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날을 부탁해요'
-오견규, 한희원, 박태후
무각사 로터스갤러리 3인 초대전

 

 

 

 

따사로운 봄 햇살과 가장 닮아있는 화가 세 분에게 로터스 갤러리의 봄 날을 부탁했습니다. 겨우내 얼어붙은 캔버스와 화선지에 아름다운 생명력이 움트는 봄의 기운을 심어달라고 했습니다.
- 이이남

 

 

2015.3.12~4.16
무각사 로터스갤러리

 

봄볕 따스한날 도심에 위치한 사찰, 무각사의 마당에 들어선다. 향기를 앞세운 눈 앞에 펼쳐진 매화의 모습은 그 대로 봄이다. 매화의 제모습 다 드러내지 못한 봄날 진달래도 제 빛을 낼 준비만 하다. 그래도 어찌 봄 맞이하는 설래임이 없을까? 겨울웃을 떨치고 나온 사람들의 마음을 아는 듯 볕좋은날 그 봄을 담은 그림을 만난다.  세 사람 각기 세가지 풍경으로 봄을 담았지만 어디 그 새 사람뿐일까? 봄을 그리는 모든 사람들은 제 각기 봄의 모양과 향기를 간직하고 그곳으로 가고 있다.

 

봄을 맞이하는 풍경이 제 각각이어서 더 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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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는 힘 노자 인문학 - 바로 지금 여기에서, 고유명사로 산다는 것
최진석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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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인문학에 주목하는가?

인문학의 위기를 외치며 한동안 거세게 불던 인문학 열풍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든 것처럼 보인다. 들불처럼 번지던 인문학 열풍이 조금은 누그러진 듯 보인다. 겉으로 보면 그 인기가 시들해져 보인다는 점에서 그렇다는 말이다. 하지만, 조금 더 관심 있게 살펴보면 분명 다른 양상을 띤다. 그동안은 유행처럼 번지며 외형적인 성장을 하였다면 이제는 그 실속을 채우며 내면으로 스며들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이는 각계각층으로 범위를 넓히며 꾸준히 활동하고 있는 인문학 강사들의 노력에 더하여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를 돌아보고자 하는 내면의 요구와도 잘 결합한 열과가 아닌가 한다. 일상을 꾸려가는 삶의 현장에서 스스로 주인으로 살고자 하는 마음이 인문학의 근본정신이기에 우리는 이 사회에 희망을 걸어보는 것이다. 이런 변화의 선두에 EBS ‘인문학 특강으로 주목을 받았던 최진석 교수도 한몫 단단히 하고 있다고 보인다.

 

생각하는 힘, 노자 인문학은 바로 그 최진석 교수의 EBS ‘인문학 특강강의를 바탕으로 구성된 책이다. 최진석 교수는 이 책에서 동양 사상의 쌍두마차라고도 할 수 있는 공자와 노자의 사상에 대한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물론 최진석 교수가 주목하는 사상적 흐름은 노자에 있다.

 

어떤 사상이든 그 사상이 태두 된 시대의 정신과 무관할 수 없다. 그렇기에 동양사상의 핵심인 공자와 노자의 사상 역시 마찬가지다. 하여, 동양사상이 태동했던 중국의 역사를 알아야 한다. 바로 저자가 이 책에서 중국의 고대사를 언급한 이유다. 춘주전국시대 제자백가의 사상이 대두된 시대적 배경을 통해 핵심 사상인 공자와 노자의 사상의 배경을 이해할 수 있다.

 

저자 최진석 교수는 공자와 노자 사상의 차이점으로 세계를 바라보는 시각에서부터 출발한다고 지적한다. 공자는 실체론적 접근이며 노자는 관계론적 접근이라는 것이다. 이 둘의 차이는 근본적인 부분에서의 차이를 말함이며 이로부터 현대인들에게 필요한 기본적 시각이 관계론적 접근이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저자에 의하면 노자는 자기 자신에게 집중하라와 자기로 돌아가라를 일관되게 강조한다. 이는 자기 삶의 방식이 자기로부터 나오지 않은 삶, 세계와 관계하는 방식이 자기로부터 나오지 않은 삶은 정상일 수 없고 자발적이지 않은 것에는 생명력이 없다는 것이다. 하여, 내 삶의 진정한 주인이 되기 위한 올바른 시도는 곧 세계를 어떻게 바라보는가 하는 것으로부터 출발하며 그 출발점은 관계론적으로 세계를 바라보는 것에 있다고 한다. 동서양을 망라한 풍부한 역사 지식를 바탕으로 깊이 있는 해설, 알기 쉽게 풀어나가는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노자의 사상이 무엇인지 알 수 있어 보인다.

