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아, 피를 토하라
한승원 지음 / 박하 / 2014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흰 옷 입은 백성들의 소리

조통달, 김일구, 송재영, 윤진철, 왕기석, 송순섭, 정회석, 김경호, 박춘맹, 왕기철 모두 남자 소리꾼으로만 채워진 무대가 있었다. 이런 호사가 없다. 남도의 귀명창들이 모여 내노라하는 남자 소리꾼들의 소리를 듣는다. 하여, 소리하는 소리꾼이나 듣는 관객이나 긴장 속에서 있긴 매한가지다. "수궁가, 적벽가, 흥보가, 심청가, 춘향가" 판소리 다섯바탕을 한자리에서 듣기도 쉽지 않은 기회였다.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에 등록된 소리의 가치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렇게 소리꾼과 청중이 함께 소리의 향연을 누리는 것에 있다고 본다. 그 자리가 펼쳐진 공간이니 더없이 소중한 시간이었다. 수많은 청중이 한 마음이 되어 추임세를 넣고 그에 호응하듯 더 좋은 소리로 화답하는 소리꾼의 만남. 이보다 더 좋은 자리가 어디있을까? 이런 기회가 자주 있어 우리 시대에도 살아 숨쉬는 판소리의 흥과 멋을 충분히 향유할 수 있길 기대해 본다.

 

매년 초가을 남도 땅 광주에서는 해마다 펼쳐지는 국악 경연대회가 있다. 이른바 임방울 국악제가 그것이다.이 지역출신 소리꾼 임방울 명창의 예술업적을 기리고, 판소리 계승 발전을 목적으로 개최되는 대회다. 임방울은 어떤 인물일까? 임방울(19041961)는 전라남도 광산 출생으로 14세 때 박재현 문하에서 춘향가 흥보가를 배웠고, 유성준으로부터 수궁가’, ‘적벽가를 배웠다. 25세 때 상경하여 송만갑의 소개로 처녀무대에서 춘향가가운데 쑥대머리를 불러 크게 인기를 얻었다. 이것을 계기로 그의 창작으로 전하는 쑥대머리를 비롯한 많은 음반을 내었다. 그를 판소리 전통을 최후까지 고수한 사람으로 보고 있으며 서편제 소리의 최후 보루라고도 하고 있다. 판소리 다섯 마당 중 특히 춘향가’, ‘수궁가’, ‘적벽가를 잘하였다고 한다.

 

이 지역 출신 작가 한승원에 의해 작품으로 탄생한 사랑아, 피를 토하라는 바로 그 임방울을 주인공으로 한 작품이다.

 

내가 너를 가질 때에 달을 품었더니라.”소리꾼의 길을 간 것은 어쩌면 운명이었으라고 본다. 무녀인 어머니의 적극적 후원을 시작된 소리꾼의 길에서 오재익, 공창식, 유성준을 거치는 동안 자신의 소리를 찾아간다.

 

작가는 임방울의 개인적 역량보다는 나라 잃은 백성들의 설움과 한을 달래주는 데 자신의 재능과 예술혼을 아낌없이 불살랐던 국창 임방울에 주목한다. 하여, 장터나 모래사장 등 서민들이 모이는 장소에 서기를 더 즐겼던 소리꾼으로써의 삶에 더하여 뜨거운 가슴으로 사랑했던 여인들과의 에로티시즘, 어머니를 바탕으로 하는 토속적 감성 등이 함께 어우러진다. 뿐만 아니라 서편제, 동편제, 강산제 등 판소리의 계보를 엿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기 한다.

