 간판이 대단히 재미있는 문구와 디자인으로 채워져 있는 모습이 의외였습니다. 같은 음식점이라도, 일단 외관에서 지나가는 손님의 눈을 확 끌만한 뭔가가 있어야, 같은 술 한 잔, 짜장면 한 그릇을 마시거나 먹어도 그 집에서 해결할 생각이 나겠지요. 서울과 달리 부산은 청년 자영업의 창업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아서, 이런 현상이 보이는 게 아닐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서울 역시, 지금은 4,50대 창업이 주류라서 보이는 보수적 컬러를 벗고, 언젠가부터는 더 활기 있는 와관이 대세를 이루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아 이디어 자체는 돈이 들지 않지만, 그 아이디어의 실행에는 막대한 자금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어떤 것은, 그냥 돈이 적게 든다 정도가 아니라, 거의 공짜에 가까운 것도 있습니다. 대학생들은 돈이 부족하다 보니 자료를 카피하는 경우가 많은데요(물론 저작권이 있는 자료를 함부로 복사하는 건 불법입니다만), 때로는 복사 용지나 (업소에서 할 경우) 그 수수료조차 아까울 수도 있습니다. 일본에서는 바로 이런 수요층을 노려, 카피 용지 뒷면에 실린 광고를 보는 대가로, 복사를 공짜로 해 주는 서비스가 등장했다고 합니다. 우리 나라에서는 이 아이디어를 조금 발전시켜, 용지 앞면에다 광고를 싣는 방식으로 발전시켰구요. 제 생각에, 한국에서는 공짜 서비스라면 일단 이용하되, 일일이 뒷면을 살피는 수고까지는 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현실을 감안한 고육지책이 아닐까도 싶더군요. 아무튼 평범해 보이는 소재에서 이처럼 사업의 소재를 발굴해 내었다는 게 신선했습니다.


"악동 뮤지션"이란 그룹을 요즘 아시는 분들이 많을 텐데요. 저자는 이 악동 뮤지션의 사례에서 두 가지 교훈을 추출하고 있습니다. 하나는, 악동 뮤지션의 성공이 "아주 대중적인 코드의 바탕에다, 한 줄 독 창적인 코드의 삽입으로 큰 호응을 불렀다"는 사실입니다. 아무리 아이디어가 독창적이라고 하나, 아이디어의 전 부분이 모두 독창적이라면 대중에게 호응을 얻기 어렵고, 오히려 반감을 부를 수도 있습니다. 위의 "배달의 민족" 앱도 마찬가지죠. 어떻게 보면 기존 전단지를 앱으로 옮겼다는 것뿐이고, 약간의 게임 요소를 첨가한 것 말고는 별 것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기존의 익숙한 요소들을 "매시 업" 하는 그 감각, 센스가 바로 창업자의 성패를 판가름하는 비결이란 말이죠.


다 른 하나는, 이 악동 뮤지션을 발굴한 "프로튜어먼트"라는 기획사에 관한 교훈입니다. 이 기획사는 종래의 업체와는 달리, 신인 발굴에서 트레이닝까지의 아주 힘든 사업 프로세스를 생략하고, 주로 유튜브에서 장래성 있는 신인을 발굴하여, 그들이 이미 발전시킨 창의력과 개성을 최대한 살려 가며 연예 활동을 하게 지원해 준다고 합니다. 이러면 기획사 입장에서는 초기 대규모 투자라는 리스크가 없어서 좋고, 애써 발굴하여 키운 신인이 식상한 컨셉으로 시장에서 외면받을 위험을 배제해서 좋습니다. 이 역시 "제거, 간이화"의 리버스 엔지니어링으로 혁신을 이룬 좋은 사례입니다.


평 생 직장의 신화가 무너진 지금, 창업은 어찌 보면 필수 코스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기왕 하는 창업이면 필승의 각오로 벌여야 하며, 수동적인 회사 생활 하듯 창업을 한다면 냉혹하게 버림 받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래서 창업은, 중년들이 기존의 대세를 따라 벌였던 "늙은 창업"이 아닌, 통통튀는 감각으로 전개하는 "젊은 창업"이라야 합니다. 이 책은 그런 의미에서, 물리적 연령과 관계 없이 모든 이가 성공할 수 있는, 영원한 젊음의 사업 그 비결을 제시하고 있다고 해도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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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가 실천하지 않는 1%의 성공 비결 - 직장 서바이벌에서 살아남기 위한 86가지 이기는 습관
고노 에이타로 지음, 김선영 옮김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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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99% 가 실천 않는 1%의 성공 비결, 제목만 들어도 혹하는 구절입니다. 하긴 누구나 비결을 알고 있고, 또, 실천에 옮길 수만 있다면, 모두가 원하는 만큼 성공을 거둘 수 있는 세상이 되겠죠. 그렇지가 않기 때문에 성공하는 사람과 실패하는 이의 운명이 극명하게 갈리지 않나 생각합니다.


저는 이 책을 읽고, 두 가지를 떠올렸습니다.

1. 누구나 아는 성공의 비결이지만, 다들 실천을 하지 않기에 성(盛)과 패(敗)가 갈린다.

2. 어떤 비결은 99%가 아예 모르고 있기에, 실천에도 옮길 수 없어서 실패하게 된다.


저자 고노 에이타로 씨가 여러 비결들을 상세하게 정리해 둔 이 책은, 특히 직장인들에게 있어 많은 공감과 울림을 준 멋진 핸드북이었습니다. 이 책에 수록된 총 86가지의 비결은, 책 뒤표지에 실린 대로 "내가 1년차 일 때도 알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절로 들 만큼, 주옥 같은 내용들이 빼곡히 채워져 있었습니다. 1년차일 때는 물론, 지금도 모르고 있었던 요령이 있었는가 하면, 1년차일 때도 알긴 했지만 그 내용을 불명확히 인식했거나 채  실천에 옮기지 못한 것들도 있었습니다.


구 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물이라는 말처럼, 산만하게 흩어진 지식은 그 지식의 담지자에게 별다른 도움을 주지 못하는 수가 있습니다. 이렇게 한 권의 콤팩트한 책에 잘 정리된 모습을 보고, 비로소 그 많은 요령들의 진가를 알아 보고, 바로 실천에 옮길 마음이 들게 되더군요. 동경대 문학부를 졸업하고, 유수의 광고 대행사를 거쳐 ,IBM 재팬에서 중역을 맡아 많은 업적을 남긴 저자의 깔끔한 핸드북에서, 과연 회사에서 살아 남아 멋진 커리어로 인생을 마무리하려면 어떤 자질을 갖춰야 하는 지 근본적으로 검토하게 해 준 유익한 책이었습니다.


