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딸, 바람의 길을 걷다 - 고비사막에서 엄마를 추억하며 딸에게 띄우는 편지
강영란 지음 / 책으로여는세상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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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리사랑이라고 했던가?

내 엄마도 그러셨을 것이다. 방법이 다르고 서투르지만 자식을 향한 마음은 모든 부모가 같기에ᆢ 말이다. 내 엄마는 시부모님과 함께 살면서 농사를 지어야 하는 팍팍하고 일상을 살아야 했기에 자식을 향한 애뜻한 마음을 어떻게 표현할 방법도 찾지 못하고 눈치만 보았을 것이다. 겨우 아이들이 다 커 독립한 후에야 비로소 아들, 딸을 돌아 볼 수 있었을 것인데 그때는 이미 손자들에게 그 사랑을 나눠줄 때라 자식은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 보면 불쌍한 우리들 부모세대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에 안쓰러움이 앞선다.

 

부모가 되어 자식인 딸에게 주고 싶은 것이 있었다. 딸아이에게 남겨줄 것이 별로 없는 아빠로써 세상과 자연 속에서 동시간대에 같은 것을 보고 가슴에 담을 무엇인가 있길 바란 것이다. 아빠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추억이 있길 바랬다. 함께했던 딸과의 어릴 적 그 시간이 고스란히 가슴에 쌓여 살아가는 동안 조그마한 추억이라도 되길 바라면서 커가는 걸 지켜보는 것이 할 수 있는 전부였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위해 중학생부터 집에서 독립했던 그 딸이 대학생이 되었다. 딸과 아빠사이 차츰 무엇을 더 할 시간은 줄어들 것이고 그 만큼 아쉬움과 안타까움이 그 시간을 채워갈 것이다. 지금까지는 아빠와의 거리가 더 가깝게 느껴지지만 점차 엄마와 가까워질 것이고 또 그러길 바란다. 딸아이와 엄마가 친구처럼 든든한 마음 붙잡고 삶을 살아갈 수 있길 바란다.

 

부러운 모녀 관계를 책에서 만난다. 내 딸과 그 딸의 엄마가 꼭 이런 사이가 되었으면 싶다. 엄마와 딸이 고비사막을 함께 여행하는 동안 엄마는 자신을 키워준 엄마를 그리며 엄마에게 못다 한 마음을 자신의 딸에게 넘겨준다. 딸아이가 성장하는 동안 여행을 통해 소통했던 모녀사이의 간절한 소망들이 따스한 마음으로 상대방을 향하고 있다. 엄마와 그의 엄마 그리고 딸이 고비사막의 풍경 앞에서 하나가 된다. 지평선으로 둘러싸인 고비사막과, 고비사막과 하나가된 게르에서 맛본 칼국수, 낙타를 매어놓은 밧줄 하나, 황금빛 모래사막과, 황홀경과 같았던 사막에서의 달밤은 모두 엄마에 대한 기억으로 이어진다. 초원과 사막을 함께 걷고 별들이 쏟아질 듯한 밤하늘 아래서 엄마와 딸은 속내를 나눈다. 엄마에게서 딸로 다시 그 엄마의 딸에게로 전해는 것은 자신이 다하지 못한 엄마에 대한 사랑을 담아 딸에게로 고스란히 전해진다.

 

일상에서 벗어나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것이 여행이라고 한다. 일상을 벗어나 낯선 곳에서 느끼는 해방감이 세상과 자연 그리고 사람들에게 가슴을 열 수 있는 기회를 주기에 누구나 여행을 선망한다. 일상을 함께하는 가족이라면 더욱 이런 소중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에 부러움의 대상이 된다. 얼마나 축복받은 사람들이며 엄마와 딸 사이인지 모르겠다. 그 딸도 시간이 흘러 엄마가 될 것이기에 다시 그 엄마의 딸에게로 이어지는 마음이 내리사랑으로 이름 붙었을 것이다.

