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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 정약용 평전 - 조선 후기 민족 최고의 실천적 학자
박석무 지음 / 민음사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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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 정약용, 행동으로 옮기는 실천가

조선의 역사 518년 중 으뜸 학자를 꼽으라면 그 선두에 정약용이 있을 것이다. 정도전(1762-1836)하면 떠오르는 것은 우선 18년에 걸친 긴 유배생활을 한 비운의 학자로 경세유표, 목민심서, 흠흠신서, 여유당전서 등 500여 권에 이르는 방대한 책을 저술한 사람이라는 점이다. 이러한 업적이 인정받아 2012년 유네스코에서 기념해야 할 인물로 선정했다. 세계적인 학자 반열에 오른 것이다. 이렇게 세계적인 학자로 인정받은 정약용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 단지 외우는 역사교육으로 인해 정약용의 이름과 그가 지은 책 제목 정도만 기억한다.

 

이러한 현실에서 정약용의 편지을 모아 해석하고 소개하는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창비 2009)를 발간하며 다산 정약용을 본격적으로 연구하고 일반에게 소개한 저자 박석무의 노력으로 다산 정약용에 대한 평전이 발간되었다. 저자는 이 책에서는 정약용이 과거에 급제하여 성균관 유생으로 생활하면서 정조 왕과의 만남과 왕의 적극적 후원으로 승승장구하며 정치의 일선에서 민생과 관리들의 실상을 확인하는 정치생활을 하다 반대파의 모함을 받아 유배에 처해지는 상황을 살핀다. 이를 통해 이후 전개되는 정약용의 삶의 근간이 되는 학문, 사상, 정치를 비롯한 다양한 분야에서 실천적 활동을 전개한 정약용의 일생을 탐구해 간다.

 

정약용의 일생을 수학기, 사환기, 유배기·저술기, 정리기로 구분하여 살피고 있다. 여기서 저자가 주목하는 것은 공정과 청렴을 바탕으로 세상을 일으키고자 했던 정약용의 실천적 의지다. 방대한 그의 저서의 밑바탕에는 당시 사회의 누적된 모순과 혼란을 극복하고 바로 세우기 위한 노력으로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한 결과로 집약된 것이 그의 저서라는 것이다. 또한 정약용하면 천주교와 떼어놓고 이야기할 수 없는데 저자는 이 부분에서도 학문과 종교라는 구분으로 정약용이 천주교와 인연 맺은 것이 새로운 학문에 대한 열정으로 바라보고 있다. 더불어 정약용하면 빼놓을 수 없는 개혁군주 정조 왕과의 인연도 살핀다. 정약용의 실력을 인정하여 확실하게 밀어주었던 결과 짧은 정치활동에서 눈부신 성과를 얻을 수 있었다는 점이다. 군신관계의 한 모범적 모습의 전형을 볼 수 있다.

 

정약용을 이해하는데 빼놓을 수 없는 다른 부분은 그의 시다. ‘애절양과 같은 당시 백성들의 삶의 실상을 반영한 시가 전부가 아니라는 점이다. 감성적이고 자연을 노래한 시도 많다. 시를 매개로한 인적교류, 지방의 백성들의 진솔한 삶의 언어를 적극 반영한 점 등이 주목되지만 아쉬운 부분도 있다. 이는 모든 시가 한문으로 지어졌다는 점이다. 정약용의 외가 쪽 선조인 윤선도는 그보다 훨씬 앞대를 살았던 사람이지만 한글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측면과 비교하여 한글에 대한 정약용의 인식의 한계를 지적하고 있다. 이와는 다른 부분이기는 하지만 같은 맥락으로 정약의의 시대적 한계를 지적하는 부분은 그의 노비들에 대한 시각이다. 백성들의 비참한 처지를 개탄하고 혹독한 관리들의 잘못을 지적하며 사회개혁에 대한 강한 실천을 강조하면서도 보비문제에 대해서는 다른 언급이 없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이는 정약용이 갖는 개인의 한계이자 시대적 한계로 그 역시 좋은 집안 출신의 기득권자였다는 것이다.