1. 프레젠테이션의 요령

물 흐르는 듯 유려하게 이어지는 설명과 그렇지 않은 설명 사이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저자의 말에 따르면, 매끄럽지 않고 툭툭 끊어지는 설명은, 전체적으로, 또 결론적으로 올바른 말을 하고 있어도, 사소한 데서 결점을 노출하기 때문에 결국 성공적인 시연이 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저자는 숲나무 →숲 의 순서로 전체의 구성을 잡을 것을 권하고 있습니다.

먼저 듣는 분들(임원, 상사, 동료)에게 아웃라인을 분명히 잡아 전달합니다. 이 과정에서 정확성의 미덕이 다소 생략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내가 지금 어떤 이야기를 하는 중인지"를 분명히 인식시키고, 이 PT를 계속 들어야 할 이유를 각인시키는 게 이 단계에서 할 일입니다.

다음으로, 내가 애써 준비한 내용을, 상세한 논거와 함께 발표합니다. 이 과정에서 내가 어느 정도 성실히 준비를 했는지, 그 성의와 능력이 드러나는 거겠죠. 문제는, 이 두번째 단계, "가지"의 시연이 아무리 섬세하고 정연하더라도, 바로 앞 단계 "숲의 윤곽 잡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으면, 그건 별 효과를 낳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이 단계, 숲 → 나무에까지 이르는 과정이 깔끔했다면, 이제 마무리에서 다시 "숲"의 윤 곽을 분명히 집처 줘야 합니다. 이번에는 그 "숲"의 모습이, 앞선 디테일의 힘을 입어 보다 뚜렷하게, 듣는 이들의 눈 앞에 그려져야 하겠습니다. 저도 귀가 따갑게 들은 이야기지만, 이런 "만점짜리 회사인"이 하시는 말은. 뭐랄까 그 쓰는 어법과 분위기, 구성 면에서 와 닿는 무게가 다르더군요.


2. 대화에서 특히 지켜야 할 매너

이 문제는 매너의 차원일 수도 있고, 효율적인 소통을 위해 반드시 지켜야 할 규칙일 수도 있습니다. 저자는 일본인이므로 "일본어는 문장의 끝에 긍정/부정을 판가름하는 성분이 따라온다."는 말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것은, 우리말도 크게 다르지 않죠. 우리도 일상에서 흔히 "한국말은 끝까지 들어 봐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곤 합니다. 결국, 대화의 중간에 끼어들면, 그 말을 이어나가던 사람이 기분을 크게 해칠 뿐 아니라,. 그 사람이 하고자 하던 말도 채 이해를 못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조직 에서, 타 성원의 감정을 상하게 하지 않는 것도 대단히 신경 써야 할 덕목입니다. 그런데, 의사 소통 과정의 장애로 인해 업무 효율이 저해될 지경이라면, 이는 단순히 감정적 문제를 넘어, 조직 메커니즘에의 심각한 손실을 끼치는 행위가 될 것입니다.

남의 말을 끝까지 들어 보고 자신의 의견을 내놓든지 하자! 나이를 먹고 직급이 오를수록 소홀히하기 쉬운 부분입니다. 명심하고 또 명심할 일입니다.


3. 자료는 디지털 형태로 보관하자

이런 온건한 표현이 아니라, 저 자는 아예, "모든 종이 자료를 폐기하고, 전부 디지털로 변환하여 하드에 보관하라!"까지 말합니다. 보관 비용도 장난이 아니며, 종이 자료를 대체 필요한 부분만 검색할 수나 있겠느냐는 거죠. 시간이 없으면 PDF로 처리를 하라는 겁니다. 온당한 말씀이나, 근래 보안 문제가 크게 이슈가 되고 있는 분위기도 감안해야겠습니다. 이 문제는 개인의 재량이 아니고, 자신이 소속된 회사의 방침에 따를 필요가 있겠습니다. 또한 국가의 실정법 규율 문제도 고려를 해야 합니다. 다만 저자가 방점을 준 디지털화의 중요성은 물론 명심해야겠죠.


4. 요점 정리의 중요성

아 무리 잘 된 보고서라도, 너무 길어서 도대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모르겠다거나, 설사 많은 정보를 요령껏 전달했다고 해도 상사가 일일이 읽어볼 수는 없습니다(물론, 일류 기업의 유능한 상사는 쉼표와 마침표의 오타까지 지적합니다만). 그래서 "세 줄 요약"이 중요합니다. 한국에서는 시시한 잡담을 늘어 놓는 익명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유행한 적이 있어서 이 주장이 다소 희화적으로 들릴 수도 있습니다만, "결국 하고자 하는 말이 무엇이오?"라는 질문에 "네! 이것, 이것, 이것입니다."하고 요약할 수 있다는 건 자기의 능력을 증명하는 지름길이기도 합니다. 여기에 소개된 이토추 상사의 세지마 류조 씨는, 사실 한국의 현대사에서 한일 간의 가교로 지대한 역할을 수행한 인물이기도 합니다(긍/부정, 호/오의 평가는 엇갈리고 있습니다만). 아무튼, "세 줄 정리"의 시초가 이 사람이었다는 점은 역사적 관심에서도 흥미롭게 다가왔습니다.


5. 회의시 좌석 배치 하나에도 배려 혹은 전략이 필요하다

확실히 공감가는 말입니다. 예를 들어, 바로 옆자리에 앉아서는 그 사람을 공격하기가 거북합니다.
요 즘 여러 분야에서 자주 원용되는 심리학상의 원칙으로, 바로 옆의 사람에게는 이유를 모를 동지의식이 작용한다고도 합니다. 그래서, 어떤 사람과 굳이 대결을 피해야 할 상황에서는, 그 사람의 옆에 가서 앉는 요령이 필요하다는 거죠. 반대로, 그 사람의 옆 좌석에 앉아서 구태여 공격을 펼친다면, 공격 받은 사람은 정도 이상의 적대의식을 품게 되어, 이후 돌이킬 수 없는 관계 악화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사실 이미 회의석상에 들어서기 전부터 대단한 앙숙이었거나, 사사건건 대결하는 사이였다면, 이런 전술은 이미 소용이 없을 수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고 중립적인 분위기, 신사도가 아직은 지배하는 조직이라면 염두에 둘 필요가 있을 것 같네요.