 

엄마와 딸, 바람의 길을 걷다을 읽으며 필연적으로 내 엄마를 생각한다. 아버지를 먼저 보내고 홀로 남은 엄마의 속내가 어떨지 짐작만 할 수 있지만 여전히 서툰 표현이 안타깝다. 아들 향한 그 마음 짐작할 수 있기에 서러운지도 모르겠다. 홀로 봄을 맞고 있을 엄마의 마음에 봄꽃이 함께하길 바래본다. 또한, 내 딸과 그 딸의 엄마도 이런 소중한 시간을 꼭 갖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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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사는 달 - 권대웅 달詩산문집
권대웅 지음 / 김영사on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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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가슴에 달이 들어

달하면 가장먼저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 조선시대 신윤복의 월하정인에 담긴 달이다. “눈썹달이 침침하게 내리 비치고 있는 야밤중에 등불을 비춰 든 선비 차림의 젊은이가 쓰개치마를 둘러 쓴 여인과 담모퉁이를 돌아가고 있다. 이들이 어떤 사이이며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지만, 호젓한 곳에서 남의 눈을 피하여 은밀히 만나야 하는 사람들인 것만은 틀림이 없는 듯하다.”에서 연상되는 그 풍경 속 달이다. 그림 한쪽에 달빛이 침침한 한밤중에, 두 사람의 마음은 두 사람만이 안다.(月沈沈夜三更, 兩人心事兩人知)”라는 글귀가 선명하다. 함께 있는 달은 두 사람의 마음을 위로하고 있는 듯하다. 월하정인에서 보이는 달을 좀처럼 볼 수 없는 눈썹달의 모양을 담았다. 우리가 자주 보는 달의 모습에선 찾기 힘든 모양이라 그 달을 놓고 설왕설래가 많다. 그 달을 내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 날마다 계절을 이어가며 달을 바라보았으나 확인하지 못했다. 우리 옛그림에 대한 지극한 애정을 가졌던 오주석의 해석에 의하면 분명 우리가 볼 수 있는 달의 모습이라고 했다. 화제에 야삼경의 모습을 담았다고 했다. 야삼경은 자정 무렵이라 그렇게 깊은 밤도 아니기 때문에 볼 수 있을 줄 알았는데도 말이다.

 

지구에 사는 모든 생명체는 달의 영향을 받고 산다. 그래서일까? 달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많다. 달에 비추어 사람들의 마음을 반영한 선인들의 시, , 화를 비롯하여 다양한 방법으로 표현되었다. 옛날 사람도 아니고 현재를 살아가는 시인이 사람의 곁을 지켜왔던 그 달에 자신의 마음을 담아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며 공유한다. 그 결과물이 달산문집인 당신이 사는 달을 발간했다. 나 역시 페이스북을 통해 이미 공감하고 있었기에 저자의 달에 대한 이야기를 주목했다. 달을 그리고 그 달과 함께 글을 써 저자의 마음을 담은 달와 저자가 살아오는 과정에서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따스한 울림이 깊은 글이 어울려져 달에게 띄우는 연애편지 같은 느낌의 산문집이다.

 

철쭉꽃이 환하게 핀 봄밤, 저자는 머리 위에 뜬 달을 오래도록 바라보다 와락 눈물이 났다. 초승달, 반달, 보름달로 차고 기울면서 달은 이 세상 존재의 비밀들을 알려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달은 인류가 살아온 이야기들을 알고 있다. 수많은 사랑과 뜨거움, 그리움과 외로움으로 얼룩진 밤들을 알고 있다. 그리고 지금도 밤마다 온 세상에 따스한 빛을 비추며 그 모든 이야기를 보내고 있다.”

 

그리운 모든 것은 달에 있다는 저자의 고백은 달의 배경으로 꽃, 사람, 집 등으로 장식하고 있는 달그림에 그대로 담겨있다. 스물세 편과 달와 달로는 다하지 못한 저자의 마음을 글로 담았다. 따스한 느낌의 그림과 그 그림에 어울리는 시만으로도 당신이 사는 달은 이미 달의 마음을 닮았다. 저자의 그런 마음이 저자가 세상살이를 굳건하게 살아가는 힘으로 작용한 것은 아닐는지. 이는 세계 각지를 여행하며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달을 그렇게 사람을 변화시키는 힘의 원천인 것이다. 달이 차고지는 것처럼 사람들의 인생살이 또한 그 달을 닮았다.