 

다산 정약용 학문의 의미는 그가 남긴 저작물의 제목에서도 살필 수 있다. 그의 대표적인 저작 경세유표의 유표는 유언으로 남기는 정책건의서의 성격이며 목민심서와 흠흠심서에서의 심서는 당장 실행하지 못하더라도 마음속으로 실행하고 싶어서 지었던 이름이다. 이는 다산이라는 호를 사용하기 전 정약용의 호 사암과도 같은 맥락으로 먼 뒷날 알아주고 이해해 줄 때가 올 것이라는 기다림이라는 의미가 공유된다. 이렇게 살얼음판을 조심스럽게 건너는 마음으로 살았지만 무엇보다 주목해야 할 점은 그의 실천적 시각의 학문과 현실 적용의지라고 볼 수 있다.

 

목민관이자 학자, 시인이자 경세가였던 다산의 전 면모를 살펴 저자가 내린 결론은 공직자의 공렴(公廉)’, 즉 공정과 청렴만이 나라를 일으킬 수 있는 기본이며 실천에 옮기는 행동만이 학문의 근본 목적이라던 다산의 철학으로 모아진다. 다산이 살았던 시대와 지금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의 차이점은 얼마나 될까? 권력이 백성을 대한느 태도도 백성들의 혼란스러운 일상도 한 치도 달라진 것이 없어 보인다. 이런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 모두가 다산의 행동으로 옮기는 실천만이 타락한 세상을 바꾼다 는 그 마음을 새겨야 할 것이다.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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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풍경
박범신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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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을 구성하는 요소에서 주체로 전환을 꿈꾼다

어떤 정경이나 상황을 지칭하는 말이 풍경이다. 이러한 풍경을 구성하는 요인으로는 인식하는 주체와 대상이 있다. 풍경을 구성하는 요인이면서 그 풍경을 바라보는 주체에 따라 풍경이 전해주는 이미지는 다양해질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떤 시각으로 풍경을 인식해야 하는가에 따라 풍경에 속해 그 존재를 잃어버리거나 아니면 풍경과는 유리된 모습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풍경을 구성하는 요인의 일부이지만 달리 바라보면 풍경의 성격을 규정하는 요인이 주체가 될 수 있다. 우리들의 삶도 이러한 풍경으로 규정할 수 있다. 하여, 풍경의 구성요인이자 주체인 우리들이 어떤 시각으로 삶을 바라보며 살아가는가에 주목하게 된다.

 

자신을 둘러싼 삶의 환경을 풍경으로 대입한다면 우리들의 삶은 어떤 모습일까? 각기 다른 시각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은 각기 다른 풍경들의 주인공일 것이다. 그렇기에 수많은 풍경들이 모여 세상을 구성하지만 그러한 풍경들이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공감할 수 있는가의 여부가 어쩌면 삶을 살아가는 중요한 기준이며 근거가 되지 않을까 싶다.

 

박범신 작가의 새로운 작품인 소소한 풍경은 그렇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한 모습에 주목하여 우리들의 삶을 구체적으로 들여다볼 기회를 제공해주고 있다. 작가가 주목한 사람들의 한 모습은 사랑에 있다. 독특한 사랑의 한 모습을 그렸던 은교이후 또 다른 사랑의 모습을 담은 소소한 풍경은 한 남자와 두 여자 사이에 벌어졌던 삶의 단면을 그려가고 있다.

 

소소한 풍경은 독특한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소설가이며 대학교수와 그 대학의 대학생이었던 여자, 그 여자와 다른 두 남녀가 등장하는 이야기에는 등장하는 사람들의 이름을 대신하는 남자1, , , 등으로 기호화 한다. 마치 풍경을 구성하는 각각의 요소들을 나열하는 듯하다. 남자1, , , 으로 이름 붙여진 요소들이 화자인 이 남자1과 결혼 후 1년 만에 이혼하고 돌아온 고향집에서 혼자 살아가다 자신의 집에 들어온 남자 과 여자과 사이에 벌어졌던 일상을 그려간다. 남자와 두 여자 이렇게 셋 간의 사랑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한 남자와 두 여자가 있다. 정확히는 한 여자와 한 남자 그리고 또 다른 여자가 있다. 이 셋이 서로를 사랑한다. 한 여자와 한 남자가, 한 남자가 다른 여자와, 한 여자가 다른 여자와 그리고 셋이서 함께 사랑한다. 삼각관계인 듯 하지만 그렇지도 않다. 한 집에서 두 여자와 한 남자 사이에 서로가 삶에서 치유하지 못했던 트라우마를 서로 보듬고 다독여 간다. 하지만, 이 세 사람 모두 각기 다른 시각에서 출발하기에 풍경을 구성하는 요인들로 볼 수 있다.