 

왜 인문학에 주목하는가? 는 결국 스스로가 자신을 둘러싼 세계에서 주인으로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기반을 갖추는 것이라는 점에서 출발한다. 이 책에서 저자는 동양철학의 핵심 사상인 노자의 사상을 그 뿌리에서부터 올바로 접근할 수 있는 단초를 만들어 주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현대인이 자신의 삶을 주인으로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근본적 질문을 던질 기회를 제공해 준다고 보인다. 노자의 시각이 현대인들에게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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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현의 농'
제7회 김선임 해금독주회

광주 서구 빛고을국악전수관의 목요상설공연으로 초대된 해금 연주자 김선임의 해금독주회다.

 

지영희류 해금 긴산조를 40여분에 걸쳐듣는다. 해금독주도 접합기 쉽지 않은데 긴산조 연주를 듣는다는 것은 만나기 어려운기회다. 절제된 음색이 연주자의 음악세계를 보여주는 듯 하다.

 

특히, 아쟁과 어우러지는 세번째 연주는 이번 연주 중 가히 으뜸이라 할만하다. 아쟁의 넉넉한 리드로 주거니 받거니 하는 가락과 폼이 우리음악이 주는 흥을 그대로 전해주기에 충분하다.

 

 

이번 공연에는 전에는 악기제작시연회까지 있었다. 난계국악기제작촌의 남도국악사 협찬으로 해금을 만드는 재료와 제작과정을 볼 수 있었으며 관람객에게 국악기 미니어쳐를 경품으로 제공하기도 했다. 우리음악인 국악과 관객의 친밀감 형성에 기여가 크다고 보여진다.

 

지방자치단체의 말단인 구단위에서 운영하며 국악전수의 모범적인 전형을 세워준 빛고을국악전수관의 공연장은 조금 특별하다. 소규모이기에 무대와 객석이 아주 가깝다. 하여, 연주자와 관객이 한호흡으로 공연을 누릴 수 있는 소중한 공간이다.

 

 

*김선임
광주시립국악관현악단 해금수석
전남대학 국악과, 전북대학 한국음악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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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좋아하지 않은 사람이 없을 테지만 이른 봄철 유독 사랑받는 꽃이 있다. 지금부터 시작되는 매화가 그 꽃이다. 옛 선비들의 매화를 향한 마음을 따라가기에는 멀었지만 현대인에게도 매화는 여전히 매력적인 꽃이다. 몸도 마음도 얼어 움츠리던 겨울 끝자락에서 봄이 멀지 않았음을 알려주는 것만으로도 주목받기에 충분한데 매화가 가진 느낌은 그것을 넘어선다. 모양에 향기를 넘어 정신에 이르기까지 탐매(探梅)에 열을 올리곤 했다.

 

 

매화는 한겨울 추위 속에서도 이른 시기에 꽃을 피운다. 하여, 송죽(松竹)과 함께 변치 않은 벗으로 흔히 이들을 두고 세한삼우(歲寒三友)라 불리었다. 그중에서도 매화가 유독 주목받는 이유는 다른 것과는 달리 꽃피고 향기 날리기 때문일 것이다. 한겨울 아직 찬바람 불고 녹지 않은 눈길을 밟아 선비들은 탐매의 길을 나섰다. 그렇게 매화나무 아래에서 시를 읊으며 풍류와 아취를 즐겼다. 이는 매화에 선비들의 마음을 부여한 것이 있기 때문이리라. 하여, 탐매의 길은 풍류와 아취를 넘어 성찰의 길로 이어졌을 것이다. 그것이 탐매의 길에선 선비의 정신이 아니었을까 싶다.

 

오동은 천 년이 되어도 항상 곡조를 간직하고

매화는 일생을 춥게 살아도 향기를 팔지 않네

달은 천 번을 이지러져도 본질이 남아 있고

버드나무는 백 번 꺾여도 새 가지가 올라오네

- 신흠

 

매화는 일생을 춥게 살아도 향기를 팔지 않네라는 문장에 담긴 옛 선비의 그 마음자리를 따라가는 것은 아닐지라도 이른 봄부터 몸이 들썩이는 사람들이 제법 많다. 전국 각기 유명한 매화나무가 있는 곳으로 촉각을 곤두세우며 꽃소식 오기만을 학수고대한다. 이른바 현대판 탐매문화로 불러도 될 듯싶다.

 

 

선암사의 선암매, 금둔사의 납월매, 강릉의 오죽헌 율곡매, 화엄사 각황전의 홍매, 화엄사 흑매, 창덕궁의 만첩홍매, 단속사 정당매, 도산서원 매화, 산천재의 남명매, 하회마을 서애매, 통도사의 자장매, 산청의 도산매, 전남대학교 대명매, 백양사 고불매, 지실마을 계당매, 소록도 수양매, 무위사 만첨홍매, 김해 와룡매, 동계종택 백매, 곡전재 분홍매, 대원사 백매, 횡천리 야매

 

먼 길 마다않고 지역마다 피는 시기가 다르니 찾아다니며 매화만 봐도 봄 한철 그냥 지나가겠다. 그렇게 찾아간 매화나무 아래서면 윤이월 매화는 혼자 보기 아까워 없는 그대 불러 같이 보는 꽃이라 노래한 서안나 시인의 마음이 온전히 전해지지 않을런지.