 

하지만 달이 주는 느낌은 받는 사람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다. 이 달산문집을 대하는 독자 역시 각자의 느낌으로 읽을 것이다. 하여 달와 산문에 실린 사진은 어딘지 모르게 부조화가 느껴진다. 저자가 외국 여행에서 담아온 사진이라고 하니 저자에겐 남다른 애정이 있을 것이지만 내용과 적절하게 어울리는 사진을 실었다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있다.

 

당신이 사는 달이라는 달산문집이 주목받으면서 자연스럽게 달을 바라보는 사람들도 늘어날 것이다. 달이 어떤 느낌으로 다가올지는 각자의 몫이지만 밤하늘을 지키며 사람들과 함께하는 달의 존재로부터 고단하고 지치기 쉬운 인생의 길에서 자신만의 달을 찾아 고독을 직시하고 위로받기를 바란다는 저자의 마음에 공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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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도전과 조선건국사 - 고려 멸망과 조선 개국
조열태 지음 / 이북이십사(ebook24)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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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도전이 없는 조선건국사

오늘도 여전히 역사드라마는 인기리에 방영된다. 비결이 무엇일까? 잘 만든 드라마여서라기보다는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왔는가라는 엿보고 싶은 욕망과 역사에 대한 궁금증에서 출발하는 것은 아닌가 싶다. 한창 방영중인 정도전이라는 역사드라마를 나 역시 보고 있다. 우선은 권력을 둘러싼 사람들의 이합집산 과정에서 개인들의 욕망이 어떻게 펼쳐지는지가 궁금하고 우리를 있게 한 역사적 사건들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우리들의 삶의 현주소를 알고 싶은 마음에서이다. 그렇다고 역사드라마가 그 모든 것을 채워준다고도 말 할 수 없다. 역사드라마는 흥미위주의 드라마라는 범주에 속하기 때문이다. 역사적 사실을 왜곡할 수 있다는 역사드라마의 부정적 측면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을 역사의 한 장면 속으로 불러와 역사에 관심을 갖게 만들고 역사를 이해할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환영한다. 이 또한 역사를 보는 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조열태의 정도전과 조선건국사드라마로는 다 담을 수 없는 고려멸망과 조선 건국에 관한 얽히고설킨 흥미진진한 이야기라고 광고하고 있다. 저자는 우선 역사를 이긴자의 기록이라고 규정하며 이 책의 중심이 되는 고려의 역사 역시 조선을 건국한 이긴자들의 시각으로 써 놓은 고려사고려사절요를 바탕으로 그 시간대를 따라가며 자신의 추리를 전개하고 있다.

 

원나라와 명나라 사이에서 좌충우돌하는 고려 말을 이끌었던 왕 중에서 공민왕(1351.10~1374.9), 우왕(1374.9~1388.6), 창왕(1388.6~1389.11), 공양왕(1389.11~1392.7) 시대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이끌고 있다. 이 시대를 주름잡았던 권문세가와 귀족, 신흥사대부들의 이야기를 왕들의 통치와 비교하여 분석하고 있다. 당연히 중심인물로 이성계, 정도전, 정몽주, 이인임, 최영 등이 활약하고 있다. 정사를 바탕으로 사건전개를 따라가며 원과 명나라를 중심으로 한 북방세력들의 변화와 이에 대응하는 고려의 정책을 둘러싼 정치적 갈등이 쉼 없이 전개되는 정치일정이다 보니 따라가는 동안 벅차기도 하다.

 

이 책의 출발은 저자의 궁금증을 해결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그동안 논란이 되어오던 이성계와 정도전 출신부터 공민왕과 관련된 갖가지 의혹, 위화도 회군은 계획된 것이었나? 정도전과 이성계의 만남, 이성계와 정도전, 정몽주의 삼자관계 등을 역사기록을 헤쳐가면서 다시금 지금까지의 의문을 제기하고 역사의 기록을 살펴 저자의 견해를 밝히고 있다. 찬반이 오가는 역사적 사건에 대해 결론을 도출하기 보다는 의견을 모아 새로운 결과물을 이끌어낼 수 있는 근거들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당시의 국제정세와 고려 내부 사정들을 고려하여 판단하는 것 등으로부터 객관성을 유지하려는 저자의 노력이 돋보인다.

