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책을 읽어도 어떤 아이는 깊이 이해하고 어떤 아이는 줄거리 정도만 이해한다. 같은 교과서로 비슷한 시간과 노력을 들여 공부를 해도 어떤 아이는 좋은 성적을 받고 어떤 아이는 신통치 못한 성적을 받는다. 글도 마찬가지다. 비슷한 생각을 하고 비슷한 경험을 해도 어떤 아이는 개성 넘치는 글을 쓰고 어떤 아이는 뻔한 글을 쓴다.
이 모든 것의 근본적 차이는 바로 어휘력이다. 모든 공부의 기본은 말을 배우는 것이고, 모든 책 읽기의 기본 또한 말을 이해하는 것이며, 모든 글쓰기의 기본 역시 말을 사용하는 것이다.
어휘가 모여 문장이 되고 문장이 모여 문단이 되며 문단이 모여 글이 되므로 단어의 뜻을 제대로 모르면 글의 의미를 파악하기 어렵고, 내 생각을 말이나 글로 표현하기도 힘들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어휘력이 떨어지면 문해력이 떨어지고, 문해력이 떨어지면 공부든 사회생활이든 잘하기 어렵다.
모든 책 읽기의 기본은 어휘를 이해하는 것이다. 책의 내용을 잘 이해하려면 책에 나온 글자들의 겉뜻만이 아니라 속뜻까지 알아야 한다. 나아가 각 어휘가 문장에서 어떤 의미로 쓰였는지 문맥적 의미도 알아야 한다.
부모는 아이가 책을 읽으면서 지속적으로 어휘의 다양한 의미를 파악할 수 있도록 지도해야 한다. 그랬을 때 책 읽기의 목적 중 하나인 어휘 실력이 향상될 수 있다.
독서는 실제로 어휘력뿐만 아니라 표현력, 논리력, 창의력, 상상력 등 인간의 고등정신 능력을 개발하는 데 가장 효율적인 수단이기도 하다. 더군다나 책을 읽기만 하면 되니까 특별한 방법을 배우거나 별도의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도 된다. 이렇게 책을 읽으면 안 읽는 것보다 분명 어휘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
보고 만지고 냄새 맡을 수 있는 사물의 이름과 뜻을 가르치는 건 그리 어렵지 않다. 그것을 직접 보여주면 된다. 그러나 그 사물의 특성을 설명하는 건 어렵다. 직접 보여 줄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말을 추상어라고 한다. 구체어가 감각에 의해 인식되는 특정한 대상을 가리키는 말이라면, 추상어는 그 대상의 특성을 가리키는 말이다.
예를 들어 자동차는 구체어이고, 그 특성에 해당하는 '빠르다, 멋있다, 검정색이다' 등은 추상어다. 크기, 모양, 색깔, 맛, 감촉 등을 표현하는 감각적 특성이 모두 추상어에 해당된다.
우리말에서 가장 발달한 어휘 중 하나가 의성어와 의태어이다. 의성어는 소리를 흉내낸 말이고, 의태어는 움직임이나 모양을 흉내낸 말이다. 의성어와 의태어는 아이들이 가장 쉽게 따라 말하고 배우는 단어이기도 하다. 비슷한 음운이 마치 노래를 하는 것처럼 반복되어 발음하기 쉽고, 말소리가 감각을 자극하기 때문에 무엇을 표현했는지 금방 느낄 수 있다.
예를 들어 '부르르'라는 말을 들으면 어떤 사람이나 사물이 크게 떠는 모습이 눈앞에 그려진다. 실제로 보거나 듣지 않았는데도 그 모양과 소리가 즉각적으로 떠올려지니 자연스레 말에 대한 감각이 길러진다.
아이들이 수식어를 알면 일단 글을 좀 더 자세하고 생생하게 이해할 수 있다. 마치 그것을 실제로 보는 것처럼 말이다. '자동차'라고만 표현한 글보다 '빨간 자동차'라고 표현한 글을 읽을 때 시각적으로 보다 생생히 다가오는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나중에 글을 쓸 때도 자신의 생각이나 느낌을 좀 더 자세하고 실감나게 전달할 수 있다.
수식어들은 대체로 동작이나 상태, 성질 등을 구체적으로 표현한 말이 많다. 그래서 아이에게 지도할 때도 그 상황과 느낌을 생생히 전달해 주는게 좋다.
두 개 이상의 낱말이 모여 특수한 뜻을 나타내는 표현들이 있다. 관용 표현이라고 하는데, 대표적으로 속담, 명언, 관용어가 있다. 관용 표현은 관습적으로 오랫동안 써온 말로서, 우리 조상들의 문화와 지혜가 담겨 있다. 그래서 관용 표현을 사용하면 상황을 아주 간단히 표현할 수 있고, 여러 상황을 재미있고 인상적으로 드러낼 수 있다. 하지만 다른 언어 문화권의 사람들은 그 의미를 잘 이해하지 못한다.
속담은 오랜 생활 체험에서 얻은 생각과 교훈을 문장의 형태로 간결하게 나타낸 것이다. 비유적인 표현이 많이 사용되어 있고, 풍자적이거나 교훈적인 내용이 많다. 우리 조상들은 주로 농사를 짓고 대가족이 함께 모여 살았으며 공동체를 중요하게 생각했기 때문에 이와 관련된 속담들이 많은 편이다.
그런데 아이들은 관용 표현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 위에서 설명했다시피 각 낱말의 뜻과는 다른 특수한 뜻을 갖기 때문이다. 그래서 생활 속에서 자주 듣고 써보는 것이 중요하다. 책을 읽다가 관용 표현이 나오면 형광펜으로 밑줄을 그어 눈으로 확인한 다음 문맥을 통해 관용적 의미를 추론해 보게 하낟. 그리고 관용 표현이 사용되는 다양한 상황을 예를 들어 얘기해 주면 좋다.
역사 공부의 시작은 옛이야기 읽기부터이다. 역사는 과거의 일을 기록한 것이기 때문에 먼저는 조상들의 생활 방식이나 그 모습에 친근하고 익숙해져야 한다. 바로 전통무노하를 이해해야 한다. 그래야 나중에 역사에도 자연스레 관심이 생기고 좀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다. 옛이야기를 통해 아이들은 우리 전통문화를 많이 접할 수 있다.
옛이야기 외에 전통문화를 소재로 하는 지식 이야기책도 좋다. 그림이 더우기 사실적으로 그려져 있고 내용이 자세하기 때문에 보다 정확하고 풍부한 지식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동화처럼 이야기가 있어야 아이들의 기억 속에 더 오래 남는다.
전통문화 및 역사와 관련한 어휘를 가르칠 때는 아이들이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현대의 생활 방식이나 모습과 비교하여 설명해 주면 좋다. 또 전통 도구들은 그림을 함께 보여 주며 그 쓰임을 얘기해 주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