 

작품은 죽음을 앞둔 시기와 어린 시절부터 소리꾼으로 상장하는 과정을 번갈아가며 그려가고 있다.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정서적 분위기는 달이 주는 정서와 맥을 같이한다. 소리꾼의로 소리를 완성해가는 지난한 과정,일제 식민지 치하의 암울함 등이 달의 음적 이이지와 겹쳐진다. 작가가 아홉 살 되던 해, 젊은 아내와 사별한 동네 청년이 아내의 무덤 주위를 진달래꽃 무더기로 장식하며 서럽게 부르던 추억이라는 노래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했으니 참으로 오래된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작품이다. 그만큼 진한 정서적 공감이 따라온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풍류


광주시립국악관현악단 제97회 정기연주회

2015.5.21(목) 오후 7:30

광주문화예술회관 대극장


이번 연주회에서는 일반적인 연주회에서 자주 접할 수 없는 

정악의 진수 영산회상과 대풍류와 산조합주가 중심으로 

진도북춤과 남도민요가 함께 어우러지는 연주회가 열렸다.


평조회상, 대풍류, 산조합주, 진도북춤을 위한 관현악, 남도민요가 연달아 연주되었다.

차분한 정악의 매력에 공감하는 관객이 얼마나 될지는 미지수다. 이를 뒷받침 해주는 것이 연주단의 연주실력일텐데..평조회상의 연주는 산만하고 소리와 소리가 부딪치는 부조화가 어지러웠다. 심지어 조는 관객까지 있다. 그나마 대풍류 연주에서 조금씩 집중하는 듯 싶었다 .


다행인 것은 산조합주로 만회되었다는 것이다. 풀고 조이는 음의 조화 속에 각 악기의 소리 매력을 한층 발휘하는 연주모습에 많은 관객이 호흥한다. 근래 들어 가장 공감하는 연주가 아니었나 싶다.


조금은 아쉬운 무대를 일거에 전환시켜준 것이 진도북춤이었다. 북소리의 어울림과 몸짓이 그야말로 예술이다. 혼자여도 충분한 감동인데 집단 북춤이 전해주는 신명은 극에 달했다. 나이 지긋한 북춤의 명인들의 모습이 오랫동안 머물것 같다.


연주회의 마지막 남도민요는 엉망이다. 연주도 도저히 집중할 수 없을 만큼 어수선하고 민요를 부르는 사람들의 소리도 그저그렇다. 억지를 부려 감동을 이끌어 낼 수는 없는 것이다.


예향 광주를 표방하고 그 중심에 국악이 있다면 그 국악의 흐름을 이끌아가는 곳이 시립국악돤현악단이 되어야 한다고 본다. 대극장의 수많은 객석이 비어있다. 그 이유를 관계자는 잘 살펴야 할 것으로 본다. 하여, 점차 관객과 어우러져 하나되는 감동을 공유할 수 있는 광주시립국악관현악단이 되었으면 좋겠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지금행복하자 2015-05-22 22: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갈수록 아쉬워지는 무대들.. 비어가는 괜객석.. 그들만의 잔치가 되어가는군요~

무진無盡 2015-05-22 22:55   좋아요 0 | URL
기회되시면 한번 가세요. 참여가 변화를 부르는 시작이니까요^^
 
헤세로 가는 길
정여울 지음, 이승원 사진 / arte(아르테) / 2015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내 안의 진리를 찾아가는 길

싯다르타’, ‘수레바퀴 아래서’, ‘데미안으로 기억되는 헤르만 헤세. 문학작품과 거리감을 두고 책읽기를 하던 중 세계문학 100권 읽기라는 무모한 도전을 하게 되면서 만난 작가 중 한명이다. 세계 문학작품을 이해하는데 어려움을 느끼면서도 그나마 정서적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던 작가가 바로 헤르만 헤세였다. 그의 작품에서 만날 수 있었던 동양적 정서와 그를 바탕으로 한 인간 본연의 탐구가 정서적 공감대 형성에 도움이 된 것으로 짐작한다.

 

그때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의 작가 정여울이 이런 헤르만 헤세와의 특별한 인연을 바탕으로 작가 자신이 헤세를 만나는 이야기를 담은 책이 헤세로 가는 길이다. 작가는 인생의 변화를 맞이하거나 특별한 기회마다 헤세의 작품과 함께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헤세에게로 가는 길을 안내하고 있다.