 

혼자 사니 참 좋아에서 둘이 사니 더 좋아로 이어 셋이 사니 진짜 좋아로 이어지는 풍경의 변화는 화자 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 , 모두에게 해당하며 관계가 종료되는 시점에 자연스럽게 각기 요소로 돌아간다. ‘정좌(正座) 풍경’, 풍경이 멈춰선 모습일 수는 없다. 늘 움직이며 새로운 풍경을 만들어 간다. 등장하는 한 남자와 두 여자가 겪어온 삶의 여정이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은교에 이은 사랑이야기라고 하지만 독자인 내가 주목하는 점은 풍경에 있다. 삶의 풍경을 구성하는 요소들이 이합집산하는 과정에 사랑 또한 한 모습이 아닐까 싶어서이다. 풍경을 구성하는 요소들이 자신을 소멸해가며 새로운 풍경을 만들어가면서도 주인공으로 인식하지 못하고 풍경을 구성하는 요소로만 존재할 때 소소한 풍경에 등장하는 사람들의 트라우마가 형성되어지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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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도전과 그의 시대 이덕일의 역사특강 1
이덕일 지음, 권태균 사진 / 옥당(북커스베르겐)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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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민(爲民)의 정치가 필요한 시대

20146월 지방자치 선거에 출마한 한 후보가 강남에서 어찌 이럴 수가 있는가하며 개탄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현 시점에서 강남하면 부자이며 보수적인 정치 성향을 가진 곳으로 대표된다. 이 후보자는 결국 자신의 지지 세력으로 부자들을 생각한다는 말일 것이다. 1000만이 넘는 서울 인구 중 강남에 사는 부자는 몇 퍼센트나 될까? 그 후보는 대다수 시민을 위한 시 행정이 아니라 바로 부자들을 위한 시 행정을 펼치겠다는 말로 들리니 다수 득표를 얻겠다는 꿈은 출발부터 잘못된 것이 아니었을까? 정치는 결국 현실인식에서 출발하는 것인데 그 현실인식에 대다수 국민들을 배재하고 특정한 세력에 초점을 맞추어 출발한다면 그 정치가의 정치생명은 그리 밝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한국의 현실은 정반대로 가고 있다. 그렇게 많은 시간동안 정치인들이 대다수 국민의 행복을 위한 정치보다는 자신들의 정파나 사적인 이해요구에 주목하며 법과 제도를 바꾸어왔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런 정치인에게 표를 주고 있는 현실, 이 현실을 어떻게 봐야 할까? 백방으로 생각을 달리 해봐도 시원한 답을 얻을 수 없다.

 

이런 답답한 현실에서 역사를 반추해 보는 것도 미래를 희망으로 맞이하기 위한 한가지 방법이 되지 않을까? 고려 500년 가까운 역사를 뒤집고 새로운 왕조 조선을 개창한 사람으로 이야기되는 정도전의 정치철학의 밑바탕엔 무엇이 있었을까? 한국사의 쟁점을 새로운 시각으로 풀어내는 서술 방식으로 역사서 서술의 새장을 연 역사학자라고 일컬어지는 이덕일의 역사특강 첫 번째인 정도전과 그의 시대를 통해 그것을 알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정도전이 활동했던 고려 말의 정치적 상황은 중국대륙에서는 원과 명의 정권교체시기였고 일본 왜구들의 침략으로 시끄러웠으며 내부적으로는 빈부격차의 극심한 양극화 현상으로 백성들의 삶을 뿌리채 흔들리며 있었다. 이러한 안팎의 혼란스러운 상황를 슬기롭게 대처하고 개혁해야할 정치세력들은 자신의 이익을 지켜내는데 몰두하여 백성들의 고통은 안중에도 없는 듯 혼란스러운 상황이었다. 정도전이 이성계를 만나 새로운 세상을 꿈꾸게 한 배경이 되는 것이다. 오랜 유배로 중앙에 정치적 배경도 미약한 정도전이 변방출신으로 전쟁을 통해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군권의 강자 이성계를 만나 망해가는 고려를 뒤엎고 새로운 세상을 개창하고자 하는 배경인 셈이다.