 

이 책의 제목이 정도전과 조선건국사이다. 조선건국사는 결국 고려가 어떤 상황에서 조선을 건국하게 되는 시초를 마련해주었는가 이기도 하다. 그런 측면에서 저자의 이야기를 따라가면 무리 없이 이해되는 점이 많다. 하지만, 정도전의 활약상은 그리 큰 비중을 두고서 다루지 않고 있다. 제목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말이다. 조선 건국에서 정도전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는 것이기에 아쉬움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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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과학실록
이성규 지음 / 여운(주)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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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살아있는 우리의 현주소다

조선은 기록의 나라였다. 단연 왕조를 중심으로 한 왕조사가 그 중심에 서 있다. 왕은 백성이 존재해야 가능한 자리이다. 하여, 왕이 펼치는 정치의 중심에는 백성의 안위에 있었고 왕조사를 중심에 둔 기록에서도 분명하게 정치지도자들의 시대정신과 백성들의 삶이 반영되기 마련이다. 이런 왕조사 뿐 아니라 유고를 중심으로 한 사대부들의 사고방식에 걸 맞는 그들의 삶 또한 다양한 방식의 기록물로 남아 있어 오백년 전 조선을 살았던 사람들의 일상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조선의 기록물로 가장 선두에 선 것이 조선왕조실록이다. 조선왕조실록은 조선 태조에서 철종까지 472년간의 역사적 사실을 각 왕 별로 기록한 편년체 사서를 말하며 19731231일 국보 제151호로 지정되었고 이후 1997년 유네스코(UNESCO)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이런 조선왕조실록이 한자로 기록되어 일반인이 접근하기에는 한계가 있었지만 1994년 국역작업이 완료되어 전문가를 비롯한 관련자 뿐 아니라 일반 사람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되면서 다양한 연구에 기초로 사용될 수 있었다.

 

이 책 조선과학실록은 바로 조선왕조실록을 바탕으로 그 안에 기록된 과학적 사료를 선별하여 현대적 시각으로 사료를 이해한 것이다. 과학 분야 뿐 아니라 역사에 관심을 가진 모든 사람들에게 유용하게 역사를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준다. 역사를 다양한 시각에서 접근하고 해석하려는 움직임이 이렇게 조선왕조실록을 바탕으로 역사읽기의 새로운 시도로써 환영한다. 저자 이성규가 선별하여 조선왕조실록에서 뽑은 과학관련 이야기는 밤하늘의 오로라, 운하건설, 새들과 곤충들의 출현, 장영실의 운명, 물소, 연금술, 수차, 거북선의 운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 관련된 이야기들이다.

 

이는 하늘의 경고로 받아들여졌던 밤하늘의 오로라를 이해하는 시각, 산학이 주학으로 바뀐 배경, 복어를 둘러싼 당쟁 등에서 보여주는 저자의 시각은 사료에서 제시된 이야기를 현대 과학적 시각으로 재조명하여 다시 당시의 상황을 이해할 수 있는 단초를 마련하며 오늘 우리의 현주소를 밝힌다. 역사와 과학이 만나 새로운 현재를 이해하고 미래를 희망으로 만들 수 있는 접근이라는 점에서 흥미를 끈다. 또한, 그동안 신비한 사건이나 유교적 시각에 한정되어 바라보았던 사료들에 대한 해석을 현대의 기술과학적 입장에서 재조명을 시도하고 있다는 점이 부각되는 점이다. 다만, 아쉬운 점은 각각의 사료들에 대한 설명이 간략하여 심도 깊은 이해를 원하는 독자의 기대를 충족하기에는 아쉬움이 있다는 점이다.

 

역사가 기록물로 만 존재한다면 죽은 역사로 그치고 만다. 다양한 분야에서 해석되고 활용되어 현재로 불러낼 때 살아있는 역사가 될 수 있다. 이 점이 역사를 보아야할 이유다. 잠자는 역사를 현재로 불러와 생명을 불어 넣어 우리가 살아가는 현재를 밝혀 미래를 희망으로 밝힐 수 있는 힘이 여기에 있다고 본다. 이성규의 조선과학실록이 의미 있는 것은 바로 역사를 살려내는 한 방법을 제시하고 그 전형을 보여주었다는 점이다. 이러한 시각은 향후 음악, 군사, 요리, 그림 등 다양한 분야에서 조선왕조실록을 재해석하는 시도의 출발점으로써 보아도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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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학, 그림을 그리다 - 우리 시대 인문학자 32인의 그림 읽기, 문화 그리기
고연희.김동준.정민 외 지음 / 태학사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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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그림 속에서 오늘의 나를 본다