 

정여울의 헤세로 가는 길은 두 가지다. 먼저 헤세의 흔적이 남아 있는 공간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만나고 느끼는 것에 대한 작가의 이야기를 담은 것과 두 번째는 작품을 통해 작가가 만났던 헤세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이 그것이다.

 

어쩌면 쉽게 헤세로 가는 길은 정여울이 안내하는 첫 번째가 아닐까 싶다. 헤르만 헤세가 태어난 도시 칼프와 그가 생의 마지막 날들을 보내며 평화로운 자연 속에서 마침내 구원을 찾고 잠든 도시 몬타뇰라로 떠나는 여행의 동반자로 함께 하는 것이다. 헤세를 중심에 두고 떠나는 문학기행이 그것이다. 시인, 소설가, 화가로 살았던 헤세의 일상을 더듬어 보는 과정이 흥미롭게 그려진다. 생생한 화보가 함께하기에 문학기행의 흐름을 따라가는 맛이 절로 난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으로 헤세에게로 가는 길은 두 번째일 것이다. 작가는 작품으로 말한다고 한 이야기도 바로 작품을 통해 헤세의 가치관 속으로 들어가는 의미에서 그렇다. ‘수레바퀴 아래서’, ‘나르치스와 골드문트’, ‘데미안’, ‘싯다르타의 작품 속으로 안내하는 정여울의 시각은 개인적 차원을 넘어선 헤세를 알고 좋아하는 많은 독자의 공감을 불러오기에 적절한 이야기들이라고 보인다. 그만큼 헤세가 가지는 독특함과 일반성이 강한 까닭일 것이다.

 

헤세로 가는 길은 언제 어디서나 우리에게 열려있다. 당신이 헤세의 책을 읽는다면, 당신이 헤세의 소설을 읽고, 시를 읽고, 산문을 읽는다면 헤세는 항상 당신 곁에 있어줄 것이다. 우리가 책갈피를 소중히 넘기는 순간, 헤세로 가는 길은 우리의 마음속에 환하게 드러날 것이다.”

 

정여울은 한때 이루어지지 않는 사랑 때문에, 세상에 대한 분노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자기 자신 때문에 제대로 미쳐보았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진리여행자인 헤르만 헤세 문학의 본질과 만나는 길에 들어선 것이라고 말한다. 그 길에서 만난 헤세는 결국 독자들 스스로가 자신의 내면으로 가는 길을 안내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인문의 강산무진도
오주석 지음 / 신구문화사 / 2006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오주석의 분석으로 본 강산무진도

우리의 옛 그림하면 우선 조선시대 화가들을 떠올린다. 그중에서도 조선후기는 정선, 김홍도, 신윤복, 이인문, 김득신, 최북, 이명기, 이재관, 이한철, 유숙 등이 주목 받으며 활동 했다. 김홍도, 신윤복을 중심으로 한 풍속화가 주목 받으면서 조선 후기를 대표하는 화가로 인식되었다. 하지만 그 외 활발하게 활동했던 화가들에 대한 관심도 가져야 옛그림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다고 보인다.

 

그런 의미에서 김홍도의 벗이지 동료화원이었던 이인문을 그의 작품 강산무진도를 통해 작품을 분석하고 있는 오주석의 이인문의 강산무진도가 주목된다.

 

이인문(李寅文, 1745 ~ 1821)은 조선 후기의 화가로 산수를 비롯하여 도석인물, 영모, 포도 등 다방면에 걸쳐 뛰어난 재능을 발휘하였다. 화풍은 남종화와 북종화 등 각 체의 화법을 혼합한 특유의 화풍을 보이고 있으며 당시 화단의 한 주류를 대변하고 있다. 김홍도와 기량이나 격조 면에서는 쌍벽을 이루었던 화가로 조선 후기의 회화 발전에 크게 이바지하였다고 평가 받는다.

 

이인문에 주목한 미술사가 오주석(1956~2005)은 서울대 동양사학과와 동 대학원 고고미술사학과를 졸업하고, 호암미술관과 국립중앙박물관의 학예연구원을 거쳐 중앙대학교 겸임교수를 역임하였다. 간송미술관 연구위원, 역사문화연구소 연구위원 및 연세대학교 영상대학원 겸임교수로 재직 중 200525일 지병으로 별세하였다. 저서로 오주석의 한국의 미 특강’, ‘옛 그림 읽기의 즐거움’, ‘단원 김홍도등이 있다.