총 86가지의 팁입니다. 저자가 스스로 강조한 바를 실천이라도 하듯, 장황하지 않고 간결,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습니다. 말을 할 때는 결론부터 하라 같은 건, 끝까지 들어 봐야 아는 일본어나 한국어를 쓰지 않는 미국에서도 의사 소통의 기본 규칙으로 쓰고 있죠. 전체 회신 메일을 사용할 때는, 숨은 참조 기능을 적극 활용해서 일부 성원이 감정 상하는 일 없도록 하자, 같은 팁도, 사실 인간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우리네 기업에서는 상식으로 통용되고 있습니다. 어쨌든, 들고 다니면서 수시로 참고할 수 있는 이런 멋진 책에, 알짜 팁이 다 정리된 모습은 참 유용하고 보기에도 좋았습니다. 상위 1%의 성공 대열에 오르는 그날까지, 반드시 곁에 두고 수시로 참고해야 할 멋진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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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20시간의 법칙 - 무엇이든 가장 빠른 시간 내에, 가장 완벽하게 배운다
조시 카우프만 지음, 방영호 외 옮김 / 알키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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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1만 시간의 법칙이라는 "발견"이 열풍처럼 통용되고 유행한 적이 있습니다. 유행은 다소 가라앉았는지 모르지만, 어떤 이들은 이제 유행 차원을 넘어 아예 이 명제를 확립된 법칙으로 받아들이고도 있는 형편입니다.


카우프만의 이 책에서도 수시로 언급되는 말콤 글래드웰의 그 주장은, 주장 자체의 혁신성에 기대었다기보다는, 그의 현란하고 설득력 넘치는 언변에 의존한 바 컸다고도 보여집니다. "1만 시간의 법칙"은 사실 글래드웰의 순수 창의 소산도 아니고, 앤더스 에릭슨 박사의 실증 연구 결과 중 엑기스를 아름답게 추출하여 대중에 시연한 이상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비유하자면, 제품 자체의 탁월성보다는 마케팅 역량에 크게 힘입은 히트 상품에 유사하다고나 할까요. 1만 시간이란, 정상적으로 경제 활동을 하는 사람에게는 결코 적은 투자가 아닙니다. 단순 육체 노동으로 환산해도, 웬만한 사람에게는 막대한 기회비용을 발생시킬 자원입니다. 여간 재능이 부족하지 않고서야, 일만 시간을 투자해서 설사 달인까지는 될 수 없다고 해도, 상당한 결과가 나오지 않기란 그게 오히려 힘듭니다. 글래드웰의 그 법칙이 주는 매력은 1) 일단 누구나 공감하거나 이미 알고 있던, 그래서 기꺼이 동의를 보낼 수 있는 내용이고. 2) 누구에게나 공평히 주어진 시간만 일정하게 투자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그 "양적인 발상"에 혹할 만하며, 3) 설사 결과가 기대한 만큼 나오지 않았다고 해도 "나는 그러나 최선을 다했어!"라는 일종의 도덕적 숭고감을 느끼게 하기엔 충분하기에, "사후 회환"을 최소화한다는 점에서도 매력적입니다. 책임질 사람도, 패배한 사람도 없다는 견지에서, 이 "법칙"은 그 수용자보다 차라리 주창자를 winner로 만드는 캐치프레이즈입니다.


카 우프만은 이 책에서, 글래드웰의 그 언명과는 외관에서부터 큰 차이를 보이는 "처음 20시간의 법칙"을 이야기합니다. 무슨 뜻일까요? 눈치 빠른 분들은, "아, 1만 시간.. 하고는 뭔가 다른 입장인가 보다, 그와는 정반대되는 이야기가 펼쳐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지레 가질 만도 한 컨셉입니다. 사실, "1만 시간"이라는 말에 선뜻 기운부터 솟는 이들은, 시간을 금쪽 같이 관리해서 써 본 적이 없는 무경험자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앞서도 말했지만, 1만 시간은 결코 적은 시간이 아닙니다. 달인이 된다는 달콤한 결과 언급에 혹하지 않고, "여전히 힘들겠군.."이라며 고개를 흔드는 이들은, 오히려 이 책의 표제와 기조에 끌릴 가능성이 많습니다.


"당신은 지금 정반대로 말하는 것 아닌가? 1만 시간 정도 투자해야 원하는 결과가 나온다는 말은 차라리 덜 유혹적이지만, 20시간으로 뭐가 바뀐다는 주장은 오히려 요행을 부추기는 분위기 아닌가?" 이 책을 다 읽고 난 지금, 이런 가상의 질문에 대해 정면으로 답하기보다는, 저는 이 책의 내용 일부를 소개하는 것으로 간접 해명을 할까 합니다.


우선 제목이 풍기는 인상과는 달리, 그리고 책 서두와 중간중간에 글래드웰을 자주도 언급하고 있지만, 저자 카우프만은 결코 "1만 시간의 법칙"과 그 주창자를 "디스diss"하지 않습니다. 그렇기는커녕, 속마음이야 어찌 되었든 그는 "1만 시간의 법칙"에 대해 어느 정도는 경의를 표하는 듯한 인상마저 줍니다. 다만 이 와중에 슬쩍 그가 강조하는 포인트가 두엇 있습니다.


"우리들은 과연 독하게 1만 시간을 투자할 각오가 되어있는가?"

"1만 시간을 투자하여 달인이 되고 싶다는 마음에 어느 정도 진정성이 갖추었는가?"

"1만 시간씩이나 투자하고서 소정의 결과가 안 나왔을 경우, 그 보상은 정신적 위안 외에 어떤 것을 스스로 준비하고 있는가?"