 

그렇다면 정도전의 혁명사상의 핵심은 무엇이었을까? 저자 이덕일은 정도전의토지제도의 개혁에 주목한다. 토지제도는 당시 백성들의 목숨을 좌지우지했던 핵심적인 문제로 이를 올바로 해결하여 백성들의 삶을 안정시키면서 동시에 권문세족들의 물적 기반을 허물고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혁명세력들의 물적 기반으로 삼았다는 것에 주목한다는 것이다. 정도전의 주장인과전법국가에서 과전을 받은 벼슬아치는 관직 수행의 대가로 해당 과전 소출량의 10분의 1을 조로 걷고, 그렇게 받은 곡식 중 10분의 1을 국가에 세로 내는 것을 핵심으로 하는 토지제도를 말한다. 또한 정도전이 이러한 과전법을 주장할 수 있었던 사상적 배경으로 성리학을 들고 있다. 혁명의 추진세력들은 중소지주인 사대부들로써 대토지 소유자인 형세호에 맞서 세상을 다스리는 것은 자신들이라는 성리학을 받아들여 세상을 다스리고자 했던 것이다.

 

조선의 개국과정에서 정도전을 비롯한 혁명세력들이 처음 출발할 때의 주장과는 달리 타협한 토지제도로 물러서긴 했으나 이것의 실행으로 백성들의 삶은 한결 나아졌다는 점이 혁명성공의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 백성들의 지지를 얻어 혁명이 성공했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주목할 것은 백성들의 위한정치에 있다. 백성의 삶과 동떨어진 정치란 결국 정치세력들의 이해요구를 실현하는 도구로 전락하고 만다.

 

오늘날 한국의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것 중에는 빈부격차에 따른 양극화 현상을 빼놓지 않고 있다. 대다수 국민들이 현실의 혼란스러움에 좌절하며 불투명한 미래에 불안해한다. 이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한국의 정치 역시 그 앞날을 보장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이는 분명한 역사의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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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미친 그리움
림태주 지음 / 예담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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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에 새긴 그리움으로부터

더위가 기세를 올리는 유월이 시작되었다. 봄꽃들이 주목을 받으며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더니 이젠 거의 다 익은 숲이 사람들을 부르고 있다. 유월의 숲 속은 아직은 여물지 않은 향기지만 봄꽃을 떠나보내느라 애쓴 사람들의 마음의 빈자리를 채워주기에는 충분하다. 그런 유월의 숲 향기처럼 어쩌면 설익은 것이 그리움일지도 모른다. 그리움에 지쳐 자신을 포기할 정도인가 싶지만 어느 사이 그 그리움으로 다시 살아갈 용기를 얻는 것은 그 그리움이 아직은 설익었다는 것이다. 마치 유월의 숲처럼 말이다.

 

사람은 누구나 살아가는 동안 그리움이라는 감정에서 벗어날 수 없다. 하지만 이 그리움의 대상이나 그리움의 감정이 나타나는 모양은 사람마다 다르다. 그리움은 누구에게나 있지만 누구에게도 없는 것으로 인해 사람들은 각자 자신만의 그리움에 목을 맨다. 이 둘의 차이는 그리워하는 주체가 주인으로 살아가는가 아니면 객으로 사는가에 의해 달라진다. 그리움에 빠져 허우적대는 사람의 경우는 십중팔구 그리움에 주인의 자리를 내주고 살아가는 객들이다.

 

이런 그리움의 주인으로 당당하게 살아가는 사람이 있다. 누구나 갖고 있는 이 그리움에 대해 유독 유난을 떠는 시인이다. 그는 페이스북에서 자뻑 모드로 자신의 이야기를 나누지만 그런 시인의 글에 기꺼이 좋아요를 누르는 수많은 사람들로부터 공감을 받으며 소통하는 책바치다. 시집도 없는 시인이면서 시인으로써 당당하다. 그 시인 림태주가 산문집을 발간했다. ‘이 미친 그리움이 바로 그 책이다.