 

오주석은 이인문의 강산무진도를 분석하기 위해 이인문의 작품을 먼저 분석하고 있다. 작품제작년도가 확인된 작품과 제작년도가 불분명한 작품으로 구분하여 살핀다. 오주석이 이렇게 분석한 이인문의 작품 특성을 다음 다섯 가지의 특성을 이야기 한다. 첫째, 주제면에서 보면 정형산수가 중심이다. 둘째, 구도 화면 구성에 최우선적인 배려와 집요한 천착하고 있다. 셋째, 대다수의 그림이 세필을 주사하여 그린 섬세한 화풍을 티고 있으며 비교적 사실적인 느낌을 준다. 넷째, 화면 전체에 떠도는 투명하고 맑은 분위기다.

 

이런 특징을 바탕으로 강산무진도를 분석한다. 우선 강산무진도는 횡권으로 된 비단바탕에 수묵담체로 그렸다. 44.0cm X 856.6cm로 상당한 크기의 그림이다.

춘하추동 4계절의 대자연 경관을 연이어 그린 그림으로, 강산 만리의 변화무쌍한 풍경이 섬세한 세필로 수산, 농경, 해운에 이르는 인간들의 평화로운 생활상이 적나라하게 그려졌으며 유교적인 가치관이 맥맥히 서려 있다. 한국의 그림으로는 드물게 보이는 정력적 대표작이라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산수화가 이인문의 만년의 관록을 여실히 드러낸 작품이다.”(두산백과)

 

오주석은 강산무진도를 전체 흐름을 먼저 살피고 나서 기법에 따른 분석에 집중한다. 원근법, 준법, 태점법, 묵법 및 설채법, 기타 기법으로 분석하며 주제와 작업환경에 이르기까지 전반적 분석을 하고 있다. 위와 같은 분석이 그동안 강산무진도에 대한 일반적인 분석이다. 하지만, 오주석은 다른 시각으로 보고 있다. 특히, “춘하추동 4계절의 대자연 경관을 연이어 그린 그림이다라는 분석에 가을의 한 장면을 그린 그림이다는 분석을 내 놓고 있다.

 

결론적으로 오주석에 의하면 강산무진도는 조선왕조의 막바지 아직은 휘황찬란한 빛을 발하고 있던 시기에 당시 최고의 기량을 보유하고 있던 노년의 궁중화원에 의해 제작된 대작으로 조선왕조의 성리학 사상이 장대한 횡권의 전개 속에 펼쳐진 작품으로 이인문 자신이 인생의 황혼기에 처한 평생의 신조로 간직해온 유교적 세계관에 대한 믿음과 평생 쌓아온 회화적 기량과 개성을 총체적으로 표출한 작품이라고 분석한다.

 

풍부한 도판에 도판의 적절한 이용을 통한 분석은 그림을 이해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이로써 조선 후기를 빛냈던 화원 이인문을 이해하는데 결정적인 분석을 내놓았다고 보인다. 고 오주석의 우리 옛그림에 대한 애정을 다시한번 확인할 수 있는 기회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시, 나무를 보다 - 전 국립수목원장 신준환이 우리 시대에 던지는 화두
신준환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12월
평점 :
품절


나무로부터 사람에게로 돌아오다

늘 숲으로 간다. 사는 곳이 숲과 가까운 곳이긴 하지만 도시에 살았던 때에도 숲을 찾는 기회가 많았다. 그것도 일부러 시간을 내서 찾게 되는 숲이며 조건이 여의치 않으면 도심의 공원이라도 찾아갔다. 그러던 어느 한 해는 봄 여름 가을 겨울 시간이 바뀌면서 변화하는 숲을 보기 위해 일정한 구간을 정해 두고 매번 찾아갔다. 지형을 읽히고 숲을 구성하는 존재들의 위치에 주위를 기울이며 숲을 찾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구석구석 눈여겨보게 되는 특별한 대상이 나타난다.