카 우프만은 "1만 시간..."을 부정하거나 폄하하는 게 아니라, "그 좋다는 1만 시간 스케줄"이 과연 우리에게 필요한지를 먼저 묻고 있습니다. 극단적으로, 1만 시간을 투자해서 달인이 되었다 해도, 알고 보니 이 분야에서 달인까지는 될 필요가 없는 상황이었다면(개인적 만족 면으로나 사회에서의 상품적 수요 면에서나), 사실 이 투자는 성공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달인까지나 되지 않고, 그저 내가 적당히 만족하고 증기기 위해, 어지간히 재주에 능해서 남과 나를 만족시키는 레벨만 성취하고 싶다면, 1만 시간이 아닌 그보다 훨씬 적은 시간 투자만으로 가능하다는 취지입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가격 대비 고성능"이란 미덕과도 통합니다. 고통스럽고 기회 비용도 엄청난 1만 시간을 쏟을 게 아니라, 약게약게 잠시만(상대적으로) 집중한 후, 최대한의 성과를 내는 게, 나 자신과 시간한테 모두 덜 미안한 길이라는 거죠. 이런 의견에 누가 동의를 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취 지는 좋습니다. 이제 그럼, 구체적인 방법론으로 들어갈 차례입니다. "대체 어떻게 20시간을 보내야 최대한의 효용을 뽑을 수 있을까?" 소설가도 장편보다 단편에서 승부 내기가 더 힘들다는 말처럼, 카우프만은 차라리 더 모험적인 승부수를 독자에게 던졌는지도 모릅니다. 그가 진정성과 자신감을 충분히 갖추지 않은 이상, 말에 대한 책임은 쉽사리 지기 어려울 것 같기도 합니다만...


대체로 글래드웰의 문장이 "나-저자-와 당신-독자-를 구별하는 스타일이라면, 이 카우프만은 1 인칭 복수 대명사 "우리" 안에 모든 주제를 포함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이런 모습은, " 내가 직접 해서 안 되는 것이면 독자들에게도 강변하지 않겠다."는 겸손과 실천 중시의 태도를 풍깁니다. 자계서의 생명은 "실천과 실용성"인데, 이를 만족 못 하는 책이라면 제아무리 멋진 말로 겉을 포장한다고 해도 별 소용이 없다는 점에서, 그의 말에선 일단 강한 신뢰감이 풍깁니다. 그 기대를 저버리지 않겠다는 듯, 이 책의 후반부는 그가 직접 시도해 본 "20시간 실전 적용기"로 채워져 있습니다.


책 의 제 2장에서 그는 이른바 10원칙을 제시합니다(구체적인 내용은 책을 찾아 보시구요). 일반 이론은 이 2장에서 그가 제시한 것이 다입니다. 그런데, 일반론이 중요한 게 아니라 (다시 강조하지만) 실천이 문제입니다. 저자는 그래서, 어떤 실험군이나 연구 대상 집단이 아닌 자신이 직접 실천에 옮겨 본 요가, 우쿨렐레, 윈드서핑, 바둑에의 "도전기"를 자세히 풀어 주고 있습니다. 이 중에서 특히 바둑은, 서양인에게는 아마 마법의 게임과도 같은, 상당한 난이도가 있는 오락(두뇌 스포츠에 가까운)일 것 같습니다. 그는 "체스와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복잡하고, 체스보다 훨씬 고급의 두뇌작용과 고도의 집중력이 요구되는" 이 바둑이란 게임에서, 자신이 이뤄낸 성취(우리 동양권 독자가 보기에는 별 것 아니지만)를 대단히 뿌듯해합니다.  아마 그는 이 정도의 결과만으로도 충분히 책 한 권을 쓸 자신감이 생겼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한국의 성인 남성이라면 아마 군 복무 중에 담배와 함께 배우는 필수 취미 정도겠지만 말이죠.


결론은 그것입니다. 달인이 되고 싶으면 1만 시간을 투자하되, 적당히 만족스러운 수준으로 잘하고 싶으면 20시간을 똘똘하게 투자하라! 이 두 요청은 알고 보면 서로 배치되는 것도 아닙니다. 대체재가 아닌 보완재 관계라고나 할까요? 양과 질이 서로 상충관계라고 보는 분도 있겠지만(지나친 몰입으로 예컨대 1만 시간을 유지하기는 힘들다는 점에서), 시간을 영리하게, 그리고 즐겁게 쓰라는 저자의 말에 동의 못 할 바는 전혀 없습니다. 이 책에는 권두 부록으로, 예쁜 노란색 바탕의 시간 계획표가 첨부되어 있습니다. 실용성 면에서 참 큰 도움이 되었다는 평을 남기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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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호텔 - 영혼과 심장이 있는 병원, 라구나 혼다 이야기
빅토리아 스위트 지음, 김성훈 옮김 / 와이즈베리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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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의료인의 본분이 무엇이며, 그 범위와 효력은 어디에서 어디까지 미쳐야 하는가. 동양애서 예로부터 전해지는 격언이 있었으니, "의술은 인술이라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바꾸어 말하면, 인술이 아닌 것은 의숧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사람을 낫게 하고, 사람을 죽음으로부터 구함이 의료인의 직분이었고, 그래서  doctor라는 말의 번역어 "의사"에는 스승이라는 의미의 師가 들어갑니다. 흔히 장래가 보장된 직업으로 "사짜"가 붙은 여럿을 거론하지만, "변호사"의 "사"나 검사, 판사의 "사"는 발음만 같을 뿐 전혀 다른, 그리고 평판과 격도 낮은 의미의 음소일 뿐입니다.


서 양이라고 해서 사정이 크게 다를까요? "배움과 지혜, 수련의 궁극에 도달한 이"라는 뜻의 doctor는, 통상 8년 간의 혹독한 수업 기간을 거쳐 내리는 학위입니다. 그런데, 원칙적으로 학부 과정만 거쳤음에도 이와 같은 이름을 부여하는 분야는 오로지 의학뿐입니다. 한때 이발사가 의약 시술을 겸한 암울한 미개의 시절도 있었다지만, 서양 역시 본격 교육 과정을 이수한 의사들에게 베푸는 대접은 여타의 직군과 비교할 바 아닐 만큼 각별했다는 사실, 도저히 부인할 수 없습니다.