 

남쪽부터 피기 시작한 매화 따라 해남 보해 농장, 광양 매실마을의 북적이는 매화도 좋지만 고즈넉한 산사에 홀로피어 더 빛을 발하는 매화 찾아 늦기 전에 매화 따라, 매화 보러, 매화여행을 떠나보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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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사랑을 그리다
유광수 지음 / 한언출판사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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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을 통해 본 사랑의 민낯

인류가 살아가는 동안 어쩌면 영원히 풀지 못할 숙제가 아닌가도 싶다. 사랑이라는 그 감정놀음이 대한 이야기다. 시대에 따라 가치판단 기준이 달라지면서 사랑에 대한 기준도 변화를 맞이하지만 인간이 인간이게 만드는 근본이 있듯 사랑이 사랑으로 존재하기 위한 무엇이 있을 것이다. 그것이 무엇일까? 아주 오래전부터 문학의 중심 주제 중 하나는 남녀 간의 사랑이었다. , 서양을 막론하고 청춘이든 나이든 사람들이든 세대 차이는 있지만 그 근본을 이루는 사랑의 감정에 대해 탐구하고 전형을 만들어 온 것이 문학이 아니었을까 싶다.

 

고전, 사랑을 그리다에서 저자가 고전에 주목하는 이유는 고전이라고 해서 보기에 예쁘고 듣기에 고운 이야기만 담은 것도 아니다. 아름다운 것은 아름다운 대로, 흉한 것은 흉한 대로 담겨 있다.”오히려 옛이야기 속,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야기는 오늘날 영화나 TV 드라마에서 펼쳐지는 사랑 이야기보다 더 진솔하고 의미가 깊기에 그런 예를 통해 심도 있는 삶의 이야기를 전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중에서도 사랑에 관한 이야기에 주목하고 있다.

 

삼국유사의 조신이야기, 불귀신이 된 조신이야기에서 선덕여왕에 대한 시각, 황진이를 보고 상사병으로 죽은 남자, 선녀와 나무꾼 그리고 미녀와 야수의 비교, 섹스중독에 빠진 변강쇠와, 환상 속 그녀와 열애한 이생의 불편한 질실, 소시오패스 안평대군과, 그에게 희생되어 이승을 헤매는 궁녀 운영, 춘향보다 아름다운 그녀 옥소선 등 이야기들 속에 담긴 사랑의 현주소를 찾아간다.

 

나만의 사랑서로의 사랑으로 구분한 이야기 속에는 다양한 고전 속, 사랑의 모습들을 찾아보고 그 사랑의 속내를 까발리고 있다. 저자의 사랑에 대한 민낯보기는 어쩌면 불편한 진실을 대하듯 부담스러운 시각이 존재하기도 한다. 이 부담스럽다는 말은 기존의 시각을 부정하는데에서 오는 불편함으로부터 출발하고 있다. , 고전에 교훈으로 내세우는 것과는 달리 아주 상반된 이야기를 끄집어낸다.

 

선녀와 나무꾼에서 나무꾼에 대한 시각은 소위 말하는 강간범의 범주를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고 보는 것처럼 짝사랑, 마스터베이션, 도착과 페티시즘, 강간, 간통에 이르기까지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의 모습에서 사랑이라고 불릴 수 있는 것과 그렇지 못한 것들 사이에 존재하는 차이를 밝혀가고 있다.

 

유교사상이 지배한 동양의 고전 속에서도 이렇게 남녀 간의 사랑을 주제로 한 이야기들이 넘쳐난다. 유광수의 고전, 사랑을 그리다는 바로 이렇게 동양고전 속에 등장하는 남녀 간의 사랑의 이야기에 주목한다. 그 주목하는 방식이 기존 교과서적인 시각으로 이야기가 암시하는 교훈을 찾는 것이 아니라 사랑의 본질적 모습을 파헤쳐가고 있다. 하여, 시대를 불문하고 사랑이 가져야할 근본적인 가치가 무엇인지를 모색해간다.

 

결국, 사랑이 뭘까? 수 천 년 전부터 이어져온 남녀 사이의 감정의 굴곡을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규정지을 때 그 근저에는 무엇이 보장되어야 할까? 여전히 의문이지만 사랑은 둘이서 하는 것이며 현재진행형이고 둘이 만들어가는 것이라는 점에 있어서는 공감대를 형성한다. 그래도 여전히 사랑은 오리무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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