 

저자 림태주는 그리움에 대한 정의라는 글에서 그리움은 그리움과 그림과 글이 같은 어미의 자식들이라고 했다. 동사 긁다가 그들의 어미라고 했다. 종이에든 동판에든 긁어 세기는 것은 글과 그림이 되었고, 심장이나 마음에 긁어 새기는 것은 그리움이 되었단다.”로 유추하고 있다. 하여, “그림을 그리는 것이나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것은 둘 다 대상에 대한 부재와 연민에서 비롯된 행위라고 규정짓는다. 이어서 곁에 있을 때는 죽을 것처럼 사랑하고, 곁에 없을 때는 심장에 동판화를 새기듯 그리워하면 될 일이다.”라며 그리움을 대하는 저자의 주인으로써의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림태주의 그리움을 그래서 과거에 집착하지 않고 현재에 충실한 그리움이다. 이러한 그리움은 사람을 더욱 강하고 활기차게 만드는 힘으로 존재한다. 보통의 그리움이 주는 정서적 영향력과는 사뭇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이것이 림태주의 힘의 근원이 아닌가 싶다. 그렇기에 그리워한다는 것은 과거부터 미래까지를 한 사람의 일 생 안에 담아두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리워하면 할수록 마음의 우주가 팽창한다.”라고는 정의가 자연스럽게 다가올 수 있는 것이다.

이 미친 그리움에는 그리움에 대한 이야기만 있는 것은 아니다. ‘가족이라는 키워드로 남자로 산다는 것에 대한 저자의 자전적 이야기를 바탕으로 형, 엄마, 아버지에 대한 내용으로 사람들의 기본적인 감정의 단초를 이야기한다. 또한 살아가는 것이 버겁기에 주저앉고 싶은 사람들에게 삶이 흥미진진할 수 있다는 희망을 전해주는 이야기와 더불어 저자의 직업인 책바치로써 책과 독자 그리고 책에 관한 림태주의 애정이 담긴 이야기를 담고 있다. 여기에 사람들이 사회 곳곳에서 만날 수 있는 일상적인 이야기를 바탕으로 삶을 살아가는 기본자세와 마음가짐이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한 우리의 성찰을 요구하는 저자의 바램이 담겨 있다.

 

이 책 이 미친 그리움은 림태주 특유의 자심감이 넘치는 문장을 만날 수 있는 기회다. 평소 그가 주장하는 이야기의 근원이 어디로부터 출발하는지 알 수 있게 하며 그토록 강한 자신감이 괜한 너스레가 아님을 확인한다. 이 책을 기회로 저자 림태주는 더욱더 사람들로부터 주목받을 것이며 시인인 그의 시집을 기다리게 만드는 역할을 하리라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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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임금 잔혹사 - 그들은 어떻게 조선의 왕이 되었는가
조민기 지음 / 책비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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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은 행복했을까?

2014년 한국, 봄이 다 끝나기도 전에 세월호의 여파로 온 나라가 침울함 속에 함께 침몰하고 말았다. 약간의 시간이 흘러 지방자치 선거를 치루는 과정에 일말의 희망을 가졌던 많은 사람들이 맥 빠진 허탈함으로 미래를 걱정한다. 국민의 참담한 심정앞에서도 권력을 향한 정치가들의 욕심은 끝날 줄을 모르고 아픈 가슴에 대못을 박는다. 무엇이 그들에게 이토록 험한 꼴을 보이도록 하는 것일까? 솔직히 모른다. 그들이 누리고 있고 또 누리고 싶어 하는 권력의 근처에도 가보지 못한 사람으로 그 권력의 달콤함이 어떤 것인지 말이다. 아무리 달콤한 권력일지라도 사람을 향한 측은지심은 살아있길 기대하는 것이 잘못일까? 권력의 최고정점은 사회구나에 따라 다른 이름으로 불린다.