 

그렇게 주목한 대상들이 계절의 변화에 따라 달라지는 것을 보면서 그런 대상들이 구성하는 숲의 변화도 자연스럽게 감지하게 된다. 숲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숲과 숲을 구성하는 대상들에 겹쳐져서 만들어가는 숲의 변화를 알게 된 것이 내 일상에도 영향을 준 커다란 매개가 된다. 숲은 위안이며 쉼이고 보금자리이다. 오늘도 여전히 숲으로 간다. 숲을 이루는 주요한 요소는 나무다. 수많은 종류의 나무가 주를 이루며 숲을 구성하고 그 나무들에 의지하여 또 다른 생명들이 깃들어 살아간다.

 

이런 나무와 함께 살아온 사람의 나눔 이야기를 듣는다. 전 국립수목원장 신준환은 다시, 나무를 보다를 통해 자신이 나무와 함께 살아온 이야기를 펼쳐 놓고 있다. 어린 시절 낙엽송으로부터 시작된 나무와의 인연으로부터 2014년 국립수목원 원장직에서 물러날 때까지 나무와 함께 살아오며 나무를 배우며 사람을 생각하자는 주제에 관한 이야기들을 담았다.

 

크게 3부로 구성된 이야기는 나무의 인생학, 나무의 사회학, 나무의 생명학 등으로 테마를 설정한 이야기들이다. “나무는 흔들리지 않아서 강한 것이 아니라 서로 어울려서 강하다.”는 저자 신준환의 말처럼 서로 어울려 숲이 되는 나무를 보면 삶의 길은 멀리 있지 않다. 지금 우리 눈앞에 서 있는 나무 안에 그 길이 있다.

 

마음이 허전한 어느 날, 나무 뒤의 나무가 보이더니 숲이 깊어지기 시작했다. 마음에 허전함이 있어 숲의 진면목을 볼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자 나무보다는 오히려 나무 사이의 공간이 보이기 시작했고 숲은 단지 나무로만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빈 공간이 이어지며 숲을 만들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저자의 이 말에 공감한다. 숲에 일정시간 머물며 숲에 대한 깊은 성찰을 경험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이야기다. 일생을 나무와 함께 살아온 저자이기에 체험에서부터 나온 성찰의 결과라 여겨진다.

 

숲은 나무와 빈 공간이 서로 드러내주면서 이루어진 것이고, 나무와 뭇 생물도 서로가 서로를 드러내주며, 심지어 나무와 나무도 서로 드러내주고 사라지는 과정을 거치면서 숲을 이룬다. 이제는 이런 숲에서 인생이 보일 때도 있다.”

 

결국 저자가 주목하는 것은 나무를 통해 사람을 보자는 것이고 나무의 일생을 보며 깨달은 것이 사람들의 삶의 향기와 맥을 같이한다는 것이다. 나무와 숲은 강한 것, 좋은 것이 따로 있다고 믿고 추구하는 우리에게 큰 것 작은 것, 센 것 약한 것, 가는 것 굵은 것의 모든 다양성이 공존해야 숲도, 우리 사회도 지속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나무의 인생학, 사회학, 생명학을 이야기하기 위해 신준환 저자는 기형도의 시, 작자미상의 시조, 본인의 자작시, 여러 철학자들의 개념, 해외의 과학실험, 국내 연구자들의 저작물 등 다채롭게 스크랩해온 자료들을 활용하여 나무 연구 30, 가슴속에 켜켜이 각인된 나무의 지혜를 통해 사람의 삶으로 돌아온다.

 

나무와 함께 살아온 우리민족은 나무로부터 멀어짐으로 사람을 잃어버린 것은 아닐까? 다시 나무를 본다로부터 사람에게도 돌아가자는 저자의 이야기는 자아를 잃어버리고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가슴에 울림으로 남는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yureka01 2015-05-17 2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의 정성이.!!!!