이 의술이란, 따라서 동과 서를 막론하고, 그를 행하는 이에게 최고의 존경과 영예가 베뤂어졌음은 사정이 다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의료인도, 물질 대사를 위한 최소한의 자양 섭취를 이뤄야 하는, 피와 살로 이뤄진 인간이기에, 최소한의 호구지책은 마 련되어야 마땅했습니다. 그뿐인가요. 여느 학자나 기능인은 감히 비교도 할 수 없는 고된 수련 기간을 거치고, 실무에 본격 투입된 후에도 그 노옹의 강도가 타 직업인과 감히 견줄 바가 아닙니다,. 이들이 제 기능, 제 능력을 발휘하게 하려면, 그저 정신적, 무형적 존경이 바쳐지는 것만으로 해결이 되지 않습니다. 이들이 사회에 기여아는, 개인에 끼치는 공헌과 은혜가 특별한 것이기에, 그에 합당한 물리적 대가를 치르는 시스템이 어떤 식으로건 마련되어야 합니다. 이는 "각자에게 그의 정당한 몫을"이라는 정의의 원칙 그 요청이며, 다른 면으로 고된 수고와 고결한 재능에 정당한 보상이 주어지지 않는다면, 젊은 세대로부터의 인력 충원을 바라보기 어렵다는 현실적 요구의 결과입니다. 의사에게는, 특별히 많은 보수가 지급되어야 합니다. 아무도 부인할 수 없습니다.


자 그런데, 이 의술의 대상(代償)을, 누가 치르게 하겠습니까? 바로 이것이, 동과 서, 고와 금을 넘어, 사람이 유기적 공동체를 이루고 살아 온 이래 단 한 번도 만족스러운 답을 얻지 못한 문제입니다. 병 든 환자가 각기 그 수고를 값하게 하면, 당사자 사이에서 급부 교환이 완료되므로 경제적이고 효율적입니다. 다만 환자가 무자력일 때에는, 의사의 용역을 요구할 권리가 없습니다. 의사는 병을 고치라고 존재하는 직분인데, 만약 모든 환자, 혹은 상당수의 환자가 자력(資力)이 부족하다면, 환 자는 도움을 얻지 못하고, 의사는 의술을 행하지 않습니다. 이러면 결국 힘들여 의사를 양성한 이유가, 최소한 사회 차원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것입니다. 돈이 없어 죽어가야 하는 환자의 비통함이나, 올바른 영혼을 지닌 의사 개인이 느끼는 자괴감은 일단 논외로 하더라도요.


우리의 지난 역사에서도 구빈원, 혜민소 등의 존재에서 알 수 있듯, 의 료 기능은 이처럼 개인의 문제로 내버려 둘 수 없었기에, 사회, 정부가 개입하는 게 보통이었습니다. 많은 사회적 모순을 안고 지내다 결국 "혁명"이라는 극약 처방을 쓰긴 했으나, 유럽의 봉건 체제 역시 극빈자, 중환자의 구호는 사회의 몫이었습니다. 건 강과 생명의 문제를 전적으로 해당 개인에게 맡기는 체제는, 청동기 혁명 이래 존재하지 않았으며, 참으로 역설적이게도 시민과 인간의 권리를 부르짖은 시민 혁명 이후 regime의 위상으로 모두를 지배하기에 이른 "자본주의"의 등장과 함께 이 의료 서비스가 영리의 영역으로 거의 넘어가고 만 점은 많은 것을 시사합니다. 현대 의학으로 못 다룰 일이 아닌데도, 돈이 없으면 병도 못 고치고 죽어야 하는 기막힌 현실의 모순은 놀랍게도 전근대 아닌 근대의 생활상 그 일부였던 것입니다. 문명이 과연 전진을 하는 걸까요, 아니면 사람이 더 못 살 모습으로 뒷걸음을 치는 걸까요?


짙푸른 북태평양과 장쾌하고 아름다운 풍광을 배경으로 한, 세련되고 활기 있는 도시 샌프란시스코. 구한말 우리 조상들도 신식 문물을 배우러 힘들고 먼 발걸음을 마다지 않은 대도회, 참으로 어울리지 않게도(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부터 대뜸 떠오른다는 게, 모순적 체제가 성원에게 강요하는 가치관의 왜곡입니다), 환자를 이윤 창출의 원천이 아닌, 돌봄과 공생 공존 공감의 대상으로 보는 대규모 시설이 있다고 하합니다, 이름하여 "라구나 혼다"입니다. 연혁을 알고 보니 더욱 의미심장합니다. 바로 17세기, 왕정이 아직 공식 헌정의 지위를 유지할 무렵, 오갈데 없는 어려운 이들을 돌보았던 "파리시립병원"의 후신이라는 군요. 신생 독립국 미국이 프랑스의 지원으로 영국으로부터 갓 독립을 모색할 무렵, 이곳 극서(極西)의 땅은 아직 합중국의 영토로 편입되지조차 않은, 히스패닉과 아메리카 토착인의 앞마당이었습니다. 역사의 곡절과 인연이 지구 반 바퀴를 돌고 돌아, 체제와 이념의 변천이 어떠하건 인간이 그 본성과 영혼만은 잃지 않아야 한다는 준열한 가르침을 전하는, 휴머니티의 영조물적 발현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신의 호텔". 사실 여기서 "신"이란 심상이 전하는 바는, "신성한, 거룩한" (그러므로) "지극히 인간적인"의 의미로 풀어야 할 것입니다(그 반대인 "특권적, 사치스러운"의 내포가 아니구요). 호텔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지금이야 온갖 도회적 영화의 상징처첨 되어버린 개념이지만, 본디 접객업이란 지방 토착의 부호가 넉넉한 인심을 객(客)들에게 베푸는 곳이었습니다. 그러고 보면 이 "라구나 혼다"는, 우리가 일찌감치 잊어버리고 그저 낭만이나 이상향의 한 토막으로만 치부하던 상황을, 마치 시공의 차원을 잘못 맟춰 낙오나 한 듯 부조화스러운 모습으로 이 살벌한 자본주의 한복판에 영사(影射)하는 성상(聖像)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마땅히 이래야 하는 것을, 그 반대가 오히려 정상인 양 착각하고, 부조리와 불의를 정상과 원칙인 양 착각하는 우리들에게, "신의 호텔"은 화끈한 자각몽으로 작용하는 셈입니다.