옛그림은 늘 반갑다. 실물을 앞에 놓고 그림 속에 담긴 옛사람들의 감정까지 느낄 수 있다면 더 없이 좋은 느낌으로 충만한 즐거움이 있겠지만 그 반가움은 책 속에 담겨 축소된 이미지만으로도 충분하다. 하지만 때론 담겨진 상징과 이미지를 이해하지 못해서 그림이 주는 느낌을 온전히 다 안을 수 없다는 점이 늘 안타까움으로 남는다. 그림을 이해한다는 것은 어쩌면 그림을 그린 화가의 마음을 이해한다는 것이기에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점은 익히 알고 있지만 느낌만으로는 부족한 무엇이 있다.

 

이런 불편함과 안타까움을 해결해주는 것으로 옛그림을 해설해주는 책을 만난다는 것은 반가움을 동반한다. 이렇게 우리의 옛그림과 독자들 사이에 감정의 다리를 놓아주는 기회가 늘어났으면 좋겠다는 바램이다. 이런 바램은 단순히 옛그림을 올바로 이해하고 싶다는 것에서 출발하지만 그 의미를 확장해 보면 곧 우리의 역사를 올바로 이해하는 길이기도 하다. 역사는 당시를 살았던 사람들의 마음을 담아놓은 기록에서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옛사람들이 그림에 담아 둔 삶의 지혜를 읽어낼 수 있는 힘을 기르는 것이 어쩌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답을 찾을 수도 있을지 모른다.

 

우리의 현주소는 그렇게 살아온 옛사람들과 동떨어져 이해할 수 없는 것이다. 현재의 우리를 올바로 이해하기 위한 것이 한국학이라면 그 영역으로 언어, 역사, 지리,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각 분야에 걸쳐 옛사람들이 남겨놓은 역사를 이해하는 것으로부터 출발할 수 있다고 본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 한국학, 그림을 그리다도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훌륭한 길잡이가 될 것으로 본다.

 

한국학, 그림을 그리다2011년 출간된 한국학 그림과 만나다와 같은 맥락에서 옛그림과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을 이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다양한 전공자, 그들이 그림을 통해 소통과 공감을 이뤄 만들어낸 작품으로 오늘 우리의 한국학의 풍부한 실제를 보여주는 것, 이것이 이 책의 의도로 보인다. 하여, 저자들이 주목한 옛그림을 마음’, ‘감각’, ‘사연’, ‘표상’, ‘소통등 총 5개의 부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다. ‘한국학 그림과 만나다보다 더 확장된 32명의 집필진은 문학, 철학, 역사, 회화, 복식 등 문화 전반을 망라하여 국내와 중국, 일본, 미국 등 각지의 소장 도판 목록을 뒤지고 하나하나 분석하여 그 속에 담겨 있는 옛사람들의 마음을 보여 준다. 사도세자의 개그림, 소년전홍의 백일홍과 괴석, 파초에 얽힌 선비들의 풍류, 꽃과 선비, 이백과 소옹, 소설, 초상화, 정조의 환어행렬도, 순종황제 즉위식, 불타버린 어진, 조선통신사 등의 그림이 무엇을 담았는지 그림 속에 담긴 상징들과 제작 배경, 당시 사람들의 사고와 일상까지 들여다보고 있다.

 

그림을 보는 법이 따로 있지는 않을 것이다. 그린사람과 감상자의 마음이 소통되어 그림 속에 담겨진 이야기를 알 수 있다면 좋겠지만 때론 도무지 알 수 없는 경우도 있기 마련이다. 하여 그림을 이야기해 주는 사람이나 책 등이 필요할 때가 있다. 그림을 이야기해주는 것은 그림에 담겨진 시대적 상황을 적절하게 이해할 도구를 알려주는 것이며 화가와 당시를 살았던 사람들의 관계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이렇게 그림을 읽어낼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자하는 요구가 전문가들을 필요로 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 전문가들의 노력이 빛을 발해 미래를 밝혀갈 삶의 지혜를 찾을 수 있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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