 

봉건왕조시대는 왕에서 오늘날의 대통령이나 수상 등으로 다른 이름을 갖지만 그 권력을 향해 질주는 마음은 한가지다. 하여, 무수한 사람들의 목숨과도 바꾸는 것이리다. 왕조시대 그 권력의 정점인 왕은 어떤 삶을 살았을까? 비교적 가까운 우리의 역사인 조선시대의 왕을 통해 권력을 움켜준 자들의 사례를 살펴 권력을 향한 인간의 한 면모를 알아보자.

 

조선 임금 잔혹사는 왕조시대인 조선의 왕들 중 최고 권력인 왕위에 오르는 과정과 왕위에 올랐지만 타의에 의해 끌려내려 온 왕들의 사례를 통해 조선 왕들의 삶을 조망해 보는 책이다. 이 잭의 저자는 문화인류학을 전공하고 다양한 문명을 공부하며 서로 다른 시대를 살았던 역사 속 인물들을 비교해보는 등 역사를 이끈 절대자들에 대해 주목해 왔다고 한다. 개인적 관심사에서 출발한 저자의 시각이 역사를 어떻게 보는가의 문제에서 얼마나 객관적인 시각을 유지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은 남는다.

 

저자는 조선의 왕 26명 중에서 왕으로 선택된 남자, 왕이 되고 싶었던 남자, 왕으로 태어난 남자, 왕이 되지 못한 남자라는 네 키워드에 초점을 맞춰 왕이 된 사람과 왕세자들 중에 선별한 12명의 남자들에 대한 이야기를 펼치고 있다. 세종부터 성종, 중종, 선조, 광해군, 인조, 연산군, 숙종, 정조, 소현세자, 사도세자, 효명세자까지 이 12명의 사람들은 이미 우리에게 익숙한 조선의 왕과 세자들이다. 익숙하다는 것은 그동안 역사를 다루는 시각이 왕조사였고 그 왕들 중에서 유독 커다란 사건과 관련된 왕들의 이야기를 접해왔다는 것에서 출발한다.

 

조선에서 왕은 왕에게 주어진 절대 권력을 독점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 강한 신권에 부딪쳐 좌절되거나 절대 권력으로 신권을 눌렸던 사례보다는 오히려 왕권과 신권의 조화 속에서 서로의 자리를 지켜왔던 측면이 훨씬 많았다는 점이 그것이다. 이 점은 저자가 선별한 12명의 조선 왕과 왕세자을 살피는 과정에서도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여기서 주목하는 점은 왕에게 주어진 절대 권력을 마음대로 누렸던 경우와 그 반대로 신권에 의해 왕권이 좌지우지 되었던 경우가 중심이 된다. 전자의 대표적인 경우가 연산군이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당쟁의 경우도 바로 왕으로부터 신권을 지키며 그 권력을 오랫동안 누리고자 했던 것으로부터 출발하고 있는 것이다. 왕들도 바로 그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신권에게 일정정도의 권력을 양보하거나 신하들 사이의 권력관계를 이용하기도 했다.

 

저자는 이러한 과정을 왕을 중심으로 나열하고 있다. 한 왕은 홀로 존재하지 못한다. 그 왕을 있게 한 선대왕의 그늘에서 자유롭지 못했다는 점이다. 그렇기에 저자가 실펴가는 이야기는 12명의 왕과 왕세자의 앞과 뒤를 이어가는 왕들의 계보를 살피며 자신이 선별한 왕의 특징을 살피고 있다. 그렇기에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왕들의 이야기는 다소 반복되는 경향이 나타난다. 또한 조선사를 전공한 사람이 아니기에 다른 시각이 존재하지만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역사지식을 일반화 시키고 있다는 점도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이가 주장했다는 십만양병설이나 연산군과 광해군의 재위기간을 둘 다 5년으로 잘 못 이야기 한 것 등은 역사적 사실에 대한 단순 오기를 벗어나 있다고 보인다.

 

그렇더라도 저자의 시각은 흥미를 끌기에 부족함이 없다. 왕의 자리를 두고 벌렸던 권력 투쟁을 통해 조선 왕들의 다른 면모를 살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시각은 기존 텔레비전 드라마나 역사 소설 등에서 많이 다뤘던 부분이기에 그만큼 일반 역사 상식화된 점도 있지만 권력을 향한 사람들의 욕심과 그 권력을 지켜나가는 과정을 살필 수 있어서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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