이 솝 우화에도 그런 대목이 나옵니다. "당신은 돈이 없으니 올바른 치료를 받기 어렵겠군요..." 헌데 이는 의료가 영리를 추구하거나, 사익적 시스템의 일부로 편입됨을 당연시하는 의도는 아닙니다. 오히려 당위에서 한참 벗어난 세태를 풍자하려는 목적이었지요. 닥터  빅토리아 스위트가 전라는 천태만상의 목격담과 치료 사례는, 첨단 약품과 고가 장비가 아닌, 치료하는 자의 정성과 마음, 그리고 이의 영향을 받은 환자의 소생 의지, 정신적 힐링이, 질병으로부터의 회복 그 첫째 요건임을 (다소 불가사의할 정도로) 잘 가르쳐 주고 있습니다. 한 가지는 확실합니다. "영리"와 "인술"은 함께 가기 어렵고, "인(仁)"이 빠진 의술은 환자를 낫게 한다는 그 기본적인 효능도 발휘하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돈이냐 생명이냐는 의외로 곳곳에서 우리가 직면하는 양단적 선택이며, 이 중 참의료가 어느 편에 서는지는, 이 책에 나온 생생한 교훈과 증언에서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었어요.


다시 한 번 적습니다.

의사에게는, 특별히 많은 보수가 지급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그 돈은, 환자의 주머니 외에, 다른 사회적 네트워크가 대부분을 충당해아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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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진짜 안드로이드 마케팅이다
김진 지음 / 아이티매그넷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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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를 처음 배울 무렵, 새로 산 PC에 공짜 프로그램을 이것저것 깔아 보면서 실행하는 재미에 시간 가는 줄 몰라했던 추억이 있었습니다. 이 당시 프리웨어로 무료 배포되던 프로그램 중 유저들에게 인기를 끌던 것은, 이후 MS 윈도의 상위 버전에서 필수 요소로 통합되는 것도 많았죠. 이 시절 여러 개발자들이 내놓은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은, 나도 조금만 연습하고 공부하면 이 정도는 만들어서 세상의 유저들을 향해 자랑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다소 만만한 모습을 한 것들이 많았습니다. 한편으로, 인터넷 서핑을 하거나 동영상을 감상하고 제툴용 숙제 문서 작성 등으로 주된 용도를 삼는 이들은, 프로그램의 설치, 시범 사용에 큰 의의를 두지 않는 경향도 있었구요.


세월이 많이 지나서, 사람들이 갖 고 노는 기기의 대세는 이제 퍼스널컴퓨터에서 스마트폰으로 완전히 이동한 모습입니다. 흔히 하는 말로 "모바일 퍼스트"에서 "모바일 온리"로 시대 정신이 바뀌었다 해도 별반 과장이 아닌 세태 속에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과거 PC시대와는 달리, 모바일 앱의 개발이라면 왠지 특별한 훈련을 받은 사람들에게만 가능한 일 같습니다. 반면, 앱스토어나 안드로이드 마켓(이제는 구글 플레이로 이름이 바뀌었죠)에 "진열"된 여러 애플리케이션들은, PC 소프트웨어 몰과는 달리 유저들의 필수 경로 코스가 되었습니다. 스마트폰을 가지고 "플레이"하는 시간의 상당 부분을, 우리는 "스토어"나 "마켓"에서 보냅니다. PC시대와 지금의 모바일 시대가 다른 점은, 이처럼 개발자와 일반 유저들의 사이는 멀어지고, 반면 그 개발자들이 내어 놓은 제품들과 보통의 사용자들은 과거와 비교가 안 될 만큼 가까워졌다는 게 역설적인 특징으로 자리하게 되었다는 데에 있습니다.


폐쇄적 운영 체제 정책을 고수하는 애플의 생태계는 일단 차치하고라도, 보다 개방적인 플랫폼을 경영함으로써 장기적인 수익 창출의 비전과 모델을 아직은 확고히 그 방침으로 유지하는 안드로이드 애플리케이션의 개발자들은, 그 과업 수행에 있어 어떤 마음가짐과 자세를 가져야 할까요? 이 역시 과거 컴퓨터 소프트웨어 개발 시대와는 천지차이로 달라진 양상 중의 하나입니다. 이른바 "잘못된 트랙"에서의 분투라면 아무리 열심히 땀을 흘려도 그 성과를 보상 받을 수 없습니다. 아무리 창의성과 오락성 가득한 앱을 짜 내어 시장에 내놓을 능력이 있는 개발자라도, 시장에서 버림 받을 체질과 습관으로 자신의 일에 임한다면, 들인 수고와 타고난 재능이 아깝게 실패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죠.


이 책은 안드로이드 앱 개발자가 명심해야 할 원칙들을 아주 쉬운 서술과, 필요한 내용만 고루 추려 독자에게 제시하고 있습니다. 저는 처음에 책을 접하면서 영미권 저자들 특유의 문체가 눈에 띄어 번역서인 줄 알았는데, IT 분야에서 끝없는 분투와 독보적 역량 발휘로 후배들에게 좋은 귀감이 되었던 김 진 회장님께서 친히 작성하신 귀한 실무서이더군요. 대가의 솜씨는 이처럼, 그 집필 내용의 실용성과 실무 친화성 면에서 이른바 "계급장 냄새"가 안 난다는 게 장점입니다. 저자의 성함을 가리고 읽으면, 그냥 젊은 실무가가 쓴 캐주얼한 가이드북 같습니다. "가민 있어 봐. 저자가 누구였더라?"하며 다시 앞으로 돌아가게 되는 건, 그 쉽고 친근한 말투 속에 녹아난 엄청난 내공의 기미를 뒤늦게서야 깨달은 후입니다. 분야와 장르를 떠나, 대가들의 필치와 아우라는 이처럼 독자에게 보편적인 감동과 진정 어린 리액션을 유발합니다.


이 책의 제목에도 주의해서 시선을 줄 필요가 있습니다. "안드로이드 마케팅"이라는 어구가 쓰여 있습니다. 내용을 펼치면, 주로 앱 개밸 과정에서 유의해야 할 팁과 원칙으로 가득한데, 제목은 마케팅입니다. 전통적인 관점에서라면 마케팅과 제조는 엄연히 구분되는 개념이 아닙니까? 이 의문은 이렇게 접근하면 해결이 가능합니다. 앱 개발자는 대부분의 경우 개인이며, 따라서 소위 1인 기업의 위치에 놓여 있습니다. 제조 과정과 마케팅, 이후의 영업 프로세스가 서로 구별이 안 되는 구조입니다. 그러므로 개발 단계에서부터 마케팅의 컨셉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지 않으면, 자신의 두뇌 노동 그 대가를 합당한 방법으로 시장으로부터 받아 내지 못하는 결과로 떨어지기 쉽습니다. 개발 단계에서부터 효과적인 마케팅과 혼연일체가 된 입장이라야 시장에서의 생존이 가능하다는 뜻입니다.


창의적이고 유용한 앱을 개발하여 마켓(현 구글 플레이)에 올려 놓았다고 하죠. 과연 애써서 만든 나의 앱이 많 은 유저들에게 선택되고 사랑 받아서 마침내 수익 구조의 진입으로까지 이어질 확률이 얼마나 될까요? 저자 김진 회장님은 이 점에 대해, 일반 개발자들의 어깨에서 힘이 쪼옥 빠져 나갈 만한, 냉정한 팩트와 가르침을 주고 있습니다. 유저가 카테고리 검색이든 키워드 검색이든 일단 마켓에 들어 와서, 나의 앱에 한 번이라도 눈길을 줄 확률이란 엄청 낮다는 것입니다. 김진 회장님 같은 특별한 목적의식을 지닌 분이나, 상위 300위까지의 리스트를 스크롤이라도 할 여유를 가질 뿐, 일반 유저들은 냉정히 말해 탑 텐까지에도 제대로 관심을 보이지 않습니다. 시장에서 총애를 받기는커녕, 그런게 있는 줄도 모르고 간과될 운명이 되기가 십상이라는 거죠. 그럼, 일단 소비자의 관심이라도 받아보려면 어떤 전략이 필요할까요?


과 거의 소프트웨어 마케팅, 그리고 현재 인터넷 쇼핑몰이 유통업에서 엄청난 쉐어를 차지하게 된 상황에서는, 일반 상품을 웹 서퍼에게 제대로 알려기 위해 소위 "검색엔진 최적화"라는 작업이 필수라는 점을 저자는 강조합니다. 그런데 안드로이드 앱 시장이 무서운 건, 바로 단일 영역, 플랫폼인 구글 플레이(좁다면 좁은)에서, 제품의 성패와 행/불운이 바로 결판난다는 사실입니다. 그러므로 웹의 속성과 구조에서 교훈을 얻기는 하되, 자신의 승부는 철저히 안드로이드 마켓에서 결정된다는 사실을 이해할 때, 개발자는 성공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건, 바로 이 안드로이드 생태계의 특성을 이해하는 일이 되겠습니다.


1. 안드로이드 앱도 자바 기반으로 이뤄지는 프로그램이다.

1980년대 이래 엄청난 시대의 변천이 진행되어 왔지만, 오라클의 자바는 지금까지도 PC, 모바일을 가리지 않고 자신의 확고한 위치를 지키며 애용되는 언어입니다. 객체 지향 언어의 최선두 주자라는 개성과 특장을 내세우며 자체 혁신에도 게으르지 않았던 이 기린아는, 이제 모바일 앱의 개발도구로까지 선택되어 그 유용성를 더욱 확장해 나가는 모습입니다. 제아무리 타 생태계와 개발되는 시장의 구조라고는 하나, 이 자바를 모르고 어떤 안드로이드 앱 개발이 가능하겠습니까? 개발자는 따라서 자바를 꽉 잡고 있는 이 분야의 달인이어야 한다는 점, 결코 잊어서는 안 될 사항입니다.


2. 개발량의 저평가는 금물

보 통 착각을 하는 것이, 작은 화면에서 구현되는 프로그램이라고 해서 그 투입자원이나 프로세스 에포트가 적게 요구되리라는 선입견입니다. 전혀 그렇지가 않죠. 사물의 속성을 계량함에 있어서, 사이즈만 보고 성급한 판단을 내리는 것만한 패착이 없습니다. 그 제한된 사이즈 안에 얼마나 많은 내용이 담기고 본질화할 수 있는지, 그 밀도를 함께 살펴야 합니다. 안드로이드 생태계는 일견 작고 아담해 보이지만, 그 안에는 수많은 경쟁 플레이어들이 함께 뛰고 있고, 유저들이 판관과 관객으로서 좁은 공간을 더 열의와 흥미를 가지고 살피기 때문에, 지켜야 할 룰과 만족시켜야 할 기준이 더 많습니다. 마치 컨벤션 센터의 전체 조경이나, 청담동 한복판에 자리한 열 댓 평 카페 인테리어에 들이는 노력과 정성이, 그 사이즈에 따라 차별되지 않는 이치나 비슷합니다. 경우에 따라서 후자에 들이는 공과 정력이 더 크게 소요될 수도 있음은 누구나 공감할 것입니다.


3. 구글의 UI 가이드라인을 최대한 수용하라.

바로 이 점입니다. 구글은 무수한 개발자들이 내놓은 앱 군(群)을 저 높은 위치에서 조망하는 입장이고, 그 전에 안드로이드라는 플렛폼, "판"을 깔아 준 오너, 창조주의 위상입니다. 최 종 판단은 소비자가 하더라도, 핵심으로 준수되어야 할 룰의 파악은 이 가이드라인 안에 압축적으로 들어 있습니다. 이 가이드라인을 머리 속에 명심하여 정리한 개발자의 작품만이, 치열한 생존 경쟁에서 최종의 승자로 남을 수 있습니다.


4, 완성된 제품의 홍보는 철저히 입소문에 의지하라.

입소문이란 주로 1) 제품의 명칭 자체, 2) SNS, 3) 유저들의 리뷰, 4) 아이콘 등을 통해 이뤄집니다. 저는 얾마 전 <필립 코틀러 인브랜딩>이라는 책을 통해, 제품의 브랜드 안에 그 제품의 속성을 핵신적, 압축적으로 담아내는 노력이 가장 중요하다는 걸 새삼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 책의 저자 역시, 그 이름만 듣고도 뭐 하는 앱인지, 핵심 개성은 무엇인지 바로 연상이 되어야 좋다는 주장입니다. 다음으로, 앱이 좋으면 바로 지인들에게 입소문이 날 수 있게, 유저에게 편의를 제공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가 어디서도 흔히 보는 좋아요. 트윗 버튼을 바로 곁에 두어야만, 이런 SNS 입소문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습니다. 누구나 그런 심리이지만, 호의적인 리뷰가 많이 올라와 있는 앱은 일단 믿게 되고, 반대로 욕설과 불평으로 채워진 평이 올라 있으면 설사 분별 없는 사용자의 소행이거니 해도 일단은 호감이 사라집니다. 사용자의 평은 언제나 개발자가 신경 써야 할 덕목입니다. 마지막으로, 정말 어이 없는 일이지만, 아이콘이 예쁘면 설사 그 앱이 쓸모가 없어도 이용자는 자신의 폰에 남겨 놓는 게 보통이라는 심리도 최대한 이용하라는 조언입니다. 이건 저부터도 가지고 있는 습관이나, 오히려 성실한 개발자일수록 제품 내용에 치중하지 이 부분은 차라리 등한히하기 쉽겠다는 생각이 부쩍 들게 하는 충고였습니다.


제가 가장 관심을 두고 읽었던 챕터는 8장, 가격 전략을 알맞게 수립하라, 였습니다. 우리는 과거 가장 활설화된 커뮤니티 사이트였던 프리챌이, 유료화 선언 이후 어떻게 붕괴되어 그 흔적도 못 찾을 지경이 되었는지 잘 지켜 봐 왔습니다. 인기 소프트웨어였던 여러 프리웨어 쉐어웨어들이 아무리 사용자에게 사랑을 받았다 해도, "돈 냄새"를 풍기는 그 순간 썰물처럼 황량하게 소비자 이탈을 겪는 일도 부지기수로 보아 왔죠. 그렇다고 언제까지나, 전기요금 본전도 빼지 못할 무료 정책을 고집할 수도 없습니다. 반면, 한때 세계 최초의 소셜 네트워크 모델을 구축하여 웹을 석권할 것만 같았던 싸이월드도, 지금은 마치 배드 뱅크 떨어내듯 네이트로부터 계열분리되어, 고작 SK의 계륵으로 추락한 신세입니다. 이처럼 수익화 모델로의 전환이란 도무지 정답이 없는 실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렇다면 안드로이드 생태계에서 평생 체리 피커의 호구 노릇이나 하다 사라지지도 않으면서, 동시에 유저들의 충성도와 사랑을 유지할 방법은 어떤 게 있을까요? 저자는 제품에 따라 차별화한 어프로치를 취할 것을 권유합니다.


일단, 흔하지 않고 분명한 차별성을 갖춘 앱이라, 저가 공세를 펼칠 이유는 전혀 없다는 게 저자의 주장입니다. 특히, $0,99라는 가격의 책정은, 어떤 경우에도 피해야 할 선택이라고까지 하는 일각의 주장도 소대합니다.  $0,99이라도 지불할 용읙가 있다면, 그 유저는  $1,99나 $2,99 역시 기꺼이 지불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이런 소비자들이 압도적으로 많은데, 그들이 내놓고자 하는 추가의 금액을 공연히 거절하고 마는 결과겠습니다. 구매 욕구가 확고하지 않은 사람들은 그저 무료 앱만 찾아 다닐 뿐, 최저가 앱이라고 해서 선뜻 결제하지는 않는 성향이며, 다른 말로 $0,99와 $1,99 사이는 무시로 넘나드는 낮은 담장이지만, 무료와 $0,99 사이에는 시쳇말로 "넘사벽"이 존재한다고 해도 됩니다. 만약 고소득층을 겨냥한 맞춤형 앱이라면, 대담하게(물론 상식을 초월한 선, 예컨대 $49 대 등은 곤란하겠지만) 고가로 책정하는 방법도 권할 만하다는 것입니다. 저자는 흥미롭게도, 일단 중간 레벨 이상의 가격을 치르고 설치한 앱에 대해서는, 사용자듫이 쉽게 제거를 하지 않는다는 사실도 독자에게 들어주고 있습니다(이른바 본전 생각), 이런 까닭에 구글이 평가하는 평점 기준에서, 일단 폰에서 잘 안 빠져나가고 어떻게든 유지되는 앱은 높은 점수를 얻을 수 있으며, 이는 사용자에게 잦은 빈도로 노출될 전망도 더 높다고 하겠습니다. 


문 제는 소위 대체재가 얼마든지 경쟁 개발자에 의해 폭풍처럼 유입되는 분야의 앱 개발입니다. 이런 경우는 어쩔 수 없이 무료화 전략을 유지해야 합니다.가격이 0이라고 해도 선택이 될지, 아니 이용자의 눈에나 뜨일지 의문인데, 이용자의 지갑에서 단 몇푼이라도 빠져 나가는 쪽으로 정책이 바뀌는 그 순간, 시장은 냉혹하게 그 앱으로부터 등을 돌릴 것입니다. 우리가 이미 잘 알고 있듯, 많은 게임들은 앱의 다운로드가 아닌, 앱 설치, 살행 후 그 내부에서 결제를 유도하는 방식으로 바뀌었습니다(이른바 앱내 결제). 그런데, 게임 내의 모든, 혹은 상당수에 유료화 정책을 도입하면, 당장은 게임에 몰입한 유저들의 지출이 개발자의 수익으로 전환할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현금 아이템과의 과도한 접촉으로 유저들이 흥미와 매력을 잃어버리는 결과를 낳을 수 있습니다(이른바 게임 밸런스의 상실). 이를 피하기 위해, 직접적 아이템은 게임 머니 방식으로 취득하게 하고, 부수적 아이템에 대해서만 현금 연동으로 처리하는 가상 경제 시스템을 도입하는 게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이 모든 속성을 요약하여 프리미엄(Free+ Premium을 합성한 조어입니다) 방식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사 실 시대의 대세는 마케팅에서 판가름납니다. 사람들이 보다 현명해져서, 홍보 없이도 남이 아닌 자신에게 유리한 애플리케이션은 바로 알아 봐 주었으면, 생산자에서 소비자로 이어지는 그 번거로운 잉여 노력이 사라져서 좋을 것입니다. 현실은 그러나, 그 불편한 여러 인지적 장애와 편견을 제거하고, 사랑을 얻기 위한 번잡한 "작업 노력"이 필요하며, 우리는 이걸 두고 "마케팅 능력"이라 부르고 있습니다. 그나마 안드로드 앱 개발자들은, 실물의 시장에서 얼마나 많은 비효율 팩터가 제거되지 않고 번잡한 상수(CONSTANT)로 자리하는 지를 알고, 이 안드로이드 생태계, 어느 정도의 창의성과 재능만 있으면 대박이 가능한 시장판을 천국으로 여기고 고마운 줄을 알아야 할 것 같아요. 책 한 권으로 이처럼이나 많은 실전용 팁이 전달 가능한 것도, 아직은 안드로이드 모바일 필드뿐입니다. 이제 이 곳도 앞으로 어떤 레드 오션으로 바뀔지 모르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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